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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한반도] 탈북자 ‘영어 장벽’에 운다
입력 2012.05.05 (10:42) 수정 2012.05.07 (10:23) 남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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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5월 5일 토요일, 남북의 창 이현줍니다.

먼저 남북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입니다.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영어로 인한 장벽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진학과 취업, 승진 등 한국 사회 전반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지만,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영어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정소라 리포터가 영어로 인한 탈북자들의 부적응 실태와 대책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약 2주전 출산해 예쁜 아들을 얻은 조수아 씨는 올해 탈북자로서는 처음으로 서울대 의학 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조씨는 또 지난 2010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인재상’을 탈북자로서는 처음으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 불과 6년 만에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착 초기, 조씨는 ‘영어’ 때문에 면접 때마다 좌절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조수아(탈북자/2006년 입국) : :제가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날래날래 시켜주시라요. 그랬더니 A4를 가져오래요. 그래서 A4? A4는 또 뭡니까? 제가 하도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까 페이퍼 가져오래요. 이 사람이 내가 의사라는 걸 알고 폐를 떼오라는 건 줄 알았어요. 페이퍼 이러는데 내 폐, 저의 폐를 말입니까. 그래도 폐가 두 개지만 그래도 하나를 어떻게 갖다 줍니까? "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조씨에게 주어진 일자리는 주유소나 편의점 아르바이트 뿐이었습니다.

<인터뷰> 조수아(탈북자/2006년 입국) : :영어까지 막 또 하나의 시련, 고난이랄까. 저는 뭐든지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영어라는 그 장벽을 넘기가 너무 힘들었던 거예요."

결국 남한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북한에서처럼 또다시 의사의 꿈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조씨는 영어 정복에 나섰습니다.

여기 A,B,C,D부터 한국에 와가지고 A,B,C,D부터 배웠어요.

<인터뷰> 조수아(탈북자/2006년 입국) : "하루에 2시간씩 공짜로 가르쳐 준다는 영어학원은 다 갔어요. 영어 예배드리는 데는 들리던 안 들리던 영어 예배, 일요일만 되면 7개 교회를 싸이클로 착착착착."

조씨는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같이 하루 8시간을 영어공부에 매진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영어로 진행되는 의학대학원 수업도 듣고, 같은 처지의 탈북 학생들에게 영어 과외도 해줄 정도로 실력이 향상됐습니다.

<인터뷰> 조수아(탈북자/2006년 입국) : "제일 안타까운 게 영어인 거 같아요.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영어 때문에 힘들어가지고 영국이나 독일이나 미국 쪽으로 이민을 가거든요. 영어 때문에 청소년 학생들도 적응이 안돼서 학교를 그만두고. 그런데 어차피 한국이란 나라에서 적응이 안 되는데 외국 가서 적응을 한다는 건 거짓말이거든요."

60년 가까운 분단의 세월은 남북의 말과 글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남북이 같은 언어를 쓰고는 있지만, 남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탈북자들에게 영어나 외래어를 많이 사용하는 남한의 언어는 생소하고 어렵기만 합니다.

<녹취> "마켓도 있고, 슈퍼마켓도 있고 마트도 있잖아."

<녹취> "적응 안됐죠. 저희는 PC방을 몰랐었어요. 그러다보니까 그냥 친구따라 가보자."

남한에 온 지 5년이 채 안된 탈북 학생들. 남한 사회의 모든 것을 새로 배워나가는 이들에게 가장 낯선 것은 영어를 많이 섞어 쓰는 남한의 언어문화입니다.

<인터뷰> 김향미(한겨레 중고등학교생/2011년 입국) : "파운데이션이거 북한에서 피아스라고 얘기하거든요."

<인터뷰> 박민혁(한겨레 중고등학교생/2011년 입국) : "TV를 봤거든요. 그때 축구를 하는데 응원하는 팬들이 파이팅 파이팅 서로마다 그러는데 저게 뭔 소리하는 건지, 아니면 욕하는 건지."

남한은 미국식 영어가 변형된 외래어가 많은 반면, 북한은 일본식 영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 탈북 학생들.

때문에 같은 단어를 써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이정철(한겨레 중고등학교생/2007년 입국) : "저쪽에 있을 때는 컵뿌, 이렇게 많이 쓰고 했거든요. 컵뿌라고. 컵뿌도 일본말인가요?"

<녹취> "싸인펜은 거기서 싸인펜이라 하나요? 마직그펜, 일본어 좀 많이 써요. 북한에서."

또 북한에서는 영국식 영어를 배웠던 반면 남한에서는 미국식 영어를 배우는 것도 힘이 든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정릉성(한겨레 중고등학교생/2010년 입국) : "1년을 거의 다녔는데 그때는 영국식 발음을 배웠어요. R발음을 거의 안하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는 미국식 발음을 하다보니까 처음에 학교에 들어왔을 때는 발음이 엄청 제가 보기에도 말하기 좀 쑥쓰러울 정도로 발음이 이상한 거예요, 미국식 발음은."

탈북청소년들은 이렇게 낯설고 생소한 영어 때문에 위축되다보면 끝내 일상생활에 대한 자신감마저 잃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유옥별(한겨레 중고등학교생/2007년 입국) : "처음에는 그냥 어디 한발자국 나가도 다 영어, 어디 게시판 써 놓은 것도 다 영어. 그러니까 거리 혼자 나가기 되게 두려운 거예요."

대부분의 탈북학생들은 알파벳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 기초 수준부터 영어 교육을 받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실력이 제각각 다른 탈북 학생들의 수준에 맞춘 맞춤식 영어 수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지난 2010년 탈북 대학생 110명을 상대로 대학 입학 전 가장 부족했던 교육이 무엇인지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이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라고 답변했습니다.

또 10명 중 8명은 취업 시 필수 요건인 공인영어성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처럼 부족한 영어 실력과 이로 인한 자신감 상실 때문에 탈북 대학생들은 탈북자 특별 전형을 통해 대학에 들어가도 학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로 조사에 응한 탈북 대학생 가운데 10명 중 3명은 학업 중단을, 4명은 대학이나 전공 변경을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새벽 6시, 이른 시간이지만 박일환 씨가 서둘러 집을 나섭니다.

7시에 시작되는 영국문화원의 영어회화 수업을 듣기 위해섭니다.

북한을 떠나 지난 2001년 남한에 정착한 박일환 씨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박일환 씨는 영어 공부에 더욱 몰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일환(탈북자/2001년 입국) : "한국에서는 영어가 파워잖아요. 취직을 하려해도 무슨 시험을 보려 해도 그렇고 꼭 영어 점수가 필요하더라고요."

박일환 씨는 남한에서 정착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영어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박일환(탈북자/2001년 입국) : "정착이라는 느낌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그냥 평범한 일반, 그 애버리지(평
균)한 삶을 살려면 (영어가) 공기와 같은 존재다. 어떤 부분에서든 다 필요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잖아요."

영어 때문에 고충을 겪거나 박일환 씨처럼 영어 공부를 원하는 탈북자들을 위해 영국과 캐나다, 미국 등 각국 대사관들도 발벗고 나섰습니다.

영국대사관에서는 탈북자들에게 무상으로 문화원의 영어 수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앤드류 달글레이시(주한 영국대리대사) : "탈북자 영어 교육 무상지원 프로그램은 북한에서 남한으로 온 탈북자, 특히 젊은 탈북자들이 영어를 배우는 것을 도와 한국 사회에 잘 융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안정된 직장을 찾고 또 직장에서 업무를 더 잘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캐나다 대사관도 캐나다 문화원에 탈북자 전용영어 강좌를 따로 개설했고, 미국 대사관은 미국 내 대학교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인터뷰> 박일환(탈북자/2001년 입국) : "북한에서 온 사람들을 상대방에 눈높이에서 꾸준하게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언어이기 때문에 한 두 번의 지원으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지원해줬으면 좋겠어요."

정부도 지난해부터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을 통해 화상영어 강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 각 지역단체에서는 공부방을 통해 탈북자들의 영어 공부를 돕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영어 교육을 위해 각계각층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심과 여유를 갖고 그들의 적응을 지켜봐주는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이열(한겨레 중고등학교 영어 교사) : "처음부터 하나부터 열 가지가 전부다 생소한거예요. 영어, 외래어에 대한 일단 노출이 필요하죠. 그리고 생활 속 어휘라는 것이 외워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시간 속에서 자꾸 듣고 경험하고 보고 하다보니까 나오는 것인데 외래어 부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짧은 시간에 어떤 뭘 해갖고 짧은 시간에 절대로 아니라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진학할 때나 취업할 때, 사실상 영어는 필수입니다.

그만큼 남한에서 영어 능력은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중요한 지렛대가 되는데요.

탈북자들이 남한에 정착하고 희망을 갖고 살아가기 위해선 영어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탈북자들의 영어 교육을 위한 좀 더 세밀한 지원과 그들의 적응을 따뜻하게 지켜봐주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 [이슈&한반도] 탈북자 ‘영어 장벽’에 운다
    • 입력 2012-05-05 10:42:58
    • 수정2012-05-07 10:23:56
    남북의 창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5월 5일 토요일, 남북의 창 이현줍니다.

먼저 남북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입니다.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영어로 인한 장벽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진학과 취업, 승진 등 한국 사회 전반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지만,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영어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정소라 리포터가 영어로 인한 탈북자들의 부적응 실태와 대책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약 2주전 출산해 예쁜 아들을 얻은 조수아 씨는 올해 탈북자로서는 처음으로 서울대 의학 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조씨는 또 지난 2010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인재상’을 탈북자로서는 처음으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 불과 6년 만에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착 초기, 조씨는 ‘영어’ 때문에 면접 때마다 좌절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조수아(탈북자/2006년 입국) : :제가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날래날래 시켜주시라요. 그랬더니 A4를 가져오래요. 그래서 A4? A4는 또 뭡니까? 제가 하도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까 페이퍼 가져오래요. 이 사람이 내가 의사라는 걸 알고 폐를 떼오라는 건 줄 알았어요. 페이퍼 이러는데 내 폐, 저의 폐를 말입니까. 그래도 폐가 두 개지만 그래도 하나를 어떻게 갖다 줍니까? "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조씨에게 주어진 일자리는 주유소나 편의점 아르바이트 뿐이었습니다.

<인터뷰> 조수아(탈북자/2006년 입국) : :영어까지 막 또 하나의 시련, 고난이랄까. 저는 뭐든지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영어라는 그 장벽을 넘기가 너무 힘들었던 거예요."

결국 남한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북한에서처럼 또다시 의사의 꿈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조씨는 영어 정복에 나섰습니다.

여기 A,B,C,D부터 한국에 와가지고 A,B,C,D부터 배웠어요.

<인터뷰> 조수아(탈북자/2006년 입국) : "하루에 2시간씩 공짜로 가르쳐 준다는 영어학원은 다 갔어요. 영어 예배드리는 데는 들리던 안 들리던 영어 예배, 일요일만 되면 7개 교회를 싸이클로 착착착착."

조씨는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같이 하루 8시간을 영어공부에 매진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영어로 진행되는 의학대학원 수업도 듣고, 같은 처지의 탈북 학생들에게 영어 과외도 해줄 정도로 실력이 향상됐습니다.

<인터뷰> 조수아(탈북자/2006년 입국) : "제일 안타까운 게 영어인 거 같아요.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영어 때문에 힘들어가지고 영국이나 독일이나 미국 쪽으로 이민을 가거든요. 영어 때문에 청소년 학생들도 적응이 안돼서 학교를 그만두고. 그런데 어차피 한국이란 나라에서 적응이 안 되는데 외국 가서 적응을 한다는 건 거짓말이거든요."

60년 가까운 분단의 세월은 남북의 말과 글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남북이 같은 언어를 쓰고는 있지만, 남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탈북자들에게 영어나 외래어를 많이 사용하는 남한의 언어는 생소하고 어렵기만 합니다.

<녹취> "마켓도 있고, 슈퍼마켓도 있고 마트도 있잖아."

<녹취> "적응 안됐죠. 저희는 PC방을 몰랐었어요. 그러다보니까 그냥 친구따라 가보자."

남한에 온 지 5년이 채 안된 탈북 학생들. 남한 사회의 모든 것을 새로 배워나가는 이들에게 가장 낯선 것은 영어를 많이 섞어 쓰는 남한의 언어문화입니다.

<인터뷰> 김향미(한겨레 중고등학교생/2011년 입국) : "파운데이션이거 북한에서 피아스라고 얘기하거든요."

<인터뷰> 박민혁(한겨레 중고등학교생/2011년 입국) : "TV를 봤거든요. 그때 축구를 하는데 응원하는 팬들이 파이팅 파이팅 서로마다 그러는데 저게 뭔 소리하는 건지, 아니면 욕하는 건지."

남한은 미국식 영어가 변형된 외래어가 많은 반면, 북한은 일본식 영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 탈북 학생들.

때문에 같은 단어를 써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이정철(한겨레 중고등학교생/2007년 입국) : "저쪽에 있을 때는 컵뿌, 이렇게 많이 쓰고 했거든요. 컵뿌라고. 컵뿌도 일본말인가요?"

<녹취> "싸인펜은 거기서 싸인펜이라 하나요? 마직그펜, 일본어 좀 많이 써요. 북한에서."

또 북한에서는 영국식 영어를 배웠던 반면 남한에서는 미국식 영어를 배우는 것도 힘이 든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정릉성(한겨레 중고등학교생/2010년 입국) : "1년을 거의 다녔는데 그때는 영국식 발음을 배웠어요. R발음을 거의 안하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는 미국식 발음을 하다보니까 처음에 학교에 들어왔을 때는 발음이 엄청 제가 보기에도 말하기 좀 쑥쓰러울 정도로 발음이 이상한 거예요, 미국식 발음은."

탈북청소년들은 이렇게 낯설고 생소한 영어 때문에 위축되다보면 끝내 일상생활에 대한 자신감마저 잃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유옥별(한겨레 중고등학교생/2007년 입국) : "처음에는 그냥 어디 한발자국 나가도 다 영어, 어디 게시판 써 놓은 것도 다 영어. 그러니까 거리 혼자 나가기 되게 두려운 거예요."

대부분의 탈북학생들은 알파벳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 기초 수준부터 영어 교육을 받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실력이 제각각 다른 탈북 학생들의 수준에 맞춘 맞춤식 영어 수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지난 2010년 탈북 대학생 110명을 상대로 대학 입학 전 가장 부족했던 교육이 무엇인지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이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라고 답변했습니다.

또 10명 중 8명은 취업 시 필수 요건인 공인영어성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처럼 부족한 영어 실력과 이로 인한 자신감 상실 때문에 탈북 대학생들은 탈북자 특별 전형을 통해 대학에 들어가도 학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로 조사에 응한 탈북 대학생 가운데 10명 중 3명은 학업 중단을, 4명은 대학이나 전공 변경을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새벽 6시, 이른 시간이지만 박일환 씨가 서둘러 집을 나섭니다.

7시에 시작되는 영국문화원의 영어회화 수업을 듣기 위해섭니다.

북한을 떠나 지난 2001년 남한에 정착한 박일환 씨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박일환 씨는 영어 공부에 더욱 몰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일환(탈북자/2001년 입국) : "한국에서는 영어가 파워잖아요. 취직을 하려해도 무슨 시험을 보려 해도 그렇고 꼭 영어 점수가 필요하더라고요."

박일환 씨는 남한에서 정착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영어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박일환(탈북자/2001년 입국) : "정착이라는 느낌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그냥 평범한 일반, 그 애버리지(평
균)한 삶을 살려면 (영어가) 공기와 같은 존재다. 어떤 부분에서든 다 필요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잖아요."

영어 때문에 고충을 겪거나 박일환 씨처럼 영어 공부를 원하는 탈북자들을 위해 영국과 캐나다, 미국 등 각국 대사관들도 발벗고 나섰습니다.

영국대사관에서는 탈북자들에게 무상으로 문화원의 영어 수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앤드류 달글레이시(주한 영국대리대사) : "탈북자 영어 교육 무상지원 프로그램은 북한에서 남한으로 온 탈북자, 특히 젊은 탈북자들이 영어를 배우는 것을 도와 한국 사회에 잘 융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안정된 직장을 찾고 또 직장에서 업무를 더 잘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캐나다 대사관도 캐나다 문화원에 탈북자 전용영어 강좌를 따로 개설했고, 미국 대사관은 미국 내 대학교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인터뷰> 박일환(탈북자/2001년 입국) : "북한에서 온 사람들을 상대방에 눈높이에서 꾸준하게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언어이기 때문에 한 두 번의 지원으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지원해줬으면 좋겠어요."

정부도 지난해부터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을 통해 화상영어 강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 각 지역단체에서는 공부방을 통해 탈북자들의 영어 공부를 돕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영어 교육을 위해 각계각층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심과 여유를 갖고 그들의 적응을 지켜봐주는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이열(한겨레 중고등학교 영어 교사) : "처음부터 하나부터 열 가지가 전부다 생소한거예요. 영어, 외래어에 대한 일단 노출이 필요하죠. 그리고 생활 속 어휘라는 것이 외워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시간 속에서 자꾸 듣고 경험하고 보고 하다보니까 나오는 것인데 외래어 부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짧은 시간에 어떤 뭘 해갖고 짧은 시간에 절대로 아니라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진학할 때나 취업할 때, 사실상 영어는 필수입니다.

그만큼 남한에서 영어 능력은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중요한 지렛대가 되는데요.

탈북자들이 남한에 정착하고 희망을 갖고 살아가기 위해선 영어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탈북자들의 영어 교육을 위한 좀 더 세밀한 지원과 그들의 적응을 따뜻하게 지켜봐주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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