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중학생의 ‘빗나간 우정’…친구 살해 후 투신 자살

입력 2012.05.28 (09:01) 수정 2012.05.2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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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중학생이 친구를 숨지게 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문제되는 학교 폭력 때문도 아니고, 두 학생 모두 성적도 좋고, 생활이 바른 모범생이었다는데요.

게다가 이 두 학생은 아주 친한 사이였었다고 합니다.

오언종 아나운서,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정말 이번 같은 불상사가 일어날 거라고 누가 생각했을까요?

그만큼 더 충격적인 거 같아요?

<기자 멘트>

학교에서 벌어지는 비극이라면 일반적인 학교 폭력이 원인이 된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사건은 좀 다릅니다.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집착을 했고, 피해 학생은 그런 지나친 애착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었는데요,

피해 학생이 거리를 두고 잘 만나주지 않자 급기야 이런 일까지 저질렀다고 합니다.

빗나간 우정이 낳은 이번 사건의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4일 밤 11시 경, 이 빌라에 사는 중학교 3학년 생 민모 군이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시신 옆에 남겨져 있던 붉은색 노끈이 피살 도구였는데요, 이 노끈에 목이 졸린 것이었습니다.

민 군을 살해한 사람은 다름 아닌 같은 학교 친구 김모 군, 민 군이 학원 수업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길 기다렸다가 이런 일을 저지른 건데요,

덩치가 큰 편인 김 군의 공격에 왜소한 체격의 민 군은 크게 저항해보지도 못하고 목숨을 잃고 만 거죠.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 변조) : “신고자가 ‘너희들 뭐 하냐, 거기서. 밑에 애(민 군)는 숨은 쉬냐?’ 이러니까 위에 내려다보고 있던 애(김 군)가 일어나서 지갑을 던지면서 도망갔다고 합니다.”

김 군은 친구를 살해한 직후 인근의 이 아파트로 도망쳤는데요, 25층까지 올라가 스스로 창밖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일상적으로 차가 콱 박았나, 그런 소리인가 했어요. 우리 아파트라고 생각도 안 했죠. 밖에서 웅성웅성 하더라고요.”

숨진 김 군의 옷 주머니에선 마트에서 노끈을 구입한 영수증이 발견됐는데요,

친구를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은 김 군, 대체 왜 이런 일을 저지른 걸까요?

피해자 민 군은 반에서 3등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 하는 모범생, 자살한 김 군 역시 특출한 학생이었는데요,

<녹취> 부산 00중학교 교사(음성 변조) : “공부도 중상위권이 아니고 상위권입니다. 한 아이(가해 학생)는 컴퓨터 영재예요.”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 변조) : “학교 생활을 충실히 해 왔고 모범적이고 그랬던 것 같아요. 아주 지극히 정상이고 다른 친구들한테 비춰진 모습은 아주 정상적이었어요.”

1학년 때 특별반 수업을 함께 들으며 친해진 두 사람,

그런데 학년이 오르면서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 변조) : “너무 자주 (만나면) 학업에 불충실하게 되니까 피해자 집에서도 조금 애들이 안 만났으면 좋겠다는 그런 식으로 애들한테 이야기를 하고 하니까 자연스럽게 조금 멀어지게 된 거죠.”

하지만 김 군은 선생님에게 찾아가 민 군의 집 주소를 물어 볼 만큼 민 군과의 관계에 집착을 했다고 합니다.

<녹취> 민 군 유가족(음성 변조) : “00이(김 군)가 우리 00(민 군)이 주소를 알려달라고 선생님한테 그랬는데 우리 00(민 군)이가 알려주지 마세요. 이런 거예요.”

하지만 민 군은 학원 수업 등을 핑계로 김 군을 잘 만나주지 않았는데요,

김 군의 지나친 애착을 부담스러워 한 거죠.

<녹취> 민 군 유가족(음성변조) : “친하게 잘 사귈 수 있으면 왜 안 만나려고 하고 게임 (같이) 안 하고 이랬겠어요. 그 애랑 친했으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잖아요”

<인터뷰> 이종철(경위/부산사상경찰서 형사2팀) : “민 군이 자신과의 거리를 두고 만나주지 않자 (김 군이) 이를 고민해오다 죽고 싶다는 말을 같은 반 친구들에게 자주 해오고,”

사건 당일 김 군은 친구들에게 노끈 사진과 범행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는데요,

잘 만나주지 않는다고 해서 어떻게 이런 일까지 벌일 수 있는지, 전혀 납득할 수 없다는 유가족들,

<녹취> 민 군 유가족(음성 변조) : “우리 애가 그 애를 왕따를 시켰어요, 폭력을 휘둘렀어요, 뭘 했어요? 사이가 나빠졌다고 (누가) 그렇게 하겠어요? 그럼 대한민국에 살아남을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유가족들은 혹시 학교에서 다른 문제는 없었는지, 친구들을 통해 확인하고 싶어했는데요,

하지만 교사들은 어떤 학생이라도 취재진은 물론 유가족과도 접촉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습니다.

<녹취> 민 군 유가족(음성 변조) : “제일 정확하게 진실을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친구들인데 이런 친구들은 얘기를, 대화를 통해봐야 되는데 그 자체를 차단해요. 제가 엘리베이터 친구들을 따라서 내려가면 (교사가) 엘리베이터까지 타고 내려가요.”

<녹취> 부산 00중학교 교사(음성변조) : “왜냐면 아이들이 다 마음이 안 좋을 거 아니에요. 그러면 그게 더 오래 가거든요. 가만히 놔두면 되는데, 저희는 그걸 원하는 거거든요.”

급기야 유가족과 교사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는데요

<녹취> 부산 00중학교 교사(음성변조) : “지키셨습니까? 부모님은 지키셨습니까? 어떻게 지키셨습니까? 지금 누가 누구한테 화를 내시는 겁니까?“

유가족의 말과 달리, 두 학생의 관계가 아주 좋았다는 학교측, 이번 사태의 배경에 대해선 알지 못했습니다.

<녹취> 부산 00중학교 교사(음성 변조) : “(선생님들 보기에는 왜 둘 사이가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세요?) 그것 때문에 저희들이 답답한 것 아닙니까? 그것(통화기록) 말고는 알 길이 전혀 없습니다.”

<녹취> 민 군 유가족(음성 변조) : “어제 오늘, 한 달 전의 이야기가 아니고, 이게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지금까지 왔다는 자체가, 학교에서 몰랐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는 거예요. 말이 안 된다는 거지.”

한편 이번 일이 한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가해자인 김 군이 맞벌이 부모의 외동아들이었던 점에 주목한 겁니다.

<인터뷰> 조아미(교수/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 “인간은 원래 애정에 대한 욕구,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고 소속감에 대한 욕구가 기본적으로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그것이 대가족이라든지 아니면 친구관계 또 형제관계 이런 것을 통해서 충족이 됐는데 이제는 핵가족이 되고 그 다음에 형제도 많지 않은 상황이고 (가해 학생은) 욕구가 충족이 안 되니까 어떤 절망감이라든지 아니면 어떤 우울증이라든지 아마 이런 것들을 경험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현재 학교와 경찰은 다른 학생들이 상처를 받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고 있는 상황,

열 여섯 소년의 빗나간 우정이 만든 비극에 두 가족은 물론 학교 친구들까지 깊은 슬픔과 충격에 빠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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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5-28 09:01:39
    • 수정2012-05-28 13: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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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중학생이 친구를 숨지게 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문제되는 학교 폭력 때문도 아니고, 두 학생 모두 성적도 좋고, 생활이 바른 모범생이었다는데요. 게다가 이 두 학생은 아주 친한 사이였었다고 합니다. 오언종 아나운서,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정말 이번 같은 불상사가 일어날 거라고 누가 생각했을까요? 그만큼 더 충격적인 거 같아요? <기자 멘트> 학교에서 벌어지는 비극이라면 일반적인 학교 폭력이 원인이 된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사건은 좀 다릅니다.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집착을 했고, 피해 학생은 그런 지나친 애착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었는데요, 피해 학생이 거리를 두고 잘 만나주지 않자 급기야 이런 일까지 저질렀다고 합니다. 빗나간 우정이 낳은 이번 사건의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4일 밤 11시 경, 이 빌라에 사는 중학교 3학년 생 민모 군이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시신 옆에 남겨져 있던 붉은색 노끈이 피살 도구였는데요, 이 노끈에 목이 졸린 것이었습니다. 민 군을 살해한 사람은 다름 아닌 같은 학교 친구 김모 군, 민 군이 학원 수업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길 기다렸다가 이런 일을 저지른 건데요, 덩치가 큰 편인 김 군의 공격에 왜소한 체격의 민 군은 크게 저항해보지도 못하고 목숨을 잃고 만 거죠.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 변조) : “신고자가 ‘너희들 뭐 하냐, 거기서. 밑에 애(민 군)는 숨은 쉬냐?’ 이러니까 위에 내려다보고 있던 애(김 군)가 일어나서 지갑을 던지면서 도망갔다고 합니다.” 김 군은 친구를 살해한 직후 인근의 이 아파트로 도망쳤는데요, 25층까지 올라가 스스로 창밖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일상적으로 차가 콱 박았나, 그런 소리인가 했어요. 우리 아파트라고 생각도 안 했죠. 밖에서 웅성웅성 하더라고요.” 숨진 김 군의 옷 주머니에선 마트에서 노끈을 구입한 영수증이 발견됐는데요, 친구를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은 김 군, 대체 왜 이런 일을 저지른 걸까요? 피해자 민 군은 반에서 3등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 하는 모범생, 자살한 김 군 역시 특출한 학생이었는데요, <녹취> 부산 00중학교 교사(음성 변조) : “공부도 중상위권이 아니고 상위권입니다. 한 아이(가해 학생)는 컴퓨터 영재예요.”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 변조) : “학교 생활을 충실히 해 왔고 모범적이고 그랬던 것 같아요. 아주 지극히 정상이고 다른 친구들한테 비춰진 모습은 아주 정상적이었어요.” 1학년 때 특별반 수업을 함께 들으며 친해진 두 사람, 그런데 학년이 오르면서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 변조) : “너무 자주 (만나면) 학업에 불충실하게 되니까 피해자 집에서도 조금 애들이 안 만났으면 좋겠다는 그런 식으로 애들한테 이야기를 하고 하니까 자연스럽게 조금 멀어지게 된 거죠.” 하지만 김 군은 선생님에게 찾아가 민 군의 집 주소를 물어 볼 만큼 민 군과의 관계에 집착을 했다고 합니다. <녹취> 민 군 유가족(음성 변조) : “00이(김 군)가 우리 00(민 군)이 주소를 알려달라고 선생님한테 그랬는데 우리 00(민 군)이가 알려주지 마세요. 이런 거예요.” 하지만 민 군은 학원 수업 등을 핑계로 김 군을 잘 만나주지 않았는데요, 김 군의 지나친 애착을 부담스러워 한 거죠. <녹취> 민 군 유가족(음성변조) : “친하게 잘 사귈 수 있으면 왜 안 만나려고 하고 게임 (같이) 안 하고 이랬겠어요. 그 애랑 친했으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잖아요” <인터뷰> 이종철(경위/부산사상경찰서 형사2팀) : “민 군이 자신과의 거리를 두고 만나주지 않자 (김 군이) 이를 고민해오다 죽고 싶다는 말을 같은 반 친구들에게 자주 해오고,” 사건 당일 김 군은 친구들에게 노끈 사진과 범행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는데요, 잘 만나주지 않는다고 해서 어떻게 이런 일까지 벌일 수 있는지, 전혀 납득할 수 없다는 유가족들, <녹취> 민 군 유가족(음성 변조) : “우리 애가 그 애를 왕따를 시켰어요, 폭력을 휘둘렀어요, 뭘 했어요? 사이가 나빠졌다고 (누가) 그렇게 하겠어요? 그럼 대한민국에 살아남을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유가족들은 혹시 학교에서 다른 문제는 없었는지, 친구들을 통해 확인하고 싶어했는데요, 하지만 교사들은 어떤 학생이라도 취재진은 물론 유가족과도 접촉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습니다. <녹취> 민 군 유가족(음성 변조) : “제일 정확하게 진실을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친구들인데 이런 친구들은 얘기를, 대화를 통해봐야 되는데 그 자체를 차단해요. 제가 엘리베이터 친구들을 따라서 내려가면 (교사가) 엘리베이터까지 타고 내려가요.” <녹취> 부산 00중학교 교사(음성변조) : “왜냐면 아이들이 다 마음이 안 좋을 거 아니에요. 그러면 그게 더 오래 가거든요. 가만히 놔두면 되는데, 저희는 그걸 원하는 거거든요.” 급기야 유가족과 교사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는데요 <녹취> 부산 00중학교 교사(음성변조) : “지키셨습니까? 부모님은 지키셨습니까? 어떻게 지키셨습니까? 지금 누가 누구한테 화를 내시는 겁니까?“ 유가족의 말과 달리, 두 학생의 관계가 아주 좋았다는 학교측, 이번 사태의 배경에 대해선 알지 못했습니다. <녹취> 부산 00중학교 교사(음성 변조) : “(선생님들 보기에는 왜 둘 사이가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세요?) 그것 때문에 저희들이 답답한 것 아닙니까? 그것(통화기록) 말고는 알 길이 전혀 없습니다.” <녹취> 민 군 유가족(음성 변조) : “어제 오늘, 한 달 전의 이야기가 아니고, 이게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지금까지 왔다는 자체가, 학교에서 몰랐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는 거예요. 말이 안 된다는 거지.” 한편 이번 일이 한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가해자인 김 군이 맞벌이 부모의 외동아들이었던 점에 주목한 겁니다. <인터뷰> 조아미(교수/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 “인간은 원래 애정에 대한 욕구,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고 소속감에 대한 욕구가 기본적으로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그것이 대가족이라든지 아니면 친구관계 또 형제관계 이런 것을 통해서 충족이 됐는데 이제는 핵가족이 되고 그 다음에 형제도 많지 않은 상황이고 (가해 학생은) 욕구가 충족이 안 되니까 어떤 절망감이라든지 아니면 어떤 우울증이라든지 아마 이런 것들을 경험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현재 학교와 경찰은 다른 학생들이 상처를 받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고 있는 상황, 열 여섯 소년의 빗나간 우정이 만든 비극에 두 가족은 물론 학교 친구들까지 깊은 슬픔과 충격에 빠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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