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경복궁 건천궁, 100억 들여 부실 복원

입력 2011.11.16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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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명성황후가 시해됐던 비극의 역사 현장인 경복궁 건청궁이 복원된 지 4년 만에 썩어가고 있습니다.

백억 원 가까이 들여 복원된 역사적 건물인데, 지붕에서 비가 새 부식된다니 어처구니없습니다.

송수진 기자 나와있습니다.

건청궁, 우선 어떤 건물입니까?

<답변>

네, 건청궁은 경복궁의 북쪽 가장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궁궐입니다.

고종이 지난 1873년 짓기 시작해 1884년부터 10년 넘게 명성황후와 기거했습니다.

그러다 1909년 일제에 의해 완전히 헐렸다가, 지난 2007년 초에 97억 원이 투입돼 복원됐습니다.

왕의 거처인 장안당을 비롯해 명성황후가 시해된 옥호루 등 250개나 되는 방이 그대로 재현돼 있습니다.

특히 단청을 칠하지 않은 지붕과 처마선 등이 담백한 멋을 나타내는 건청궁의 특징으로 꼽힙니다.

<인터뷰>신응수(대목장/무형문화재/준공 당시) :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서 새로운 자료가 발굴될 때마다 설계를 바꾸고 또 바꾸고를 거쳤습니다."

<인터뷰>유홍준(문화재청장/준공 당시) : "한옥 살림집의 위엄과 아름다움을 함께 보여주는 장소가 될 것입니다."

<질문> 지어진 지 100년 만에 100억 원을 들여서 복원된 역사적 건물인데요, 부식이 진행 중이라고요?

<답변>

네, 취재진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목조 건물 부식의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는 곰팡이가 건청궁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보시는 곳은 왕의 거처인 장안당과 명성황후의 거처인 곤령합을 연결하는 복도입니다.

오른쪽 복도 위쪽으로 빗물 자국이 선명합니다.

처마 밑은 곰팡이로 시커멓게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두 건물의 지붕이 맞닿는 이른바 회첨골의 대부분에 곰팡이가 끼어있었는데, 취재진이 확인한 곳만 일곱 곳이 넘었습니다.

곰팡이는 목조 건물 부식의 초기 단계로, 습도가 계속 조절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내부 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외장재와 내장재가 구별되는 양옥과 달리, 우리 한옥은 서까래 하나까지도 외장재와 내장재의 역할을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관광객은 물론, 한옥 전문가의 안타까움도 컸습니다.

관광객과 전문가의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 박병수(서울 운암동) : "보고 많이 알려서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한옥 전문가(음성변조) : "4년 만에 뭔가 썩고 있다면 굉장히 잘못된 거죠. 복원이 잘못된 거죠. 4년이 아니라 10년이라도."

<질문> 그렇다면, 건청궁 부식 원인은 좀 나옵니까?

<답변>

네, 직접적인 원인, 지붕에서 비가 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와를 얹은 뒤 마감재 역할을 하는 강회가 제대로 발리지 않아, 기와 사이로 비가 스며든 것으로 보입니다.

문화재청이 지난 8월 초 시공업체에 하자보수를 요구하며 보낸 공문에도, 직접적인 원인을 누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공업체가 보수를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곰팡이를 걷어냈다지만, 한 번 부식되기 시작한 목재는 원상 회복이 힘듭니다.

또 시공업체가 보수한 회첨골을 확인한 결과, 기와 끝까지 채워져야 하는 강회가 다 채워져있지 않았습니다.

빗물이 들 가능성은 물론, 뒤틀릴 우려까지 여전한 겁니다.

100억 들여 100년 만에 복원한 역사적 공간, 건청궁의 현주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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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현장] 경복궁 건천궁, 100억 들여 부실 복원
    • 입력 2011-11-16 23: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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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명성황후가 시해됐던 비극의 역사 현장인 경복궁 건청궁이 복원된 지 4년 만에 썩어가고 있습니다. 백억 원 가까이 들여 복원된 역사적 건물인데, 지붕에서 비가 새 부식된다니 어처구니없습니다. 송수진 기자 나와있습니다. 건청궁, 우선 어떤 건물입니까? <답변> 네, 건청궁은 경복궁의 북쪽 가장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궁궐입니다. 고종이 지난 1873년 짓기 시작해 1884년부터 10년 넘게 명성황후와 기거했습니다. 그러다 1909년 일제에 의해 완전히 헐렸다가, 지난 2007년 초에 97억 원이 투입돼 복원됐습니다. 왕의 거처인 장안당을 비롯해 명성황후가 시해된 옥호루 등 250개나 되는 방이 그대로 재현돼 있습니다. 특히 단청을 칠하지 않은 지붕과 처마선 등이 담백한 멋을 나타내는 건청궁의 특징으로 꼽힙니다. <인터뷰>신응수(대목장/무형문화재/준공 당시) :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서 새로운 자료가 발굴될 때마다 설계를 바꾸고 또 바꾸고를 거쳤습니다." <인터뷰>유홍준(문화재청장/준공 당시) : "한옥 살림집의 위엄과 아름다움을 함께 보여주는 장소가 될 것입니다." <질문> 지어진 지 100년 만에 100억 원을 들여서 복원된 역사적 건물인데요, 부식이 진행 중이라고요? <답변> 네, 취재진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목조 건물 부식의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는 곰팡이가 건청궁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보시는 곳은 왕의 거처인 장안당과 명성황후의 거처인 곤령합을 연결하는 복도입니다. 오른쪽 복도 위쪽으로 빗물 자국이 선명합니다. 처마 밑은 곰팡이로 시커멓게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두 건물의 지붕이 맞닿는 이른바 회첨골의 대부분에 곰팡이가 끼어있었는데, 취재진이 확인한 곳만 일곱 곳이 넘었습니다. 곰팡이는 목조 건물 부식의 초기 단계로, 습도가 계속 조절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내부 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외장재와 내장재가 구별되는 양옥과 달리, 우리 한옥은 서까래 하나까지도 외장재와 내장재의 역할을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관광객은 물론, 한옥 전문가의 안타까움도 컸습니다. 관광객과 전문가의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 박병수(서울 운암동) : "보고 많이 알려서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한옥 전문가(음성변조) : "4년 만에 뭔가 썩고 있다면 굉장히 잘못된 거죠. 복원이 잘못된 거죠. 4년이 아니라 10년이라도." <질문> 그렇다면, 건청궁 부식 원인은 좀 나옵니까? <답변> 네, 직접적인 원인, 지붕에서 비가 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와를 얹은 뒤 마감재 역할을 하는 강회가 제대로 발리지 않아, 기와 사이로 비가 스며든 것으로 보입니다. 문화재청이 지난 8월 초 시공업체에 하자보수를 요구하며 보낸 공문에도, 직접적인 원인을 누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공업체가 보수를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곰팡이를 걷어냈다지만, 한 번 부식되기 시작한 목재는 원상 회복이 힘듭니다. 또 시공업체가 보수한 회첨골을 확인한 결과, 기와 끝까지 채워져야 하는 강회가 다 채워져있지 않았습니다. 빗물이 들 가능성은 물론, 뒤틀릴 우려까지 여전한 겁니다. 100억 들여 100년 만에 복원한 역사적 공간, 건청궁의 현주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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