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이젠 희망을 저축합니다”

입력 2012.01.10 (09:04) 수정 2012.01.1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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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새해를 맞아, 새로 적금도 들고 열심히 저축해야지, 마음먹은 분들 많으실텐데요

통장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돈, 누구에게나 무척 소중한데요, 남들보다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노숙인들인데요.

다시 세상에 서겠단 의지 하나로, 매일같이 고철과 빈병을 모아서 돈을 차곡차곡 모으는 분들이 있다죠

정직하게 땀흘려 한 푼 두 푼 모으는 이 돈이, 세상에 한 걸음 두 걸음 디뎌나가는 힘이 되는 셈인데요,

김기흥 기자, 며칠 전엔 서울시에서 노숙인 저축왕도 뽑았다고요?

<기자 멘트>

모두 70여 명이 저축왕으로 선발됐는데요.

통장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숫자들이 이들에겐 단지 돈이 아니라 <희망>이었습니다.

길거리에서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다가 깨어났을 때 <살아있는 자신이 너무 미워 펑펑 울었다>는 한 노숙인.... 이제는 가족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요. 희망을 쌓아가고 있는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일, 서울시의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숙인 중 저축률이 높은 70여 명이 저축왕으로 선발됐습니다.

거리 위에서 보냈던 시간을 잊고, 이제는 희망으로 가득 채운 이들은, 힘찬 발걸음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인터뷰> 이정수 (가명/저축왕 1위 수상자): "(신발이 왜 이렇게 낡았어요?) 무거운 짐을 옮기려면 신발이 튼튼해야 합니다. 많이 낡아 보여도 아주 단단합니다."

매일 아침 새 출발을 다짐하는 그는, 물건을 배달하며 차곡차곡 저축액을 늘려가고 있었는데요,

앞만 보고 달려왔던 지난 시간동안 자립에 대한 의지는 커져만 갔고, 한푼 두푼 알뜰히 저축한 덕분에 통장엔 희망의 종잣돈이 모였습니다.

<녹취> "여기 있습니다."

갑자기 닥친 IMF외환위기로 인해 회사와 집, 그리고 가족까지도 순식간에 잃고 말았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이정수 (가명/ 저축왕 1위 수상자): "모든 것에 자포자기하고 있었죠. 그래서 결국 거리로 나오게 됐는데, 빈 병 줍고, 종이 줍고, 고철 주워서 받은 돈으로 술도 마시고 빵 사 먹으면서 살았죠. 지금 처지가 이렇다 보니까 가족에게 연락을 못 하고 있어요.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서울역 길거리에서 홀로 싸웠던 5년 전.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던 날엔 살아있는 자신이 미워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일주 (사회복지사): "처음에는 굉장히 무기력한 상태였어요. 알코올의존도가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과연 이 사람이 회복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근로 활동 열심히 하고, 저축활동도 꾸준히 하고, 남들이 봤을 때 모범이 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정수 씨가 저축왕 1위를 차지해 뿌듯하고, 제가 1등이 된 기분입니다."

고철과 빈병을 모아 받은 돈을 가지고 은행으로 달려간 시간도 어느 덧 3년 째, 통장을 채우는 숫자가 높아갈수록 희망은 커져갔습니다.

<인터뷰> 이정수 (가명/ 저축왕 1위 수상자): "이 액수가 조금씩 모이는 것을 보니까 살고 싶어졌어요.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보고 싶은 가족들에게 너무 부끄럽고, 죄스러운 마음입니다. 가족을 생각해보면 지금의 이 아픈 몸이 빨리 나아서 더욱 열심히 일하고, 하루빨리 재기에 성공해서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정신지체 3급의 장애를 뛰어넘어, 자신의 노력과 의지로 저축왕에 선정된 한유석 씨. 그는 현재 쉼터 내에서 단체 생활을 하며 자립을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인터뷰> 한유석 (저축왕 수상자): "제가 가진 통장이 청약 저축 통장하고, 적금통장, 입출금 통장을 가지고 있어요."

단돈 천 원도 소중히 여긴 덕분에 어느 덧 9백 만 원이 모였는데요,

<인터뷰> 한유석 (저축왕 수상자): "(저축하니까) 굉장히 좋죠. 안심되고요. (쉼터에서) 생활을 하다가 밖으로 나가게 되더라도 고시원에서 몇 달 정도는 생활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좋아요."

부모의 이혼으로 갑작스레 찾아온 홀로서기는 그에게 긴 방황의 시간을 가져왔습니다.

길거리에서 보낸 지난 세월이 생각나 마음이 불안해 질 때면, 자신의 노력으로 가득 찬 통장을 꺼내어 보곤 한다는데요,

<인터뷰> 한유석 (저축왕 수상자): "안심이 많이 되죠. 길거리에서 노숙은 안 해도 되니까."

일을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김성주 씨는 얼마 전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여자와의 잘못된 만남으로 재산을 잃고 서울에 온 지 딱 10년이 흘렀습니다.

<인터뷰> 김성주 (저축왕 수상자): "(저축한 이후에) 생활에 여유가 생기니까 가끔 책도 한 권씩 사서 읽고 있습니다."

통장에는 오늘을 위해 달려온 지난 세월이 새겨져 있었는데요,

<녹취> "매달 20만 원 씩 입금된 것 보이시죠? 2011년 12월 19일에 입금하면서 (만기 됐어요.) 이 통장에 약 500만 원 정도 모았어요."

<인터뷰> 김성주 (저축왕 수상자): "스스로 변화된 모습을 보니까 안 믿어지지만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진 자신에게 대해서 만족합니다.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노숙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랜 방황의 시간을 보내고 이제는 새 출발을 위해 아낌없이 노력을 기울이는 세 사람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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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1-10 09:04:24
    • 수정2012-01-10 17: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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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새해를 맞아, 새로 적금도 들고 열심히 저축해야지, 마음먹은 분들 많으실텐데요 통장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돈, 누구에게나 무척 소중한데요, 남들보다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노숙인들인데요. 다시 세상에 서겠단 의지 하나로, 매일같이 고철과 빈병을 모아서 돈을 차곡차곡 모으는 분들이 있다죠 정직하게 땀흘려 한 푼 두 푼 모으는 이 돈이, 세상에 한 걸음 두 걸음 디뎌나가는 힘이 되는 셈인데요, 김기흥 기자, 며칠 전엔 서울시에서 노숙인 저축왕도 뽑았다고요? <기자 멘트> 모두 70여 명이 저축왕으로 선발됐는데요. 통장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숫자들이 이들에겐 단지 돈이 아니라 <희망>이었습니다. 길거리에서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다가 깨어났을 때 <살아있는 자신이 너무 미워 펑펑 울었다>는 한 노숙인.... 이제는 가족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요. 희망을 쌓아가고 있는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일, 서울시의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숙인 중 저축률이 높은 70여 명이 저축왕으로 선발됐습니다. 거리 위에서 보냈던 시간을 잊고, 이제는 희망으로 가득 채운 이들은, 힘찬 발걸음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인터뷰> 이정수 (가명/저축왕 1위 수상자): "(신발이 왜 이렇게 낡았어요?) 무거운 짐을 옮기려면 신발이 튼튼해야 합니다. 많이 낡아 보여도 아주 단단합니다." 매일 아침 새 출발을 다짐하는 그는, 물건을 배달하며 차곡차곡 저축액을 늘려가고 있었는데요, 앞만 보고 달려왔던 지난 시간동안 자립에 대한 의지는 커져만 갔고, 한푼 두푼 알뜰히 저축한 덕분에 통장엔 희망의 종잣돈이 모였습니다. <녹취> "여기 있습니다." 갑자기 닥친 IMF외환위기로 인해 회사와 집, 그리고 가족까지도 순식간에 잃고 말았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이정수 (가명/ 저축왕 1위 수상자): "모든 것에 자포자기하고 있었죠. 그래서 결국 거리로 나오게 됐는데, 빈 병 줍고, 종이 줍고, 고철 주워서 받은 돈으로 술도 마시고 빵 사 먹으면서 살았죠. 지금 처지가 이렇다 보니까 가족에게 연락을 못 하고 있어요.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서울역 길거리에서 홀로 싸웠던 5년 전.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던 날엔 살아있는 자신이 미워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일주 (사회복지사): "처음에는 굉장히 무기력한 상태였어요. 알코올의존도가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과연 이 사람이 회복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근로 활동 열심히 하고, 저축활동도 꾸준히 하고, 남들이 봤을 때 모범이 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정수 씨가 저축왕 1위를 차지해 뿌듯하고, 제가 1등이 된 기분입니다." 고철과 빈병을 모아 받은 돈을 가지고 은행으로 달려간 시간도 어느 덧 3년 째, 통장을 채우는 숫자가 높아갈수록 희망은 커져갔습니다. <인터뷰> 이정수 (가명/ 저축왕 1위 수상자): "이 액수가 조금씩 모이는 것을 보니까 살고 싶어졌어요.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보고 싶은 가족들에게 너무 부끄럽고, 죄스러운 마음입니다. 가족을 생각해보면 지금의 이 아픈 몸이 빨리 나아서 더욱 열심히 일하고, 하루빨리 재기에 성공해서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정신지체 3급의 장애를 뛰어넘어, 자신의 노력과 의지로 저축왕에 선정된 한유석 씨. 그는 현재 쉼터 내에서 단체 생활을 하며 자립을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인터뷰> 한유석 (저축왕 수상자): "제가 가진 통장이 청약 저축 통장하고, 적금통장, 입출금 통장을 가지고 있어요." 단돈 천 원도 소중히 여긴 덕분에 어느 덧 9백 만 원이 모였는데요, <인터뷰> 한유석 (저축왕 수상자): "(저축하니까) 굉장히 좋죠. 안심되고요. (쉼터에서) 생활을 하다가 밖으로 나가게 되더라도 고시원에서 몇 달 정도는 생활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좋아요." 부모의 이혼으로 갑작스레 찾아온 홀로서기는 그에게 긴 방황의 시간을 가져왔습니다. 길거리에서 보낸 지난 세월이 생각나 마음이 불안해 질 때면, 자신의 노력으로 가득 찬 통장을 꺼내어 보곤 한다는데요, <인터뷰> 한유석 (저축왕 수상자): "안심이 많이 되죠. 길거리에서 노숙은 안 해도 되니까." 일을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김성주 씨는 얼마 전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여자와의 잘못된 만남으로 재산을 잃고 서울에 온 지 딱 10년이 흘렀습니다. <인터뷰> 김성주 (저축왕 수상자): "(저축한 이후에) 생활에 여유가 생기니까 가끔 책도 한 권씩 사서 읽고 있습니다." 통장에는 오늘을 위해 달려온 지난 세월이 새겨져 있었는데요, <녹취> "매달 20만 원 씩 입금된 것 보이시죠? 2011년 12월 19일에 입금하면서 (만기 됐어요.) 이 통장에 약 500만 원 정도 모았어요." <인터뷰> 김성주 (저축왕 수상자): "스스로 변화된 모습을 보니까 안 믿어지지만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진 자신에게 대해서 만족합니다.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노숙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랜 방황의 시간을 보내고 이제는 새 출발을 위해 아낌없이 노력을 기울이는 세 사람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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