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언론 ‘프로퍼블리카’의 도전

입력 2011.09.03 (10:37) 수정 2011.09.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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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진원지는 미국이었죠.



미국에서는 최근들어 새삼 대형 금융회사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프로 퍼블리카’라는 한 조그만 온라인 매체가 끈질긴 탐사보도를 통해 금융기관들의 부당행위를 새롭게 들춰냈기 때문입니다.



미국 유수의 언론기관도 못한 일을 하면서 반향도 컸고 프로 퍼블리카는 언론계의 가장 권위 있는 퓰리처상을 ’2년 연속으로’ 받기도 했습니다.



방송을 날을 맞아 미국 현지를 취재한 은준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은 기자. 프로 퍼블리카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매체 아니겠습니까.



이 언론사가 주목받게된 기사는 어떤 겁니까? .



<답변>



네, 지난 2008년 부실주택담보 대출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가 있지 않습니까.



이 금융 위기를 금융회사들의 새로운 부당행위를 이 언론사가 밝혀낸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프로퍼블리카’는 홈페이지에 ’월스트리트 머니머신’ 이라는 기사를 냈습니다.



월스트리트는 뉴욕에 있는 세계 금융의 중심이고, ’머니 머신’은 돈을 찍어내는 기계입니다.



제목처럼 기사는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금융위기를 앞두고 고수익을 올리게 된 배경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금융회사들의 교묘한 부당거래를 파헤쳤습니다.



<인터뷰>에릭(선임기자) : "금융회사직원들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교묘한 일을 했습니다. 그들이 보너스를 만들어 내는 일이었지요."



주택 시장 거품이 꺼질 것을 미리 알았으면서도 금융회사가 자신들의 보너스를 챙기기 위해 다른 투자자들에게

부실 증권을 팔아 넘겼다는 겁니다.



그리고 끝내 주택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고스란히 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졌습니다.



<녹취>월스트리트 머니머신 :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기반으로 하는 거액의 증권을 만들어 냈다. 주택 시장이 붕괴되면서 이런 증권은 휴지조각이 됐고 투자자들은 400억 달러의 손해를 봐야 했다."



이런 사실을 추적 취재한 프로퍼블리카는 설립 3년만에 미국 언론계 최고 명예인 퓰리처상을 수상했습니다.



온라인 매체가 단독으로 보도해 받은 첫 사례로 미국 저널리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입니다.



태풍 카트리나가 강타한 병원에서 환자들을 안락시킨 사실을 밝혀낸 탐사보도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이나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프로퍼블리카의 기사는 부조리로 얼룩진 미국 금융 질서를 바로 잡았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미국 금융당국은 기사를 바탕으로 조사에 착수했고 투자 은행들은 천문학적인 벌금을 내게 됐습니다.



<녹취> 월스트리트 머니머신 : “JP 모건 체이스는 미 연방 증권거래위원 회가 부과한 1억 5천 4백 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미국 금융회사들의 이 같은 비밀스런 거래를 폭로하는 기사를 만들기까지 꼬박 18개월이 걸렸습니다.



사실 관계를 입증해 내기 위해 인터뷰한 취재원만 100명이 넘었고, 수천장의 문서와 금융회사들의 증권거래기록을 일일이 확인했습니다.



<인터뷰>에릭 : "아주 어려우면서 복잡한 이야기였습니다. 월스트리트의 많은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싫어했습니다. 그들은 돈을 벌었고, 그 돈을 잃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질문>



거대한 자본권력의 부조리를 깊이 있게 취재한 탐사 보도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작은 언론사가 대형 언론사도 하기 힘든 탐사보도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답변>



네, 기자들이 어렵고 복잡한 취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에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광고나 정부지원금 대신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돼 정치나 자본권력에 대한 취재에도 성역이 없습니다.



뉴욕 중심가 맨해튼에 자리잡은 프로퍼블리카 편집국.



기사를 쓰는 기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10년 이상 탐사보도를 해온 전문가들입니다.



탐사 취재 대상은 기업이나 정부 등 주로 힘 있는 기관입니다.



<녹취>폴스타이거(편집장) : "우리는 공익과 반해 권력을 남용하는 사례에 집중합니다. 힘 있는 정부와 기업은 물론 교육이나 의료기관도 모두 (취재대상)입니다."



프로 퍼블리카 소속 기자가 한 해 쓰는 기사는 평균 3건 정도.



하지만 기사는 중편 소설 분량만큼 길고 탄탄한 근거 자료를 담고 있습니다.



한 가지 주제는 적어도 1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시리즈 기사로 연재됩니다.



시간과 비용에 제약을 받지 않고, 가치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에릭(선임기자) : "우리는 최대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기사를 고릅니다. 그것이 기자들이 시간을 쓰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기자들이 오랫동안 깊이있는 취재를 할 수 있는 힘은 든든한 재원입니다.



프로퍼블리카 소속 탐사기자들이 30여 명이 쓰는 한 해 예산은 1000만 달러, 우리 돈 100억 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광고 수입이나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은 없습니다.



재단으로부터 받거나 시민들이 온라인을 통해 기부한 후원금이 전부입니다.



정치, 자본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성역없는 비판을 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인터뷰>딕 토플(프로퍼블리카) : "우리는 새로운 저널리즘 형태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회가 좀 더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사를 쓰려고 합니다. 저널리즘은 그렇게 사용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프로퍼블리카가 명성을 날리면서 미국 주류 언론들을 이끈다는 평가도 나오지 않습니까.



프로퍼블리카의 인용기사도 적지않다면서요?



<답변>



네, 최근들어 미국의 주류 언론들이 프로퍼블리카의 탐사보도 내용을 인용하거나 소개하는 횟수가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신뢰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나아가서 공동기획이나 취재를 제안하는 언론사도 나오고 있습니다.



프로퍼블리카는 80개가 넘는 미국의 언론사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CBS,NBC,ABC 등 미국의 주요 방송사는 물론 뉴욕 타임즈 등 유력 일간지도 상당수 포함돼 있습니다.



이들 언론사는 프로퍼블리카의 탐사 기사를 인용하거나 자세히 소개하기도 합니다.



<녹취>NBC 방송 : "원자력 발전소의 노심 융해 상황에서 지휘 체계가 혼선을 빚고 전반적인 대비도 부족하다는 탐사보도가 있었습니다. 주 정부는 이런 생각할 수도 없는 참사에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요? 이 문제를 탐사보도한 프로퍼블리카의 샤샤 채브킨 기자 나와 있습니다."



또 단순한 인용이나 소개를 넘어 공동 기획을 통해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도 합니다.



프로퍼블리카의 AC 톰슨 기자는 지난해 PBS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프론트라인의 제안을 받아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허리케인 카트라나 이후 뉴올리언스에서 일어난 경찰의 총격 사건을 다뤘습니다.



<녹취>프론트라인 : "프로퍼블리카의 AC 톰슨이 뉴올리언즈에서 카트리나 이후 의심쩍은 살인 사건을 취재 하기 시작했습니다."



톰슨 기자와 PBS 제작진은 약탈과 혼란 속에서 경찰이 무고한 시민들에게 총을 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녹취>프론트라인 : "연방 검찰관들은 경찰이 위협을 받고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합니다. 도리어 경찰들이 아무런 무기를 지니지 않은 민간인들에게 총을 쐈습니다. 카트리타 태풍 이후 음식과 약품을 구하러 다니던 주민들이었습니다."



이들이 밝혀낸 민간인 총격 사망자만 5명이 넘었습니다.



이 가운데는 자동차에서 붙에 타 훼손된 시신도 있었습니다.



<녹취>프론트라인(AC 톰슨) : "왜 두개골이 실종됐는지 알 수 없지만, 누군가 이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기 어렵기 위해 없앴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녹취> 검시관 : "물론 그런 예측도 가능합니다. 사실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상해 치사, 또는 살해가 의심됩니다."



프로퍼블리카와 공동으로 취재, 기획한 프로그램이 나간 뒤 경찰 간부가 경질되기도 했습니다.



톰슨 기자는 제작 과정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프로퍼블리카의 단독 기사보다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합니다.



<인터뷰>AC 톰슨(프로퍼블리카) : "더 큰 팀을 구성하면 공격적인 취재를 할 수 있습니다. 혼자하는 것보다 훨씬 더.. 확실히 의미있는 이야기도 더 할 수 있고요. 웹사이트나 라디오, TV 등 다양한 매체에 내보내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지요."



<질문>



경쟁적인 언론사들끼리 공동기획이나 취재를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데 이렇게 협업까지 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변>



네, 무엇보다 미국 언론계에서 탐사보도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한 원로 언론인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미국 버클리대학 대학원에서 언론인 등을 상대로 하는 탐사보도 강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는 젊은 언론인들입니다.



<인터뷰>줄리아 랜달(PBS 작가) : "언론은 권력이나 정부가 하는 일, 그리고 재벌들을 감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입니다."



<인터뷰>칼 내츠먼(ESPN 기자) : "탐사보도를 통해 정보를 찾는 방법과 기사에 깊이를 더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강의는 로웰 버그만 교수가 맡고 있습니다.



올해 66살인 그는 40여 동안 뉴욕 타임즈와 CBS, ABC 등에서 탐사보도를 해왔습니다.



버그만 교수는 탐사보도가 공익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로웰 버그만: "탐사보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입니다.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렇게 하려면 드러나 있는 외면의 안을 깊이 있게 관찰해야 합니다. 진실처럼 보이는 것이 늘 진실을 아니니까요."



부당한 권력을 감시하고 바로잡는 것도 탐사보도의 역할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로웰 버그만 : "(탐사보도는) 잘못된 일을 하는 사람을 화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탐사보도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탐사보도를 통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정직하게 만듭니다. "



<질문>



탐사보도의 가치를 작은 신생 언론사가 실천하고 있는 셈인데, 우리나라 언론사들의 탐사보도는 어떻습니까?



<답변>



네, 국내에서도 탐사보도를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천년대 들면서부터 방송과 신문 등 국내 언론들도 심층취재를 통해 탐사보도의 성가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KBS는 지난 2005년 차관급 이상 공위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 재산 형성 과정을 추적하는 탐사보도로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세계일보는 지난 2006년 국책 연구과제의 문제점을 짚는 탐사보도 시리즈로 국책 연구기관이 정부 입맛에 맞는 보고서를 내 비효율적인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장기간 취재를 통해 새로운 이슈를 만드는 탐사보도가 부쩍 줄었습니다.



언론사들이 탐사보도 부서를 없애거나 전담 취재 인력을 줄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성아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언론사가 탐사보도에 필요한 시간과 인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인터뷰>송영준(국민대 교수) : "탐사보도는 정보의 순도를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습니다. 요즘 언론계가 경영적으로 겪고 있는 여러가지 어려움을 고려한다면 꼭 필요하긴 하지만 섣불리 하기는 어려운 그런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렇다보니 탐사보도 기자의 역량과 전문성을 키우는 교육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인터뷰>이건호(이화여대 교수) : "국내에서는 사내 교육도, 사외 교육도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사람들에게 특별히 과학적으로 검증된 내용을 보도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언론은 반드시 시민들이 알아야 할 사실을 발굴하고 전해야 한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미국 원로 언론인이 탐사보도의 가치를 전하며 한 말입니다.



공익을 지키기 위한 작은 언론사 ’프로퍼블리카’의 노력을 우리 언론계도 되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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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언론 ‘프로퍼블리카’의 도전
    • 입력 2011-09-03 10:37:45
    • 수정2011-09-03 10: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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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진원지는 미국이었죠.

미국에서는 최근들어 새삼 대형 금융회사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프로 퍼블리카’라는 한 조그만 온라인 매체가 끈질긴 탐사보도를 통해 금융기관들의 부당행위를 새롭게 들춰냈기 때문입니다.

미국 유수의 언론기관도 못한 일을 하면서 반향도 컸고 프로 퍼블리카는 언론계의 가장 권위 있는 퓰리처상을 ’2년 연속으로’ 받기도 했습니다.

방송을 날을 맞아 미국 현지를 취재한 은준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은 기자. 프로 퍼블리카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매체 아니겠습니까.

이 언론사가 주목받게된 기사는 어떤 겁니까? .

<답변>

네, 지난 2008년 부실주택담보 대출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가 있지 않습니까.

이 금융 위기를 금융회사들의 새로운 부당행위를 이 언론사가 밝혀낸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프로퍼블리카’는 홈페이지에 ’월스트리트 머니머신’ 이라는 기사를 냈습니다.

월스트리트는 뉴욕에 있는 세계 금융의 중심이고, ’머니 머신’은 돈을 찍어내는 기계입니다.

제목처럼 기사는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금융위기를 앞두고 고수익을 올리게 된 배경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금융회사들의 교묘한 부당거래를 파헤쳤습니다.

<인터뷰>에릭(선임기자) : "금융회사직원들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교묘한 일을 했습니다. 그들이 보너스를 만들어 내는 일이었지요."

주택 시장 거품이 꺼질 것을 미리 알았으면서도 금융회사가 자신들의 보너스를 챙기기 위해 다른 투자자들에게
부실 증권을 팔아 넘겼다는 겁니다.

그리고 끝내 주택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고스란히 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졌습니다.

<녹취>월스트리트 머니머신 :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기반으로 하는 거액의 증권을 만들어 냈다. 주택 시장이 붕괴되면서 이런 증권은 휴지조각이 됐고 투자자들은 400억 달러의 손해를 봐야 했다."

이런 사실을 추적 취재한 프로퍼블리카는 설립 3년만에 미국 언론계 최고 명예인 퓰리처상을 수상했습니다.

온라인 매체가 단독으로 보도해 받은 첫 사례로 미국 저널리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입니다.

태풍 카트리나가 강타한 병원에서 환자들을 안락시킨 사실을 밝혀낸 탐사보도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이나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프로퍼블리카의 기사는 부조리로 얼룩진 미국 금융 질서를 바로 잡았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미국 금융당국은 기사를 바탕으로 조사에 착수했고 투자 은행들은 천문학적인 벌금을 내게 됐습니다.

<녹취> 월스트리트 머니머신 : “JP 모건 체이스는 미 연방 증권거래위원 회가 부과한 1억 5천 4백 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미국 금융회사들의 이 같은 비밀스런 거래를 폭로하는 기사를 만들기까지 꼬박 18개월이 걸렸습니다.

사실 관계를 입증해 내기 위해 인터뷰한 취재원만 100명이 넘었고, 수천장의 문서와 금융회사들의 증권거래기록을 일일이 확인했습니다.

<인터뷰>에릭 : "아주 어려우면서 복잡한 이야기였습니다. 월스트리트의 많은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싫어했습니다. 그들은 돈을 벌었고, 그 돈을 잃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질문>

거대한 자본권력의 부조리를 깊이 있게 취재한 탐사 보도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작은 언론사가 대형 언론사도 하기 힘든 탐사보도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답변>

네, 기자들이 어렵고 복잡한 취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에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광고나 정부지원금 대신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돼 정치나 자본권력에 대한 취재에도 성역이 없습니다.

뉴욕 중심가 맨해튼에 자리잡은 프로퍼블리카 편집국.

기사를 쓰는 기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10년 이상 탐사보도를 해온 전문가들입니다.

탐사 취재 대상은 기업이나 정부 등 주로 힘 있는 기관입니다.

<녹취>폴스타이거(편집장) : "우리는 공익과 반해 권력을 남용하는 사례에 집중합니다. 힘 있는 정부와 기업은 물론 교육이나 의료기관도 모두 (취재대상)입니다."

프로 퍼블리카 소속 기자가 한 해 쓰는 기사는 평균 3건 정도.

하지만 기사는 중편 소설 분량만큼 길고 탄탄한 근거 자료를 담고 있습니다.

한 가지 주제는 적어도 1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시리즈 기사로 연재됩니다.

시간과 비용에 제약을 받지 않고, 가치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에릭(선임기자) : "우리는 최대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기사를 고릅니다. 그것이 기자들이 시간을 쓰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기자들이 오랫동안 깊이있는 취재를 할 수 있는 힘은 든든한 재원입니다.

프로퍼블리카 소속 탐사기자들이 30여 명이 쓰는 한 해 예산은 1000만 달러, 우리 돈 100억 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광고 수입이나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은 없습니다.

재단으로부터 받거나 시민들이 온라인을 통해 기부한 후원금이 전부입니다.

정치, 자본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성역없는 비판을 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인터뷰>딕 토플(프로퍼블리카) : "우리는 새로운 저널리즘 형태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회가 좀 더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사를 쓰려고 합니다. 저널리즘은 그렇게 사용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프로퍼블리카가 명성을 날리면서 미국 주류 언론들을 이끈다는 평가도 나오지 않습니까.

프로퍼블리카의 인용기사도 적지않다면서요?

<답변>

네, 최근들어 미국의 주류 언론들이 프로퍼블리카의 탐사보도 내용을 인용하거나 소개하는 횟수가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신뢰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나아가서 공동기획이나 취재를 제안하는 언론사도 나오고 있습니다.

프로퍼블리카는 80개가 넘는 미국의 언론사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CBS,NBC,ABC 등 미국의 주요 방송사는 물론 뉴욕 타임즈 등 유력 일간지도 상당수 포함돼 있습니다.

이들 언론사는 프로퍼블리카의 탐사 기사를 인용하거나 자세히 소개하기도 합니다.

<녹취>NBC 방송 : "원자력 발전소의 노심 융해 상황에서 지휘 체계가 혼선을 빚고 전반적인 대비도 부족하다는 탐사보도가 있었습니다. 주 정부는 이런 생각할 수도 없는 참사에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요? 이 문제를 탐사보도한 프로퍼블리카의 샤샤 채브킨 기자 나와 있습니다."

또 단순한 인용이나 소개를 넘어 공동 기획을 통해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도 합니다.

프로퍼블리카의 AC 톰슨 기자는 지난해 PBS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프론트라인의 제안을 받아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허리케인 카트라나 이후 뉴올리언스에서 일어난 경찰의 총격 사건을 다뤘습니다.

<녹취>프론트라인 : "프로퍼블리카의 AC 톰슨이 뉴올리언즈에서 카트리나 이후 의심쩍은 살인 사건을 취재 하기 시작했습니다."

톰슨 기자와 PBS 제작진은 약탈과 혼란 속에서 경찰이 무고한 시민들에게 총을 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녹취>프론트라인 : "연방 검찰관들은 경찰이 위협을 받고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합니다. 도리어 경찰들이 아무런 무기를 지니지 않은 민간인들에게 총을 쐈습니다. 카트리타 태풍 이후 음식과 약품을 구하러 다니던 주민들이었습니다."

이들이 밝혀낸 민간인 총격 사망자만 5명이 넘었습니다.

이 가운데는 자동차에서 붙에 타 훼손된 시신도 있었습니다.

<녹취>프론트라인(AC 톰슨) : "왜 두개골이 실종됐는지 알 수 없지만, 누군가 이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기 어렵기 위해 없앴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녹취> 검시관 : "물론 그런 예측도 가능합니다. 사실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상해 치사, 또는 살해가 의심됩니다."

프로퍼블리카와 공동으로 취재, 기획한 프로그램이 나간 뒤 경찰 간부가 경질되기도 했습니다.

톰슨 기자는 제작 과정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프로퍼블리카의 단독 기사보다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합니다.

<인터뷰>AC 톰슨(프로퍼블리카) : "더 큰 팀을 구성하면 공격적인 취재를 할 수 있습니다. 혼자하는 것보다 훨씬 더.. 확실히 의미있는 이야기도 더 할 수 있고요. 웹사이트나 라디오, TV 등 다양한 매체에 내보내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지요."

<질문>

경쟁적인 언론사들끼리 공동기획이나 취재를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데 이렇게 협업까지 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변>

네, 무엇보다 미국 언론계에서 탐사보도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한 원로 언론인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미국 버클리대학 대학원에서 언론인 등을 상대로 하는 탐사보도 강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는 젊은 언론인들입니다.

<인터뷰>줄리아 랜달(PBS 작가) : "언론은 권력이나 정부가 하는 일, 그리고 재벌들을 감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입니다."

<인터뷰>칼 내츠먼(ESPN 기자) : "탐사보도를 통해 정보를 찾는 방법과 기사에 깊이를 더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강의는 로웰 버그만 교수가 맡고 있습니다.

올해 66살인 그는 40여 동안 뉴욕 타임즈와 CBS, ABC 등에서 탐사보도를 해왔습니다.

버그만 교수는 탐사보도가 공익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로웰 버그만: "탐사보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입니다.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렇게 하려면 드러나 있는 외면의 안을 깊이 있게 관찰해야 합니다. 진실처럼 보이는 것이 늘 진실을 아니니까요."

부당한 권력을 감시하고 바로잡는 것도 탐사보도의 역할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로웰 버그만 : "(탐사보도는) 잘못된 일을 하는 사람을 화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탐사보도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탐사보도를 통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정직하게 만듭니다. "

<질문>

탐사보도의 가치를 작은 신생 언론사가 실천하고 있는 셈인데, 우리나라 언론사들의 탐사보도는 어떻습니까?

<답변>

네, 국내에서도 탐사보도를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천년대 들면서부터 방송과 신문 등 국내 언론들도 심층취재를 통해 탐사보도의 성가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KBS는 지난 2005년 차관급 이상 공위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 재산 형성 과정을 추적하는 탐사보도로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세계일보는 지난 2006년 국책 연구과제의 문제점을 짚는 탐사보도 시리즈로 국책 연구기관이 정부 입맛에 맞는 보고서를 내 비효율적인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장기간 취재를 통해 새로운 이슈를 만드는 탐사보도가 부쩍 줄었습니다.

언론사들이 탐사보도 부서를 없애거나 전담 취재 인력을 줄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성아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언론사가 탐사보도에 필요한 시간과 인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인터뷰>송영준(국민대 교수) : "탐사보도는 정보의 순도를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습니다. 요즘 언론계가 경영적으로 겪고 있는 여러가지 어려움을 고려한다면 꼭 필요하긴 하지만 섣불리 하기는 어려운 그런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렇다보니 탐사보도 기자의 역량과 전문성을 키우는 교육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인터뷰>이건호(이화여대 교수) : "국내에서는 사내 교육도, 사외 교육도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사람들에게 특별히 과학적으로 검증된 내용을 보도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언론은 반드시 시민들이 알아야 할 사실을 발굴하고 전해야 한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미국 원로 언론인이 탐사보도의 가치를 전하며 한 말입니다.

공익을 지키기 위한 작은 언론사 ’프로퍼블리카’의 노력을 우리 언론계도 되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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