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선거 100% 찬성의 비밀

입력 2011.08.0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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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해보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선거 투표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은 50%에도 못미쳐 대표성에 문제가 생길 정도였는데요.



투표율 걱정이 전혀 없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북한인데요.



최근 선거가 치러졌는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100%에 육박하는 투표율과 100% 찬성률을 기록했습니다.



북한 선거 100% 찬성의 비밀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봅니다.





지난 달 24일, 북한 전역에서 선거가 치러젔다.



우리의 지방의회에 해당하는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2만 8천 116명을 뽑는 선거다.



북한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에 나와 한 표를 행사했다.



주민들은 주민증과 선거자명부 대조 절차를 거쳐 투표용지를 받았다.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의 배려에 감사 인사를 한 뒤 선거함에 투표용지를 넣었다.



<인터뷰> 홍창실 (평양 시민) : "저는 이제 방금 대의원 후보자에게 찬성투표를 하고 나오는 길입니다. 저는 우리가 찬성한 대의원이 앞으로 인민들의 기대에 맞게 일을 더 잘 하리라고 믿습니다."



김정일 위원장도 평양시 선거구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녹취> 조선중앙TV (7월 24일) :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7월 24일 평양시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위한

제264호구 제150호분구 선거장에 나가시어 도시군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참가하셨습니다."



지난해에 후계자로 공식 등극한 김정은도 아버지와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김정은의 투표 모습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투표 당일 주요 인사들의 투표 소식과 함께 전국 곳곳의 투표소 모습을 상세히 전달했다.



선거 결과는 이틀 뒤에 나왔다.



경이적인 투표율과 찬성률이었다.



<녹취> 조선중앙TV (7월 26일) : "거자 명부에 등록된 전체 선거자의 99.97%가 선거에 참가하여 해당 선거구들에 등록된 도 직할시, 시 구역, 군 인민회의 대의원 후보자들에게 100% 찬성 투표하였다.



<인터뷰>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21세기에 이러한 선거방식에 의한 선거 결과는 북한만이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북한에는 주권기관 선거로 최고인민회의와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있다.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5년마다 지방의회에 해당하는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은 4년마다 뽑는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정수는 687명으로 인구 3만 명당 1명,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정수는 2만8천여 명으로 인구 800명당 1명 꼴이다.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의 선거는 늘 100% 투표에 100% 찬성이었다.



투표율이 이번처럼 99%대로 낮아진 건 1990년대부터다.



외국에 있거나 먼 바다에서 일하는 주민을 제외했다고 한다.



지난 2009년 3월에 실시된 제12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율은 99.98%,11기 때 투표율은 99.9%, 10기 때 투표율은 99.85%였다.



찬성률은 언제나 100%였다.



북한 주민은 17살이 되면 공민증과 함께 선거권을 갖게 된다.



북한 헌법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선거의 4대 원칙인 보통선거, 평등선거, 직접선거, 비밀선거를 규정하고 있다.



선거가 다가오면 거리마다 선거를 독려하는 플랜카드와 포스터가 나붙는다.



관영매체들은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벌인다.



<녹취> :"전체 선거자들이여! 모두다 선거에 빠짐없이 참가하여 찬성투표하자!“



북한 대의원 선거에선 모든 선거구에 1명의 후보자만 나선다.



표심을 얻기 위한 후보자들의 유세나 공약 경쟁 같은 건 없다.



모두 조선노동당이 출신성분과 충성심을 고려해 추천하는 단일 후보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 북한에서 이러한 헌법상의 명시는 하나의 형식상이고 실질적으로는 조선노동당, 노동 당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후보자에 의해서 후보자가 지정되기 때문에 후보자들의 경쟁이라든지 또는 복수 후보자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선거인명부 작성과 투개표 관리에 이르기까지 선거 업무 역시 중립적인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니라 노동당 중심으로 이뤄진다.



북한의 선거는 우리의 통이나 반에 해당하는 인민반 단위로 치러진다.



인민반장은 선거일이 되면 새벽부터 확성기로 주민들을 소집한다.



인민반장은 주민들을 빠짐없이 모은 뒤 단체로 투표장으로 이동한다.



출장이나 여행을 간 사람들도 선거날에 맞춰 모두 돌아와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인민반장에게 증명서를 받아 다른 지역에서라도 투표를 해야 한다.



<인터뷰> 박영자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소 연구교수) : "북한 주민들에게 선거는 의무가 더 크죠. 권 리보다는 의무가 더 크다 보니까 빨리 그 일을 끝내야 하고 안 하면 나중에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이런 거죠. 당일날 운명 하실 분이거나 아주 위급한 상황 이런 분 아니면 100% 투표를 한다고 볼 수 있겠죠."



북한 선거에서 100% 찬성이 가능한 건 비밀선거 원칙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선거는 단일 후보자에 대해 찬반 투표이다.



찬성할 경우엔 투표용지를 그냥 투표함에 넣으면 되지만, 반대할 경우에는 투표용지에 따로 표시를 해야 한다.



1992년 이전에는 찬성은 백색함에 반대는 흑색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흑백투표함제’를 실시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져 국제사회의 비난이 일자 북한은 지금의 ‘단일투표함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만 기표를 하도록 함으로써 여전히 반대투표가 불가능한 구조이다.



북한에서 선거는 통상 오전에 끝이 난다.



투표를 끝낸 주민들은 거리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주권의 행사를 자축한다.



<녹취> 장명석 (남포 시민) : "방금 저도 찬성에 한 표를 바치고 이렇게 춤판에 뛰어들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100% 찬성은 주민들의 단결된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선전한다.



선거 날은 온 국민이 하나 된 뜻 깊은 축제의 날이라는 의미가 부여된다.



<녹취> 평양 시민 : "저는 이번에 선거에 처음으로 참가합니다. 시민증을 받을 때도 몹시 기뻤지만 이렇게 선거에 참가하게 되니 국가의 주인이 되었다는 자각과 긍지감을 더욱 느끼게 됐습니다. "



<인터뷰> 박영자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소 연구교수) : "국민들이 어떤 자신의 대리할 대표를 선출한다는 의미보다는 이미 권력에 의해서 선출된 대표를 추인하고 그 당선을 축하해주고 힘을 복돋워 준다 이런 의미로 축제의 의미, 축하의 의미 이런 것들이 더 강하고다당제에 기반한 권력의 교체나 아니면 권력을 잡기 위한 경쟁구도와는 상당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허울뿐인 선거를 계속하는 건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북한의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지도자를 선출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나마 선거가 필요하다.



<인터뷰> 박영자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소 연구교수) : " 북한을 왕조 체제다, 독재 국가다라고 이런 특징을 여러 가지 얘기한다고 하더라도 기 본적으로 근대 국민국가의 양상으로 나온것이기 때문에 형식적인 국민들의 추인 형태라도 갖지 않는다라는 것은 국가제도 자체의 존재 의미를 부인하게 되는 거죠."



또 100%투표에 100% 찬성이라는 결과는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대내외에 선전하고, 주민들의 결속을 다지는데 요긴한 수단이다.



<인터뷰>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북한의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입니다. 널리 알리기 위한 하나의 선전선동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보고 북한 은 그렇게 하는 것이 주민들을 결속하는데 일당 또는 수령중심의 독재체제를 연장하는데 나름대로 편리하다. 그런 하나의 전략적인 의도를 가지고 발표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분석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선거는 북한 주민들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기능도 있다.



북한 당국은 공민증을 선거 때 발급함으로서 공민증과 선거제도를 긴밀하게 연계시켜 운영하고 있다.



선거인명부 작성을 통해 주민들의 이동이나 거주 실태를 정기적으로 파악한다.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도 선거철이 되면 북한으로 돌아가 투표를 한 뒤 다시 탈북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조셉 쳉(홍콩시립대 교수) : "북한에서 선거는 정권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고 주민들의 일상적인 활동을 감시하는 사회적 통제수단입니다. 전통적으로 북한에서는 일자리를 구한다든지 하는 목적으로 몰래 중국으로 탈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번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후계자 김정은이 공식등장한 뒤 처음 치러지는 선거다.



따라서 이번 선거와 2014년에 치러질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권력의 3대 세습을 주민들로부터 추인 받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조셉 쳉(홍콩시립대 교수) : "북한 주민들은 이번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이후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참여하게 됩니다. 최고인민회의는 북한헌법에 따라 최고 권력자를 선출하게 되는 데요. 북한에서 선거는 권력의 3대 세습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를 확인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거만 요식행위가 아니라 선거로 꾸려지는 최고주권기관인 최고인민회의와 지방주권기관인 지방인민회의 모두 유명무실한 기관이다.



최고․지방인민회의 1년에 1∼2차례 소집, 1∼2일 진행 1년에 한 두 차례 소집돼 하루 이틀 만에 회의가 끝나기 때문에 최고 권력자의 지시를 추인하는 거수기에 불과하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임기도 고무줄이다.



지난 2008년 치러져야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나빠지자 이듬해로 연기됐다.



북한은 역사적으로 민주주의 공화국을 표방한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투표율과 가장 높은 찬성률을 자랑하고 있다.



북한이 대내외에 선전하는 이런 사실은 북한이 역사적으로 민주주의 공화국을 표방한 국가 가운데 가장 독재국가라는 점을 말해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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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北 선거 100% 찬성의 비밀
    • 입력 2011-08-06 11:57:06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해보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선거 투표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은 50%에도 못미쳐 대표성에 문제가 생길 정도였는데요.

투표율 걱정이 전혀 없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북한인데요.

최근 선거가 치러졌는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100%에 육박하는 투표율과 100% 찬성률을 기록했습니다.

북한 선거 100% 찬성의 비밀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봅니다.


지난 달 24일, 북한 전역에서 선거가 치러젔다.

우리의 지방의회에 해당하는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2만 8천 116명을 뽑는 선거다.

북한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에 나와 한 표를 행사했다.

주민들은 주민증과 선거자명부 대조 절차를 거쳐 투표용지를 받았다.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의 배려에 감사 인사를 한 뒤 선거함에 투표용지를 넣었다.

<인터뷰> 홍창실 (평양 시민) : "저는 이제 방금 대의원 후보자에게 찬성투표를 하고 나오는 길입니다. 저는 우리가 찬성한 대의원이 앞으로 인민들의 기대에 맞게 일을 더 잘 하리라고 믿습니다."

김정일 위원장도 평양시 선거구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녹취> 조선중앙TV (7월 24일) :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7월 24일 평양시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위한
제264호구 제150호분구 선거장에 나가시어 도시군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참가하셨습니다."

지난해에 후계자로 공식 등극한 김정은도 아버지와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김정은의 투표 모습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투표 당일 주요 인사들의 투표 소식과 함께 전국 곳곳의 투표소 모습을 상세히 전달했다.

선거 결과는 이틀 뒤에 나왔다.

경이적인 투표율과 찬성률이었다.

<녹취> 조선중앙TV (7월 26일) : "거자 명부에 등록된 전체 선거자의 99.97%가 선거에 참가하여 해당 선거구들에 등록된 도 직할시, 시 구역, 군 인민회의 대의원 후보자들에게 100% 찬성 투표하였다.

<인터뷰>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21세기에 이러한 선거방식에 의한 선거 결과는 북한만이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북한에는 주권기관 선거로 최고인민회의와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있다.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5년마다 지방의회에 해당하는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은 4년마다 뽑는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정수는 687명으로 인구 3만 명당 1명,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정수는 2만8천여 명으로 인구 800명당 1명 꼴이다.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의 선거는 늘 100% 투표에 100% 찬성이었다.

투표율이 이번처럼 99%대로 낮아진 건 1990년대부터다.

외국에 있거나 먼 바다에서 일하는 주민을 제외했다고 한다.

지난 2009년 3월에 실시된 제12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율은 99.98%,11기 때 투표율은 99.9%, 10기 때 투표율은 99.85%였다.

찬성률은 언제나 100%였다.

북한 주민은 17살이 되면 공민증과 함께 선거권을 갖게 된다.

북한 헌법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선거의 4대 원칙인 보통선거, 평등선거, 직접선거, 비밀선거를 규정하고 있다.

선거가 다가오면 거리마다 선거를 독려하는 플랜카드와 포스터가 나붙는다.

관영매체들은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벌인다.

<녹취> :"전체 선거자들이여! 모두다 선거에 빠짐없이 참가하여 찬성투표하자!“

북한 대의원 선거에선 모든 선거구에 1명의 후보자만 나선다.

표심을 얻기 위한 후보자들의 유세나 공약 경쟁 같은 건 없다.

모두 조선노동당이 출신성분과 충성심을 고려해 추천하는 단일 후보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 북한에서 이러한 헌법상의 명시는 하나의 형식상이고 실질적으로는 조선노동당, 노동 당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후보자에 의해서 후보자가 지정되기 때문에 후보자들의 경쟁이라든지 또는 복수 후보자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선거인명부 작성과 투개표 관리에 이르기까지 선거 업무 역시 중립적인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니라 노동당 중심으로 이뤄진다.

북한의 선거는 우리의 통이나 반에 해당하는 인민반 단위로 치러진다.

인민반장은 선거일이 되면 새벽부터 확성기로 주민들을 소집한다.

인민반장은 주민들을 빠짐없이 모은 뒤 단체로 투표장으로 이동한다.

출장이나 여행을 간 사람들도 선거날에 맞춰 모두 돌아와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인민반장에게 증명서를 받아 다른 지역에서라도 투표를 해야 한다.

<인터뷰> 박영자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소 연구교수) : "북한 주민들에게 선거는 의무가 더 크죠. 권 리보다는 의무가 더 크다 보니까 빨리 그 일을 끝내야 하고 안 하면 나중에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이런 거죠. 당일날 운명 하실 분이거나 아주 위급한 상황 이런 분 아니면 100% 투표를 한다고 볼 수 있겠죠."

북한 선거에서 100% 찬성이 가능한 건 비밀선거 원칙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선거는 단일 후보자에 대해 찬반 투표이다.

찬성할 경우엔 투표용지를 그냥 투표함에 넣으면 되지만, 반대할 경우에는 투표용지에 따로 표시를 해야 한다.

1992년 이전에는 찬성은 백색함에 반대는 흑색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흑백투표함제’를 실시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져 국제사회의 비난이 일자 북한은 지금의 ‘단일투표함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만 기표를 하도록 함으로써 여전히 반대투표가 불가능한 구조이다.

북한에서 선거는 통상 오전에 끝이 난다.

투표를 끝낸 주민들은 거리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주권의 행사를 자축한다.

<녹취> 장명석 (남포 시민) : "방금 저도 찬성에 한 표를 바치고 이렇게 춤판에 뛰어들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100% 찬성은 주민들의 단결된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선전한다.

선거 날은 온 국민이 하나 된 뜻 깊은 축제의 날이라는 의미가 부여된다.

<녹취> 평양 시민 : "저는 이번에 선거에 처음으로 참가합니다. 시민증을 받을 때도 몹시 기뻤지만 이렇게 선거에 참가하게 되니 국가의 주인이 되었다는 자각과 긍지감을 더욱 느끼게 됐습니다. "

<인터뷰> 박영자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소 연구교수) : "국민들이 어떤 자신의 대리할 대표를 선출한다는 의미보다는 이미 권력에 의해서 선출된 대표를 추인하고 그 당선을 축하해주고 힘을 복돋워 준다 이런 의미로 축제의 의미, 축하의 의미 이런 것들이 더 강하고다당제에 기반한 권력의 교체나 아니면 권력을 잡기 위한 경쟁구도와는 상당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허울뿐인 선거를 계속하는 건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북한의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지도자를 선출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나마 선거가 필요하다.

<인터뷰> 박영자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소 연구교수) : " 북한을 왕조 체제다, 독재 국가다라고 이런 특징을 여러 가지 얘기한다고 하더라도 기 본적으로 근대 국민국가의 양상으로 나온것이기 때문에 형식적인 국민들의 추인 형태라도 갖지 않는다라는 것은 국가제도 자체의 존재 의미를 부인하게 되는 거죠."

또 100%투표에 100% 찬성이라는 결과는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대내외에 선전하고, 주민들의 결속을 다지는데 요긴한 수단이다.

<인터뷰>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북한의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입니다. 널리 알리기 위한 하나의 선전선동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보고 북한 은 그렇게 하는 것이 주민들을 결속하는데 일당 또는 수령중심의 독재체제를 연장하는데 나름대로 편리하다. 그런 하나의 전략적인 의도를 가지고 발표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분석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선거는 북한 주민들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기능도 있다.

북한 당국은 공민증을 선거 때 발급함으로서 공민증과 선거제도를 긴밀하게 연계시켜 운영하고 있다.

선거인명부 작성을 통해 주민들의 이동이나 거주 실태를 정기적으로 파악한다.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도 선거철이 되면 북한으로 돌아가 투표를 한 뒤 다시 탈북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조셉 쳉(홍콩시립대 교수) : "북한에서 선거는 정권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고 주민들의 일상적인 활동을 감시하는 사회적 통제수단입니다. 전통적으로 북한에서는 일자리를 구한다든지 하는 목적으로 몰래 중국으로 탈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번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후계자 김정은이 공식등장한 뒤 처음 치러지는 선거다.

따라서 이번 선거와 2014년에 치러질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권력의 3대 세습을 주민들로부터 추인 받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조셉 쳉(홍콩시립대 교수) : "북한 주민들은 이번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이후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참여하게 됩니다. 최고인민회의는 북한헌법에 따라 최고 권력자를 선출하게 되는 데요. 북한에서 선거는 권력의 3대 세습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를 확인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거만 요식행위가 아니라 선거로 꾸려지는 최고주권기관인 최고인민회의와 지방주권기관인 지방인민회의 모두 유명무실한 기관이다.

최고․지방인민회의 1년에 1∼2차례 소집, 1∼2일 진행 1년에 한 두 차례 소집돼 하루 이틀 만에 회의가 끝나기 때문에 최고 권력자의 지시를 추인하는 거수기에 불과하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임기도 고무줄이다.

지난 2008년 치러져야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나빠지자 이듬해로 연기됐다.

북한은 역사적으로 민주주의 공화국을 표방한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투표율과 가장 높은 찬성률을 자랑하고 있다.

북한이 대내외에 선전하는 이런 사실은 북한이 역사적으로 민주주의 공화국을 표방한 국가 가운데 가장 독재국가라는 점을 말해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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