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9월 마지막주 특파원현장보고, 잇단 태풍에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 소식과 지구촌에 부는 부자 증세 바람을 취재했습니다.
소수민족을 껴안으려는 중국의 노력과 중동과 아프리카의 사막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베두인족의 이야기도 준비했습니다.
올 한해 일본이 자연재해로 큰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쓰나미가 강타하더니 올 여름에는 강력한 태풍이 잇따라 몰아닥치고 있습니다.
쓰나미야 그렇다 해도, 웬만한 태풍에는 큰 피해 없이 견뎌온 나라에서 올해 태풍으로 사망.실종자가 100명을 훌쩍 뛰어넘는 등, 방재 강국 이미지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도쿄 신강문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먼저 이번주에 일본을 강타한 태풍 ‘로키’ 소식부터 좀 정리해볼까요. 이번에도 피해가 상당했죠?
<답변>
예, 그렇습니다. 남쪽 오키나와에서부터 북쪽 홋카이도까지 일본 열도를 거의 일주일동안 훑고 지나가면서 곳곳에서 바람과 비로 인한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준비한 화면부터 보시겠습니다. 태풍이 강타한 당시 도쿄 시내의 모습니다.
시간당 40에서 50밀리미터의 많은 비에다가 특히, 초속 35미터의 강한 바람이 불었는데요. 사람들이 걸어가기 조차 힘든 모습입니다. 태풍은 대지진과 쓰나미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일본 동북지방도 강타했습니다.
강이 범람한 후쿠시마현 등지에서는 주택 2000여 채가 물에 잠겼습니다. 특히, 집을 잃은 주민들이 수용된 가설 주택에도 누런 흙탕물에 밀려들었습니다. 주민들은 바다 쓰나미에 이어 이번에는 산에서 쓰나미가 밀려왔다며 실의에 빠졌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주민 : “가설주택에서 겨우 안정됐는데 다시 수해라니, 힘든 경험을 1년에 2번이나 하네요.”
<녹취> 주민 : “지진으로 여기에 와서 이제 괜찮겠지 했는데 이렇게 되니, 정말 한심하군요.”
일본 열도를 구석구석 훑고 지나간 태풍 '로키'로 인해 16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습니다. 특히, 바람으로 인한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무려 300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질문> 올여름 일본에서 유달리 태풍 소식이 많은데요.. 사망 실종자가 벌써 120여 명이라구요?
<답변>
예, 지난 여름 일본에서 최악의 태풍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모두 4개의 태풍이 일본 열도를 직접 강타했습니다. 스쳐 지나간 것까지 합하면 거의 10개가 육박합니다.
최악의 피해는 지난 9월 초 태풍 '탈라스' 당시 발생했습니다. 당시 나라현과 와카야마현 일대에서는 2, 3일동안 천 400 밀리미터의 폭우가 내렸습니다. 이 때문에 대규모 산사태가 속출해 집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특히, 산사태가 계곡을 막으면서 이른바 '토사댐'이 8곳이나 생겨났습니다. 이들 댐은 비가 더 내릴 경우 완전히 무너져내릴 위험도 있어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결국 태풍 탈라스로 일본 전역에서 무려 107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습니다. 이같은 수치는 일본에서 최근 20년 동안 최악의 태풍 인명 피해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질문> 일본은 태풍에 잘 대비하고 있는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왜 그렇게 피해가 많이 난 거죠?
<답변>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이 우선 태풍이 갈수록 강력해 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며칠전에 일본을 강타했던 태풍 로키의 경우 일본 열도에 상륙할 당시 중심기압 940헥토파스칼이었고, 순간 최고 풍속 초속 45미터의 강력한 태풍이었습니다.
보통 태풍은 북상하다가 북위 30도가 넘으면 바닷물온도가 낮아짐에 따라 점점 세력이 약해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최근 태풍은 북위 30도를 넘어도 세력이 꺾이지 않게 된 겁니다. 이 때문에 불과 2,3일 동안 천 밀리미터가 넘는 비를 뿌리는 일이 예사롭게 됐습니다.
<질문> 태풍의 위력이 높아졌다는 걸 물론 고려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피해가 너무 큰데요... 특히, 교통망이 크게 문제가 됐다구요?
<답변>
예, 말 그대로 대혼란이 발생했습니다. 태풍 로키가 상륙한 지난 21일 오후 도쿄 등지에서는 초속 40미터에 이르는 거센 바람과 비로 전철이 거의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당시 모습 보시겠습니다. 도쿄 시부야 등 주요 전철역의 모습입니다. 강풍과 폭우로 전철 운행이 거의 중단되면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버스로 몰린 모습입니다. 역 주변이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당시 버스편도 제대로 증편 운행되지 못했는데요, 이처럼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른바 '귀가 불능자' '귀가 난민'들이 도쿄에서 100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이들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회사원 : “회사에서 오후 3시에 나왔는데 이미 전철이 안 다니더군요. 택시도 오지 않고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녹취> 회사원 : “회사 선배와 식사하면서 전철을 기다렸어요. (질문: 그래도 안 되면요?)다시 회사에 돌아가서 머물러야죠.”
이들은 걸어서 집에 가거나 밤이 깊어지면서 전철 운행이 재개된 후에야 겨우 돌아갈 수가 있었는데요. 이같은 혼란은 지난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6개월여 만에 또다시 일어난 대혼란이었습니다.
<질문> 알아주는 방재 강국에서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는 의외군요. 일본 내부에서도 새로운 방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죠?
<답변>
그렇습니다. 사실 일본의 수해 대책은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볼 때 세계최고 수준입니다. 일본 수도권 곳곳에는 지하에 대형 물탱크를 만들어두고 집중호우시 물을 담아두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웬만한 폭우에도 도쿄 도심지역에서는 큰 피해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100만 명의 '귀가 난민'교통 대책이 의외로 취약하다는 점이 확인된 셈입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기본적인 도시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의 말입니다.
<녹취> 히로이(도쿄대 교수) : “철도가 멈추면, 지진이든 태풍이든 귀가가 어려워지므로, 여러 상황에 대비해 철도도 기업도 명확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도쿄 당국의 경우 이같은 태풍 등으로 귀가 불가능한 상황이 될 때에 대비해 기업에 비상식량과 물 비축을 의무화하는 방안까지 검토중입니다.
올들어 일본에서는 화산 폭발과 대지진, 쓰나미에 이어 이번에는 심각한 태풍 피해까지 입었습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자연재해 앞에서 방재 대책을 근본적으로 다시 한번 꼼꼼히 재검토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강한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9월 마지막주 특파원현장보고, 잇단 태풍에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 소식과 지구촌에 부는 부자 증세 바람을 취재했습니다.
소수민족을 껴안으려는 중국의 노력과 중동과 아프리카의 사막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베두인족의 이야기도 준비했습니다.
올 한해 일본이 자연재해로 큰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쓰나미가 강타하더니 올 여름에는 강력한 태풍이 잇따라 몰아닥치고 있습니다.
쓰나미야 그렇다 해도, 웬만한 태풍에는 큰 피해 없이 견뎌온 나라에서 올해 태풍으로 사망.실종자가 100명을 훌쩍 뛰어넘는 등, 방재 강국 이미지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도쿄 신강문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먼저 이번주에 일본을 강타한 태풍 ‘로키’ 소식부터 좀 정리해볼까요. 이번에도 피해가 상당했죠?
<답변>
예, 그렇습니다. 남쪽 오키나와에서부터 북쪽 홋카이도까지 일본 열도를 거의 일주일동안 훑고 지나가면서 곳곳에서 바람과 비로 인한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준비한 화면부터 보시겠습니다. 태풍이 강타한 당시 도쿄 시내의 모습니다.
시간당 40에서 50밀리미터의 많은 비에다가 특히, 초속 35미터의 강한 바람이 불었는데요. 사람들이 걸어가기 조차 힘든 모습입니다. 태풍은 대지진과 쓰나미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일본 동북지방도 강타했습니다.
강이 범람한 후쿠시마현 등지에서는 주택 2000여 채가 물에 잠겼습니다. 특히, 집을 잃은 주민들이 수용된 가설 주택에도 누런 흙탕물에 밀려들었습니다. 주민들은 바다 쓰나미에 이어 이번에는 산에서 쓰나미가 밀려왔다며 실의에 빠졌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주민 : “가설주택에서 겨우 안정됐는데 다시 수해라니, 힘든 경험을 1년에 2번이나 하네요.”
<녹취> 주민 : “지진으로 여기에 와서 이제 괜찮겠지 했는데 이렇게 되니, 정말 한심하군요.”
일본 열도를 구석구석 훑고 지나간 태풍 '로키'로 인해 16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습니다. 특히, 바람으로 인한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무려 300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질문> 올여름 일본에서 유달리 태풍 소식이 많은데요.. 사망 실종자가 벌써 120여 명이라구요?
<답변>
예, 지난 여름 일본에서 최악의 태풍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모두 4개의 태풍이 일본 열도를 직접 강타했습니다. 스쳐 지나간 것까지 합하면 거의 10개가 육박합니다.
최악의 피해는 지난 9월 초 태풍 '탈라스' 당시 발생했습니다. 당시 나라현과 와카야마현 일대에서는 2, 3일동안 천 400 밀리미터의 폭우가 내렸습니다. 이 때문에 대규모 산사태가 속출해 집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특히, 산사태가 계곡을 막으면서 이른바 '토사댐'이 8곳이나 생겨났습니다. 이들 댐은 비가 더 내릴 경우 완전히 무너져내릴 위험도 있어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결국 태풍 탈라스로 일본 전역에서 무려 107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습니다. 이같은 수치는 일본에서 최근 20년 동안 최악의 태풍 인명 피해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질문> 일본은 태풍에 잘 대비하고 있는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왜 그렇게 피해가 많이 난 거죠?
<답변>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이 우선 태풍이 갈수록 강력해 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며칠전에 일본을 강타했던 태풍 로키의 경우 일본 열도에 상륙할 당시 중심기압 940헥토파스칼이었고, 순간 최고 풍속 초속 45미터의 강력한 태풍이었습니다.
보통 태풍은 북상하다가 북위 30도가 넘으면 바닷물온도가 낮아짐에 따라 점점 세력이 약해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최근 태풍은 북위 30도를 넘어도 세력이 꺾이지 않게 된 겁니다. 이 때문에 불과 2,3일 동안 천 밀리미터가 넘는 비를 뿌리는 일이 예사롭게 됐습니다.
<질문> 태풍의 위력이 높아졌다는 걸 물론 고려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피해가 너무 큰데요... 특히, 교통망이 크게 문제가 됐다구요?
<답변>
예, 말 그대로 대혼란이 발생했습니다. 태풍 로키가 상륙한 지난 21일 오후 도쿄 등지에서는 초속 40미터에 이르는 거센 바람과 비로 전철이 거의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당시 모습 보시겠습니다. 도쿄 시부야 등 주요 전철역의 모습입니다. 강풍과 폭우로 전철 운행이 거의 중단되면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버스로 몰린 모습입니다. 역 주변이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당시 버스편도 제대로 증편 운행되지 못했는데요, 이처럼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른바 '귀가 불능자' '귀가 난민'들이 도쿄에서 100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이들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회사원 : “회사에서 오후 3시에 나왔는데 이미 전철이 안 다니더군요. 택시도 오지 않고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녹취> 회사원 : “회사 선배와 식사하면서 전철을 기다렸어요. (질문: 그래도 안 되면요?)다시 회사에 돌아가서 머물러야죠.”
이들은 걸어서 집에 가거나 밤이 깊어지면서 전철 운행이 재개된 후에야 겨우 돌아갈 수가 있었는데요. 이같은 혼란은 지난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6개월여 만에 또다시 일어난 대혼란이었습니다.
<질문> 알아주는 방재 강국에서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는 의외군요. 일본 내부에서도 새로운 방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죠?
<답변>
그렇습니다. 사실 일본의 수해 대책은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볼 때 세계최고 수준입니다. 일본 수도권 곳곳에는 지하에 대형 물탱크를 만들어두고 집중호우시 물을 담아두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웬만한 폭우에도 도쿄 도심지역에서는 큰 피해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100만 명의 '귀가 난민'교통 대책이 의외로 취약하다는 점이 확인된 셈입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기본적인 도시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의 말입니다.
<녹취> 히로이(도쿄대 교수) : “철도가 멈추면, 지진이든 태풍이든 귀가가 어려워지므로, 여러 상황에 대비해 철도도 기업도 명확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도쿄 당국의 경우 이같은 태풍 등으로 귀가 불가능한 상황이 될 때에 대비해 기업에 비상식량과 물 비축을 의무화하는 방안까지 검토중입니다.
올들어 일본에서는 화산 폭발과 대지진, 쓰나미에 이어 이번에는 심각한 태풍 피해까지 입었습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자연재해 앞에서 방재 대책을 근본적으로 다시 한번 꼼꼼히 재검토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강한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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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단 태풍에 흔들리는 ‘방재 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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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1-09-25 08:05:26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9월 마지막주 특파원현장보고, 잇단 태풍에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 소식과 지구촌에 부는 부자 증세 바람을 취재했습니다.
소수민족을 껴안으려는 중국의 노력과 중동과 아프리카의 사막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베두인족의 이야기도 준비했습니다.
올 한해 일본이 자연재해로 큰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쓰나미가 강타하더니 올 여름에는 강력한 태풍이 잇따라 몰아닥치고 있습니다.
쓰나미야 그렇다 해도, 웬만한 태풍에는 큰 피해 없이 견뎌온 나라에서 올해 태풍으로 사망.실종자가 100명을 훌쩍 뛰어넘는 등, 방재 강국 이미지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도쿄 신강문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먼저 이번주에 일본을 강타한 태풍 ‘로키’ 소식부터 좀 정리해볼까요. 이번에도 피해가 상당했죠?
<답변>
예, 그렇습니다. 남쪽 오키나와에서부터 북쪽 홋카이도까지 일본 열도를 거의 일주일동안 훑고 지나가면서 곳곳에서 바람과 비로 인한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준비한 화면부터 보시겠습니다. 태풍이 강타한 당시 도쿄 시내의 모습니다.
시간당 40에서 50밀리미터의 많은 비에다가 특히, 초속 35미터의 강한 바람이 불었는데요. 사람들이 걸어가기 조차 힘든 모습입니다. 태풍은 대지진과 쓰나미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일본 동북지방도 강타했습니다.
강이 범람한 후쿠시마현 등지에서는 주택 2000여 채가 물에 잠겼습니다. 특히, 집을 잃은 주민들이 수용된 가설 주택에도 누런 흙탕물에 밀려들었습니다. 주민들은 바다 쓰나미에 이어 이번에는 산에서 쓰나미가 밀려왔다며 실의에 빠졌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주민 : “가설주택에서 겨우 안정됐는데 다시 수해라니, 힘든 경험을 1년에 2번이나 하네요.”
<녹취> 주민 : “지진으로 여기에 와서 이제 괜찮겠지 했는데 이렇게 되니, 정말 한심하군요.”
일본 열도를 구석구석 훑고 지나간 태풍 '로키'로 인해 16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습니다. 특히, 바람으로 인한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무려 300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질문> 올여름 일본에서 유달리 태풍 소식이 많은데요.. 사망 실종자가 벌써 120여 명이라구요?
<답변>
예, 지난 여름 일본에서 최악의 태풍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모두 4개의 태풍이 일본 열도를 직접 강타했습니다. 스쳐 지나간 것까지 합하면 거의 10개가 육박합니다.
최악의 피해는 지난 9월 초 태풍 '탈라스' 당시 발생했습니다. 당시 나라현과 와카야마현 일대에서는 2, 3일동안 천 400 밀리미터의 폭우가 내렸습니다. 이 때문에 대규모 산사태가 속출해 집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특히, 산사태가 계곡을 막으면서 이른바 '토사댐'이 8곳이나 생겨났습니다. 이들 댐은 비가 더 내릴 경우 완전히 무너져내릴 위험도 있어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결국 태풍 탈라스로 일본 전역에서 무려 107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습니다. 이같은 수치는 일본에서 최근 20년 동안 최악의 태풍 인명 피해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질문> 일본은 태풍에 잘 대비하고 있는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왜 그렇게 피해가 많이 난 거죠?
<답변>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이 우선 태풍이 갈수록 강력해 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며칠전에 일본을 강타했던 태풍 로키의 경우 일본 열도에 상륙할 당시 중심기압 940헥토파스칼이었고, 순간 최고 풍속 초속 45미터의 강력한 태풍이었습니다.
보통 태풍은 북상하다가 북위 30도가 넘으면 바닷물온도가 낮아짐에 따라 점점 세력이 약해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최근 태풍은 북위 30도를 넘어도 세력이 꺾이지 않게 된 겁니다. 이 때문에 불과 2,3일 동안 천 밀리미터가 넘는 비를 뿌리는 일이 예사롭게 됐습니다.
<질문> 태풍의 위력이 높아졌다는 걸 물론 고려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피해가 너무 큰데요... 특히, 교통망이 크게 문제가 됐다구요?
<답변>
예, 말 그대로 대혼란이 발생했습니다. 태풍 로키가 상륙한 지난 21일 오후 도쿄 등지에서는 초속 40미터에 이르는 거센 바람과 비로 전철이 거의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당시 모습 보시겠습니다. 도쿄 시부야 등 주요 전철역의 모습입니다. 강풍과 폭우로 전철 운행이 거의 중단되면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버스로 몰린 모습입니다. 역 주변이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당시 버스편도 제대로 증편 운행되지 못했는데요, 이처럼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른바 '귀가 불능자' '귀가 난민'들이 도쿄에서 100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이들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회사원 : “회사에서 오후 3시에 나왔는데 이미 전철이 안 다니더군요. 택시도 오지 않고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녹취> 회사원 : “회사 선배와 식사하면서 전철을 기다렸어요. (질문: 그래도 안 되면요?)다시 회사에 돌아가서 머물러야죠.”
이들은 걸어서 집에 가거나 밤이 깊어지면서 전철 운행이 재개된 후에야 겨우 돌아갈 수가 있었는데요. 이같은 혼란은 지난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6개월여 만에 또다시 일어난 대혼란이었습니다.
<질문> 알아주는 방재 강국에서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는 의외군요. 일본 내부에서도 새로운 방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죠?
<답변>
그렇습니다. 사실 일본의 수해 대책은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볼 때 세계최고 수준입니다. 일본 수도권 곳곳에는 지하에 대형 물탱크를 만들어두고 집중호우시 물을 담아두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웬만한 폭우에도 도쿄 도심지역에서는 큰 피해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100만 명의 '귀가 난민'교통 대책이 의외로 취약하다는 점이 확인된 셈입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기본적인 도시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의 말입니다.
<녹취> 히로이(도쿄대 교수) : “철도가 멈추면, 지진이든 태풍이든 귀가가 어려워지므로, 여러 상황에 대비해 철도도 기업도 명확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도쿄 당국의 경우 이같은 태풍 등으로 귀가 불가능한 상황이 될 때에 대비해 기업에 비상식량과 물 비축을 의무화하는 방안까지 검토중입니다.
올들어 일본에서는 화산 폭발과 대지진, 쓰나미에 이어 이번에는 심각한 태풍 피해까지 입었습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자연재해 앞에서 방재 대책을 근본적으로 다시 한번 꼼꼼히 재검토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강한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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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강문 기자 kmsh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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