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42년 독재 붕괴

입력 2011.08.2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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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8월 마지막 주 특파원현장보고, 리비아 사태 속보와 유럽 저가항공사들의 도전을 취재했습니다.

터키 쿠르드족의 동족상잔의 아픔, 그리고 황량한 사막이 포도 산지로 바뀐 기적의 현장도 소개해드립니다.

튀니지와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에서도 독재 정권이 마침내 시민들의 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42년을 지속해온 카다피 체제가 무너진 겁니다.

이제 리비아 앞에는 나라의 틀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는데요, 국내외적으로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그리 장밋빛만은 아닙니다.

리비아 현지에 나가 있는 이영석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질문> 이 특파원, 지금도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어떤 상황이죠?

<답변>

네, 시민군은 카다피의 요새인 바브 알 아지지야를 비롯해 트리폴리의 거의 대부분을 장악했습니다. 42년 동안 리비아를 통치해 온 카다피 정권이 사실상 막을 내린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카다피 측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트리폴리 시내에서는 시민군과 카다피 잔당과의 산발적인 교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 등 몇몇 지역에서도 전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카다피의 행방은 아직 묘연합니다. 요새를 탈출해 도주 중인 카다피는 몇 차례 음성 녹음을 통해 시민군에 저항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시민군과 나토 측은 카다피를 겨냥한 추격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카다피를 잡기 위해 우리 돈 약 18억원의 현상금도 내걸렸습니다.

<질문> 카다피의 철옹성으로 여겨지던 트리폴리가 예상보다 쉽게 함락됐어요?

<답변>

네, 카다피의 요새가 무너지는 데는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습니다. 당초 예상보다 훨씬 쉽게 함락된 것입니다. 바브 알 아지지야 요새는 넓은 대지에 겹겹의 방어막이 설치돼 철옹성으로 불렸습니다. 3중 콘크리트로 둘러싼 지하 벙커는 시내 곳곳으로 이어지게 설계됐습니다.

과거 서방의 오랜 공습을 겪으면서 요새는 방어막을 강화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트리폴리를 함락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희생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았는데요, 하지만 나토군의 공습을 등에 업은 시민군의 진격에 예상 외로 쉽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지속돼 온
나토군의 공습으로 카다피 측의 전력이 상당히 약화된 데다, 트리폴리 주변의 전략 거점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보급로가 끊기고 카다피 군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점도 이들이 쉽게 요새를 포기하고 퇴각한 이유로 꼽힙니다.

<질문> 카다피 이후의 새로운 국가 건설..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리비아의 미래 어떻게 전개될까요?

<답변>

네, 42년 독재 정권은 무너졌지만 아직 리비아 앞길에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통합입니다. 지금까지 시민군은 반 카다피 깃발 아래 하나로 뭉쳤지만 공동의 목표가 달성된 지금 이들은 각자의 이익에 따라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갈등과 분열, 이에 따른 정치 사회적 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140여 개의 부족으로 이뤄진 리비아의 특성을 볼 때 독재 정권이 무너진 뒤 이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낼 경우 국가 통합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 리비아 내 카다피 추종 세력이 상당한 만큼 이들이 새로운 리비아 건설에 저항하며 치안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내전으로 파괴된 국가 기반 시설을 재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이미 시민 혁명에 성공한 튀니지와 이집트처럼 리비아도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질문> 이번 리비아의 시민 혁명 성공이 민주화 시위가 진행 중인 다른 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겠죠?

<답변>

네, 리비아의 시민 혁명 성공은 사그라들던 중동의 민주화 열기에 다시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리비아에 이어 이제 국제 사회의 관심은 시리아로 쏠리고 있습니다. 시리아 정권은 국제 사회가 리비아 사태 해결에 전력을 쏟는 사이 자국 내 시위에 대해 유혈 진압을 계속해 왔는데요.

민주화 요구에 쉽게 굴복했던 튀니지나 이집트 정권과 달리 카다피 정권이 굳건하게 버티면서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도 한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면서 국제 사회의 압력에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부담감을 갖게 됐습니다. 유혈 진압에도 반정부 시위가 5개월 넘게 계속돼 왔는데, 리비아의 시민 혁명 성공에 자극받아 시위가 더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예멘에서도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살레 대통령에 대한 퇴진 압박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중동의 다른 전제 정부들도 확산되는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에 맞춰 형식적이나마 민주화 유화책을 더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리비아 벵가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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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다피 42년 독재 붕괴
    • 입력 2011-08-28 11:17:08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8월 마지막 주 특파원현장보고, 리비아 사태 속보와 유럽 저가항공사들의 도전을 취재했습니다. 터키 쿠르드족의 동족상잔의 아픔, 그리고 황량한 사막이 포도 산지로 바뀐 기적의 현장도 소개해드립니다. 튀니지와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에서도 독재 정권이 마침내 시민들의 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42년을 지속해온 카다피 체제가 무너진 겁니다. 이제 리비아 앞에는 나라의 틀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는데요, 국내외적으로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그리 장밋빛만은 아닙니다. 리비아 현지에 나가 있는 이영석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질문> 이 특파원, 지금도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어떤 상황이죠? <답변> 네, 시민군은 카다피의 요새인 바브 알 아지지야를 비롯해 트리폴리의 거의 대부분을 장악했습니다. 42년 동안 리비아를 통치해 온 카다피 정권이 사실상 막을 내린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카다피 측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트리폴리 시내에서는 시민군과 카다피 잔당과의 산발적인 교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 등 몇몇 지역에서도 전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카다피의 행방은 아직 묘연합니다. 요새를 탈출해 도주 중인 카다피는 몇 차례 음성 녹음을 통해 시민군에 저항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시민군과 나토 측은 카다피를 겨냥한 추격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카다피를 잡기 위해 우리 돈 약 18억원의 현상금도 내걸렸습니다. <질문> 카다피의 철옹성으로 여겨지던 트리폴리가 예상보다 쉽게 함락됐어요? <답변> 네, 카다피의 요새가 무너지는 데는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습니다. 당초 예상보다 훨씬 쉽게 함락된 것입니다. 바브 알 아지지야 요새는 넓은 대지에 겹겹의 방어막이 설치돼 철옹성으로 불렸습니다. 3중 콘크리트로 둘러싼 지하 벙커는 시내 곳곳으로 이어지게 설계됐습니다. 과거 서방의 오랜 공습을 겪으면서 요새는 방어막을 강화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트리폴리를 함락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희생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았는데요, 하지만 나토군의 공습을 등에 업은 시민군의 진격에 예상 외로 쉽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지속돼 온 나토군의 공습으로 카다피 측의 전력이 상당히 약화된 데다, 트리폴리 주변의 전략 거점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보급로가 끊기고 카다피 군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점도 이들이 쉽게 요새를 포기하고 퇴각한 이유로 꼽힙니다. <질문> 카다피 이후의 새로운 국가 건설..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리비아의 미래 어떻게 전개될까요? <답변> 네, 42년 독재 정권은 무너졌지만 아직 리비아 앞길에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통합입니다. 지금까지 시민군은 반 카다피 깃발 아래 하나로 뭉쳤지만 공동의 목표가 달성된 지금 이들은 각자의 이익에 따라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갈등과 분열, 이에 따른 정치 사회적 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140여 개의 부족으로 이뤄진 리비아의 특성을 볼 때 독재 정권이 무너진 뒤 이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낼 경우 국가 통합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 리비아 내 카다피 추종 세력이 상당한 만큼 이들이 새로운 리비아 건설에 저항하며 치안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내전으로 파괴된 국가 기반 시설을 재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이미 시민 혁명에 성공한 튀니지와 이집트처럼 리비아도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질문> 이번 리비아의 시민 혁명 성공이 민주화 시위가 진행 중인 다른 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겠죠? <답변> 네, 리비아의 시민 혁명 성공은 사그라들던 중동의 민주화 열기에 다시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리비아에 이어 이제 국제 사회의 관심은 시리아로 쏠리고 있습니다. 시리아 정권은 국제 사회가 리비아 사태 해결에 전력을 쏟는 사이 자국 내 시위에 대해 유혈 진압을 계속해 왔는데요. 민주화 요구에 쉽게 굴복했던 튀니지나 이집트 정권과 달리 카다피 정권이 굳건하게 버티면서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도 한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면서 국제 사회의 압력에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부담감을 갖게 됐습니다. 유혈 진압에도 반정부 시위가 5개월 넘게 계속돼 왔는데, 리비아의 시민 혁명 성공에 자극받아 시위가 더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예멘에서도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살레 대통령에 대한 퇴진 압박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중동의 다른 전제 정부들도 확산되는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에 맞춰 형식적이나마 민주화 유화책을 더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리비아 벵가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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