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포착] 막말 지하철, 정의는 살아있다!

입력 2011.12.1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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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며칠 전 지하철에서 임신부라는 여성과 할아버지 사이의 막말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진 바 있죠.

보면서 깜짝 놀란 분들 많을텐데요, 사실 이런 막말 동영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네,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 닥치면 막상 나서서 싸움을 말리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인데요.

하지만 아직 용감한 시민들이 곳곳에 숨어있기도 합니다.

김기흥 기자, 지하철 천태만상, 그리고 이런 상황에 용기있게 나서는 분들, 함께 보여주신다고요?

<기자 멘트>

지하철에서의 막말사태가 심각하다 보니 지하철이 아니라 <지욕철>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는데요.

반발에 욕설은 기본이고 폭력까지 휘두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의 한 일간지는 "한국에서 어른을 공경하는 문화가 점점 사려져 가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는데요.

동방예의지국으로 일컬어져 왔던 우리나라, 옛말이 돼 버린 셈입니다.

막말로 얼룩진 그 불편한 현장을 담았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지하철 안, 임산부인 한 여성과 할아버지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데요.

지난 3일, 9호선 막말녀라는 제목과 함께 뜬 동영상입니다.

<녹취> "이런 *** 없는 것을 봤나."

<녹취> "됐다. 이 *** 없는 놈아."

보는 사람들도 분노케 했던 이 영상.

사실 이런 사건들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요.

포털사이트에서 ‘지하철’ 이라고 치면, ‘막말남녀’가 첫 번째 관련어로 떠오를 정도입니다.

지난 6월에는 80세 노인이 청년에게 꼰 다리를 풀라고 했다 봉변을 당했고요.

<녹취> "아저씨, 나한테 뭐... 내가 뭐 잘못했어?"

<녹취> "잘못했냐고 시***야. 잘못했냐고..."

페트병으로 할머니 얼굴을 가격한 폭력녀도 있었습니다.

<녹취> "(내가) 남의 아이한테 손대지 말라고 했으면 알았다고 입 다물면 돼."

<녹취> "입 다물라고"

<녹취> "야, 조용히 해"

이유는 자신의 아이를 만졌기 때문이었는데요.

이런 막말남녀들을 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습니다.

<인터뷰>정임헌(서울시 서교동) : "젊은 사람들이 본인들은 생전 안 늙을 것처럼 행동하잖아요. 그럴 땐 속으로는 좀 서운해도 ‘세월은 너한테도 간다’ (라는 생각을 하죠)"

<인터뷰>정회상(서울시 합정동) : "(어른들께서) “(몸이) 좀 불편한데 자리를 좀 양보해주겠나. 젊은이”라고 말씀하시면 바로 양보해드리죠. 굳이 (나쁘게) 말해서 불필요한 언쟁은 안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이들이 막말을 하는 상대는 비단 노인뿐만이 아닙니다.

얼마 전 지하철에 맹도견을 데리고 탄 시각 장애인에게 폭언을 퍼부은 사건이 있었는데요.

가수 정재형 씨가 안내견을 보는 인식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네티즌들 역시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성토의 목소리를 냈는데요.

<인터뷰>이수정(교수) : "(막말남녀의 경우) 여러 가지 현대의 사회구조 때문에 분노를 잘 조절 못하고 충동적인 행위로 표현합니다. 상대가 누구든지 상관없이 일종의 화풀이하는 형태로 나타난다는 겁니다."

하지만 막말남녀들을 혼쭐내는 용감한 시민들도 있습니다.

장애아를 때린 중년남자를 한 아주머니가 혼쭐내는 상황인데요.

<녹취> "으앙~"

<녹취> "때린 게 아니고..."

<녹취> "딱 보면 정신적으로 이상한 애를 왜 발로 차냐고..."

<녹취> "찬 게 아니고..."

<녹취> "아저씨가 경찰서 가야돼. 나가지 마세요. 나랑 같이 경찰서 갑시다."

지난 8월 일어났던 흑인 폭행 사건 역시 아주머니 홀로 싸움을 말렸습니다.

<녹취> "하지 마"

<녹취> "아저씨 참아요. 참으라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쉽게 나서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인터뷰>문금영(서울시 중곡동) :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은 아는데 섣불리 나서서 그러지 말라고 중재는 못해줄 것 같아요. 겁이 나서요."

<인터뷰>김다빈(서울시 방화동) : "말려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고 자기가 일에 말려들면 복잡하고 피해가 오니까 (피하는 것 같아요)"

그런가 하면, 최근 인터넷을 달아오르게 한 이 동영상. 여느 막말남 상황과 비슷한데요.

인상이 찌푸려지는 바로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오는 옆차기! 그 순간 카메라가 꺼져서 이후 일을 알 수 없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영상 속 주인공을 찾았는데요.

알고 보니 영상 속 상황은 영화 촬영 중에 생긴 일이었다고 하는데요,

<녹취> "(이 영상 주인공 맞나요?) 네, 저희가 찍은 것 맞습니다."

<인터뷰>이승민 : "그 때 영상에서 제가 노인으로 나왔던 배우인데요. 원래 영화제에 출품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런 해프닝이 발생한 겁니다."

<인터뷰>이용봉 : "저희 영상보다 뛰어난 NG컷이 나온 거예요. 더 직접적이고 사람들에게 통쾌함을 줄 수 있는 영상이죠."

막말남녀 사태를 담아낸 영상에 우연히, 아니 놀랍게도 정의로운 시민이 나타난 거였습니다.

<인터뷰>이용봉 : "여기가 촬영했던 장소입니다. 승민 씨가 노인 역할로 여기 앉아 있었고요. 저는 여기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의의 드롭킥을 날리신 분의 자리가 저쪽입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제가 맞았지만 영상을 다시 돌려보면서 ‘아, 나도 그 분처럼 드롭킥을 날리진 않아도 옳은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녹취> "저희는 지하철에서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행동을 하였습니다. 반성합니다. 반성합니다."

막말남녀 사태가 심각해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생겨나고 있는데요.

<인터뷰> "(노약석에) 앉아 있었는데 너무 부끄럽네요. 제가... 죄송합니다. 반성하겠습니다."

막말로 얼룩졌던 지하철에 조금씩 싹트는 정의.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을 때 건강한 지하철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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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 포착] 막말 지하철, 정의는 살아있다!
    • 입력 2011-12-12 09: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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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며칠 전 지하철에서 임신부라는 여성과 할아버지 사이의 막말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진 바 있죠. 보면서 깜짝 놀란 분들 많을텐데요, 사실 이런 막말 동영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네,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 닥치면 막상 나서서 싸움을 말리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인데요. 하지만 아직 용감한 시민들이 곳곳에 숨어있기도 합니다. 김기흥 기자, 지하철 천태만상, 그리고 이런 상황에 용기있게 나서는 분들, 함께 보여주신다고요? <기자 멘트> 지하철에서의 막말사태가 심각하다 보니 지하철이 아니라 <지욕철>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는데요. 반발에 욕설은 기본이고 폭력까지 휘두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의 한 일간지는 "한국에서 어른을 공경하는 문화가 점점 사려져 가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는데요. 동방예의지국으로 일컬어져 왔던 우리나라, 옛말이 돼 버린 셈입니다. 막말로 얼룩진 그 불편한 현장을 담았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지하철 안, 임산부인 한 여성과 할아버지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데요. 지난 3일, 9호선 막말녀라는 제목과 함께 뜬 동영상입니다. <녹취> "이런 *** 없는 것을 봤나." <녹취> "됐다. 이 *** 없는 놈아." 보는 사람들도 분노케 했던 이 영상. 사실 이런 사건들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요. 포털사이트에서 ‘지하철’ 이라고 치면, ‘막말남녀’가 첫 번째 관련어로 떠오를 정도입니다. 지난 6월에는 80세 노인이 청년에게 꼰 다리를 풀라고 했다 봉변을 당했고요. <녹취> "아저씨, 나한테 뭐... 내가 뭐 잘못했어?" <녹취> "잘못했냐고 시***야. 잘못했냐고..." 페트병으로 할머니 얼굴을 가격한 폭력녀도 있었습니다. <녹취> "(내가) 남의 아이한테 손대지 말라고 했으면 알았다고 입 다물면 돼." <녹취> "입 다물라고" <녹취> "야, 조용히 해" 이유는 자신의 아이를 만졌기 때문이었는데요. 이런 막말남녀들을 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습니다. <인터뷰>정임헌(서울시 서교동) : "젊은 사람들이 본인들은 생전 안 늙을 것처럼 행동하잖아요. 그럴 땐 속으로는 좀 서운해도 ‘세월은 너한테도 간다’ (라는 생각을 하죠)" <인터뷰>정회상(서울시 합정동) : "(어른들께서) “(몸이) 좀 불편한데 자리를 좀 양보해주겠나. 젊은이”라고 말씀하시면 바로 양보해드리죠. 굳이 (나쁘게) 말해서 불필요한 언쟁은 안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이들이 막말을 하는 상대는 비단 노인뿐만이 아닙니다. 얼마 전 지하철에 맹도견을 데리고 탄 시각 장애인에게 폭언을 퍼부은 사건이 있었는데요. 가수 정재형 씨가 안내견을 보는 인식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네티즌들 역시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성토의 목소리를 냈는데요. <인터뷰>이수정(교수) : "(막말남녀의 경우) 여러 가지 현대의 사회구조 때문에 분노를 잘 조절 못하고 충동적인 행위로 표현합니다. 상대가 누구든지 상관없이 일종의 화풀이하는 형태로 나타난다는 겁니다." 하지만 막말남녀들을 혼쭐내는 용감한 시민들도 있습니다. 장애아를 때린 중년남자를 한 아주머니가 혼쭐내는 상황인데요. <녹취> "으앙~" <녹취> "때린 게 아니고..." <녹취> "딱 보면 정신적으로 이상한 애를 왜 발로 차냐고..." <녹취> "찬 게 아니고..." <녹취> "아저씨가 경찰서 가야돼. 나가지 마세요. 나랑 같이 경찰서 갑시다." 지난 8월 일어났던 흑인 폭행 사건 역시 아주머니 홀로 싸움을 말렸습니다. <녹취> "하지 마" <녹취> "아저씨 참아요. 참으라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쉽게 나서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인터뷰>문금영(서울시 중곡동) :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은 아는데 섣불리 나서서 그러지 말라고 중재는 못해줄 것 같아요. 겁이 나서요." <인터뷰>김다빈(서울시 방화동) : "말려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고 자기가 일에 말려들면 복잡하고 피해가 오니까 (피하는 것 같아요)" 그런가 하면, 최근 인터넷을 달아오르게 한 이 동영상. 여느 막말남 상황과 비슷한데요. 인상이 찌푸려지는 바로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오는 옆차기! 그 순간 카메라가 꺼져서 이후 일을 알 수 없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영상 속 주인공을 찾았는데요. 알고 보니 영상 속 상황은 영화 촬영 중에 생긴 일이었다고 하는데요, <녹취> "(이 영상 주인공 맞나요?) 네, 저희가 찍은 것 맞습니다." <인터뷰>이승민 : "그 때 영상에서 제가 노인으로 나왔던 배우인데요. 원래 영화제에 출품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런 해프닝이 발생한 겁니다." <인터뷰>이용봉 : "저희 영상보다 뛰어난 NG컷이 나온 거예요. 더 직접적이고 사람들에게 통쾌함을 줄 수 있는 영상이죠." 막말남녀 사태를 담아낸 영상에 우연히, 아니 놀랍게도 정의로운 시민이 나타난 거였습니다. <인터뷰>이용봉 : "여기가 촬영했던 장소입니다. 승민 씨가 노인 역할로 여기 앉아 있었고요. 저는 여기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의의 드롭킥을 날리신 분의 자리가 저쪽입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제가 맞았지만 영상을 다시 돌려보면서 ‘아, 나도 그 분처럼 드롭킥을 날리진 않아도 옳은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녹취> "저희는 지하철에서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행동을 하였습니다. 반성합니다. 반성합니다." 막말남녀 사태가 심각해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생겨나고 있는데요. <인터뷰> "(노약석에) 앉아 있었는데 너무 부끄럽네요. 제가... 죄송합니다. 반성하겠습니다." 막말로 얼룩졌던 지하철에 조금씩 싹트는 정의.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을 때 건강한 지하철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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