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占)보러 왔습니다”

입력 2012.01.16 (08:38) 수정 2012.02.0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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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8백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SK그룹 최태원 회장, 개인 투자를 하는데 역술인 김모씨의 자문을 받았습니다.

그룹 돈 수백억원을 맡길 만큼 역술인을 믿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재벌 회장과 기업인들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종종 역술인들의 조언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인터뷰>김정섭(역술인) : "아무리 용기가 좋으신 분들이라도 그 옆에는 장자방(책사)이 한 분씩 계세요, (저도) 장자방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 또한 선거에서의 당락 여부, 자신에게 좋은 시기, 장소, 사람 등을 알아보기 위해 역술인들을 찾는다고 합니다.

<인터뷰>백운산 : "국회의원 몇 백명 중에 거의 다 보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자기는 안보더라도 보좌관들은 다 가서 의원님의 운명이라든가 친척, 부인 이런 분들이..."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한 해 신수를 보기 위해 점집을 찾습니다.

운명 결정론이다. 미신이다 한편으로 폄하하면서도, 불안한 미래에 대해 조금이라도 엿보고 싶은 인간의 욕구.

하지만, 그게 맞는지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미래를 내다본다는 역술과 무속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설이 코앞, 유명 역술인들의 집은 운세를 보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인터뷰>배미숙 : "신년 운세 보러왔는데요, 결혼은 언제쯤 할 수 있는지, 올해 돈 좀 모을 수 있는지"

<인터뷰>김나형 : "기대 심리 때문이겠죠 아무래도, 뭔가 좋은 얘길 듣고 싶은 기대심리.. 괴로울 때 여기 오면 모든 게 다 해결이 되니까"

특히 총선과 대선을 앞둔 올해는 정치인들이 점집을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인터뷰>김혜전(역술인협회 수석부회장) : "앞으로 운 기가 나한테 좋은 운기가 오겠느냐, 그럴 떄는 답을 정확히 이제 말씀을 드리죠, 운 기는 분명히 있는데 몇 년 정도가 간다"

정치인 본인이 아니더라도 가족이나 친지,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도 당락 여부를 알아보고 당선을 기원하기도 합니다.

<인터뷰>무속인 : "정월에는 굿당이 비지를 않아요. 국회철이잖아요, 선거철, 지금 예약이 꽉 잡혀있어요"

아예 대권주자들의 사주를 공개적으로 풀어놓은 역술인도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얘기가 나올 때까지 여러 곳에 들러보고, 따져 묻기도 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정섭 : "10분이면 끝날 상담을 30분씩 끌어요. 왜 냐면 나쁜 말을 금방 했잖습니까, 그럼 반대편, 내가 옛날에 이랬는데, 지금도 무슨당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데, 근데 내가 나가면 왜 안되느냐"

인간의 운명을 미리 보여주는 역술은 기본적으로 학문입니다.

시초는 중국 주나라 때 발원한 주역. 이를 공자가 4서 3경 중 하나인 역경으로 집대성했습니다.

우주만물 불변의 이치를 인간에게 적용시켰습니다.

<인터뷰>전호림(역학자) : "모든 자연 법칙에는 시작과 결과가 있는데, 그 시작과 결과를 어떤 법칙을 통해서 풀어낸 것을 주역이라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법칙 속에서 과거에 일어났던 무수한 사례들에 비추어, 인간의 미래 또한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도의 통계학입니다.

역학의 또다른 줄기는 명리학, 인간이 태어난 생년월일시, 즉 사주팔자로 일생 동안의 운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중국 당나라 때 체계화됐습니다.

<인터뷰> "평생에 어떻게 갈 거라는 거죠, 그러니깐 (태어난) 그릇을 통해서 어떻게 살아갈 거라는 것을 얘기할 수 있고 운의 흐름을 얘기할 ..."

여기에 얼굴을 보는 관상학, 풍수지리를 보는 성명학까지 역학의 분야는 실로 방대합니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학문인 역술과, 신과 소통한다는 무당, 즉 무속은 완전히 다릅니다.

<인터뷰> 이유엽(무속인) : "진짜 일자무식, 머리가 완전히 비워진 상태에서 신을 내림받고 지가 모시는 신들에 대해서 영감을 받고 기운을 받아서 찾아오신 손님들에게 한마디 두마디 신들의 말을 전해주는 거에요"

하지만, 일반인들이 이를 굳이 구분하지 않는 것은, 이들로부터 원하는 게 어차피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예언입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가능할까? 그리고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취재진이 직접 한번에 5만원에서 10만원을 주고, 역술인과 무속인 상담소 각각 3곳씩 모두 6곳을 찾았습니다.

똑같은 사주를 내놓고 비슷한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먼저 역술인들, 전체적인 사주의 틀에 대해서는 일치하는 듯 싶었지만, 구체적인 질문에는 다른 답을 내놓습니다.

<녹취> 역술인1: "처복으로 볼 때는 쉬운 얘기로 두 여자를 품에 안아볼 수 있다, 첫번째 여자하고 실패하고"

<녹취> 역술인2 : "좋은 연분을 만나서 좋은 아가씨하고 결혼해서 첫갓집 덕으로 잘 산다고 했어"

<녹취> 역술인1 : "재주 기술 직업 이런 걸 보는 건데 목이 없어 직업운은 타고 나지 못했다 그런 얘기야, "

<녹취> 역술인2 : "(직업이 기술직으로) "기술로 나가야 돼, 꼭 기술 가져, 기술로 영통해서 앞으로 성공해요"

무속인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자, 정반대의 얘기를 합니다.

<녹취> 무속인1 : "제가 보기엔 공무원으로 보이거든요, 나랏밥 먹을 사주에요"

<녹취> 무속인3 : "당신이 공무원이 맞을 것 같아, 당신은 나라의 녹을 먹을 사주는 못돼"

한 사람은 누구를 끼고 사업을 하라고 하고, 한 사람은 동업은 안된다고 합니다.

<녹취> 무속인1 : "사업을 할 거면 형이 있거나 친한 사람 있잖아요, 그 사람을 끼고 같이 해야 돼"

<녹취> 무속인2 : "절대 동업은 안돼요, 누군가가 나의 돈을 빼앗는다든가 사기를 친다든가 본인이 항상 손해를 보게 되세요"

만나는 사람마다 다른 얘기를 하니, 보면 볼수록 헷갈립니다.

역술이 학문이라면 모두 같은 답을 내놓아야 할 텐데 왜 서로 다른 얘기를 하게 되는 걸까요?

학문의 깊이 때문이라고 역술인들은 말합니다.

<인터뷰>전호림(역학자) : "아는 만큼 보인다고 보시면 돼요, 그래서 철학입니다."

<인터뷰> 김혜전(역술인협회 수석부회장) : "공부를 깊이 한 사람의 해석과 얼마 하지 않은 사람의 해석이 다르죠. 게다가 학문적에다가 실기를 같이 겹쳐서 이거를 보셔야 해요"

무속인들의 경우 차이는 더 커집니다.

무속인들 스스로가 각자 모시는 신이 다르고, 그 신의 급도 다르다고 말합니다.

신이 내리는 게 아니라 사람을 따라다니는 영혼과 대화를 한다는 무속인도 있습니다.

<인터뷰>정보경(무속인) : "인연이 된 영혼을 보는 거뿐이에요, 순간 찰나인데, 그리고 이 법당에 완전히 여기 와서 있을 수가 없어요, 그 영혼이"

따라서 이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믿을지 말지는 개개인이 각자 결정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이유엽(무속인) :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까 믿을 분들은 믿고 믿지 못하는 분은 믿지 마시고"

신내림을 받았다가, 이른바 '신기'가 약해지면 명리학을 공부해 사주풀이를 병행하면서,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무속과 역술을 넘나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눈치와 경험도 작용한다고 고백했습니다.

입고 있는 옷, 어디에 사는지 등 얘기할 때 나오는 반응, 사소한 모든 것들이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된다는 것입니다.

<녹취> "좋은 신발 신고 왔는지 안좋은 신발 신고 왔는지.."

이런 현실을 간과하고, 역술인이나 무속인이 뭔가를 결정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데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앞서 취재진이 투입된 6곳 가운데 무려 5곳에서, 취업이 안되는 이유가 보이지 않는 것에 있다며 굿을 유도했습니다.

<녹취> 무속인1 : "꼬마애가 붙어다닌다고, 꼬마애가"

<녹취> 역술인1 : "영혼이 자꾸 앞길을 방해해, 직장 방해 혼인 방해, 앞길을 막아버려 캄캄하게"

<녹취> 무속인3 : "동서남북이 꽉 막혀 있어, 급사할 집이야.. 작두 한번 타야될 것 같은데?"

굿, 살풀이, 영혼을 하늘로 보내는 천도제 등을 권하면서 그 자리에서 수백만원씩 불렀습니다.

<녹취> 무속인2 : "굿이 (효과가) 100%에요, 그날 저녁에 효과를 보시는 분들이 있어요"

<녹취> 무속인3 : "(꼭 해야 되나요?) 해야 돼 (금액은?) 칠백, 최소한"

<녹취> 역술인1 : "아무리 못들어도 450 정도는 들어가겠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취재진의 실체를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진짜 용~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미래를 예언하고, 확실한 길을 제시해주길 바라지만, 그같은 운명론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역술인들입니다.

<인터뷰> 이유엽 : "우리가 감히 한 사람의 일생이 달린 얘기를 할 수 있겠어요, 쫄딱 망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어요, 이런 것들은 극단적인 표현들은 협박이에요."

<인터뷰> 김정섭 : "나는 팔자가 나쁘대.. 나쁘면 어떻게 살아야죠, 근데 그 생각은 하지 않고 나쁘니까 나는 나쁜 대로 갈거야 또 설명하는 사람도 당신 그냥 나빠 포기해 이래 버리면 그건 인간의 삶이 아니죠."

<인터뷰> 김혜전 : "누구나 다 비가 올 때도 있고, 뭐 눈보라가 칠 때도 있고, 번개가 칠 때도 있고, 그러나 기도, 심성 또는 사람을 좋게 인도할 수 있는 그 방법으로 하면 피해갈 수 있다"

운명 자체보다 인간의 의지와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역술인이나 무속인을 찾는 이유도 거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녹취> "믿진 않지만 보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죠"

<녹취> "이런 점은 고쳐서 개선해야겠구나 생각을 하면서"

<인터뷰>곽금주(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 "낙담을 하게 될 때 바로 이와 같은 데에서 어떤 해주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어느 쪽으로 설명도 되겠고, 안하던 노력도 하게 될 것이고, 의존을 하면서 열패감도 없어지고 힘이 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역술인들도 항상 진실만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인터뷰> 백운산 : "운을 보니까, 평생 운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한테 당신 지금까지도 운이 너무 나쁜데 앞으로 더 나쁘다고 하면 바로 이 사람은 한강으로 가서 투신자살할 사람인데.. 그래서 앞으로 조금씩 운이 나아져서 4,5년만 지나면 아주 좋아진다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은 그 길로부터 마음을 활짝 열고"

현재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역술인과 무속인은 3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많은 역술인과 무속인들이 정말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는 사람의 약한 심성을 이용해 돈을 쫓는 이들도 있습니다.

최첨단 과학 시대에도 사람들을 점집으로 향하게 하는 불안한 세태.

하지만, 세상을 이겨낼 해답이 그 곳에 있지는 않다는 것을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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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占)보러 왔습니다”
    • 입력 2012-01-16 08:38:34
    • 수정2012-02-09 19:32:41
    취재파일K
천 8백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SK그룹 최태원 회장, 개인 투자를 하는데 역술인 김모씨의 자문을 받았습니다. 그룹 돈 수백억원을 맡길 만큼 역술인을 믿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재벌 회장과 기업인들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종종 역술인들의 조언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인터뷰>김정섭(역술인) : "아무리 용기가 좋으신 분들이라도 그 옆에는 장자방(책사)이 한 분씩 계세요, (저도) 장자방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 또한 선거에서의 당락 여부, 자신에게 좋은 시기, 장소, 사람 등을 알아보기 위해 역술인들을 찾는다고 합니다. <인터뷰>백운산 : "국회의원 몇 백명 중에 거의 다 보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자기는 안보더라도 보좌관들은 다 가서 의원님의 운명이라든가 친척, 부인 이런 분들이..."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한 해 신수를 보기 위해 점집을 찾습니다. 운명 결정론이다. 미신이다 한편으로 폄하하면서도, 불안한 미래에 대해 조금이라도 엿보고 싶은 인간의 욕구. 하지만, 그게 맞는지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미래를 내다본다는 역술과 무속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설이 코앞, 유명 역술인들의 집은 운세를 보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인터뷰>배미숙 : "신년 운세 보러왔는데요, 결혼은 언제쯤 할 수 있는지, 올해 돈 좀 모을 수 있는지" <인터뷰>김나형 : "기대 심리 때문이겠죠 아무래도, 뭔가 좋은 얘길 듣고 싶은 기대심리.. 괴로울 때 여기 오면 모든 게 다 해결이 되니까" 특히 총선과 대선을 앞둔 올해는 정치인들이 점집을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인터뷰>김혜전(역술인협회 수석부회장) : "앞으로 운 기가 나한테 좋은 운기가 오겠느냐, 그럴 떄는 답을 정확히 이제 말씀을 드리죠, 운 기는 분명히 있는데 몇 년 정도가 간다" 정치인 본인이 아니더라도 가족이나 친지,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도 당락 여부를 알아보고 당선을 기원하기도 합니다. <인터뷰>무속인 : "정월에는 굿당이 비지를 않아요. 국회철이잖아요, 선거철, 지금 예약이 꽉 잡혀있어요" 아예 대권주자들의 사주를 공개적으로 풀어놓은 역술인도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얘기가 나올 때까지 여러 곳에 들러보고, 따져 묻기도 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정섭 : "10분이면 끝날 상담을 30분씩 끌어요. 왜 냐면 나쁜 말을 금방 했잖습니까, 그럼 반대편, 내가 옛날에 이랬는데, 지금도 무슨당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데, 근데 내가 나가면 왜 안되느냐" 인간의 운명을 미리 보여주는 역술은 기본적으로 학문입니다. 시초는 중국 주나라 때 발원한 주역. 이를 공자가 4서 3경 중 하나인 역경으로 집대성했습니다. 우주만물 불변의 이치를 인간에게 적용시켰습니다. <인터뷰>전호림(역학자) : "모든 자연 법칙에는 시작과 결과가 있는데, 그 시작과 결과를 어떤 법칙을 통해서 풀어낸 것을 주역이라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법칙 속에서 과거에 일어났던 무수한 사례들에 비추어, 인간의 미래 또한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도의 통계학입니다. 역학의 또다른 줄기는 명리학, 인간이 태어난 생년월일시, 즉 사주팔자로 일생 동안의 운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중국 당나라 때 체계화됐습니다. <인터뷰> "평생에 어떻게 갈 거라는 거죠, 그러니깐 (태어난) 그릇을 통해서 어떻게 살아갈 거라는 것을 얘기할 수 있고 운의 흐름을 얘기할 ..." 여기에 얼굴을 보는 관상학, 풍수지리를 보는 성명학까지 역학의 분야는 실로 방대합니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학문인 역술과, 신과 소통한다는 무당, 즉 무속은 완전히 다릅니다. <인터뷰> 이유엽(무속인) : "진짜 일자무식, 머리가 완전히 비워진 상태에서 신을 내림받고 지가 모시는 신들에 대해서 영감을 받고 기운을 받아서 찾아오신 손님들에게 한마디 두마디 신들의 말을 전해주는 거에요" 하지만, 일반인들이 이를 굳이 구분하지 않는 것은, 이들로부터 원하는 게 어차피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예언입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가능할까? 그리고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취재진이 직접 한번에 5만원에서 10만원을 주고, 역술인과 무속인 상담소 각각 3곳씩 모두 6곳을 찾았습니다. 똑같은 사주를 내놓고 비슷한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먼저 역술인들, 전체적인 사주의 틀에 대해서는 일치하는 듯 싶었지만, 구체적인 질문에는 다른 답을 내놓습니다. <녹취> 역술인1: "처복으로 볼 때는 쉬운 얘기로 두 여자를 품에 안아볼 수 있다, 첫번째 여자하고 실패하고" <녹취> 역술인2 : "좋은 연분을 만나서 좋은 아가씨하고 결혼해서 첫갓집 덕으로 잘 산다고 했어" <녹취> 역술인1 : "재주 기술 직업 이런 걸 보는 건데 목이 없어 직업운은 타고 나지 못했다 그런 얘기야, " <녹취> 역술인2 : "(직업이 기술직으로) "기술로 나가야 돼, 꼭 기술 가져, 기술로 영통해서 앞으로 성공해요" 무속인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자, 정반대의 얘기를 합니다. <녹취> 무속인1 : "제가 보기엔 공무원으로 보이거든요, 나랏밥 먹을 사주에요" <녹취> 무속인3 : "당신이 공무원이 맞을 것 같아, 당신은 나라의 녹을 먹을 사주는 못돼" 한 사람은 누구를 끼고 사업을 하라고 하고, 한 사람은 동업은 안된다고 합니다. <녹취> 무속인1 : "사업을 할 거면 형이 있거나 친한 사람 있잖아요, 그 사람을 끼고 같이 해야 돼" <녹취> 무속인2 : "절대 동업은 안돼요, 누군가가 나의 돈을 빼앗는다든가 사기를 친다든가 본인이 항상 손해를 보게 되세요" 만나는 사람마다 다른 얘기를 하니, 보면 볼수록 헷갈립니다. 역술이 학문이라면 모두 같은 답을 내놓아야 할 텐데 왜 서로 다른 얘기를 하게 되는 걸까요? 학문의 깊이 때문이라고 역술인들은 말합니다. <인터뷰>전호림(역학자) : "아는 만큼 보인다고 보시면 돼요, 그래서 철학입니다." <인터뷰> 김혜전(역술인협회 수석부회장) : "공부를 깊이 한 사람의 해석과 얼마 하지 않은 사람의 해석이 다르죠. 게다가 학문적에다가 실기를 같이 겹쳐서 이거를 보셔야 해요" 무속인들의 경우 차이는 더 커집니다. 무속인들 스스로가 각자 모시는 신이 다르고, 그 신의 급도 다르다고 말합니다. 신이 내리는 게 아니라 사람을 따라다니는 영혼과 대화를 한다는 무속인도 있습니다. <인터뷰>정보경(무속인) : "인연이 된 영혼을 보는 거뿐이에요, 순간 찰나인데, 그리고 이 법당에 완전히 여기 와서 있을 수가 없어요, 그 영혼이" 따라서 이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믿을지 말지는 개개인이 각자 결정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이유엽(무속인) :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까 믿을 분들은 믿고 믿지 못하는 분은 믿지 마시고" 신내림을 받았다가, 이른바 '신기'가 약해지면 명리학을 공부해 사주풀이를 병행하면서,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무속과 역술을 넘나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눈치와 경험도 작용한다고 고백했습니다. 입고 있는 옷, 어디에 사는지 등 얘기할 때 나오는 반응, 사소한 모든 것들이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된다는 것입니다. <녹취> "좋은 신발 신고 왔는지 안좋은 신발 신고 왔는지.." 이런 현실을 간과하고, 역술인이나 무속인이 뭔가를 결정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데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앞서 취재진이 투입된 6곳 가운데 무려 5곳에서, 취업이 안되는 이유가 보이지 않는 것에 있다며 굿을 유도했습니다. <녹취> 무속인1 : "꼬마애가 붙어다닌다고, 꼬마애가" <녹취> 역술인1 : "영혼이 자꾸 앞길을 방해해, 직장 방해 혼인 방해, 앞길을 막아버려 캄캄하게" <녹취> 무속인3 : "동서남북이 꽉 막혀 있어, 급사할 집이야.. 작두 한번 타야될 것 같은데?" 굿, 살풀이, 영혼을 하늘로 보내는 천도제 등을 권하면서 그 자리에서 수백만원씩 불렀습니다. <녹취> 무속인2 : "굿이 (효과가) 100%에요, 그날 저녁에 효과를 보시는 분들이 있어요" <녹취> 무속인3 : "(꼭 해야 되나요?) 해야 돼 (금액은?) 칠백, 최소한" <녹취> 역술인1 : "아무리 못들어도 450 정도는 들어가겠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취재진의 실체를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진짜 용~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미래를 예언하고, 확실한 길을 제시해주길 바라지만, 그같은 운명론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역술인들입니다. <인터뷰> 이유엽 : "우리가 감히 한 사람의 일생이 달린 얘기를 할 수 있겠어요, 쫄딱 망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어요, 이런 것들은 극단적인 표현들은 협박이에요." <인터뷰> 김정섭 : "나는 팔자가 나쁘대.. 나쁘면 어떻게 살아야죠, 근데 그 생각은 하지 않고 나쁘니까 나는 나쁜 대로 갈거야 또 설명하는 사람도 당신 그냥 나빠 포기해 이래 버리면 그건 인간의 삶이 아니죠." <인터뷰> 김혜전 : "누구나 다 비가 올 때도 있고, 뭐 눈보라가 칠 때도 있고, 번개가 칠 때도 있고, 그러나 기도, 심성 또는 사람을 좋게 인도할 수 있는 그 방법으로 하면 피해갈 수 있다" 운명 자체보다 인간의 의지와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역술인이나 무속인을 찾는 이유도 거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녹취> "믿진 않지만 보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죠" <녹취> "이런 점은 고쳐서 개선해야겠구나 생각을 하면서" <인터뷰>곽금주(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 "낙담을 하게 될 때 바로 이와 같은 데에서 어떤 해주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어느 쪽으로 설명도 되겠고, 안하던 노력도 하게 될 것이고, 의존을 하면서 열패감도 없어지고 힘이 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역술인들도 항상 진실만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인터뷰> 백운산 : "운을 보니까, 평생 운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한테 당신 지금까지도 운이 너무 나쁜데 앞으로 더 나쁘다고 하면 바로 이 사람은 한강으로 가서 투신자살할 사람인데.. 그래서 앞으로 조금씩 운이 나아져서 4,5년만 지나면 아주 좋아진다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은 그 길로부터 마음을 활짝 열고" 현재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역술인과 무속인은 3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많은 역술인과 무속인들이 정말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는 사람의 약한 심성을 이용해 돈을 쫓는 이들도 있습니다. 최첨단 과학 시대에도 사람들을 점집으로 향하게 하는 불안한 세태. 하지만, 세상을 이겨낼 해답이 그 곳에 있지는 않다는 것을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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