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해보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한은 올해 김정일 70회, 김일성 100회 생일 등 중요한 기념 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루기 위해 외화벌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외화벌이 사업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와크’라 불리는 무역허가증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일종의 ‘특혜 사업’인데요.
최근에는 북한의 파워 엘리트 3세들까지 외화벌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김정은 부위원장이 등장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70회 생일 기념 대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90분 가까이 진행된 이 공연은 출연진만 천 여 명이 등장할 만큼 대규모로 치러졌다.
올해 김정일 생일에는 열병식도 열렸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과거 김일성-김정일의 생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행사였다.
북한은 또 높이 5.7미터 크기의 청동으로 제작한 김일성, 김정일 동상을 새로 건립했다.
이밖에도 북한 전역에 대형 초상화, 영생탑 건립 등 많은 기념물을 설치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광명성절로 지정한 김정일의 70회 생일을 위해 예년보다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짧은 기간 동안 행사를 위해서 투입된 비용은 정확하게 추산되지 않지만 최소한 5,000만 달러 이상,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600억 정도가 투입됐을 거로 생각이 되고요. 이 정도 돈이면 현재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가 5만 명이 있는데 1년 동안 벌어가지고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 만큼의 돈이 규모라는 거죠."
경제난에 시달리며 국제 사회에 원조를 요청하고 있는 북한이 어떻게 외화를 조달해 이런 대규모 행사를 치루는 것일까?
북중 국경에 인접한 북한 양강도의 물류창고. 창고 밖 한 편에는 철광석.
다른 한 편에는 철근이 가득 쌓여 있다. 모두 중국으로 수출하기 위해서이다.
현재 북한 외화벌이 품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지하자원.
북한 전체 수출에서 석탄과 철광석 등 지하자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1995년 11.5%에서 2010년 44.5%로 네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인터뷰> 박형중(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외화벌이 사업의 내용을 보면 가장 쉽게는 북한의 광산물을 중국에 수출하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석탄이고 2010년, 11년에 석탄 수출이 대규모로 늘어난 걸 볼 수 있습니다. 근데 이런 석탄 수출이라는 것은 국내 경제의 생산성을 증가시키지 않고서도 외화를 벌 수 있는 손쉬운 방법입니다."
농수산물 가공품도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주력하는 분야다.
함경북도 나선에 있는 나선대흥 무역회사.
농수산물 가공품 수출 분야에서 북한을 대표하는 회사로 김정일은 지난 2009년 말 19년 만에 이 회사를 방문해 대외 무역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수출 생산량 증대를 독려했다.
<녹취> 조선중앙TV (2009년 12월 16일) : "대외무역을 급속히 확대 발전시키는 데서 무역 일꾼들의 임무와 역할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대외 활동을 진검적으로 벌여 대외 시장을 끊임없이 넓혀 가야 한다고 강조하시었습니다."
북한 노동자의 해외 송출 사업도 주요 외화벌이 사업의 하나다.
중국은 물론, 러시아 극동 지방, 체코 등 동유럽과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송출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터뷰> 박형중(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최근에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 북한의 노동자를 중국에 수출하는 겁니다. 일종의 인력송출인 거죠. 중국도 지금 임금이 상당히 높아져서 상대적으로 싼 북한 노동력을 중국에서 일하게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전 세계에 흩어진 북한 노동자는 최대 7만 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일하는 분야도 벌목, 토목, 건설, 단순 임가공에서부터 요식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함께 파견된 북한 당국의 감시 아래 철저히 통제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해외로 송출된 북한 노동자가 벌어들이는 수억 달러 규모의 외화 가운데 약 80%는 북한 노동당으로 송금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비자금을 관리하는 38호실과 39호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일단 돈이 집중돼 있다가 기관에서 그걸 가져오면 일정 부분 근로자에게 배분하는 형태, 이런 형태로 외화를 벌고 있습니다."
만성적인 외화난에 시달리던 북한은 지난 2010년, 국가개발은행과 합영투자위원회를 잇따라 설립했다.
기업을 내세웠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아예 당 차원에서 외화벌이 기관을 만든 셈이다.
실제로 김정일은 합영투자위원장에 김정일의 스위스 은행 비자금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리철 전 스위스 대사를, 국가개발은행 이사장에는 김정일 비자금 관리자인 전일춘 노동당 39호 실장 등, 핵심 측근들을 임명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인터뷰> 김영철(탈북자/前 무역상인) : "각 회사, 각 무역 대성총국, 대흥 관리국, 88, 능라, 백전회사, 호위 사령부, 영원회사, 24처, 총운산회사, 북한에 하도 외화벌이들이 많아요. 몇 십 개. 거기에 김정일이 경쟁을 시킨 거예요."
북한의 최근 외화벌이 사업은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과거 야심차게 추진했다 흐지부지됐던 신의주 경제특구 사업과 달리 나진 선봉 경제특구 사업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 있다.
또 이집트 통신사의 투자를 유치해 벌이고 있는 휴대전화 사업도 빠르게 진행돼 이달 초 가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북한에서 외화벌이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당국으로부터 일명 ‘와크’라 불리는 무역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탈북자들은 이 와크만 따내면 북한 노동당과 인민군의 비호 아래 그 어떤 사업도 벌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인터뷰> 김영철(탈북자/前 무역상인) : "내가 이번에 무역을 하려는데 그 방침을 좀 받아, 와크(무역 허가증) 자체가 우린 방침이라고 그래요, 김정일의 방침. 김정일이 이런 무역을 하라, 이런 무역은 하지 마라 사인을 해요. 이 와크가 있게 되면 장군님 방침이기 때문에 어떤 장소에서든지, 어떤 시간대든지 아무 때나 넘길 수 있는 그런 권력을 가지고 있어요."
때문에 북한 외화벌이 기업들은 모두 이 무역 허가증을 발급하는 노동당과 군, 그리고 내각 소속 기관들의 산하 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외화벌이 기업들은 최종적으로 수익의 일정액을 김정일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북한 노동당 39호실에 바쳐야 한다.
결국 200여개로 파악되고 있는 북한의 외화벌이 기업들은, 노동당 39호실을 정점으로 당과 군, 내각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 박형중(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회사들이라고 하는 건 대부분이 군부 소속이거나 아니면 당 기관들 소속입니다. 누가 장사를 할 수 있는가, 누가 가장 돈을 벌 수 있는 일종의 허가권, 누가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사업에 대한 허가권을 갖는가 하는 것들을 사실상 최고 지도자들이 나눠주는 겁니다."
얼마 전 김정일의 70회 생일을 맞아 열린 김정일화 축전에 차철마라는 인물이 등장했다.
차철마는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만수대 의사당의 총장으로 북한 최고인민회의의 외화벌이 사업을 독점하면서 막대한 재산을 축적한 북한의 갑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 지난 2010년 사망한 리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 1부부장의 사위인 것으로 전해진다.
차철마 외에도 김정은의 측근 중 측근인 리영호 총참모장의 아들 리선일과 북한 파워 엘리트의 3세들이 대거 외화벌이 사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무역 허가증, 일명 와크를 따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재산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뷰> 김영철(탈북자/前 무역상인) : "권력을 가진 사람의 자식들, 그런 분들과의 유대 관계에서 무역 와크(허가증)를 딸 수 있는, 그런 권한을 가진 사람들에 한해서 우리가 같이 일을 하고 같이 돈을 버는 그런 방식으로 나가는 거죠."
현재 북한의 사업은 절반 가까이 원자재 수출 등 1차 산업에 편중돼 있다.
뿐만 아니라 뇌물과 부패, 임의 규정, 분쟁 조정 기구의 부재 등을 이유로 외국 기업은 직접 투자보다는 단순 교역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외화벌이 사업에 동원되면서도 이익은 거의 대부분 파워 엘리트에게만 몰리는 현실에 대해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4월 15일 김일성의 100회 생일이 채 2달도 남지 않았다.
올 한해 북한 당국의 외화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는 과정에서 올해 하반기쯤 북한 사회가 후유증을 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지금은 정상적인 방법에 의한 외화벌이라기 보단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압박 형태의 외화벌이 수단이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주민들의 불만도 생겨날 거고 그다음에 외화벌이 하는데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해보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한은 올해 김정일 70회, 김일성 100회 생일 등 중요한 기념 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루기 위해 외화벌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외화벌이 사업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와크’라 불리는 무역허가증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일종의 ‘특혜 사업’인데요.
최근에는 북한의 파워 엘리트 3세들까지 외화벌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김정은 부위원장이 등장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70회 생일 기념 대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90분 가까이 진행된 이 공연은 출연진만 천 여 명이 등장할 만큼 대규모로 치러졌다.
올해 김정일 생일에는 열병식도 열렸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과거 김일성-김정일의 생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행사였다.
북한은 또 높이 5.7미터 크기의 청동으로 제작한 김일성, 김정일 동상을 새로 건립했다.
이밖에도 북한 전역에 대형 초상화, 영생탑 건립 등 많은 기념물을 설치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광명성절로 지정한 김정일의 70회 생일을 위해 예년보다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짧은 기간 동안 행사를 위해서 투입된 비용은 정확하게 추산되지 않지만 최소한 5,000만 달러 이상,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600억 정도가 투입됐을 거로 생각이 되고요. 이 정도 돈이면 현재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가 5만 명이 있는데 1년 동안 벌어가지고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 만큼의 돈이 규모라는 거죠."
경제난에 시달리며 국제 사회에 원조를 요청하고 있는 북한이 어떻게 외화를 조달해 이런 대규모 행사를 치루는 것일까?
북중 국경에 인접한 북한 양강도의 물류창고. 창고 밖 한 편에는 철광석.
다른 한 편에는 철근이 가득 쌓여 있다. 모두 중국으로 수출하기 위해서이다.
현재 북한 외화벌이 품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지하자원.
북한 전체 수출에서 석탄과 철광석 등 지하자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1995년 11.5%에서 2010년 44.5%로 네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인터뷰> 박형중(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외화벌이 사업의 내용을 보면 가장 쉽게는 북한의 광산물을 중국에 수출하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석탄이고 2010년, 11년에 석탄 수출이 대규모로 늘어난 걸 볼 수 있습니다. 근데 이런 석탄 수출이라는 것은 국내 경제의 생산성을 증가시키지 않고서도 외화를 벌 수 있는 손쉬운 방법입니다."
농수산물 가공품도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주력하는 분야다.
함경북도 나선에 있는 나선대흥 무역회사.
농수산물 가공품 수출 분야에서 북한을 대표하는 회사로 김정일은 지난 2009년 말 19년 만에 이 회사를 방문해 대외 무역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수출 생산량 증대를 독려했다.
<녹취> 조선중앙TV (2009년 12월 16일) : "대외무역을 급속히 확대 발전시키는 데서 무역 일꾼들의 임무와 역할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대외 활동을 진검적으로 벌여 대외 시장을 끊임없이 넓혀 가야 한다고 강조하시었습니다."
북한 노동자의 해외 송출 사업도 주요 외화벌이 사업의 하나다.
중국은 물론, 러시아 극동 지방, 체코 등 동유럽과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송출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터뷰> 박형중(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최근에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 북한의 노동자를 중국에 수출하는 겁니다. 일종의 인력송출인 거죠. 중국도 지금 임금이 상당히 높아져서 상대적으로 싼 북한 노동력을 중국에서 일하게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전 세계에 흩어진 북한 노동자는 최대 7만 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일하는 분야도 벌목, 토목, 건설, 단순 임가공에서부터 요식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함께 파견된 북한 당국의 감시 아래 철저히 통제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해외로 송출된 북한 노동자가 벌어들이는 수억 달러 규모의 외화 가운데 약 80%는 북한 노동당으로 송금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비자금을 관리하는 38호실과 39호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일단 돈이 집중돼 있다가 기관에서 그걸 가져오면 일정 부분 근로자에게 배분하는 형태, 이런 형태로 외화를 벌고 있습니다."
만성적인 외화난에 시달리던 북한은 지난 2010년, 국가개발은행과 합영투자위원회를 잇따라 설립했다.
기업을 내세웠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아예 당 차원에서 외화벌이 기관을 만든 셈이다.
실제로 김정일은 합영투자위원장에 김정일의 스위스 은행 비자금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리철 전 스위스 대사를, 국가개발은행 이사장에는 김정일 비자금 관리자인 전일춘 노동당 39호 실장 등, 핵심 측근들을 임명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인터뷰> 김영철(탈북자/前 무역상인) : "각 회사, 각 무역 대성총국, 대흥 관리국, 88, 능라, 백전회사, 호위 사령부, 영원회사, 24처, 총운산회사, 북한에 하도 외화벌이들이 많아요. 몇 십 개. 거기에 김정일이 경쟁을 시킨 거예요."
북한의 최근 외화벌이 사업은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과거 야심차게 추진했다 흐지부지됐던 신의주 경제특구 사업과 달리 나진 선봉 경제특구 사업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 있다.
또 이집트 통신사의 투자를 유치해 벌이고 있는 휴대전화 사업도 빠르게 진행돼 이달 초 가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북한에서 외화벌이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당국으로부터 일명 ‘와크’라 불리는 무역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탈북자들은 이 와크만 따내면 북한 노동당과 인민군의 비호 아래 그 어떤 사업도 벌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인터뷰> 김영철(탈북자/前 무역상인) : "내가 이번에 무역을 하려는데 그 방침을 좀 받아, 와크(무역 허가증) 자체가 우린 방침이라고 그래요, 김정일의 방침. 김정일이 이런 무역을 하라, 이런 무역은 하지 마라 사인을 해요. 이 와크가 있게 되면 장군님 방침이기 때문에 어떤 장소에서든지, 어떤 시간대든지 아무 때나 넘길 수 있는 그런 권력을 가지고 있어요."
때문에 북한 외화벌이 기업들은 모두 이 무역 허가증을 발급하는 노동당과 군, 그리고 내각 소속 기관들의 산하 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외화벌이 기업들은 최종적으로 수익의 일정액을 김정일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북한 노동당 39호실에 바쳐야 한다.
결국 200여개로 파악되고 있는 북한의 외화벌이 기업들은, 노동당 39호실을 정점으로 당과 군, 내각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 박형중(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회사들이라고 하는 건 대부분이 군부 소속이거나 아니면 당 기관들 소속입니다. 누가 장사를 할 수 있는가, 누가 가장 돈을 벌 수 있는 일종의 허가권, 누가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사업에 대한 허가권을 갖는가 하는 것들을 사실상 최고 지도자들이 나눠주는 겁니다."
얼마 전 김정일의 70회 생일을 맞아 열린 김정일화 축전에 차철마라는 인물이 등장했다.
차철마는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만수대 의사당의 총장으로 북한 최고인민회의의 외화벌이 사업을 독점하면서 막대한 재산을 축적한 북한의 갑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 지난 2010년 사망한 리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 1부부장의 사위인 것으로 전해진다.
차철마 외에도 김정은의 측근 중 측근인 리영호 총참모장의 아들 리선일과 북한 파워 엘리트의 3세들이 대거 외화벌이 사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무역 허가증, 일명 와크를 따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재산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뷰> 김영철(탈북자/前 무역상인) : "권력을 가진 사람의 자식들, 그런 분들과의 유대 관계에서 무역 와크(허가증)를 딸 수 있는, 그런 권한을 가진 사람들에 한해서 우리가 같이 일을 하고 같이 돈을 버는 그런 방식으로 나가는 거죠."
현재 북한의 사업은 절반 가까이 원자재 수출 등 1차 산업에 편중돼 있다.
뿐만 아니라 뇌물과 부패, 임의 규정, 분쟁 조정 기구의 부재 등을 이유로 외국 기업은 직접 투자보다는 단순 교역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외화벌이 사업에 동원되면서도 이익은 거의 대부분 파워 엘리트에게만 몰리는 현실에 대해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4월 15일 김일성의 100회 생일이 채 2달도 남지 않았다.
올 한해 북한 당국의 외화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는 과정에서 올해 하반기쯤 북한 사회가 후유증을 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지금은 정상적인 방법에 의한 외화벌이라기 보단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압박 형태의 외화벌이 수단이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주민들의 불만도 생겨날 거고 그다음에 외화벌이 하는데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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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즈업 북한] 北 엘리트도 외화벌이에 나선다
-
- 입력 2012-02-25 10:12:25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해보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한은 올해 김정일 70회, 김일성 100회 생일 등 중요한 기념 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루기 위해 외화벌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외화벌이 사업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와크’라 불리는 무역허가증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일종의 ‘특혜 사업’인데요.
최근에는 북한의 파워 엘리트 3세들까지 외화벌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김정은 부위원장이 등장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70회 생일 기념 대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90분 가까이 진행된 이 공연은 출연진만 천 여 명이 등장할 만큼 대규모로 치러졌다.
올해 김정일 생일에는 열병식도 열렸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과거 김일성-김정일의 생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행사였다.
북한은 또 높이 5.7미터 크기의 청동으로 제작한 김일성, 김정일 동상을 새로 건립했다.
이밖에도 북한 전역에 대형 초상화, 영생탑 건립 등 많은 기념물을 설치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광명성절로 지정한 김정일의 70회 생일을 위해 예년보다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짧은 기간 동안 행사를 위해서 투입된 비용은 정확하게 추산되지 않지만 최소한 5,000만 달러 이상,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600억 정도가 투입됐을 거로 생각이 되고요. 이 정도 돈이면 현재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가 5만 명이 있는데 1년 동안 벌어가지고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 만큼의 돈이 규모라는 거죠."
경제난에 시달리며 국제 사회에 원조를 요청하고 있는 북한이 어떻게 외화를 조달해 이런 대규모 행사를 치루는 것일까?
북중 국경에 인접한 북한 양강도의 물류창고. 창고 밖 한 편에는 철광석.
다른 한 편에는 철근이 가득 쌓여 있다. 모두 중국으로 수출하기 위해서이다.
현재 북한 외화벌이 품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지하자원.
북한 전체 수출에서 석탄과 철광석 등 지하자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1995년 11.5%에서 2010년 44.5%로 네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인터뷰> 박형중(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외화벌이 사업의 내용을 보면 가장 쉽게는 북한의 광산물을 중국에 수출하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석탄이고 2010년, 11년에 석탄 수출이 대규모로 늘어난 걸 볼 수 있습니다. 근데 이런 석탄 수출이라는 것은 국내 경제의 생산성을 증가시키지 않고서도 외화를 벌 수 있는 손쉬운 방법입니다."
농수산물 가공품도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주력하는 분야다.
함경북도 나선에 있는 나선대흥 무역회사.
농수산물 가공품 수출 분야에서 북한을 대표하는 회사로 김정일은 지난 2009년 말 19년 만에 이 회사를 방문해 대외 무역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수출 생산량 증대를 독려했다.
<녹취> 조선중앙TV (2009년 12월 16일) : "대외무역을 급속히 확대 발전시키는 데서 무역 일꾼들의 임무와 역할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대외 활동을 진검적으로 벌여 대외 시장을 끊임없이 넓혀 가야 한다고 강조하시었습니다."
북한 노동자의 해외 송출 사업도 주요 외화벌이 사업의 하나다.
중국은 물론, 러시아 극동 지방, 체코 등 동유럽과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송출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터뷰> 박형중(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최근에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 북한의 노동자를 중국에 수출하는 겁니다. 일종의 인력송출인 거죠. 중국도 지금 임금이 상당히 높아져서 상대적으로 싼 북한 노동력을 중국에서 일하게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전 세계에 흩어진 북한 노동자는 최대 7만 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일하는 분야도 벌목, 토목, 건설, 단순 임가공에서부터 요식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함께 파견된 북한 당국의 감시 아래 철저히 통제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해외로 송출된 북한 노동자가 벌어들이는 수억 달러 규모의 외화 가운데 약 80%는 북한 노동당으로 송금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비자금을 관리하는 38호실과 39호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일단 돈이 집중돼 있다가 기관에서 그걸 가져오면 일정 부분 근로자에게 배분하는 형태, 이런 형태로 외화를 벌고 있습니다."
만성적인 외화난에 시달리던 북한은 지난 2010년, 국가개발은행과 합영투자위원회를 잇따라 설립했다.
기업을 내세웠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아예 당 차원에서 외화벌이 기관을 만든 셈이다.
실제로 김정일은 합영투자위원장에 김정일의 스위스 은행 비자금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리철 전 스위스 대사를, 국가개발은행 이사장에는 김정일 비자금 관리자인 전일춘 노동당 39호 실장 등, 핵심 측근들을 임명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인터뷰> 김영철(탈북자/前 무역상인) : "각 회사, 각 무역 대성총국, 대흥 관리국, 88, 능라, 백전회사, 호위 사령부, 영원회사, 24처, 총운산회사, 북한에 하도 외화벌이들이 많아요. 몇 십 개. 거기에 김정일이 경쟁을 시킨 거예요."
북한의 최근 외화벌이 사업은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과거 야심차게 추진했다 흐지부지됐던 신의주 경제특구 사업과 달리 나진 선봉 경제특구 사업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 있다.
또 이집트 통신사의 투자를 유치해 벌이고 있는 휴대전화 사업도 빠르게 진행돼 이달 초 가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북한에서 외화벌이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당국으로부터 일명 ‘와크’라 불리는 무역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탈북자들은 이 와크만 따내면 북한 노동당과 인민군의 비호 아래 그 어떤 사업도 벌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인터뷰> 김영철(탈북자/前 무역상인) : "내가 이번에 무역을 하려는데 그 방침을 좀 받아, 와크(무역 허가증) 자체가 우린 방침이라고 그래요, 김정일의 방침. 김정일이 이런 무역을 하라, 이런 무역은 하지 마라 사인을 해요. 이 와크가 있게 되면 장군님 방침이기 때문에 어떤 장소에서든지, 어떤 시간대든지 아무 때나 넘길 수 있는 그런 권력을 가지고 있어요."
때문에 북한 외화벌이 기업들은 모두 이 무역 허가증을 발급하는 노동당과 군, 그리고 내각 소속 기관들의 산하 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외화벌이 기업들은 최종적으로 수익의 일정액을 김정일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북한 노동당 39호실에 바쳐야 한다.
결국 200여개로 파악되고 있는 북한의 외화벌이 기업들은, 노동당 39호실을 정점으로 당과 군, 내각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 박형중(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회사들이라고 하는 건 대부분이 군부 소속이거나 아니면 당 기관들 소속입니다. 누가 장사를 할 수 있는가, 누가 가장 돈을 벌 수 있는 일종의 허가권, 누가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사업에 대한 허가권을 갖는가 하는 것들을 사실상 최고 지도자들이 나눠주는 겁니다."
얼마 전 김정일의 70회 생일을 맞아 열린 김정일화 축전에 차철마라는 인물이 등장했다.
차철마는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만수대 의사당의 총장으로 북한 최고인민회의의 외화벌이 사업을 독점하면서 막대한 재산을 축적한 북한의 갑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 지난 2010년 사망한 리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 1부부장의 사위인 것으로 전해진다.
차철마 외에도 김정은의 측근 중 측근인 리영호 총참모장의 아들 리선일과 북한 파워 엘리트의 3세들이 대거 외화벌이 사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무역 허가증, 일명 와크를 따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재산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뷰> 김영철(탈북자/前 무역상인) : "권력을 가진 사람의 자식들, 그런 분들과의 유대 관계에서 무역 와크(허가증)를 딸 수 있는, 그런 권한을 가진 사람들에 한해서 우리가 같이 일을 하고 같이 돈을 버는 그런 방식으로 나가는 거죠."
현재 북한의 사업은 절반 가까이 원자재 수출 등 1차 산업에 편중돼 있다.
뿐만 아니라 뇌물과 부패, 임의 규정, 분쟁 조정 기구의 부재 등을 이유로 외국 기업은 직접 투자보다는 단순 교역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외화벌이 사업에 동원되면서도 이익은 거의 대부분 파워 엘리트에게만 몰리는 현실에 대해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4월 15일 김일성의 100회 생일이 채 2달도 남지 않았다.
올 한해 북한 당국의 외화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는 과정에서 올해 하반기쯤 북한 사회가 후유증을 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지금은 정상적인 방법에 의한 외화벌이라기 보단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압박 형태의 외화벌이 수단이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주민들의 불만도 생겨날 거고 그다음에 외화벌이 하는데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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