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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기상ㆍ재해
장마·폭염에 신음하는 쪽방촌 사람들
입력 2011.07.20 (07:38) 연합뉴스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낮기온이 33도까지 오른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영등포역 뒤쪽의 '안동네'라 불리는 쪽방촌은 유난히 더웠다. 500가구가 모여 있는 안동네에 들어서자 입구에 쌓여 있는 쓰레기봉투에서는 악취가 풍겼다.

긴 장마에 이어진 불볕더위로 쪽방촌 주민들은 고역을 치르고 있다.

이모(57)씨의 두 평 남짓한 방은 들어서기 전부터 퀴퀴한 곰팡내가 코를 찔렀다. 아니나다를까 방의 네 벽은 짙푸른 곰팡이로 물들어 있었다.

이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벽에 있는 곰팡이를 닦고 선풍기를 틀어놓는다"며 "아무리 더워도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까봐 잘 켜지 않는데 곰팡내가 너무 심해 어쩔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2층은 달아오른 열로 한증막이나 다름없었다. 주민들은 "숨쉬기가 힘들 정도"라고 했다.

차태영(64)씨는 "잠깐만 앉아있으면 온몸이 땀으로 흥건히 젖는다"며 "선풍기를 켜도 더운 바람만 왔다갔다하니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기하(70) 할머니는 "며칠 동안 내린 장맛비에 방이 다 젖었다"며 "오늘 이불을 빨아 널었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비가 많이 쏟아질 땐 천장 전구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며 "더운 거야 어쩔 수 없고 비라도 새지 않게 지붕이나 튼튼하게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용산구 갈월동의 3층짜리 쪽방 건물 외벽에는 이불과 수건이 널려 있었다.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날 수 있는 좁은 복도에 들어서자 눅눅한 기운이 확 끼쳤다. 복도의 벽은 여기저기 갈라져 있고 습기가 가득 차 있는데도 전기 스위치는 보호장치 없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반지하 방에 들어가니 후끈한 열기와 곰팡내가 동시에 훅 다가왔다. 네 벽의 벽지는 모두 젖어 울어 있었고 여기저기 까만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김옥순(77)씨는 이불 밑에 신문지와 종이상자를 깔아두고 선풍기 두 대를 틀어 습기를 말리고 있었다.

김씨는 "비 때문에 이불 두 채가 다 젖고 곰팡이가 피어 버렸다"며 "낮에는 덥고 곰팡내가 심해 바깥에 나와 있는다"고 했다.

다른 반지하 방에서는 여전히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방 여기저기에는 대야와 냄비를 받쳐 놨고 방 입구에는 물이끼가 생기기도 했다.

건물 입구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비만 오면 위층에서 내려오는 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수로가 넘쳐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강이 생길 정도다.

비가 그치고 나서는 냄새가 심하고 더운데다 벌레도 많이 생겨 아예 다른 곳에서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

3년 전까지 이 건물에 살다 이사를 한 이모(57)씨는 이웃들이 걱정돼 새벽부터 찾아와 이불과 옷가지 등 젖어서 못 쓰게 된 것들을 내다 버리고 정리하는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이씨는 "거주자 대부분이 70대 이상 노인이다 보니 비가 와 난장판이 돼도 정리할 기운이 없다"며 "도배도 해야 하는데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이씨는 "작년 장마철엔 바닥이 내려앉고 재작년엔 비가 들이치다 누전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며 "태풍이 제일 걱정인데 건물이 무너질까 무섭다"고 말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쪽방 건물은 사유시설물이라 구에서 수선을 해 줄 수도 없고 건물소유주도 재정비를 하려는 의지가 없어 법적으로 방법이 없다"며 "비나 폭염 등으로 피해가 우려되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비책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비가 50mm 이상 오면 구청 직원들이 순찰을 나가고 동사무소 복지사들도 혼자 사는 노인들의 피해를 점검하고 있다"며 "쪽방촌 정비를 위해 시에 예산 편성을 요청해 놓은 상태"고 전했다.
  • 장마·폭염에 신음하는 쪽방촌 사람들
    • 입력 2011-07-20 07:38:14
    연합뉴스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낮기온이 33도까지 오른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영등포역 뒤쪽의 '안동네'라 불리는 쪽방촌은 유난히 더웠다. 500가구가 모여 있는 안동네에 들어서자 입구에 쌓여 있는 쓰레기봉투에서는 악취가 풍겼다.

긴 장마에 이어진 불볕더위로 쪽방촌 주민들은 고역을 치르고 있다.

이모(57)씨의 두 평 남짓한 방은 들어서기 전부터 퀴퀴한 곰팡내가 코를 찔렀다. 아니나다를까 방의 네 벽은 짙푸른 곰팡이로 물들어 있었다.

이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벽에 있는 곰팡이를 닦고 선풍기를 틀어놓는다"며 "아무리 더워도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까봐 잘 켜지 않는데 곰팡내가 너무 심해 어쩔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2층은 달아오른 열로 한증막이나 다름없었다. 주민들은 "숨쉬기가 힘들 정도"라고 했다.

차태영(64)씨는 "잠깐만 앉아있으면 온몸이 땀으로 흥건히 젖는다"며 "선풍기를 켜도 더운 바람만 왔다갔다하니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기하(70) 할머니는 "며칠 동안 내린 장맛비에 방이 다 젖었다"며 "오늘 이불을 빨아 널었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비가 많이 쏟아질 땐 천장 전구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며 "더운 거야 어쩔 수 없고 비라도 새지 않게 지붕이나 튼튼하게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용산구 갈월동의 3층짜리 쪽방 건물 외벽에는 이불과 수건이 널려 있었다.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날 수 있는 좁은 복도에 들어서자 눅눅한 기운이 확 끼쳤다. 복도의 벽은 여기저기 갈라져 있고 습기가 가득 차 있는데도 전기 스위치는 보호장치 없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반지하 방에 들어가니 후끈한 열기와 곰팡내가 동시에 훅 다가왔다. 네 벽의 벽지는 모두 젖어 울어 있었고 여기저기 까만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김옥순(77)씨는 이불 밑에 신문지와 종이상자를 깔아두고 선풍기 두 대를 틀어 습기를 말리고 있었다.

김씨는 "비 때문에 이불 두 채가 다 젖고 곰팡이가 피어 버렸다"며 "낮에는 덥고 곰팡내가 심해 바깥에 나와 있는다"고 했다.

다른 반지하 방에서는 여전히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방 여기저기에는 대야와 냄비를 받쳐 놨고 방 입구에는 물이끼가 생기기도 했다.

건물 입구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비만 오면 위층에서 내려오는 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수로가 넘쳐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강이 생길 정도다.

비가 그치고 나서는 냄새가 심하고 더운데다 벌레도 많이 생겨 아예 다른 곳에서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

3년 전까지 이 건물에 살다 이사를 한 이모(57)씨는 이웃들이 걱정돼 새벽부터 찾아와 이불과 옷가지 등 젖어서 못 쓰게 된 것들을 내다 버리고 정리하는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이씨는 "거주자 대부분이 70대 이상 노인이다 보니 비가 와 난장판이 돼도 정리할 기운이 없다"며 "도배도 해야 하는데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이씨는 "작년 장마철엔 바닥이 내려앉고 재작년엔 비가 들이치다 누전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며 "태풍이 제일 걱정인데 건물이 무너질까 무섭다"고 말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쪽방 건물은 사유시설물이라 구에서 수선을 해 줄 수도 없고 건물소유주도 재정비를 하려는 의지가 없어 법적으로 방법이 없다"며 "비나 폭염 등으로 피해가 우려되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비책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비가 50mm 이상 오면 구청 직원들이 순찰을 나가고 동사무소 복지사들도 혼자 사는 노인들의 피해를 점검하고 있다"며 "쪽방촌 정비를 위해 시에 예산 편성을 요청해 놓은 상태"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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