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약 슈퍼 판매 끝내 안되나?

입력 2011.11.19 (09:20) 수정 2011.11.1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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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순 해설위원]

가정상비약을 수퍼에서 사는 일은 당분간 힘들게 됐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지난 9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간사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약사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6만여 명의 회원을 가진 약사회의 압력에 표가 필요한 지역구 의원들이 손을 든 것입니다. 총선이 있는 내년 임시국회에서 처리되기를 기대하기는 더욱 힘듭니다.

약사법 개정안 상정을 앞두고 대한노인회와 경실련 소비자단체 등에서는 약사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를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상비약 수퍼 판매는 2008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검토돼 왔던 과젭니다. 올해 초 복지부가 추진 결정을 내렸고 이에 약사단체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장관까지 흔들렸습니다. 그러나 보건사회연구원 조사결과 80%가 넘는 국민이 상비약 수퍼 판매를 원했습니다.

국회 상임위원회 여야간사가 본회의 상정을 연기한 명분은 약품 오남용 부작용에 대한 우려입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개정안 마련을 위한 약사심의위원회가 여러 차례 열렸고 의약품 재분류까지 진행됐습니다. 또한 수퍼 판매가 가능하도록 한 의약품 대부분은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이미 수퍼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안전성이 이미 입증된 의약품들이 대부분입니다.

상비약 수퍼 판매가 늦어지면서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소비자들 가운데는 특히 노인들이나 농민들이 많습니다.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 약국들이 병원을 따라 옮겨가는 바람에 동네약국이 줄었습니다. 인가가 밀집하지 않은 농촌지역에서 약국 찾기는 더욱 힘듭니다. 밤중이나 휴일에 아프면 약을 구하기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미리 약을 지어다 놓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상비약 수퍼 판매 논의가 나올 때마다 약사회는 당번 약국을 지정해 심야나 휴일에 운영하겠다고 하지만 그 숫자가 턱도 없이 적은데다가 잘 지켜지지도 않고 있습니다.

이제 국민의 편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국민의 권리를 지켜야하는 국회가 의원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국민 건강을 지켜야 하는 약사회가 단체의 건강만을 지키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합니다. 모든 이익단체가 단체의 이익을 지키려고 하겠지만 국민의 최대 공약수가 만족해야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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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약 슈퍼 판매 끝내 안되나?
    • 입력 2011-11-19 09:20:35
    • 수정2011-11-19 09:3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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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순 해설위원] 가정상비약을 수퍼에서 사는 일은 당분간 힘들게 됐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지난 9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간사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약사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6만여 명의 회원을 가진 약사회의 압력에 표가 필요한 지역구 의원들이 손을 든 것입니다. 총선이 있는 내년 임시국회에서 처리되기를 기대하기는 더욱 힘듭니다. 약사법 개정안 상정을 앞두고 대한노인회와 경실련 소비자단체 등에서는 약사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를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상비약 수퍼 판매는 2008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검토돼 왔던 과젭니다. 올해 초 복지부가 추진 결정을 내렸고 이에 약사단체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장관까지 흔들렸습니다. 그러나 보건사회연구원 조사결과 80%가 넘는 국민이 상비약 수퍼 판매를 원했습니다. 국회 상임위원회 여야간사가 본회의 상정을 연기한 명분은 약품 오남용 부작용에 대한 우려입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개정안 마련을 위한 약사심의위원회가 여러 차례 열렸고 의약품 재분류까지 진행됐습니다. 또한 수퍼 판매가 가능하도록 한 의약품 대부분은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이미 수퍼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안전성이 이미 입증된 의약품들이 대부분입니다. 상비약 수퍼 판매가 늦어지면서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소비자들 가운데는 특히 노인들이나 농민들이 많습니다.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 약국들이 병원을 따라 옮겨가는 바람에 동네약국이 줄었습니다. 인가가 밀집하지 않은 농촌지역에서 약국 찾기는 더욱 힘듭니다. 밤중이나 휴일에 아프면 약을 구하기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미리 약을 지어다 놓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상비약 수퍼 판매 논의가 나올 때마다 약사회는 당번 약국을 지정해 심야나 휴일에 운영하겠다고 하지만 그 숫자가 턱도 없이 적은데다가 잘 지켜지지도 않고 있습니다. 이제 국민의 편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국민의 권리를 지켜야하는 국회가 의원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국민 건강을 지켜야 하는 약사회가 단체의 건강만을 지키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합니다. 모든 이익단체가 단체의 이익을 지키려고 하겠지만 국민의 최대 공약수가 만족해야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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