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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도시’의 그늘
입력 2012.06.25 (07:57) 취재파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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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오창의 한 전원주택 마을.

한적한 동네에 난데없이 고성이 오갑니다.

<녹취> 주민 : "전원주택지에 원룸 지어놓고 그렇게 큰소리 치면 안되죠."

<녹취> 원룸 건물주 :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녹취> "설계 사무소에서 설계 나온 대로 그대로 지었냐고 이게!"

<녹취> "이거는 공무원서부터 문제!"

전원주택용지 안에 원룸 주택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다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전원 생활을 누리려던 주민들은 높은 원룸 건물이 집 앞을 가로막자 가슴부터 답답해집니다.

<인터뷰>전원주택 주민 : "(앞 집에서) 다 보이니까요. 저녁 같은 때는 사생활도 없고...."

밀도를 낮춰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기 위해 계획된 곳에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기자 멘트>

최근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도시형 생활주택, 원룸형 주택 등 소형 공동주택 건설이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신도시 등에 새로 조성되는 주택지구의 경우 어김없이 이런 원룸형 주택들이 빽빽하게 들어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손쉬운 임대수익만을 좇아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다보니 곳곳에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가구 대상 공동주택 건설 시장의 실태와 문제점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과학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오창 신도시에는 지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주택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단독주택지 대부분은 원룸 건물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별도로 전원주택용지로 분양된 곳에도 곳곳에 다가구 원룸이 보입니다.

이 용지에는 건물을 2층까지만 올릴 수 있게 돼있지만 누가 봐도 4층인 건물들이 서있습니다.

완공을 앞두고 있는 이 원룸 건물은 눈에 보이는 지상 1층을 지하층으로, 4층은 다락층으로 설계해 건축허가를 받았습니다.

건축법상 지하층은 지표면에서 2분의 1이 묻혀야 한다는 조항을 경사지에서 교묘히 이용하는 겁니다.

<녹취> 원룸 건물주 : "저 앞에서만 얘기하지 마시고 저 (경사진) 원형지를 그대로, 여기서 쭉 보세요. 땅을 들어올린 게 아니에요. 원래 땅이 이렇게 생겼던 건데..."

위층은 어떤지 건물 안으로 들어가봤습니다.

독립 가구가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원룸 공간을 꾸며놓고 다락층이라고 주장합니다.

<녹취> 원룸 건물주 : "(꼭대기층은 생활공간이 아니에요?) 그건 누다락이에요. (누가 봐도 생활공간인 것 같은데요.)그래요?"

다락층은 천정 높이 평균이 180cm 이하여야 합니다.

이 규정에 억지로 맞추기 위해 일부 공간만 석고보드로 막아 천정 높이 평균을 낮춰놓았습니다.

사실상 4층짜리 원룸이 앞을 가로막으니 뒷집 주인은 속이 탑니다.

<인터뷰> 이용근 (전원주택 주민) : "처음에는 쾌적한 환경에서 저희 가족이 단란하게 사는 꿈을 안고 이사를 왔는데, 이사 오자마자 건물이 올라가고 하다보니까 지금 이거는 도저히 전원주택이라고 할 수 없고."

역시 4층으로 보이는 이 원룸 건물은 심지어 계단을 올라가야 지하층이 나올 정도로 심한 편법이 동원되고 있지만 이같은 이상한 2층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앞으로도 계속 원룸이 허가돼 전원주택지가 원룸촌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애초 토지주택공사의 분양 홍보물에는 목가적 분위기라는 등 말 그대로 전원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땅이라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청원군이 마련한 당초 획지계획을 보면 가목의 단독주택, 즉 1가구 단독주택만 허용하도록 돼있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10년 토지이용계획 고시에서 이 문구가 삭제됩니다.

문구 한 줄이 없어지면서 다가구 원룸 주택도 지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녹취>충북 청원군청 공무원(음성변조) : "분양이 안되고 하니까 계속 처음에 기준보다 완화하고 변경, 완화하고 이런 과정이 있었어요. 그런 계획 자체가 사실 여기 일선에서 최종적으로 행정을 집행하는 사람 입장에서 불만이 많지."

단지 조성을 계획할 때 분양 수요 등에 대한 정확한 예측 없이 진행하다보니 규제가 오락가락한 겁니다.

<녹취> 청원군청 공무원 (음성변조) : "갑자기 원룸이, 원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니까 원룸 지으면 된다, 이렇게 개발 업자들이 (땅 주인들에게) 정보를 준 거지. 그렇게 해서 시작이 된 거예요. 2010년도 이후에."

청원군은 뒤늦게 해당 지역에 다가구 주택을 불허하는 내용의 계획 변경을 검토 중입니다.

이미 원룸 주택이 점령하기 시작한 경기도 용인의 잔다리마을.

건물 한 채에 3가구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저밀도 친환경 택지지구로 지정된 곳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집이 원룸 건물인 것도 모자라 여덟, 아홉가구씩 불법이나 편법으로 나뉘어져 있는 원룸들이 곳곳에서 눈에 띱니다.

<녹취>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합법적으로 3가구고요, 아무래도 수익성 이런게 안맞다보니까... (정부에서) 가구수 완화 얘기가 긍정적으로 나오고 하다보니까 건축 하시는 분들이 이제 이 쪽에 괜찮을 것 같다 그래서 몇 분이 들어오셨죠."

가구수를 제한하는 지자체 지구단위계획이 엄연히 있는데도 건축업자는 정부의 완화 방침이 있다며 큰소리입니다.

<녹취> 건축업자(음성변조) : "국가 정책, 법이 다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다 불법 건축물이라고 매도를 해가지고... 여기 지금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고요."

불법적으로 가구수를 늘려놓은 잔다리마을 건물주들은 현재 잇따라 거액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고 있고 감사원도 관련 공무원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상탭니다.

최근에는 경기도 파주의 LCD 산업단지 주변 원룸 건물주들이 무단으로 집을 개조해 방 수를 늘리는 이른바 불법쪼개기를 했다 무더기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너도나도 원룸을 지을 만큼 1인 가구 수요가 있기는 한 걸까.

올해 칠순을 맞은 박애자 씨.

노후대책으로 원룸에 투자했다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월 임대 수입 300만~400만 원은 충분할 거라는 주변의 말에 서울의 아파트를 처분한 돈에다 1억9천만원의 대출을 얹어 원룸 한 채를 샀습니다.

한동안은 기대한 것처럼 월세 수입으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노후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박애자 (원룸투자자) : "한 1, 2년은 그래도 재밌다고 살았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원룸도 너무 많이 짓고, 처음에 올 때는 이 공장 직원하고 원룸하고 딱 맞춰서 했기 때문에 방이 남아돌지 않는다고 그랬어요.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고 말을 안해서 그렇지 공실 많은 집 엄청 많아요."

길건너 마을에 원룸 건물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방들이 비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박애자 : "요즘에 방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요. 저쪽에 새 집들 때문에 안보러 오는군요?{노랑} 예, 새 집들 때문에."

지금은 방 15개 중 7개가 비어 매달 100만원에 가까운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기 힘겨운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건축업자가 집을 지어 투자자에게 팔면 퇴직금을 쏟아부어 집을 산 사람은 반짝 수입을 올릴 뿐 금세 인근 신축 주택에 세입자를 빼앗기고 빚 부담만 남는 셈입니다.

업자는 또 다른 지역에 집을 지어 은퇴자를 유혹하고 투자자의 낭패가 악순환됩니다.

과밀 주택지구의 폐해는 굳이 1980~90년대 조성된 다가구 밀집지역을 찾지 않아도 얼마든지 목격됩니다.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신규 조성된 지 불과 6년밖에 되지 않은 수원의 한 주택가.

3년 전 원룸 쪼개기, 무단 증축 등 380여 건의 불법 사례가 적발돼 건물주들이 총 53억여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은 곳입니다.

건축법상 다가구주택에는 19가구까지 들어갈 수 있는데 지금도 30여 가구로 쪼개져 있는 건물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폭 8미터 도로가 닦여 있지만 길 양 옆을 주차된 차들이 점령하고 있어 차량 통행 자체가 어렵습니다.

인도는 차들이 점령하고 있고 사람이 차도로 다닙니다.

<인터뷰> 중학교 1학년 : "아무 예고도 없이 (차들이) 빨리 오니까 여기 치맛자락도 스치고 위험이 있을 때가 있어요. / 차도하고 인도하고 구분이 없으니까."

현재 전국에 지어지고 있는 도시형생활주택과 원룸들이 어디서든 이같은 주거 환경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인터뷰>박인석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 : "우리가 이미 90년대 다가구주택 다세대 주택을 통해서 단독주택지역이 굉장히 과밀화되버린 경험을 갖고 있단 말이죠. 그런데 그것보다 조금 더 심한 수준으로 과밀화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죠."

1, 2인 가구를 겨냥한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원룸 등 임대 상품의 공급 과잉에 대해서는 이미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입니다.

지난해 도시형 생활주택의 인허가 실적은 8만 가구를 초과해 전년에 비해 4배 넘게 늘었습니다.

<인터뷰>정기영 (한국부동산투자개발연구원장) : "일시적인 수요가 있을지라도 앞으로 그런 수요에 대한 트렌드도 바뀔 수 있고 실질적으로 과잉 공급에 따라서 수요가 못미칠 수도 있고, 그러면 이게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정부의 장려 정책은 계속되고, 투자자들을 향한 유혹도 여전합니다.

<녹취>서울 OO 도시형생활주택 분양 직원 : "저희 같은 경우에는 나오는 족족 물건이 빠져요. 공실 걱정이 많다고 그러더라고요{노랑} 여기는 공실이 없어요. 여기는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녹취>수원 OO 오피스텔 분양 직원 : "어마어마하게 들어와요. 공기업들이요. 수요는 걱정 안하셔도 되고, 선생님께서 투자 대비 한 9% 정도 딱 정확하게 보시면 돼요. 근처에 공공기관과 업체 직원 3만 명이 있어요. 아주 유망하죠."

규제 완화 일변도의 임대용 주택 공급 정책이 수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인터뷰>김수현(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 : " 단지형 아파트 공급이 안되다보니까 이런 쪽으로라도 말하자면 공급 물량을 맞추고 있다, 안심해라, 라는 차원에서 정부도 장려는 하고 있습니다만 지금 이것도 일종의 주택공급에서의 불균형이 누적이 되고 있는 거거든요."

전문가들은 건설업체만 배불리는 근시안적 정부 정책만으로는 과거 우리가 겪었던 주택가 과밀 폐해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 ‘원룸 도시’의 그늘
    • 입력 2012-06-25 07:57:30
    취재파일K
충북 오창의 한 전원주택 마을.

한적한 동네에 난데없이 고성이 오갑니다.

<녹취> 주민 : "전원주택지에 원룸 지어놓고 그렇게 큰소리 치면 안되죠."

<녹취> 원룸 건물주 :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녹취> "설계 사무소에서 설계 나온 대로 그대로 지었냐고 이게!"

<녹취> "이거는 공무원서부터 문제!"

전원주택용지 안에 원룸 주택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다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전원 생활을 누리려던 주민들은 높은 원룸 건물이 집 앞을 가로막자 가슴부터 답답해집니다.

<인터뷰>전원주택 주민 : "(앞 집에서) 다 보이니까요. 저녁 같은 때는 사생활도 없고...."

밀도를 낮춰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기 위해 계획된 곳에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기자 멘트>

최근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도시형 생활주택, 원룸형 주택 등 소형 공동주택 건설이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신도시 등에 새로 조성되는 주택지구의 경우 어김없이 이런 원룸형 주택들이 빽빽하게 들어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손쉬운 임대수익만을 좇아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다보니 곳곳에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가구 대상 공동주택 건설 시장의 실태와 문제점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과학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오창 신도시에는 지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주택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단독주택지 대부분은 원룸 건물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별도로 전원주택용지로 분양된 곳에도 곳곳에 다가구 원룸이 보입니다.

이 용지에는 건물을 2층까지만 올릴 수 있게 돼있지만 누가 봐도 4층인 건물들이 서있습니다.

완공을 앞두고 있는 이 원룸 건물은 눈에 보이는 지상 1층을 지하층으로, 4층은 다락층으로 설계해 건축허가를 받았습니다.

건축법상 지하층은 지표면에서 2분의 1이 묻혀야 한다는 조항을 경사지에서 교묘히 이용하는 겁니다.

<녹취> 원룸 건물주 : "저 앞에서만 얘기하지 마시고 저 (경사진) 원형지를 그대로, 여기서 쭉 보세요. 땅을 들어올린 게 아니에요. 원래 땅이 이렇게 생겼던 건데..."

위층은 어떤지 건물 안으로 들어가봤습니다.

독립 가구가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원룸 공간을 꾸며놓고 다락층이라고 주장합니다.

<녹취> 원룸 건물주 : "(꼭대기층은 생활공간이 아니에요?) 그건 누다락이에요. (누가 봐도 생활공간인 것 같은데요.)그래요?"

다락층은 천정 높이 평균이 180cm 이하여야 합니다.

이 규정에 억지로 맞추기 위해 일부 공간만 석고보드로 막아 천정 높이 평균을 낮춰놓았습니다.

사실상 4층짜리 원룸이 앞을 가로막으니 뒷집 주인은 속이 탑니다.

<인터뷰> 이용근 (전원주택 주민) : "처음에는 쾌적한 환경에서 저희 가족이 단란하게 사는 꿈을 안고 이사를 왔는데, 이사 오자마자 건물이 올라가고 하다보니까 지금 이거는 도저히 전원주택이라고 할 수 없고."

역시 4층으로 보이는 이 원룸 건물은 심지어 계단을 올라가야 지하층이 나올 정도로 심한 편법이 동원되고 있지만 이같은 이상한 2층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앞으로도 계속 원룸이 허가돼 전원주택지가 원룸촌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애초 토지주택공사의 분양 홍보물에는 목가적 분위기라는 등 말 그대로 전원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땅이라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청원군이 마련한 당초 획지계획을 보면 가목의 단독주택, 즉 1가구 단독주택만 허용하도록 돼있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10년 토지이용계획 고시에서 이 문구가 삭제됩니다.

문구 한 줄이 없어지면서 다가구 원룸 주택도 지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녹취>충북 청원군청 공무원(음성변조) : "분양이 안되고 하니까 계속 처음에 기준보다 완화하고 변경, 완화하고 이런 과정이 있었어요. 그런 계획 자체가 사실 여기 일선에서 최종적으로 행정을 집행하는 사람 입장에서 불만이 많지."

단지 조성을 계획할 때 분양 수요 등에 대한 정확한 예측 없이 진행하다보니 규제가 오락가락한 겁니다.

<녹취> 청원군청 공무원 (음성변조) : "갑자기 원룸이, 원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니까 원룸 지으면 된다, 이렇게 개발 업자들이 (땅 주인들에게) 정보를 준 거지. 그렇게 해서 시작이 된 거예요. 2010년도 이후에."

청원군은 뒤늦게 해당 지역에 다가구 주택을 불허하는 내용의 계획 변경을 검토 중입니다.

이미 원룸 주택이 점령하기 시작한 경기도 용인의 잔다리마을.

건물 한 채에 3가구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저밀도 친환경 택지지구로 지정된 곳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집이 원룸 건물인 것도 모자라 여덟, 아홉가구씩 불법이나 편법으로 나뉘어져 있는 원룸들이 곳곳에서 눈에 띱니다.

<녹취>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합법적으로 3가구고요, 아무래도 수익성 이런게 안맞다보니까... (정부에서) 가구수 완화 얘기가 긍정적으로 나오고 하다보니까 건축 하시는 분들이 이제 이 쪽에 괜찮을 것 같다 그래서 몇 분이 들어오셨죠."

가구수를 제한하는 지자체 지구단위계획이 엄연히 있는데도 건축업자는 정부의 완화 방침이 있다며 큰소리입니다.

<녹취> 건축업자(음성변조) : "국가 정책, 법이 다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다 불법 건축물이라고 매도를 해가지고... 여기 지금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고요."

불법적으로 가구수를 늘려놓은 잔다리마을 건물주들은 현재 잇따라 거액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고 있고 감사원도 관련 공무원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상탭니다.

최근에는 경기도 파주의 LCD 산업단지 주변 원룸 건물주들이 무단으로 집을 개조해 방 수를 늘리는 이른바 불법쪼개기를 했다 무더기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너도나도 원룸을 지을 만큼 1인 가구 수요가 있기는 한 걸까.

올해 칠순을 맞은 박애자 씨.

노후대책으로 원룸에 투자했다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월 임대 수입 300만~400만 원은 충분할 거라는 주변의 말에 서울의 아파트를 처분한 돈에다 1억9천만원의 대출을 얹어 원룸 한 채를 샀습니다.

한동안은 기대한 것처럼 월세 수입으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노후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박애자 (원룸투자자) : "한 1, 2년은 그래도 재밌다고 살았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원룸도 너무 많이 짓고, 처음에 올 때는 이 공장 직원하고 원룸하고 딱 맞춰서 했기 때문에 방이 남아돌지 않는다고 그랬어요.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고 말을 안해서 그렇지 공실 많은 집 엄청 많아요."

길건너 마을에 원룸 건물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방들이 비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박애자 : "요즘에 방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요. 저쪽에 새 집들 때문에 안보러 오는군요?{노랑} 예, 새 집들 때문에."

지금은 방 15개 중 7개가 비어 매달 100만원에 가까운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기 힘겨운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건축업자가 집을 지어 투자자에게 팔면 퇴직금을 쏟아부어 집을 산 사람은 반짝 수입을 올릴 뿐 금세 인근 신축 주택에 세입자를 빼앗기고 빚 부담만 남는 셈입니다.

업자는 또 다른 지역에 집을 지어 은퇴자를 유혹하고 투자자의 낭패가 악순환됩니다.

과밀 주택지구의 폐해는 굳이 1980~90년대 조성된 다가구 밀집지역을 찾지 않아도 얼마든지 목격됩니다.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신규 조성된 지 불과 6년밖에 되지 않은 수원의 한 주택가.

3년 전 원룸 쪼개기, 무단 증축 등 380여 건의 불법 사례가 적발돼 건물주들이 총 53억여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은 곳입니다.

건축법상 다가구주택에는 19가구까지 들어갈 수 있는데 지금도 30여 가구로 쪼개져 있는 건물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폭 8미터 도로가 닦여 있지만 길 양 옆을 주차된 차들이 점령하고 있어 차량 통행 자체가 어렵습니다.

인도는 차들이 점령하고 있고 사람이 차도로 다닙니다.

<인터뷰> 중학교 1학년 : "아무 예고도 없이 (차들이) 빨리 오니까 여기 치맛자락도 스치고 위험이 있을 때가 있어요. / 차도하고 인도하고 구분이 없으니까."

현재 전국에 지어지고 있는 도시형생활주택과 원룸들이 어디서든 이같은 주거 환경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인터뷰>박인석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 : "우리가 이미 90년대 다가구주택 다세대 주택을 통해서 단독주택지역이 굉장히 과밀화되버린 경험을 갖고 있단 말이죠. 그런데 그것보다 조금 더 심한 수준으로 과밀화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죠."

1, 2인 가구를 겨냥한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원룸 등 임대 상품의 공급 과잉에 대해서는 이미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입니다.

지난해 도시형 생활주택의 인허가 실적은 8만 가구를 초과해 전년에 비해 4배 넘게 늘었습니다.

<인터뷰>정기영 (한국부동산투자개발연구원장) : "일시적인 수요가 있을지라도 앞으로 그런 수요에 대한 트렌드도 바뀔 수 있고 실질적으로 과잉 공급에 따라서 수요가 못미칠 수도 있고, 그러면 이게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정부의 장려 정책은 계속되고, 투자자들을 향한 유혹도 여전합니다.

<녹취>서울 OO 도시형생활주택 분양 직원 : "저희 같은 경우에는 나오는 족족 물건이 빠져요. 공실 걱정이 많다고 그러더라고요{노랑} 여기는 공실이 없어요. 여기는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녹취>수원 OO 오피스텔 분양 직원 : "어마어마하게 들어와요. 공기업들이요. 수요는 걱정 안하셔도 되고, 선생님께서 투자 대비 한 9% 정도 딱 정확하게 보시면 돼요. 근처에 공공기관과 업체 직원 3만 명이 있어요. 아주 유망하죠."

규제 완화 일변도의 임대용 주택 공급 정책이 수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인터뷰>김수현(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 : " 단지형 아파트 공급이 안되다보니까 이런 쪽으로라도 말하자면 공급 물량을 맞추고 있다, 안심해라, 라는 차원에서 정부도 장려는 하고 있습니다만 지금 이것도 일종의 주택공급에서의 불균형이 누적이 되고 있는 거거든요."

전문가들은 건설업체만 배불리는 근시안적 정부 정책만으로는 과거 우리가 겪었던 주택가 과밀 폐해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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