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1월 12일 토요일, 남북의 창 이현주입니다.
먼저 남북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보는 <이슈 앤 한반도>입니다.
방송이나 신문, 인터넷에서 북한 관련 뉴스 자주보시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이 대부분인데요.
북한 뉴스는 높은 관심에 비해 취재나 사실관계 확인이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 엉터리 뉴스가 많이 생산되고 있는데요.
최근 김정은 부인이라며 사진까지 공개한 기사 역시 터무니 없는 오보로 드러났습니다.
북한 뉴스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유다현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긴 생머리에 교복을 입은 미모의 여성, 최근 신화통신과 인민일보를 비롯한 중국 언론이 북한의 차기 지도자 ·김정은의 아내로 소개한 여성입니다.
일부 국내 언론이 곧장 이 사진과 기사를 인용보도했습니다,
포털사이트 머릿기사로까지 올라가면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김정은보다 2살 어리고, 김일성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내용까지 상세히 보도됐습니다.
하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 여성은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기 모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 8월, 중국 언론은 이 여성을 김정은의 개인비서라고 보도했고, 국내 언론이 역시 이를 인용보도했습니다.
불과 두달여 만에 한 여성이 김정은의 비서 또는 부인이라는 엉터리 기사가 연거푸 보도된 겁니다.
<인터뷰>이지우(경기도 광명시) : "좀 어이없는 기산데요. 좀 황당한 거 같아요."
<인터뷰>박승태(서울시 도봉구) : "확인도 안하고 어떻게 이런 기사를 실었는지 그 신문사도 책임이 있어야 되겠고."
엉터리 북한 뉴스가 보도되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탈북자가 늘어나고, 북한 전문매체도 생기면서 북한 뉴스가 늘어나고, 또 더 빨라졌는데요.
그만큼 오보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 한 일간지는 북한 신의주 지역에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장상인들이 당국의 단속에 저항해 시위를 일으켰고 일반 주민들까지 합세할 조짐이 보이자 군부대가 나서서 진압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뉴스는 이집트발 중동 민주화 혁명이 한창이던 시점에 나와서 더욱 주목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고 후속 취재에 나선 다른 언론들은 상인들의 단순한 항의를 과장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엉터리 북한 뉴스는 외국, 특히 일본과 중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일본 TV 아사히는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의 사진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전세계 언론이 김정은의 사진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돼있던 상황이어서, 사실일 경우 TV 아사히는 큰 특종을 낚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사진 속 남성은 한국의 회사원으로 밝혀졌습니다.
<녹취>TV 아사히 사과 방송 : "잘못된 정보 전달로 폐를 끼친데 대해 사과드립니다. "
지난 해엔 마이니치신문이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지도 사진을 소개하면서 옆에 있던 청년을 김정은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김책제철소 기사장으로 드러났습니다.
중국 포털사이트들은 지난 8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김 위원장의 넷째 부인으로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은 지난 2002년, 박 전대표가 개인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김정일 위원장과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인터뷰>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정치적 관심과 언론의 선정성들이 일본이나 중국에서의 북한관련 보도를 증가시키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본같은 경우 거의 모든 주간지에서 북한 관련 보도를 다루고 있는데 대단히 선정적이고 어떻게 보면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지난 8일, 증권가를 중심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설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오르며 금융시장이 요동쳤습니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전날까지 건강상태가 호전돼 정력적인 현지지도를 벌였고, 정부 역시 김정일 위원장 사망설은 낭설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김정일 사망설은 3년전부터 이맘 때면 등장하는 단골 뉴습니다.
하지만 소문이 돌면 사실관계가 확인되기도 전에 금융시장은 큰 영향을 받곤 했습니다.
북한 관련 뉴스 중에 오보가 많은 것은 북한 뉴스의 자체 특성 때문입니다.
통상 북한 뉴스는 북한의 신문이나 방송, 간행물을 통해 외부로 전달됩니다.
북한에 대한 왕래와 북한 내에서의 취재활동은 북한 당국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직접 취재는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북한내에 휴대전화 보급이 늘어나 이를 통한 취재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언론 가운데 상당수는 북한 내부에 정보원을 두고 휴대전화를 통해 내부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식통의 전언으로 이뤄지는 취재는 사실상 출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뷰>김근식(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신속경쟁, 보도경쟁들을 하다보니까 아니면 말고 일단 먼저 알리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북한에 있는 고정 취재원들의 정보 하나에 의존하면서 사실 확인에 소홀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고 북한 내부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들이 가능한 외부의 요구에 부응해서 좀 더 선정적인 내용들을 많이 확대해서 과장하는 경향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녹취> MBC 5월20일 보도 :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이 오늘 아침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녹취> KBS 5월 20일 보도 : "현재 김정은 일행의 특별열차가 연볜을 거쳐 헤이룽장성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언론은 후계자 김정은이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주요 언론은 예외없이 김정은 방중의 배경과 목적을 분석하는 뉴스를 상세히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늦게 정부가 방문자는 김정은이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이라고 밝히면서 관련 보도는 모두 오보가 되고 말았습니다.
오보를 쏟아낸 언론사들 중 사과를 한 곳은 한 곳 뿐이었습니다.
오보를 내도 비판이나 책임 추궁이 없다는 점도 엉터리 북한 뉴스가 생산되는 이유로 꼽힙니다.
<인터뷰>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보도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강력하게 오보를 정정하라는 요구가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북한 당국도 그 오보에 대한 정정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이 아마 그 오보가 그대로 남아 있는 중요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일단은 우리 사회에서 오보를 제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 편이구요. 어떻게 보면 결국은 그 보도를 생산하는 주체들이 반성적 사고를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다들 아시는 것처럼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나라입니다.
따라서 북한뉴스를 빠르고 정확하게 보도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일겁니다.
그렇더라도 그게 오보의 핑계가 돼서는 안되겠죠.
언론의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는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물론 북한에 대한 인식을 왜곡할 우려도 큽니다.
그런만큼 우리 언론들이 앞으로 북한뉴스를 더 열심히 취재하고 사실관계를 더 꼼꼼하게 확인해주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북한도 과도한 언론통제를 줄이고 외부세계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쪽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1월 12일 토요일, 남북의 창 이현주입니다.
먼저 남북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보는 <이슈 앤 한반도>입니다.
방송이나 신문, 인터넷에서 북한 관련 뉴스 자주보시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이 대부분인데요.
북한 뉴스는 높은 관심에 비해 취재나 사실관계 확인이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 엉터리 뉴스가 많이 생산되고 있는데요.
최근 김정은 부인이라며 사진까지 공개한 기사 역시 터무니 없는 오보로 드러났습니다.
북한 뉴스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유다현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긴 생머리에 교복을 입은 미모의 여성, 최근 신화통신과 인민일보를 비롯한 중국 언론이 북한의 차기 지도자 ·김정은의 아내로 소개한 여성입니다.
일부 국내 언론이 곧장 이 사진과 기사를 인용보도했습니다,
포털사이트 머릿기사로까지 올라가면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김정은보다 2살 어리고, 김일성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내용까지 상세히 보도됐습니다.
하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 여성은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기 모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 8월, 중국 언론은 이 여성을 김정은의 개인비서라고 보도했고, 국내 언론이 역시 이를 인용보도했습니다.
불과 두달여 만에 한 여성이 김정은의 비서 또는 부인이라는 엉터리 기사가 연거푸 보도된 겁니다.
<인터뷰>이지우(경기도 광명시) : "좀 어이없는 기산데요. 좀 황당한 거 같아요."
<인터뷰>박승태(서울시 도봉구) : "확인도 안하고 어떻게 이런 기사를 실었는지 그 신문사도 책임이 있어야 되겠고."
엉터리 북한 뉴스가 보도되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탈북자가 늘어나고, 북한 전문매체도 생기면서 북한 뉴스가 늘어나고, 또 더 빨라졌는데요.
그만큼 오보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 한 일간지는 북한 신의주 지역에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장상인들이 당국의 단속에 저항해 시위를 일으켰고 일반 주민들까지 합세할 조짐이 보이자 군부대가 나서서 진압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뉴스는 이집트발 중동 민주화 혁명이 한창이던 시점에 나와서 더욱 주목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고 후속 취재에 나선 다른 언론들은 상인들의 단순한 항의를 과장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엉터리 북한 뉴스는 외국, 특히 일본과 중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일본 TV 아사히는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의 사진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전세계 언론이 김정은의 사진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돼있던 상황이어서, 사실일 경우 TV 아사히는 큰 특종을 낚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사진 속 남성은 한국의 회사원으로 밝혀졌습니다.
<녹취>TV 아사히 사과 방송 : "잘못된 정보 전달로 폐를 끼친데 대해 사과드립니다. "
지난 해엔 마이니치신문이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지도 사진을 소개하면서 옆에 있던 청년을 김정은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김책제철소 기사장으로 드러났습니다.
중국 포털사이트들은 지난 8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김 위원장의 넷째 부인으로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은 지난 2002년, 박 전대표가 개인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김정일 위원장과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인터뷰>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정치적 관심과 언론의 선정성들이 일본이나 중국에서의 북한관련 보도를 증가시키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본같은 경우 거의 모든 주간지에서 북한 관련 보도를 다루고 있는데 대단히 선정적이고 어떻게 보면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지난 8일, 증권가를 중심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설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오르며 금융시장이 요동쳤습니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전날까지 건강상태가 호전돼 정력적인 현지지도를 벌였고, 정부 역시 김정일 위원장 사망설은 낭설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김정일 사망설은 3년전부터 이맘 때면 등장하는 단골 뉴습니다.
하지만 소문이 돌면 사실관계가 확인되기도 전에 금융시장은 큰 영향을 받곤 했습니다.
북한 관련 뉴스 중에 오보가 많은 것은 북한 뉴스의 자체 특성 때문입니다.
통상 북한 뉴스는 북한의 신문이나 방송, 간행물을 통해 외부로 전달됩니다.
북한에 대한 왕래와 북한 내에서의 취재활동은 북한 당국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직접 취재는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북한내에 휴대전화 보급이 늘어나 이를 통한 취재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언론 가운데 상당수는 북한 내부에 정보원을 두고 휴대전화를 통해 내부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식통의 전언으로 이뤄지는 취재는 사실상 출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뷰>김근식(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신속경쟁, 보도경쟁들을 하다보니까 아니면 말고 일단 먼저 알리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북한에 있는 고정 취재원들의 정보 하나에 의존하면서 사실 확인에 소홀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고 북한 내부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들이 가능한 외부의 요구에 부응해서 좀 더 선정적인 내용들을 많이 확대해서 과장하는 경향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녹취> MBC 5월20일 보도 :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이 오늘 아침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녹취> KBS 5월 20일 보도 : "현재 김정은 일행의 특별열차가 연볜을 거쳐 헤이룽장성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언론은 후계자 김정은이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주요 언론은 예외없이 김정은 방중의 배경과 목적을 분석하는 뉴스를 상세히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늦게 정부가 방문자는 김정은이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이라고 밝히면서 관련 보도는 모두 오보가 되고 말았습니다.
오보를 쏟아낸 언론사들 중 사과를 한 곳은 한 곳 뿐이었습니다.
오보를 내도 비판이나 책임 추궁이 없다는 점도 엉터리 북한 뉴스가 생산되는 이유로 꼽힙니다.
<인터뷰>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보도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강력하게 오보를 정정하라는 요구가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북한 당국도 그 오보에 대한 정정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이 아마 그 오보가 그대로 남아 있는 중요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일단은 우리 사회에서 오보를 제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 편이구요. 어떻게 보면 결국은 그 보도를 생산하는 주체들이 반성적 사고를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다들 아시는 것처럼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나라입니다.
따라서 북한뉴스를 빠르고 정확하게 보도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일겁니다.
그렇더라도 그게 오보의 핑계가 돼서는 안되겠죠.
언론의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는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물론 북한에 대한 인식을 왜곡할 우려도 큽니다.
그런만큼 우리 언론들이 앞으로 북한뉴스를 더 열심히 취재하고 사실관계를 더 꼼꼼하게 확인해주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북한도 과도한 언론통제를 줄이고 외부세계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쪽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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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한반도] ‘김정은 부인’ 오보 소동
-
- 입력 2011-11-12 10:22:05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1월 12일 토요일, 남북의 창 이현주입니다.
먼저 남북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보는 <이슈 앤 한반도>입니다.
방송이나 신문, 인터넷에서 북한 관련 뉴스 자주보시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이 대부분인데요.
북한 뉴스는 높은 관심에 비해 취재나 사실관계 확인이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 엉터리 뉴스가 많이 생산되고 있는데요.
최근 김정은 부인이라며 사진까지 공개한 기사 역시 터무니 없는 오보로 드러났습니다.
북한 뉴스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유다현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긴 생머리에 교복을 입은 미모의 여성, 최근 신화통신과 인민일보를 비롯한 중국 언론이 북한의 차기 지도자 ·김정은의 아내로 소개한 여성입니다.
일부 국내 언론이 곧장 이 사진과 기사를 인용보도했습니다,
포털사이트 머릿기사로까지 올라가면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김정은보다 2살 어리고, 김일성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내용까지 상세히 보도됐습니다.
하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 여성은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기 모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 8월, 중국 언론은 이 여성을 김정은의 개인비서라고 보도했고, 국내 언론이 역시 이를 인용보도했습니다.
불과 두달여 만에 한 여성이 김정은의 비서 또는 부인이라는 엉터리 기사가 연거푸 보도된 겁니다.
<인터뷰>이지우(경기도 광명시) : "좀 어이없는 기산데요. 좀 황당한 거 같아요."
<인터뷰>박승태(서울시 도봉구) : "확인도 안하고 어떻게 이런 기사를 실었는지 그 신문사도 책임이 있어야 되겠고."
엉터리 북한 뉴스가 보도되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탈북자가 늘어나고, 북한 전문매체도 생기면서 북한 뉴스가 늘어나고, 또 더 빨라졌는데요.
그만큼 오보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 한 일간지는 북한 신의주 지역에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장상인들이 당국의 단속에 저항해 시위를 일으켰고 일반 주민들까지 합세할 조짐이 보이자 군부대가 나서서 진압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뉴스는 이집트발 중동 민주화 혁명이 한창이던 시점에 나와서 더욱 주목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고 후속 취재에 나선 다른 언론들은 상인들의 단순한 항의를 과장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엉터리 북한 뉴스는 외국, 특히 일본과 중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일본 TV 아사히는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의 사진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전세계 언론이 김정은의 사진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돼있던 상황이어서, 사실일 경우 TV 아사히는 큰 특종을 낚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사진 속 남성은 한국의 회사원으로 밝혀졌습니다.
<녹취>TV 아사히 사과 방송 : "잘못된 정보 전달로 폐를 끼친데 대해 사과드립니다. "
지난 해엔 마이니치신문이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지도 사진을 소개하면서 옆에 있던 청년을 김정은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김책제철소 기사장으로 드러났습니다.
중국 포털사이트들은 지난 8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김 위원장의 넷째 부인으로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은 지난 2002년, 박 전대표가 개인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김정일 위원장과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인터뷰>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정치적 관심과 언론의 선정성들이 일본이나 중국에서의 북한관련 보도를 증가시키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본같은 경우 거의 모든 주간지에서 북한 관련 보도를 다루고 있는데 대단히 선정적이고 어떻게 보면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지난 8일, 증권가를 중심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설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오르며 금융시장이 요동쳤습니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전날까지 건강상태가 호전돼 정력적인 현지지도를 벌였고, 정부 역시 김정일 위원장 사망설은 낭설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김정일 사망설은 3년전부터 이맘 때면 등장하는 단골 뉴습니다.
하지만 소문이 돌면 사실관계가 확인되기도 전에 금융시장은 큰 영향을 받곤 했습니다.
북한 관련 뉴스 중에 오보가 많은 것은 북한 뉴스의 자체 특성 때문입니다.
통상 북한 뉴스는 북한의 신문이나 방송, 간행물을 통해 외부로 전달됩니다.
북한에 대한 왕래와 북한 내에서의 취재활동은 북한 당국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직접 취재는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북한내에 휴대전화 보급이 늘어나 이를 통한 취재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언론 가운데 상당수는 북한 내부에 정보원을 두고 휴대전화를 통해 내부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식통의 전언으로 이뤄지는 취재는 사실상 출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뷰>김근식(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신속경쟁, 보도경쟁들을 하다보니까 아니면 말고 일단 먼저 알리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북한에 있는 고정 취재원들의 정보 하나에 의존하면서 사실 확인에 소홀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고 북한 내부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들이 가능한 외부의 요구에 부응해서 좀 더 선정적인 내용들을 많이 확대해서 과장하는 경향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녹취> MBC 5월20일 보도 :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이 오늘 아침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녹취> KBS 5월 20일 보도 : "현재 김정은 일행의 특별열차가 연볜을 거쳐 헤이룽장성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언론은 후계자 김정은이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주요 언론은 예외없이 김정은 방중의 배경과 목적을 분석하는 뉴스를 상세히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늦게 정부가 방문자는 김정은이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이라고 밝히면서 관련 보도는 모두 오보가 되고 말았습니다.
오보를 쏟아낸 언론사들 중 사과를 한 곳은 한 곳 뿐이었습니다.
오보를 내도 비판이나 책임 추궁이 없다는 점도 엉터리 북한 뉴스가 생산되는 이유로 꼽힙니다.
<인터뷰>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보도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강력하게 오보를 정정하라는 요구가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북한 당국도 그 오보에 대한 정정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이 아마 그 오보가 그대로 남아 있는 중요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일단은 우리 사회에서 오보를 제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 편이구요. 어떻게 보면 결국은 그 보도를 생산하는 주체들이 반성적 사고를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다들 아시는 것처럼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나라입니다.
따라서 북한뉴스를 빠르고 정확하게 보도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일겁니다.
그렇더라도 그게 오보의 핑계가 돼서는 안되겠죠.
언론의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는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물론 북한에 대한 인식을 왜곡할 우려도 큽니다.
그런만큼 우리 언론들이 앞으로 북한뉴스를 더 열심히 취재하고 사실관계를 더 꼼꼼하게 확인해주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북한도 과도한 언론통제를 줄이고 외부세계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쪽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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