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우리 딸은 자폐아…행복합니다”

입력 2012.04.10 (09:03) 수정 2012.04.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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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전 자폐성 장애를 가진 여고생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한 영화제에 출품됐는데요,

이 영화가 특히 주목을 받았던 이유가 있다죠?

네, 영화감독이 다름 아닌 여고생의 어머니였기 때문인데요,

전문적인 영화기술을 배운 적은 없지만, 딸에 대한 사랑을 담아 직접 촬영부터 편집까지 해냈다고 하네요

딸이 혼자 머리를 감고, 옷을 입으며 학교 갈 준비를 하는 모습, 평범한 일상일수 있지만 엄마에겐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는데요

이렇게 딸이 세상에 한 걸음씩 스스로 발을 내딛는 모습을 한 장면 한 장면 담기까지 수많은 눈물과 아픔도 있었다는데요

김기흥 기자, 이 특별한 모녀의 이야기 들려주신다고요

<기자 멘트>

오늘의 주인공은 자폐 증세를 보이는 혜림이와 혜림이 엄마인 박상현 씨인데요.

혜림이 엄마는 11년 전 모든 사람들이 자폐아의 이야기를 숨기려 할 때 자신과 혜림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가난하지만 건강한 남편이 있고 자폐 증세가 있지만 플루트를 부는 딸이 있어 행복하다는 박 씨...

가슴 뭉클한 그녀들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리포트>

외출 준비를 하는 고3 혜림이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엄마, 박상현 씨인데요.

<녹취> "머리, 머리 (냄새 확인하자) 응 됐어."

<녹취> "몸에 비누칠 했어?"

<녹취> "네."

<녹취> "응. 잘했어."

엄마의 칭찬에 혜림이는 기분이 좋습니다.

<인터뷰> 박혜림 (자폐증 환자) : "안녕하세요. 저는 작전여자고등학교 3학년 6반 박혜림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딸기와 바나나 그리고 옥수수 맛이 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싫어하는 것은 매운탕, 칼국수, 짜장면 등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생후 17개월 즈음, 엄마는 딸에게 자폐증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인터뷰> 박상현(혜림이 엄마) : "(자폐증이) 평생 간다고 할 때 저는 부정했어요. 아니다. 고칠 수 있다. 일주일에 인지수업, 언어수업 이런 것들을 많이 받으러 다녔어요. 남편 월급의 70%가 혜림이 치료비로 들어갔었거든요."

평생을 건 싸움이 될 수도 있는 딸의 뒷바라지에 어머니는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11년의 기록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영화 속에는 혜림이의 일상과 변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데요.

이젠 어느덧 자라 고 3 학생. 혜림이는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녹취> "수업내용을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선생님 얘기 잘 듣고."

<녹취> "열심히 파이팅!"

<녹취> "파이팅! 같은 반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녹취> "선생님 몇 쪽이에요?"

<녹취> "322쪽"

궁금한 것도 물어보는 등 혜림이의 이런 적극적인 성향은, 자폐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던 친구들까지 변화시켰습니다.

<인터뷰> 김지수(혜림이 친구) : "‘왜 일반학교에 다니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일반학교에 다녀도 잘 지내는 거 보니까 제가 이상한 편견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스스로."

오늘은 혜림이에게 중요한 날입니다.

<인터뷰> 박혜림(자폐증 환자) : "졸업 사진을 찍을 거예요."

3년 동안 함께 한 친구들과 졸업사진을 찍는데요.

이 날은 엄마에게도 특별할 수 밖에 없는데요.

<인터뷰> 박상현(혜림이 엄마) : "아쉽죠. ‘이제 다 컸구나.’ 하고 생각하죠. 사회 나가는 것 때문에 (학교 다니는걸) 처음 시작했는데 이제는 나간다고 할 생각 하니까 아쉽고 두렵죠."

학교를 마친 혜림이.

<녹취>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녹취> "플루트 (배우러 가요.)"

플루트 연습장까지는 엄마의 도움 없이 혼자 갈 수 있는데요.

하지만, 가끔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녹취> "이를 어떡하지. 길을 잘못 들었나 봐."

무사히 목적지를 찾아 낸 혜림이는 다행히 지각은 면했습니다.

서둘러 악기를 준비하고 일반 친구들과의 합주를 시작하는데요.

플루트를 배운지는 2년, 작년 11월부터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끄러운 소리에 괴성을 지르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딸을 위해, 엄마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음악이었습니다.

<인터뷰> 박상현(혜림이 엄마) : "장구를 배우기 위해서 문밖에서, 창문 너머로 6개월 동안 있었어요. (혜림이가) 도망가지 못하게 했죠. 그러다가 한 발짝 문 안으로 들어가게 하고요. 그러면서 조금씩 시작을 한 거죠."

그 모진 세월을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박상현(혜림이 엄마) : "문제 행동을 하니까요. 소리 지르고 괴로워하니까요. 그걸 지켜보고 있어야 하니까요. 근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죠. 그때 생각하면 눈물이 나네요."

혜림이와 엄마의 고난을 담아낸 짧은 영화 “나를 찾아 떠난 여행”은 인권영화제 출품작 15편에 선정돼 지난 7일 상영회를 가졌습니다.

<인터뷰> 박상현(혜림이 엄마) : "진짜 제가 뭐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연예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딸에게 보여주는 것도 처음인데요.

영화 마지막 부분에 흐르는 배경음악은 혜림이가 직접 플루트로 연주한 것입니다.

13분 14초 분량의 짧은 영화지만 감독, 촬영, 편집까지 모두 박상현 씨 혼자 해내 더욱 뜻 깊을 텐데요.

<인터뷰> 박기영(혜림이 아빠) : "(영화를 보는데) 눈물이 날 뻔했는데요. 옛날 생각이 나더라고요."

<녹취> "수고했어."

<녹취> "수고하셨습니다."

<인터뷰> 박상현(혜림이 엄마) : "장애라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기다려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함께 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하고 싶고요.) 저는 그래서 그런 편견을 깨는 영화에 초점을 맞출 거예요."

가난하지만 건강한 남편이 있고 자폐 증상이 있지만 플루트를 부는 딸이 있어 행복하다는 그녀.

사랑으로 단단히 묶인 그녀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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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우리 딸은 자폐아…행복합니다”
    • 입력 2012-04-10 09:03:23
    • 수정2012-04-10 10: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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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전 자폐성 장애를 가진 여고생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한 영화제에 출품됐는데요, 이 영화가 특히 주목을 받았던 이유가 있다죠? 네, 영화감독이 다름 아닌 여고생의 어머니였기 때문인데요, 전문적인 영화기술을 배운 적은 없지만, 딸에 대한 사랑을 담아 직접 촬영부터 편집까지 해냈다고 하네요 딸이 혼자 머리를 감고, 옷을 입으며 학교 갈 준비를 하는 모습, 평범한 일상일수 있지만 엄마에겐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는데요 이렇게 딸이 세상에 한 걸음씩 스스로 발을 내딛는 모습을 한 장면 한 장면 담기까지 수많은 눈물과 아픔도 있었다는데요 김기흥 기자, 이 특별한 모녀의 이야기 들려주신다고요 <기자 멘트> 오늘의 주인공은 자폐 증세를 보이는 혜림이와 혜림이 엄마인 박상현 씨인데요. 혜림이 엄마는 11년 전 모든 사람들이 자폐아의 이야기를 숨기려 할 때 자신과 혜림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가난하지만 건강한 남편이 있고 자폐 증세가 있지만 플루트를 부는 딸이 있어 행복하다는 박 씨... 가슴 뭉클한 그녀들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리포트> 외출 준비를 하는 고3 혜림이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엄마, 박상현 씨인데요. <녹취> "머리, 머리 (냄새 확인하자) 응 됐어." <녹취> "몸에 비누칠 했어?" <녹취> "네." <녹취> "응. 잘했어." 엄마의 칭찬에 혜림이는 기분이 좋습니다. <인터뷰> 박혜림 (자폐증 환자) : "안녕하세요. 저는 작전여자고등학교 3학년 6반 박혜림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딸기와 바나나 그리고 옥수수 맛이 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싫어하는 것은 매운탕, 칼국수, 짜장면 등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생후 17개월 즈음, 엄마는 딸에게 자폐증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인터뷰> 박상현(혜림이 엄마) : "(자폐증이) 평생 간다고 할 때 저는 부정했어요. 아니다. 고칠 수 있다. 일주일에 인지수업, 언어수업 이런 것들을 많이 받으러 다녔어요. 남편 월급의 70%가 혜림이 치료비로 들어갔었거든요." 평생을 건 싸움이 될 수도 있는 딸의 뒷바라지에 어머니는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11년의 기록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영화 속에는 혜림이의 일상과 변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데요. 이젠 어느덧 자라 고 3 학생. 혜림이는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녹취> "수업내용을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선생님 얘기 잘 듣고." <녹취> "열심히 파이팅!" <녹취> "파이팅! 같은 반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녹취> "선생님 몇 쪽이에요?" <녹취> "322쪽" 궁금한 것도 물어보는 등 혜림이의 이런 적극적인 성향은, 자폐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던 친구들까지 변화시켰습니다. <인터뷰> 김지수(혜림이 친구) : "‘왜 일반학교에 다니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일반학교에 다녀도 잘 지내는 거 보니까 제가 이상한 편견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스스로." 오늘은 혜림이에게 중요한 날입니다. <인터뷰> 박혜림(자폐증 환자) : "졸업 사진을 찍을 거예요." 3년 동안 함께 한 친구들과 졸업사진을 찍는데요. 이 날은 엄마에게도 특별할 수 밖에 없는데요. <인터뷰> 박상현(혜림이 엄마) : "아쉽죠. ‘이제 다 컸구나.’ 하고 생각하죠. 사회 나가는 것 때문에 (학교 다니는걸) 처음 시작했는데 이제는 나간다고 할 생각 하니까 아쉽고 두렵죠." 학교를 마친 혜림이. <녹취>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녹취> "플루트 (배우러 가요.)" 플루트 연습장까지는 엄마의 도움 없이 혼자 갈 수 있는데요. 하지만, 가끔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녹취> "이를 어떡하지. 길을 잘못 들었나 봐." 무사히 목적지를 찾아 낸 혜림이는 다행히 지각은 면했습니다. 서둘러 악기를 준비하고 일반 친구들과의 합주를 시작하는데요. 플루트를 배운지는 2년, 작년 11월부터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끄러운 소리에 괴성을 지르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딸을 위해, 엄마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음악이었습니다. <인터뷰> 박상현(혜림이 엄마) : "장구를 배우기 위해서 문밖에서, 창문 너머로 6개월 동안 있었어요. (혜림이가) 도망가지 못하게 했죠. 그러다가 한 발짝 문 안으로 들어가게 하고요. 그러면서 조금씩 시작을 한 거죠." 그 모진 세월을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박상현(혜림이 엄마) : "문제 행동을 하니까요. 소리 지르고 괴로워하니까요. 그걸 지켜보고 있어야 하니까요. 근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죠. 그때 생각하면 눈물이 나네요." 혜림이와 엄마의 고난을 담아낸 짧은 영화 “나를 찾아 떠난 여행”은 인권영화제 출품작 15편에 선정돼 지난 7일 상영회를 가졌습니다. <인터뷰> 박상현(혜림이 엄마) : "진짜 제가 뭐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연예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딸에게 보여주는 것도 처음인데요. 영화 마지막 부분에 흐르는 배경음악은 혜림이가 직접 플루트로 연주한 것입니다. 13분 14초 분량의 짧은 영화지만 감독, 촬영, 편집까지 모두 박상현 씨 혼자 해내 더욱 뜻 깊을 텐데요. <인터뷰> 박기영(혜림이 아빠) : "(영화를 보는데) 눈물이 날 뻔했는데요. 옛날 생각이 나더라고요." <녹취> "수고했어." <녹취> "수고하셨습니다." <인터뷰> 박상현(혜림이 엄마) : "장애라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기다려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함께 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하고 싶고요.) 저는 그래서 그런 편견을 깨는 영화에 초점을 맞출 거예요." 가난하지만 건강한 남편이 있고 자폐 증상이 있지만 플루트를 부는 딸이 있어 행복하다는 그녀. 사랑으로 단단히 묶인 그녀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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