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취업 미끼 ‘거마 대학생’ 다단계 철퇴

입력 2011.07.22 (09:05) 수정 2011.07.2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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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혹시 요즘 거마대학생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거마 대학생,서울 거여동과 마천동의 첫 말에 대학생을 더한 말이라죠?

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그 동네 일대에서 합숙생활을 하면서 다단계 업체 판매 영업을 하는 대학생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런 학생들이 5천명이나 된다니, 보통문제가 아닌데요.이들을 관리해온 불법 다단계업체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정수영 기자, 이른바 88만원 세대라는 요즘 젊은이들의 씁쓸한 단면을 보는 것 같군요.

<기자 멘트>

네, 그렇습니다.

6개월씩, 길게는 1년이 넘도록 다단계 판매 영업 합숙 생활을 벌이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였는데요.

하나같이 번듯한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구하는 줄 알고 찾아왔다가 다단계 늪에 빠져들었습니다.

한 달에 천만 원을 벌게 해 주겠다는 달콤한 말에 속아 수백 만원 빚까지 내가며 다단계 업체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뜻대로 될 리가 없었습니다.

비좁은 방에서 24시간 감시 당하며 다단계 판매에 매달렸지만 남은 것은 빚 뿐이었습니다.

<리포트>

다세대주택 지하 1층에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20대 초반 남녀 대학생 수십 명이 우왕좌왕합니다.

서울 거여동과 마천동 일대 다세대주택에서 다단계업체 판매영업 합숙 생활을 하는 이른바 거마대학생들 숙소 모습입니다.

합숙 생활을 하다 경찰에 발견된 22살 권모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다단계업체 판매영업 생활을 이어 왔습니다.

군 제대 뒤 복학을 앞둔 상황에서 일자리를 마련해주겠다는 대학 친구 권유에 고향인 경북 경주에서 상경했습니다.

<인터뷰> 권00(다단계 피해대학생):"작년 10월에 전역 하고, 등록금 벌려고 일자리를 찾았죠..어차피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고.."

친구 소개로 찾아간 사무실에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 대학생들로 북적였고 이른바 마스터플래너로 불리는 다단계업체 관리자가 맞이했습니다.

하루 10시간이 넘는 교육이 일주일 간 계속됐고 새로 회원만 가입시키면 순식간에 거액을 벌 수 있다는 달콤한 설명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인터뷰> 권00(다단계 피해대학생):"작년 10월에 전역 하고, 등록금 벌려고 일자리를 찾았죠..어차피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고..."

물론 조건이 있었습니다. 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해 건강식품과 화장품 5백만 원 어치를 사들일 것을 강요받았습니다.

결국 학자금 대출로 8백만 원을 마련해 다단계 회사 제품 구입에 쏟아부었고 주변 지인들을 상대로 회원 모집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최준영 (수사과장/송파경찰서 지능팀):"많은 물건을 구입할수록,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포인트를 쌓을 수가 있고 처음 피해자로 들어온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끌어 들여야 하기 때문에 가해자로 둔갑하게 되는..."

하루 종일 숙소에서 먹고 자며 10달 동안 전화만 붙들고 지냈지만 실제 가입시킨 사람은 3명이 고작이었습니다.

8백만 원을 대출받은 권 씨가 다단계 회사로부터 받은 수당은 6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인터뷰> 권00(다단계 피해 대학생):"대출 받았다는 이야기도 못 꺼내고 (채무 변제를)그냥 혼자 해결 하고있죠. 학교도 다녀야 하는데 못 다니게 생겼고, 그래서 눈물나요."

여대생 21살 박모 씨 역시 다단계업체 덫에 걸려들었습니다. 10년간 연락이 끊겼던 중학 동창으로부터 인터넷 쇼핑몰 모델 일자리가 있다는 솔깃한 제안을 듣고 지난해 3월 서울 마천동을 찾았습니다.

<녹취> 박00(피해 대학생):"중학교 때 베스트 프랜드였어요.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자고 하더라고요. 쇼핑몰 알바 도와준다고 그러더라고요."

쇼핑몰 모델은커녕 다단계 판매영업직 유혹에 빠져들었고 어서 회원을 모집해 큰 돈을 손에 쥐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녹취> 박00(다단계 대학생 피해자):"그 사람들 말을 얼마나 잘하냐면, 왠만한 사람 ,들어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몰라요."

8백만 원 빚을 내 합숙 생활을 시작했지만 신규 회원은 단 한 명도 가입시킬 수 없었습니다.

다단계 회사 관리자를 포함해 자신과 비슷한 처지 동료 판매영업자들은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감시했습니다.

<녹취> 박00(다단계 대학생 피해자):"심지어 슈퍼마켓 다녀 오는 것도 절대 혼자 못 가게 하고요,화장실은 둘 씩 다니고요. 휴대폰도 항상 감시하고..."

경찰은 서울 송파구 일대 다단계 업체 4곳을 압수수색하며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다단계업체 대표 30살 조모 씨 등 25명이 수사망에 걸려들었습니다.

조 씨는 지난 2009년 서울 거여동 일대 사무실과 교육장을 마련한 뒤 주로 대학생과 무직자를 골라 다단계 영업직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최준영 (수사과장/송파경찰서 지능팀):"학자금을 벌어본다던지, 아니면 지금 같이 방학시즌에 용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친구 같은 사람들 그 유인에 빠져서..."

경찰 조사 결과 조 씨 등은 판매영업에 뛰어든 학생들을 상대로 개당 만2천 원짜리 건강식품을 33만 원에 팔아 25배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빈털터리인 대학생들에게는 제 2금융권으로부터 1인당 8백만이 넘는 돈을 대출받도록 꾸몄습니다.

<인터뷰> 최준영 (수사과장/송파경찰서 지능팀):"다단계업체의 중간 이상의 판매원들이 대출 알선을 하죠. 적게는 6,700만원부터 많게는 1400, 1500만원까지 대출을 받게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 씨 일당에게 돈을 뜯긴 피해자는 경찰이 확인한 것만 170여 명으로 피해액은 10억 원이 넘습니다.

경찰은 인근에 자리잡은 유사한 불법 다단계 업체가 6백여 곳이 넘고 다단계 판매영업 합숙 생활에 빠진 피해자는 5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준영 (수사과장/송파경찰서 지능팀):"최근에 (다단계) 합숙소나 교육 장소들이 생기게 된 것이 최근 몇 년간인데요. 인근지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월세로 장기간 방을 빌릴 수 있는 그런 여건들이 되다보니까..."

경찰은 판매원 4천6백여 명을 모집해 다단계영업으로 3백억 원에 이르는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또다른 다단계 업체 2곳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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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취업 미끼 ‘거마 대학생’ 다단계 철퇴
    • 입력 2011-07-22 09:05:57
    • 수정2011-07-22 0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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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혹시 요즘 거마대학생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거마 대학생,서울 거여동과 마천동의 첫 말에 대학생을 더한 말이라죠? 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그 동네 일대에서 합숙생활을 하면서 다단계 업체 판매 영업을 하는 대학생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런 학생들이 5천명이나 된다니, 보통문제가 아닌데요.이들을 관리해온 불법 다단계업체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정수영 기자, 이른바 88만원 세대라는 요즘 젊은이들의 씁쓸한 단면을 보는 것 같군요. <기자 멘트> 네, 그렇습니다. 6개월씩, 길게는 1년이 넘도록 다단계 판매 영업 합숙 생활을 벌이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였는데요. 하나같이 번듯한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구하는 줄 알고 찾아왔다가 다단계 늪에 빠져들었습니다. 한 달에 천만 원을 벌게 해 주겠다는 달콤한 말에 속아 수백 만원 빚까지 내가며 다단계 업체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뜻대로 될 리가 없었습니다. 비좁은 방에서 24시간 감시 당하며 다단계 판매에 매달렸지만 남은 것은 빚 뿐이었습니다. <리포트> 다세대주택 지하 1층에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20대 초반 남녀 대학생 수십 명이 우왕좌왕합니다. 서울 거여동과 마천동 일대 다세대주택에서 다단계업체 판매영업 합숙 생활을 하는 이른바 거마대학생들 숙소 모습입니다. 합숙 생활을 하다 경찰에 발견된 22살 권모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다단계업체 판매영업 생활을 이어 왔습니다. 군 제대 뒤 복학을 앞둔 상황에서 일자리를 마련해주겠다는 대학 친구 권유에 고향인 경북 경주에서 상경했습니다. <인터뷰> 권00(다단계 피해대학생):"작년 10월에 전역 하고, 등록금 벌려고 일자리를 찾았죠..어차피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고.." 친구 소개로 찾아간 사무실에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 대학생들로 북적였고 이른바 마스터플래너로 불리는 다단계업체 관리자가 맞이했습니다. 하루 10시간이 넘는 교육이 일주일 간 계속됐고 새로 회원만 가입시키면 순식간에 거액을 벌 수 있다는 달콤한 설명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인터뷰> 권00(다단계 피해대학생):"작년 10월에 전역 하고, 등록금 벌려고 일자리를 찾았죠..어차피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고..." 물론 조건이 있었습니다. 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해 건강식품과 화장품 5백만 원 어치를 사들일 것을 강요받았습니다. 결국 학자금 대출로 8백만 원을 마련해 다단계 회사 제품 구입에 쏟아부었고 주변 지인들을 상대로 회원 모집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최준영 (수사과장/송파경찰서 지능팀):"많은 물건을 구입할수록,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포인트를 쌓을 수가 있고 처음 피해자로 들어온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끌어 들여야 하기 때문에 가해자로 둔갑하게 되는..." 하루 종일 숙소에서 먹고 자며 10달 동안 전화만 붙들고 지냈지만 실제 가입시킨 사람은 3명이 고작이었습니다. 8백만 원을 대출받은 권 씨가 다단계 회사로부터 받은 수당은 6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인터뷰> 권00(다단계 피해 대학생):"대출 받았다는 이야기도 못 꺼내고 (채무 변제를)그냥 혼자 해결 하고있죠. 학교도 다녀야 하는데 못 다니게 생겼고, 그래서 눈물나요." 여대생 21살 박모 씨 역시 다단계업체 덫에 걸려들었습니다. 10년간 연락이 끊겼던 중학 동창으로부터 인터넷 쇼핑몰 모델 일자리가 있다는 솔깃한 제안을 듣고 지난해 3월 서울 마천동을 찾았습니다. <녹취> 박00(피해 대학생):"중학교 때 베스트 프랜드였어요.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자고 하더라고요. 쇼핑몰 알바 도와준다고 그러더라고요." 쇼핑몰 모델은커녕 다단계 판매영업직 유혹에 빠져들었고 어서 회원을 모집해 큰 돈을 손에 쥐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녹취> 박00(다단계 대학생 피해자):"그 사람들 말을 얼마나 잘하냐면, 왠만한 사람 ,들어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몰라요." 8백만 원 빚을 내 합숙 생활을 시작했지만 신규 회원은 단 한 명도 가입시킬 수 없었습니다. 다단계 회사 관리자를 포함해 자신과 비슷한 처지 동료 판매영업자들은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감시했습니다. <녹취> 박00(다단계 대학생 피해자):"심지어 슈퍼마켓 다녀 오는 것도 절대 혼자 못 가게 하고요,화장실은 둘 씩 다니고요. 휴대폰도 항상 감시하고..." 경찰은 서울 송파구 일대 다단계 업체 4곳을 압수수색하며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다단계업체 대표 30살 조모 씨 등 25명이 수사망에 걸려들었습니다. 조 씨는 지난 2009년 서울 거여동 일대 사무실과 교육장을 마련한 뒤 주로 대학생과 무직자를 골라 다단계 영업직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최준영 (수사과장/송파경찰서 지능팀):"학자금을 벌어본다던지, 아니면 지금 같이 방학시즌에 용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친구 같은 사람들 그 유인에 빠져서..." 경찰 조사 결과 조 씨 등은 판매영업에 뛰어든 학생들을 상대로 개당 만2천 원짜리 건강식품을 33만 원에 팔아 25배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빈털터리인 대학생들에게는 제 2금융권으로부터 1인당 8백만이 넘는 돈을 대출받도록 꾸몄습니다. <인터뷰> 최준영 (수사과장/송파경찰서 지능팀):"다단계업체의 중간 이상의 판매원들이 대출 알선을 하죠. 적게는 6,700만원부터 많게는 1400, 1500만원까지 대출을 받게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 씨 일당에게 돈을 뜯긴 피해자는 경찰이 확인한 것만 170여 명으로 피해액은 10억 원이 넘습니다. 경찰은 인근에 자리잡은 유사한 불법 다단계 업체가 6백여 곳이 넘고 다단계 판매영업 합숙 생활에 빠진 피해자는 5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준영 (수사과장/송파경찰서 지능팀):"최근에 (다단계) 합숙소나 교육 장소들이 생기게 된 것이 최근 몇 년간인데요. 인근지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월세로 장기간 방을 빌릴 수 있는 그런 여건들이 되다보니까..." 경찰은 판매원 4천6백여 명을 모집해 다단계영업으로 3백억 원에 이르는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또다른 다단계 업체 2곳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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