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언론인 정치진출, 현실과 한계
입력 2012.02.25 (09:49) 미디어 인사이드
자동재생
동영상영역 시작
동영상영역 끝
<앵커 멘트>

최근 언론인 출신인 김효재 전 정무수석이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와 관련해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이처럼 최근 언론인 출신 고위 공직자들이 불명예 퇴진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특히 19대 총선을 앞두고 언론인들의 정치진출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언론인 출신 정치인 또는 고위공직자 이른바 폴리널리스트라고 불리는 이들의 문제를 박진현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박기자, ‘폴리널리스트’란 말부터 정리해보죠.

정치인이 된 교수를 지칭하는 ‘폴리페서’와 비슷한 어감인데요.

<답변>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과 언론인이라는 뜻의 ‘저널리스트’를 조합해 만든 조어가 바로 폴리널리스트입니다.

언론인으로 활동하다가 정계에 나서거나 관계에 진출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인데 부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먼저 선거라는 검증 절차를 거쳐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18대 국회의원 중에서 언론인 출신은 모두 35명.

전체의 11. 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이었던 17대 국회에서도 언론인 출신 정치인들이 모두 35명이었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19대 총선에 예비 후보 등록을 한 언론인들도 오늘 9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경로로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으로 청와대 또는 관가로 진출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한 주간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경우 선거보다는 임명직으로 언론계를 벗어난 사례가 더 많았습니다.

<녹취> 시사인 116호(2009.11.30) : “이명박 정부는 언론인 재취업의 신기원을 이룩한 정부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언론인들까지 포함하면 대략 100여명의 언론인들이 정권의 도움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는 청와대에 17명.

정부산하기관과 공기업에 27명이 진출했고 민간 기업에도 5명이 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언론인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차원에서 그리고 오랜 취재 경험을 통해 얻은 전문성과 현실감각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변신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상당수 폴리널리스트들은 정치부 재직 경험을 포함해 언론직을 정계 진출 등을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했다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인터뷰> 박종률(기자협회장) :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로서 언론인들의 소명의식이 분명히 있는데 이는 스스로 권력이 되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그렇다면 그것은 일종의 변절인 것이죠. 특히 이를 위해 재직중 쓴 기사가 어떤 의도를 가져서 썼다는 독자 또는 시청자들의 의구심을 결과적으로 해소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질문>

그렇군요. 그런데 최근 들어 언론인 출신 고위 공직자들이 비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잇따라 자리를 물러나지 않았습니까?

그 사례가 적지 않은데 어떤 인사들이 문제가 됐죠?

<답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불리던 언론인 출신 인사들이 최근 잇따라 불명예 퇴진했습니다.

대부분 보수신문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물들입니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김효재 전 정무수석이 검찰조사 끝에 지난 21일 불구속 기소 됐습니다.

<녹취> KBS 김건우기자 리포트(2012. 2. 21) :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효재 前 청와대 정무수석 등 핵심 인사 3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인 김 전 수석은 지난 2007년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해 언론특보를 맡았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해 9월엔 김두우 전 홍보수석이 임명된 지 3개월 만에 구속됐습니다.

김 전 수석은 퇴출된 부산저축은행을 위한 로비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2일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습니다.

김두우 전 수석은 지난 2008년 청와대 정무 2비서관으로 임명되기 바로 직전까지 중앙일보 수석 논설위원이었습니다.

이국철 SLS 회장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신재민 전 차관도 역시 한국일보와 조선일보를 거쳤습니다.

최근 측근 비리와 관련해 사퇴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동아일보 편집부국장 출신입니다.

이처럼 측근들의 비리 사례가 잇따르자 지난 22일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4주년 특별 기자회견에서 할 말이 없다는 말로 간접적인 사과를 했습니다.

<녹취> 대통령 기자회견 중 : "내 주위에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있다고 그것이 발생한 것이, 생길 때마다 저는 정말 가슴이 꽉 막힙니다. 화가날 때도 있습니다. 저는 가슴을 칠 때가 있습니다. 제 심정이 이런데 국민들의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저는 국민 여러분들께 이에 관한 한 할 말이 없습니다."

<질문>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이처럼 폴리널리스트들의 문제점이 불거진 것은 어떤 이유로 분석됩니까?

<답변>

네, 우선 이들이 어떤 경로로 고위 공직에 진출했는지를 보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인물의 전문성과 도덕성에 대한 검증 보다는 개인적인 친밀 관계를 바탕으로 발탁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들에게서는 몇가지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우선 대통령과의 친밀도입니다.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를 자임했던 최시중 씨.

지난 1998년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사퇴한 뒤 워싱턴에 있는 동안 친분을 쌓은 신재민 씨.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산실 역할을 한 ‘안국 포럼’ 출신의 김효재 씨 등 업무 능력도 감안됐겠지만 대부분 대통령과의 ‘관계’가 발탁의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정연우(민언련/세명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이 사람들이 공직자로서의 도덕성이라든지 공직자로서의 소명의 식이라든지 가치나 이런 것들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서 검증을 하지 않고 자신과 얼마나 가까운가에 따라서 한 것 이런 것들이 사실 부패의 뿌리죠."

게다가 최시중 씨를 제외하곤 신재민 전 차관과 김효재. 김두우 전 수석은 대선 캠프나 청와대에 진출하기 직전까지 현직에서 활동했고 정치부 기자를 오래했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결국 이들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업무를 맡고 있는 동시에 자신의 정치권 진출 행보를 모색했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관련 인물들을 처음으로 실명 비판한 한 언론인은 결국 권력자와 나누는 일종의 ‘패밀리 의식’이 해당 언론인들을 부정과 비리에 무감각해지게 만든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윤재석(프레시안 이사) : “평소에 특정 정파 또는 특정 부처에 출입하면서 스스로 불가근 불가원의 원칙을 벗어나서 야합을 할 경우에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특히 이 부패와 비리 부정에 약한 체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부패에 몰입하고 결국 징벌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닌가 이렇게 보는 거죠.“

<질문>

이번에 문제가 된 폴리널리스트들이 근무했던 언론사들이 자사출신의 공직자들을 보도내용을 통해 어떤 논조로 다뤘는지
궁금한데요.

어떻게 분석됐습니까?

<답변>

예, 그 사례의 하나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다룬 동아일보 기사를 중심으로 다른 신문들과의 차이점을 살펴봤습니다.

이유는 최시중 전 위원장이 이명박 정권들어 미디어 환경에 가장 큰 변화였던 종합편성 채널 출범에 책임을 맡았고, 여기에 동아일보도 직접 관련돼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8년 3월.

제 1기 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된 최시중씨에 대한 청문회가 지연되자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간접 지원에 나섭니다.

<녹취> 동아일보(2008년 3/07 사설) : “국회의 장관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선택한 후보자가 업무를 수행하는데 결정적인 하자가 없는지를 점검해 보자는 취지에서 연다. 원활한 국정운영을 대전제로 하는 것이다. 청문회를 지연시켜 국정공백을 장기화하는 것은 국회의 권한 남용이다.”

그로부터 20일 뒤 취임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동아일보는 기사를 통해 종편채널에 대한 희망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녹취> 동아 2008년 3/27 A10면 : “신문 방송 통신 미디어 장벽 해소 ‘잡음없는 공영방송’ 만들기 숙제 지금까지 금지했던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사의 방송사업(지상파 및 종합편성 방송) 소유 겸영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종편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졌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역시 비슷한 논조로 1기 방통위 출범을 축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여기에 비해 최시중 방통위원장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언론도 있었습니다.

<녹취> 한겨례 2008.3.26 : “한국기자협회(회장 김경호)는 2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언론사 기자 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4.0%가 “최시중 후보자는 방통위원장으로 부적합하는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녹취> 경향신문 2008.3.28 : “바로 방통위의 인사권 행사 등을 통해 방송을 장악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수신문이 원하는 신문.방송 겸영이나 공영방송의 민영화 허용 등 권.언간의 거래가 이뤄질 수도 있다. 우리는 최 위원장의 방통위가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에 미치는 영향력을 주시할 것이다. ”

그리고 4년이 지나 지난 달 초부터 보도된 측근 정용욱 씨의 수뢰혐의에서 시작해 결국 최 위원장이 퇴진할 때까지 보도도 비슷한 양상이었습니다.

동아일보의 경우 대부분 정용욱 씨 비리와 관련한 객관적인 사실 전달에 치중했습니다.

신문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사설에서는 최시중 위원장의 이름이 방통위원장을 퇴진한 뒤에서야 등장합니다.

<녹취> 동아일보 2012.1.31 A31 : “이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정책보좌관의 비리 의혹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모양이 됐다. ‘양아들’로 불릴 정도로 가까운 사람을 방통위에 들인 것부터 잘못됐다.”

이는 문제가 불거지자 검찰 수사를 주장한 다른 언론과 비교해 확연히 온도 차이가 나는 대목입니다.

<녹취> 한겨례 2012 01.05 31면 : “최시중 위원장, 사퇴하고 검찰 수사 받아야”

<녹취> 경향신문 2012 01.05 : "‘최시중 의혹’ 철저히 수사해야”

자사 출신 정계 거물에 대해 제대로 된 비판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 나선 언론인과 출신 언론사 사이에 일종의 협력관계가 존재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인터뷰> 정연우(민언련 대표) : “실제로 자기네 출신 중의 관계나 혹은 정계에 나가 있는 사람들을 감싸는 그런 것도 언론의 전형적인 자사 이기주의적인 보도 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들을 마치 자기네 이해를 대변하는 자기들의 대변자로 활용하고자 하는 그런 속셈들이 은연중에 작용했을 수 도 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질문>

직업 선택의 자유와는 별도의 차원에서 권언 유착의 폐해로 연결될 수도 있는 폴리널리스트의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현실적으로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답변>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언론인이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3개월 전에 해당 언론사를 그만둬야 하는 경과 규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상징적인 규정일 뿐 권.언 유착을 근절할 수 있는 대안은 아닙니다.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의 경우는 그나마 이 같은 경과 규정도 없는 상황입니다.

50년간 기자로서 외길을 걸어온 한 원로 언론인은 권.언 유착을 경계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자 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안병찬(원로 언론인) : “우리 동양에서 나온 춘추필법의 정신. 목숨을 걸고 절대 군주 앞에서도 추상 같이 말이죠 사실을 기록하는 그런 정신 그런 것들을 후학들한테 또는 후배 언론인들이 더 깨달았으면 하는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 언론사 퇴직 후 일자리를 찾기 힘든 현실은 기자정신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래서 미디어가 발달한 외국의 사례처럼 언론사가 소속 언론인의 전문화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 전문 기자를 많이 길러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인터뷰> 박종률(기자협회장) : “나이가 들어서도 현장에서 뛰는 기자를 선호하지 않은 것이 우리 언론계의 풍토인데요. 사실 현장에서 백발을 휘날리면서 취재도 하고 깊이 있는 경험과 통찰에서 나오는 기사를 쓰는 그런 대기자를 기르는 것도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한가지 방법이겠죠.”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축적한 언론인들이 늘어난다면 그만큼 사회적 활용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이와 함께 현실적으로 최근 언론인들의 정계 진출이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언론사에서 정계로 진출하거나 반대로 정계에서 언론사로 복귀하는 경우 관련 경과 규정을 좀더 실효성 있게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흔히들 언론을 항해 권력을 감시하는 ‘워치독’ 즉 감시견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바로 그 감시견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이용해 스스로 권력이 되고자 한다면 언론은 곧 신뢰의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언론인 출신 인사들의 추락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 전체를 향한 신뢰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언론인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언론인 정치진출, 현실과 한계
    • 입력 2012-02-25 09:49:41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최근 언론인 출신인 김효재 전 정무수석이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와 관련해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이처럼 최근 언론인 출신 고위 공직자들이 불명예 퇴진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특히 19대 총선을 앞두고 언론인들의 정치진출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언론인 출신 정치인 또는 고위공직자 이른바 폴리널리스트라고 불리는 이들의 문제를 박진현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박기자, ‘폴리널리스트’란 말부터 정리해보죠.

정치인이 된 교수를 지칭하는 ‘폴리페서’와 비슷한 어감인데요.

<답변>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과 언론인이라는 뜻의 ‘저널리스트’를 조합해 만든 조어가 바로 폴리널리스트입니다.

언론인으로 활동하다가 정계에 나서거나 관계에 진출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인데 부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먼저 선거라는 검증 절차를 거쳐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18대 국회의원 중에서 언론인 출신은 모두 35명.

전체의 11. 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이었던 17대 국회에서도 언론인 출신 정치인들이 모두 35명이었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19대 총선에 예비 후보 등록을 한 언론인들도 오늘 9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경로로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으로 청와대 또는 관가로 진출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한 주간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경우 선거보다는 임명직으로 언론계를 벗어난 사례가 더 많았습니다.

<녹취> 시사인 116호(2009.11.30) : “이명박 정부는 언론인 재취업의 신기원을 이룩한 정부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언론인들까지 포함하면 대략 100여명의 언론인들이 정권의 도움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는 청와대에 17명.

정부산하기관과 공기업에 27명이 진출했고 민간 기업에도 5명이 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언론인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차원에서 그리고 오랜 취재 경험을 통해 얻은 전문성과 현실감각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변신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상당수 폴리널리스트들은 정치부 재직 경험을 포함해 언론직을 정계 진출 등을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했다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인터뷰> 박종률(기자협회장) :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로서 언론인들의 소명의식이 분명히 있는데 이는 스스로 권력이 되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그렇다면 그것은 일종의 변절인 것이죠. 특히 이를 위해 재직중 쓴 기사가 어떤 의도를 가져서 썼다는 독자 또는 시청자들의 의구심을 결과적으로 해소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질문>

그렇군요. 그런데 최근 들어 언론인 출신 고위 공직자들이 비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잇따라 자리를 물러나지 않았습니까?

그 사례가 적지 않은데 어떤 인사들이 문제가 됐죠?

<답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불리던 언론인 출신 인사들이 최근 잇따라 불명예 퇴진했습니다.

대부분 보수신문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물들입니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김효재 전 정무수석이 검찰조사 끝에 지난 21일 불구속 기소 됐습니다.

<녹취> KBS 김건우기자 리포트(2012. 2. 21) :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효재 前 청와대 정무수석 등 핵심 인사 3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인 김 전 수석은 지난 2007년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해 언론특보를 맡았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해 9월엔 김두우 전 홍보수석이 임명된 지 3개월 만에 구속됐습니다.

김 전 수석은 퇴출된 부산저축은행을 위한 로비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2일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습니다.

김두우 전 수석은 지난 2008년 청와대 정무 2비서관으로 임명되기 바로 직전까지 중앙일보 수석 논설위원이었습니다.

이국철 SLS 회장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신재민 전 차관도 역시 한국일보와 조선일보를 거쳤습니다.

최근 측근 비리와 관련해 사퇴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동아일보 편집부국장 출신입니다.

이처럼 측근들의 비리 사례가 잇따르자 지난 22일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4주년 특별 기자회견에서 할 말이 없다는 말로 간접적인 사과를 했습니다.

<녹취> 대통령 기자회견 중 : "내 주위에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있다고 그것이 발생한 것이, 생길 때마다 저는 정말 가슴이 꽉 막힙니다. 화가날 때도 있습니다. 저는 가슴을 칠 때가 있습니다. 제 심정이 이런데 국민들의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저는 국민 여러분들께 이에 관한 한 할 말이 없습니다."

<질문>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이처럼 폴리널리스트들의 문제점이 불거진 것은 어떤 이유로 분석됩니까?

<답변>

네, 우선 이들이 어떤 경로로 고위 공직에 진출했는지를 보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인물의 전문성과 도덕성에 대한 검증 보다는 개인적인 친밀 관계를 바탕으로 발탁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들에게서는 몇가지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우선 대통령과의 친밀도입니다.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를 자임했던 최시중 씨.

지난 1998년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사퇴한 뒤 워싱턴에 있는 동안 친분을 쌓은 신재민 씨.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산실 역할을 한 ‘안국 포럼’ 출신의 김효재 씨 등 업무 능력도 감안됐겠지만 대부분 대통령과의 ‘관계’가 발탁의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정연우(민언련/세명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이 사람들이 공직자로서의 도덕성이라든지 공직자로서의 소명의 식이라든지 가치나 이런 것들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서 검증을 하지 않고 자신과 얼마나 가까운가에 따라서 한 것 이런 것들이 사실 부패의 뿌리죠."

게다가 최시중 씨를 제외하곤 신재민 전 차관과 김효재. 김두우 전 수석은 대선 캠프나 청와대에 진출하기 직전까지 현직에서 활동했고 정치부 기자를 오래했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결국 이들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업무를 맡고 있는 동시에 자신의 정치권 진출 행보를 모색했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관련 인물들을 처음으로 실명 비판한 한 언론인은 결국 권력자와 나누는 일종의 ‘패밀리 의식’이 해당 언론인들을 부정과 비리에 무감각해지게 만든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윤재석(프레시안 이사) : “평소에 특정 정파 또는 특정 부처에 출입하면서 스스로 불가근 불가원의 원칙을 벗어나서 야합을 할 경우에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특히 이 부패와 비리 부정에 약한 체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부패에 몰입하고 결국 징벌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닌가 이렇게 보는 거죠.“

<질문>

이번에 문제가 된 폴리널리스트들이 근무했던 언론사들이 자사출신의 공직자들을 보도내용을 통해 어떤 논조로 다뤘는지
궁금한데요.

어떻게 분석됐습니까?

<답변>

예, 그 사례의 하나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다룬 동아일보 기사를 중심으로 다른 신문들과의 차이점을 살펴봤습니다.

이유는 최시중 전 위원장이 이명박 정권들어 미디어 환경에 가장 큰 변화였던 종합편성 채널 출범에 책임을 맡았고, 여기에 동아일보도 직접 관련돼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8년 3월.

제 1기 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된 최시중씨에 대한 청문회가 지연되자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간접 지원에 나섭니다.

<녹취> 동아일보(2008년 3/07 사설) : “국회의 장관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선택한 후보자가 업무를 수행하는데 결정적인 하자가 없는지를 점검해 보자는 취지에서 연다. 원활한 국정운영을 대전제로 하는 것이다. 청문회를 지연시켜 국정공백을 장기화하는 것은 국회의 권한 남용이다.”

그로부터 20일 뒤 취임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동아일보는 기사를 통해 종편채널에 대한 희망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녹취> 동아 2008년 3/27 A10면 : “신문 방송 통신 미디어 장벽 해소 ‘잡음없는 공영방송’ 만들기 숙제 지금까지 금지했던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사의 방송사업(지상파 및 종합편성 방송) 소유 겸영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종편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졌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역시 비슷한 논조로 1기 방통위 출범을 축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여기에 비해 최시중 방통위원장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언론도 있었습니다.

<녹취> 한겨례 2008.3.26 : “한국기자협회(회장 김경호)는 2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언론사 기자 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4.0%가 “최시중 후보자는 방통위원장으로 부적합하는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녹취> 경향신문 2008.3.28 : “바로 방통위의 인사권 행사 등을 통해 방송을 장악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수신문이 원하는 신문.방송 겸영이나 공영방송의 민영화 허용 등 권.언간의 거래가 이뤄질 수도 있다. 우리는 최 위원장의 방통위가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에 미치는 영향력을 주시할 것이다. ”

그리고 4년이 지나 지난 달 초부터 보도된 측근 정용욱 씨의 수뢰혐의에서 시작해 결국 최 위원장이 퇴진할 때까지 보도도 비슷한 양상이었습니다.

동아일보의 경우 대부분 정용욱 씨 비리와 관련한 객관적인 사실 전달에 치중했습니다.

신문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사설에서는 최시중 위원장의 이름이 방통위원장을 퇴진한 뒤에서야 등장합니다.

<녹취> 동아일보 2012.1.31 A31 : “이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정책보좌관의 비리 의혹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모양이 됐다. ‘양아들’로 불릴 정도로 가까운 사람을 방통위에 들인 것부터 잘못됐다.”

이는 문제가 불거지자 검찰 수사를 주장한 다른 언론과 비교해 확연히 온도 차이가 나는 대목입니다.

<녹취> 한겨례 2012 01.05 31면 : “최시중 위원장, 사퇴하고 검찰 수사 받아야”

<녹취> 경향신문 2012 01.05 : "‘최시중 의혹’ 철저히 수사해야”

자사 출신 정계 거물에 대해 제대로 된 비판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 나선 언론인과 출신 언론사 사이에 일종의 협력관계가 존재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인터뷰> 정연우(민언련 대표) : “실제로 자기네 출신 중의 관계나 혹은 정계에 나가 있는 사람들을 감싸는 그런 것도 언론의 전형적인 자사 이기주의적인 보도 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들을 마치 자기네 이해를 대변하는 자기들의 대변자로 활용하고자 하는 그런 속셈들이 은연중에 작용했을 수 도 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질문>

직업 선택의 자유와는 별도의 차원에서 권언 유착의 폐해로 연결될 수도 있는 폴리널리스트의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현실적으로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답변>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언론인이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3개월 전에 해당 언론사를 그만둬야 하는 경과 규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상징적인 규정일 뿐 권.언 유착을 근절할 수 있는 대안은 아닙니다.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의 경우는 그나마 이 같은 경과 규정도 없는 상황입니다.

50년간 기자로서 외길을 걸어온 한 원로 언론인은 권.언 유착을 경계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자 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안병찬(원로 언론인) : “우리 동양에서 나온 춘추필법의 정신. 목숨을 걸고 절대 군주 앞에서도 추상 같이 말이죠 사실을 기록하는 그런 정신 그런 것들을 후학들한테 또는 후배 언론인들이 더 깨달았으면 하는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 언론사 퇴직 후 일자리를 찾기 힘든 현실은 기자정신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래서 미디어가 발달한 외국의 사례처럼 언론사가 소속 언론인의 전문화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 전문 기자를 많이 길러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인터뷰> 박종률(기자협회장) : “나이가 들어서도 현장에서 뛰는 기자를 선호하지 않은 것이 우리 언론계의 풍토인데요. 사실 현장에서 백발을 휘날리면서 취재도 하고 깊이 있는 경험과 통찰에서 나오는 기사를 쓰는 그런 대기자를 기르는 것도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한가지 방법이겠죠.”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축적한 언론인들이 늘어난다면 그만큼 사회적 활용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이와 함께 현실적으로 최근 언론인들의 정계 진출이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언론사에서 정계로 진출하거나 반대로 정계에서 언론사로 복귀하는 경우 관련 경과 규정을 좀더 실효성 있게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흔히들 언론을 항해 권력을 감시하는 ‘워치독’ 즉 감시견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바로 그 감시견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이용해 스스로 권력이 되고자 한다면 언론은 곧 신뢰의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언론인 출신 인사들의 추락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 전체를 향한 신뢰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언론인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