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매향리 보상금 10억 ‘꿀꺽’

입력 2012.04.2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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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군 사격장이 있었던 매향리 마을 기억하시죠.

이곳 주민들이 17년 동안 미군과 정부를 상대로 다툼을 벌인 끝에 결국 사격장을 폐쇄하고, 거액의 보상금까지 받을 수 있었는데요.

오랜 고통 끝에 평화를 찾은 것처럼 보였던 이 마을에서, 요즘 보상금 때문에 사단이 났습니다.

사격장 폐쇄 운동을 주도했던 주민대책위원회 간부들이 보상금 가운데 마을 공금으로 해둔 10억 원 정도를 마음대로 쓴 혐의가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건데요.

오언종 아나운서, 아이들 어학연수 비용이나 생활비로 공금을 쓴 사례들이 확인됐다고요?

<아나운서 멘트>

네, 주민 대책위원회 간부 56살 전 모씨는 조합자금 중 1억여원을 세 자녀의 해외연수 비용으로 사용하는 등 모두 2억 6천만 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했습니다.

게다가 조합 정관에 없는 간부 인건비까지 조합자금으로 충당한 혐의도 받고 있고요.

하지만 전 모씨 등 조합 간부 4명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1951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직후부터 미군의 사격 훈련장으로 사용됐던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농섬 주변 일대...

2005년 8월 사격장이 폐쇄될 때까지 사격장 인근 마을 주민들은 50년 동안 미군 전투기 소리와 폭격음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습니다.

<녹취> 마을주민 (음성변조) : “논에서 들판에서 일하다가 폭탄이 떨어져가지고, 말하자면 한 50년 동안 전쟁터에서 살았지. 전쟁터에서. 일하다 말고 도망다녔던 마을인데...”

<녹취> 마을주민 (음성변조) : “소가 새끼를 가지면, 그 폭탄 (터질 때) 마당에 소를 묶어놨으니까 뺑뺑 돌고는 새끼를 유산하고 그랬어요. 이런 유리 못 달았어요. 거울, 시계는 1년에 한 번씩 바꿔야 되고... ”

1988년 마을 주민들을 중심으로 대책위를 만들어 미군 사격훈련장의 폐쇄를 요구했는데요, 무려 17년의 반대시위 끝에 매향리 사격장은 주민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뿐만이 아니라 주민대책위에서는 (국가를 상대로) 수 십 년간 폭발음 등의 소음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피해보상 소송을 진행해 (2004년) 승소하기도 했는데요,

그렇게 받은 피해보상금이 무려 140억 원에 달합니다.

<녹취> 마을주민 (음성변조) : “동네에서 사격장 떠나니까 얼마나 조용했는지 몰라. 아주 그냥 평화마을이라 붙여놓기도 했지만, 진짜 조용해서 아주 살 것 같았어.”

그렇게 마을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사격장 폐쇄와 피해보상을 이끌어내며, 주민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던 매향리 주민대책위원회.

그런데 이 대책위 간부 4명이 주축이 되어 만든 영농조합에서 피해보상금으로 조성한 26억 원의 공금 중 일부를 유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마을주민 (음성변조) : “회관 짓는다고 그랬어요. 땅 사놓은 거 있죠? 자기가 사서 자기 돈으로 팔아먹은 게 아니고 기금으로 해서 사놓고, (조합명의로 안 바꾸고) 팔아먹은 것 같은데 그것도 잘못된 거지. 아니 기금을 자기가 왜 쓰냐 말이야. 그건 횡령이지. ”

이야기인 즉, 마을발전과 주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영농조합 법인을 만들었는데, 그 목적에 맞게 써야할 돈을 간부들이 다른 곳에 공금을 썼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기동 (계장 / 경기지방경찰청 수사2계) : “조합이 설립되고 나서 조합이 제대로 운영이 안되고 조합자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출자금) 26억 원이 제대로 쓰여지지 않는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경찰에서 밝혀낸 조합의 횡령금액은 10억5천만 원. 경찰은 조합을 운영하는 대책위 간부 4명이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돈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주민대책위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한 56살 전 모씨가 사용한 조합의 공금을 지극히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는데요,

<인터뷰> 김기동 (계장 / 경기지방경찰청 수사2계) : “(전 모 씨) 같은 경우에는 그 조합 출자금으로 (3명의) 자녀 유학을 보내고, 또 개인 생활비로 사용하는 등 횡령한 게 2억 6천만 원 정도 되고요,“

하지만 전 씨는 이 사용금액이 횡령이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먼저 2006년 여름 전 씨의 세 자녀 미국연수 비용, 1억 천만 원. 대책위원장 활동비와 가족에게 지급된 성금으로 충당했다고 하는데요,

<녹취> 전00 (매향리 주민대책위원/음성변조) : “(2001년) 주민총회에서 제 월급 150만원 생계비로 지원하도록 돼 있어요. 제 딸들을 미국에 1년간 어학연수를 보내게 됐는데, (원래 받기로 한 돈이 있어서) 법인 돈에서 지급해서 보내줬어요.“

개인 요양비 등 가족 생활비로 들어간 돈, 1억 5천만 원 역시 주민들의 동의하에 전 씨 가족 앞으로 나온 돈을 쓴 것 이라고 주장합니다.

<녹취> 전00 (매향리 주민대책위원/음성변조) : “(주민들이) 보상금의 3퍼센트 (4억 원 정도)를 우리 가족돕기 성금으로 지급하는 걸로 이렇게 인감증명을 첨부해서 결의를 해줬어요. 그 4억 원을 가지고 (소송 비용 등) 공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어차피 전 씨와 가족 앞으로 올 돈이기에 개인적으로 써도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는데요,

이런 전 씨의 주장에 대한 경찰의 해석은 조금 다릅니다.

먼저 전 씨 등 조합간부 4명의 인건비 부분인데요, 영농조합 자금 정관에 간부들의 인건비가 포함돼 있지도 않거니와, 조합이 생기기 전의 인건비 1억여 원을 조합 공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 김기동 (계장 / 경기지방경찰청 수사2계) : “(간부 4명의 인건비 지급은) 사실 조합 정관상에 안 맞는데, 2001년부터 2006년 정도까지 (조합 설립) 전에 활동했던 부분을 소급해서 (전 씨의) 인건비로 지급한 거는 (2005년) 조합 설립 전에 (활동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것도 문제가 되는 걸로 보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 중 많은 액수의 피해보상금을 받은 금액이 약 1천 만 원정도인데 반해 전 씨의 가족 돕기 성금이 수 억 원에 이릅니다. 영농조합 자금의 횡령, 배임에 대한 수사소식을 접한 일부 주민들은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는데요,

<녹취> 마을 주민 (음성변조) : “그만한 돈을 (전 씨 등이) 왜 차지했냐, 우리네 주민들은 여기 살아서 그냥 애초부터 살아온 사람들 돈 좀 더 주지, 주민들은 얼마주지 않고, 전00 그 클럽 몇 사람들이 다 돈을 차지한 거야.”

경찰은 매향리 마을 영농조합의 공금을 적법한 절차없이 개인적으로 유용하고, 조합의 설립목적과 다른 부분에 사용한 56살 전 모 씨 등 간부 4명을 횡령, 배임혐의로 입건했습니다.

50년간 폭격음에 시달리던 매향리 마을에 평화를 되찾아준 주민 대책위원회. 마을 주민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영농조합으로의 투명한 운영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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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4-27 09: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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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군 사격장이 있었던 매향리 마을 기억하시죠. 이곳 주민들이 17년 동안 미군과 정부를 상대로 다툼을 벌인 끝에 결국 사격장을 폐쇄하고, 거액의 보상금까지 받을 수 있었는데요. 오랜 고통 끝에 평화를 찾은 것처럼 보였던 이 마을에서, 요즘 보상금 때문에 사단이 났습니다. 사격장 폐쇄 운동을 주도했던 주민대책위원회 간부들이 보상금 가운데 마을 공금으로 해둔 10억 원 정도를 마음대로 쓴 혐의가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건데요. 오언종 아나운서, 아이들 어학연수 비용이나 생활비로 공금을 쓴 사례들이 확인됐다고요? <아나운서 멘트> 네, 주민 대책위원회 간부 56살 전 모씨는 조합자금 중 1억여원을 세 자녀의 해외연수 비용으로 사용하는 등 모두 2억 6천만 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했습니다. 게다가 조합 정관에 없는 간부 인건비까지 조합자금으로 충당한 혐의도 받고 있고요. 하지만 전 모씨 등 조합 간부 4명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1951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직후부터 미군의 사격 훈련장으로 사용됐던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농섬 주변 일대... 2005년 8월 사격장이 폐쇄될 때까지 사격장 인근 마을 주민들은 50년 동안 미군 전투기 소리와 폭격음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습니다. <녹취> 마을주민 (음성변조) : “논에서 들판에서 일하다가 폭탄이 떨어져가지고, 말하자면 한 50년 동안 전쟁터에서 살았지. 전쟁터에서. 일하다 말고 도망다녔던 마을인데...” <녹취> 마을주민 (음성변조) : “소가 새끼를 가지면, 그 폭탄 (터질 때) 마당에 소를 묶어놨으니까 뺑뺑 돌고는 새끼를 유산하고 그랬어요. 이런 유리 못 달았어요. 거울, 시계는 1년에 한 번씩 바꿔야 되고... ” 1988년 마을 주민들을 중심으로 대책위를 만들어 미군 사격훈련장의 폐쇄를 요구했는데요, 무려 17년의 반대시위 끝에 매향리 사격장은 주민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뿐만이 아니라 주민대책위에서는 (국가를 상대로) 수 십 년간 폭발음 등의 소음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피해보상 소송을 진행해 (2004년) 승소하기도 했는데요, 그렇게 받은 피해보상금이 무려 140억 원에 달합니다. <녹취> 마을주민 (음성변조) : “동네에서 사격장 떠나니까 얼마나 조용했는지 몰라. 아주 그냥 평화마을이라 붙여놓기도 했지만, 진짜 조용해서 아주 살 것 같았어.” 그렇게 마을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사격장 폐쇄와 피해보상을 이끌어내며, 주민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던 매향리 주민대책위원회. 그런데 이 대책위 간부 4명이 주축이 되어 만든 영농조합에서 피해보상금으로 조성한 26억 원의 공금 중 일부를 유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마을주민 (음성변조) : “회관 짓는다고 그랬어요. 땅 사놓은 거 있죠? 자기가 사서 자기 돈으로 팔아먹은 게 아니고 기금으로 해서 사놓고, (조합명의로 안 바꾸고) 팔아먹은 것 같은데 그것도 잘못된 거지. 아니 기금을 자기가 왜 쓰냐 말이야. 그건 횡령이지. ” 이야기인 즉, 마을발전과 주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영농조합 법인을 만들었는데, 그 목적에 맞게 써야할 돈을 간부들이 다른 곳에 공금을 썼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기동 (계장 / 경기지방경찰청 수사2계) : “조합이 설립되고 나서 조합이 제대로 운영이 안되고 조합자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출자금) 26억 원이 제대로 쓰여지지 않는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경찰에서 밝혀낸 조합의 횡령금액은 10억5천만 원. 경찰은 조합을 운영하는 대책위 간부 4명이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돈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주민대책위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한 56살 전 모씨가 사용한 조합의 공금을 지극히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는데요, <인터뷰> 김기동 (계장 / 경기지방경찰청 수사2계) : “(전 모 씨) 같은 경우에는 그 조합 출자금으로 (3명의) 자녀 유학을 보내고, 또 개인 생활비로 사용하는 등 횡령한 게 2억 6천만 원 정도 되고요,“ 하지만 전 씨는 이 사용금액이 횡령이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먼저 2006년 여름 전 씨의 세 자녀 미국연수 비용, 1억 천만 원. 대책위원장 활동비와 가족에게 지급된 성금으로 충당했다고 하는데요, <녹취> 전00 (매향리 주민대책위원/음성변조) : “(2001년) 주민총회에서 제 월급 150만원 생계비로 지원하도록 돼 있어요. 제 딸들을 미국에 1년간 어학연수를 보내게 됐는데, (원래 받기로 한 돈이 있어서) 법인 돈에서 지급해서 보내줬어요.“ 개인 요양비 등 가족 생활비로 들어간 돈, 1억 5천만 원 역시 주민들의 동의하에 전 씨 가족 앞으로 나온 돈을 쓴 것 이라고 주장합니다. <녹취> 전00 (매향리 주민대책위원/음성변조) : “(주민들이) 보상금의 3퍼센트 (4억 원 정도)를 우리 가족돕기 성금으로 지급하는 걸로 이렇게 인감증명을 첨부해서 결의를 해줬어요. 그 4억 원을 가지고 (소송 비용 등) 공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어차피 전 씨와 가족 앞으로 올 돈이기에 개인적으로 써도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는데요, 이런 전 씨의 주장에 대한 경찰의 해석은 조금 다릅니다. 먼저 전 씨 등 조합간부 4명의 인건비 부분인데요, 영농조합 자금 정관에 간부들의 인건비가 포함돼 있지도 않거니와, 조합이 생기기 전의 인건비 1억여 원을 조합 공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 김기동 (계장 / 경기지방경찰청 수사2계) : “(간부 4명의 인건비 지급은) 사실 조합 정관상에 안 맞는데, 2001년부터 2006년 정도까지 (조합 설립) 전에 활동했던 부분을 소급해서 (전 씨의) 인건비로 지급한 거는 (2005년) 조합 설립 전에 (활동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것도 문제가 되는 걸로 보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 중 많은 액수의 피해보상금을 받은 금액이 약 1천 만 원정도인데 반해 전 씨의 가족 돕기 성금이 수 억 원에 이릅니다. 영농조합 자금의 횡령, 배임에 대한 수사소식을 접한 일부 주민들은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는데요, <녹취> 마을 주민 (음성변조) : “그만한 돈을 (전 씨 등이) 왜 차지했냐, 우리네 주민들은 여기 살아서 그냥 애초부터 살아온 사람들 돈 좀 더 주지, 주민들은 얼마주지 않고, 전00 그 클럽 몇 사람들이 다 돈을 차지한 거야.” 경찰은 매향리 마을 영농조합의 공금을 적법한 절차없이 개인적으로 유용하고, 조합의 설립목적과 다른 부분에 사용한 56살 전 모 씨 등 간부 4명을 횡령, 배임혐의로 입건했습니다. 50년간 폭격음에 시달리던 매향리 마을에 평화를 되찾아준 주민 대책위원회. 마을 주민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영농조합으로의 투명한 운영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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