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北 수해 사진 조작

입력 2011.07.2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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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순서는 남북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보는 <이슈 앤 한반도>입니다.

수방시설이 열악한 북한은 해마다 여름이면 물난리를 겪곤 하는데요.

올해도 북한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곳곳에서 수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팔을 걷어붙이는 상황에서 다소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김미진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올 여름 장마는 유난히 길고 또 많은 비를 뿌렸는데요.

북한에도 예년에 비해 3배 가량 비가 더 많이 왔다고 합니다.

피해가 크지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 북한도 상당히 신속하게 수해 상황을 외부로 전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북한이 공개한 사진 일부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AP통신을 통해 전세계 언론사에 배포한 사진입니다.

침수된 대동강 주변 도로를 주민 7명이 걸어가는 모습입니다.

우리나라 주요 언론들은 이 사진을 실으면서 대동강이 범람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AP통신은 하지만 이튿날 고객사들에게 ‘포토 킬’ 즉 사진을 삭제할 것을 긴급 요청했습니다.

AP 통신은 ‘사진이 디지털 기술로 변형돼 실제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삭제 사유를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이 사진을 분석한 결과 조선중앙통신이 배포한 사진은 포토샵과 같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수정한 흔적이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우선 사진 속에서 사람들의 옷이 물에 닿은 부분조차 젖지 않았습니다.

그리다만 듯한 인물도 발견됐습니다.

흙탕물 속에 잠긴 사람들의 다리가 비쳐보이고, 빛의 방향도 나무와 사람이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컴퓨터로 실제 수위보다 2배 정도 부풀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인터뷰> 이인희(경일대 사진학부 교수) : “60~65cm까지 수위를 올렸다라고 봤을 때 20~25cm 정도의 수위를 과장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진을 확대해보면 수정의 흔적이 뚜렷해집니다.

<인터뷰> 이완희(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 : “요소요소마다 대부분의 쪽에서 포토샵이라든지 리터칭 도구를 이용해서 만진 자국이 여러 군데 다양하게 있습니다. 좌측편에 이쪽 부분들을 보면 사실 옷 경계 면에 이런 처리를 안하다 보니까 물이 보면 옷을 침범해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보더라도 포토샵 자체가 조잡한 수준에 그런 작업 같습니다.”

북한의 수해 사진 조작에 대해 시민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터뷰> 장희원(경기도 광명시) : “아무래도 남한 측에 지원금 같은 걸 노린 게 아닌가 싶은데...”

<인터뷰> 신복순(서울 상도동) : “어려움에 처할 때는 실오라기라도 잡는다는 느낌으로 그러지 않았나 해서 좀 불쌍하다고 해야 하나 좀 그래요.”

<인터뷰>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 입장에서는 수해 피해를 과장함으로써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지원을 많이 받아내겠다, 이런 차원에서의 북한의 의도가 깔려있는 그런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지난 2008년,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두 달 뒤 북한 당국이 김정일의 건재를 과시하기위해 공개한 사진입니다.

공개 시점은 10월이었지만 배경에 녹음이 우거져 있어 촬영 시점에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한 달 뒤에 공개한 군부대 시찰 사진도 장병들과 김 위원장의 그림자 방향이 달라 조작논란이 일었습니다.

<인터뷰>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이 그러한 사진을 조작하는 경우는 김위원장의 건강이 대단히 좋다라고 하는 이런 것들을 보여줘야 하거나, 또는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해서 그러한 사진 조작을 통해서 실질적인 뭔가 외부로부터의 지원을 보다 받아내겠다 그런 의도들이 있을 때 사진 조작이 이루어진 경우가 있었습니다.”

북한이 대동강 범람 사진을 굳이 조작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점은 의문으로 남습니다.

조작된 사진은 대규모 수해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올 여름 장마기간에는 북한에 예년보다 많은 비가 내려 수해가 컸을 것으로 보입니다.

장마기간 동안의 강수량은 황해남도 해주가 682, 개성이 658밀리미터로 예년 평균의 3배가 훨씬 넘었습니다.

<인터뷰> 정현숙(기상청 한반도기상기후팀장) : “북한 지역의 재해 중에서 홍수로 인한 재해가 전체 피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런 점으로 봤을 때 이번 북한의 집중호우도 아주 큰 피해를 끼쳤을 것으로 저희가 예상할 수가 있고,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금까지 태풍 메아리로 농경지 200 제곱킬로미터, 장맛비로 함경도와 황해도에서 농경지 150 제곱킬로미터가 침수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밖에 주택 침수와 도로 유실이 곳곳에서 잇따랐다고 전했습니다.

국제구호단체들도 북한의 수해를 확인했습니다.

국제적십자연맹은 황해도와 함경도에서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집이 부서졌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식량계획도 함경도 원산의 강둑이 터지고 함흥평야가 침수돼 주민들이 감자를 건져내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전했습니다.

유엔아동기금, 유니세프도 북한의 요청이 있을 경우 10만 명 분의 긴급 구호품을 전달할 채비를 마쳤습니다.
대북지원단체인 북민협도 북한의 사진 조작과 관계없이 긴급 수해지원을 결정했습니다.

<인터뷰> 박형석(북민협 사무총장) : “정말 많은 이재민이 나고 농경지가 침수가 됐다면 동포애적인 개념, 인도애적인 개념에 따라 북한을 돕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은 변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아직까지는 북한의 수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상황과 지원 요청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작년 8월 북한 수해 피해 이후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고, 남북 적십자회담이 이뤄졌던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북한의 수해피해가 심각한 상태로 확인된다면 그것이 결국 남북관계에서 뭔가 물꼬를 트는 윤활유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그런 차원에서의 기대를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다른 나라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때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게 바로 투명성입니다.

북한 당국은 외부의 도움을 바라기만 할 게 아니라 실상을 정확하게 공개하고, 지원 목적에 맞게 물품이 분배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겠죠.

더불어 사진 조작 해프닝에 집착하기 보다는 북한의 수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려는 인도주의적 노력도 계속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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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北 수해 사진 조작
    • 입력 2011-07-23 08: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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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순서는 남북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보는 <이슈 앤 한반도>입니다. 수방시설이 열악한 북한은 해마다 여름이면 물난리를 겪곤 하는데요. 올해도 북한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곳곳에서 수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팔을 걷어붙이는 상황에서 다소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김미진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올 여름 장마는 유난히 길고 또 많은 비를 뿌렸는데요. 북한에도 예년에 비해 3배 가량 비가 더 많이 왔다고 합니다. 피해가 크지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 북한도 상당히 신속하게 수해 상황을 외부로 전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북한이 공개한 사진 일부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AP통신을 통해 전세계 언론사에 배포한 사진입니다. 침수된 대동강 주변 도로를 주민 7명이 걸어가는 모습입니다. 우리나라 주요 언론들은 이 사진을 실으면서 대동강이 범람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AP통신은 하지만 이튿날 고객사들에게 ‘포토 킬’ 즉 사진을 삭제할 것을 긴급 요청했습니다. AP 통신은 ‘사진이 디지털 기술로 변형돼 실제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삭제 사유를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이 사진을 분석한 결과 조선중앙통신이 배포한 사진은 포토샵과 같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수정한 흔적이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우선 사진 속에서 사람들의 옷이 물에 닿은 부분조차 젖지 않았습니다. 그리다만 듯한 인물도 발견됐습니다. 흙탕물 속에 잠긴 사람들의 다리가 비쳐보이고, 빛의 방향도 나무와 사람이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컴퓨터로 실제 수위보다 2배 정도 부풀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인터뷰> 이인희(경일대 사진학부 교수) : “60~65cm까지 수위를 올렸다라고 봤을 때 20~25cm 정도의 수위를 과장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진을 확대해보면 수정의 흔적이 뚜렷해집니다. <인터뷰> 이완희(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 : “요소요소마다 대부분의 쪽에서 포토샵이라든지 리터칭 도구를 이용해서 만진 자국이 여러 군데 다양하게 있습니다. 좌측편에 이쪽 부분들을 보면 사실 옷 경계 면에 이런 처리를 안하다 보니까 물이 보면 옷을 침범해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보더라도 포토샵 자체가 조잡한 수준에 그런 작업 같습니다.” 북한의 수해 사진 조작에 대해 시민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터뷰> 장희원(경기도 광명시) : “아무래도 남한 측에 지원금 같은 걸 노린 게 아닌가 싶은데...” <인터뷰> 신복순(서울 상도동) : “어려움에 처할 때는 실오라기라도 잡는다는 느낌으로 그러지 않았나 해서 좀 불쌍하다고 해야 하나 좀 그래요.” <인터뷰>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 입장에서는 수해 피해를 과장함으로써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지원을 많이 받아내겠다, 이런 차원에서의 북한의 의도가 깔려있는 그런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지난 2008년,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두 달 뒤 북한 당국이 김정일의 건재를 과시하기위해 공개한 사진입니다. 공개 시점은 10월이었지만 배경에 녹음이 우거져 있어 촬영 시점에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한 달 뒤에 공개한 군부대 시찰 사진도 장병들과 김 위원장의 그림자 방향이 달라 조작논란이 일었습니다. <인터뷰>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이 그러한 사진을 조작하는 경우는 김위원장의 건강이 대단히 좋다라고 하는 이런 것들을 보여줘야 하거나, 또는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해서 그러한 사진 조작을 통해서 실질적인 뭔가 외부로부터의 지원을 보다 받아내겠다 그런 의도들이 있을 때 사진 조작이 이루어진 경우가 있었습니다.” 북한이 대동강 범람 사진을 굳이 조작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점은 의문으로 남습니다. 조작된 사진은 대규모 수해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올 여름 장마기간에는 북한에 예년보다 많은 비가 내려 수해가 컸을 것으로 보입니다. 장마기간 동안의 강수량은 황해남도 해주가 682, 개성이 658밀리미터로 예년 평균의 3배가 훨씬 넘었습니다. <인터뷰> 정현숙(기상청 한반도기상기후팀장) : “북한 지역의 재해 중에서 홍수로 인한 재해가 전체 피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런 점으로 봤을 때 이번 북한의 집중호우도 아주 큰 피해를 끼쳤을 것으로 저희가 예상할 수가 있고,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금까지 태풍 메아리로 농경지 200 제곱킬로미터, 장맛비로 함경도와 황해도에서 농경지 150 제곱킬로미터가 침수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밖에 주택 침수와 도로 유실이 곳곳에서 잇따랐다고 전했습니다. 국제구호단체들도 북한의 수해를 확인했습니다. 국제적십자연맹은 황해도와 함경도에서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집이 부서졌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식량계획도 함경도 원산의 강둑이 터지고 함흥평야가 침수돼 주민들이 감자를 건져내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전했습니다. 유엔아동기금, 유니세프도 북한의 요청이 있을 경우 10만 명 분의 긴급 구호품을 전달할 채비를 마쳤습니다. 대북지원단체인 북민협도 북한의 사진 조작과 관계없이 긴급 수해지원을 결정했습니다. <인터뷰> 박형석(북민협 사무총장) : “정말 많은 이재민이 나고 농경지가 침수가 됐다면 동포애적인 개념, 인도애적인 개념에 따라 북한을 돕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은 변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아직까지는 북한의 수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상황과 지원 요청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작년 8월 북한 수해 피해 이후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고, 남북 적십자회담이 이뤄졌던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북한의 수해피해가 심각한 상태로 확인된다면 그것이 결국 남북관계에서 뭔가 물꼬를 트는 윤활유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그런 차원에서의 기대를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다른 나라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때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게 바로 투명성입니다. 북한 당국은 외부의 도움을 바라기만 할 게 아니라 실상을 정확하게 공개하고, 지원 목적에 맞게 물품이 분배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겠죠. 더불어 사진 조작 해프닝에 집착하기 보다는 북한의 수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려는 인도주의적 노력도 계속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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