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믿고 따랐던’ 동네 아저씨, 여중생 6명 성폭력

입력 2012.07.25 (09:03) 수정 2012.07.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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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생계 때문에 바쁜 부모를 대신해 삼촌처럼 잘 챙겨주던 동네 아저씨가 알고 보니 딴 마음이 있었습니다.

10대 여학생 6명을 몇 달에 걸쳐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무서워서, 그리고 부모에게 상처를 줄까 봐 여학생들은 당하면서도 말을 못했다고 하는데요.

이 아저씨를 믿었던 아이들, 그리고 이를 고맙게 여겼던 부모들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말았습니다.

김기흥 기자, 정말 믿을 사람이 없는 무서운 세상이네요.

<리포트>

가정 형편이 어려워 아이들을 잘 챙기지 못했던 부모들에게 이 남성은 말 그대로 '좋은 동네 아저씨'였습니다.

없는 형편이지만 고마운 마음에 아저씨에게 소주도 한 잔 사주고 담배 한 갑이라도 생기면 주곤 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취재를 하면서 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됐습니다.

피해 아이들 가운데 4년 전 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던 학생도 포함돼 있었던 건데요.

성범죄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실태를 울산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통해 들여다봤습니다.

인적이 드문 울산 시내의 한 하천.

지난 달 초, 14살 박모 양은 이 다리 밑에서 A모 씨에게 몹쓸 짓을 당했습니다.

한 달도 넘은 일이지만, 박 양은 당시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박모 양 (피해자, 음성변조) : “00옆 철로 다리 밑 세 번째인가, (그 곳에서 당했고요,) 그 다음에는 (다른 친구들이) 수학여행 갔을 때인가...6월초, 6월 10일 (두 차례요.)”

박 양이 A씨를 알게 된 건 8개월 전쯤.

함께 어울리는 또래 친구들을 통해서였습니다.

저소득층 가구가 많은 동네.

이 동네에서 배달 일을 하는 A씨는 집안 사정상 부모의 보살핌을 받기 어려운 10대 아이들에게 ‘좋은 아저씨’로 통했습니다.


<녹취> 박 모양( 피해자, 음성변조) : “과자 사주고, 우리 (친구들) 차 태워주고 (했어요.)”

<녹취> 박 양 친구( 음성변조) : “그냥 삼촌처럼 밤 잘 사주고, 놀러가는 거 잘 데려가 주고 그렇게 했는데요. 노래방 가거나 놀이터에서 놀거나 (했어요.)”

아이들의 생일을 일일이 챙겨주는 것은 물론, 한창 사춘기인 아이들의 고민 상담도 마다하지 않았던 A씨.

그렇게 아이들과 친분을 쌓으며 가까운 사이가 됐는데요.

아이들의 부모들도 안면을 트고 지낼 정도였는데요.

<녹취> 학부모 (음성변조) : “제가 00이란 아이의 아빠예요. 00이가 삼촌 (A 씨)란 친구를 되게 좋아해요.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 인연이 되가지고 (A 씨)란 친구를 알게 됐죠.”

<녹취> 학부모 : “00엄마, 아빠도 이 (A 씨를) 만나서 소주도 한 잔하고, 간혹 외상도 주고요, 저한테 예의 있게 하려고 어머님, 어머님, 누구 어머님 이렇게 하면서 (지냈어요.)”

먹고사느라 바빠, 아이들을 잘 챙겨줄 수 없는 처지인 부모들은 자기를 대신해 아이들을 챙겨주는 A 씨를 한없이 고마운 사람으로 여겼습니다.

<녹취> 학부모 : “고마움을 표현하려고, 돈은 없지만 담배라도 한 갑 사주고 그럴 정도였거든요. 아주 친한 사람 이상으로 했거든요. 저도 믿었고.....”.

<녹취> 학부모 : “(A 씨도) 자식이 있어서 애들 좋아하니까 (A 씨) 애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렇게 (우리) 애들한테 잘해주는구나...... 난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박 양의 어머니도 A 씨를 믿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A 씨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새벽까지 식당에서 일하느라 밤늦은 시간에는 아이들만 있는 집에 A 씨가 제 집처럼 드나든 것은 물론, 버젓이 잠을 잔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녹취> 박 양 어머니 : “이유 없이 아이들 빌미로 (집에) 자주 오고, 지난 00에는 아예 (내가) 어디 갔다 오니까 자고 있더라고요. (피디- 집에서요?) 예. 얼마나 황당하고 놀랐는지......”

하지만 A 씨에게 싫은 내색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괘난 오해로 기분을 상하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박 양 어머니 : “아이들한테 너무 잘하고 (하니까) 내가 실수 할까 싶어가지고 (조심했죠,)”

그런데 지난 주 초, 박 양 어머니는 다른 아이의 부모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녹취> 박 양 어머니 : “(00부모가) 나한테 전화를 해서 어머니 (하면서) 솔직히 얘기하더라고요. 놀라지 마시고, 삼촌이라는 (A 씨) 사람한테 성폭행을 당했다 그래가지고, 놀라는 것도 (놀란) 거고, 기가 찰뿐이고요......”

박 양과 어머니가 이번 사건이 더 충격적인 이유는 사실 따로 있습니다.

박 양은 초등학생이던 2007년과 2008년, 어머니와 헤어진 친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한 아픔을 가진 아이였던 건데요.

당시 박 양은 법원에 눈물의 탄원서를 제출해, 친아버지의 행동은 ‘아름다운 꽃가지를 꺽은 것’이라며 엄벌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 믿고 의지하던 아저씨에게 또다시 몹쓸 일을 당한 겁니다.

<녹취> 박모 양 : “나쁘죠. 그 아저씨 만나면... 그냥 다 때려주고 싶어요. (감옥에서) 평생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현재 박 양은 무엇보다 정서적 안정이 필요한 상태.

<인터뷰> 정추영(팀장 / 울산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 : “(과거에) 가족 성폭력 피해 건이 있었던 (박 양) 학생 같은 경우는 품행 장애 정도의 양상을 보이고 있고요, 굉장히 반항적이고, 부모님조차 학생을 어떻게 감당할 수 없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조사가 진행되면서 A 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들이 더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던 아이들, A 씨와 단 둘이 만났을 때 당한 일을 어렵게 털어놨는데요,

<녹취> 성추행 피해자 : “(A 씨는) 사람 몸에 손대는 그런 손버릇이 안 좋은 사람(이에요.) (A 씨가) 술 마시고 자는데 손 대고......”

<녹취> 성추행 피해자 : “((성추행 당한 후) 아저씨 본 적 있어요?) (성추행) 당하고요? (네) 네.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해서 저도 아무렇지 않게 (대했어요.)”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자들은 모두 6명. 모두 한동네에서 서로 알고 지낸 아이들이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부모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녹취> 학부모 : “00한테 자초지종을 듣고, 딱 그 순간, 아무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뭐라고 할 수도 없겠더라고요. 너무나 화가 난 상태였어요.”

<녹취> 박 양 어머니 : “(딸이) 자다가도 갑자기 놀란다든가 신경질을 낸다든가 이런 게 많아요. (딸이) 친아버지한테도 성추행을 당했는데, (또 당해서) 너무 힘들었나 봐요. (A 씨가) 우리 엄마한테 해코지하면 어떻게 할까, 나한테 해코지 하면 어떻게 할까 (하면서요.)”

겉으로는 한없이 좋은 아저씨 행세를 하고, 어느 순간엔 10대 여학생들을 유인하고, 농락한 두 얼굴의 아저씨!

경찰은 처음 접수된 피해자 외에도 다른 피해자들이 더 늘어남에 따라 상습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A 씨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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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믿고 따랐던’ 동네 아저씨, 여중생 6명 성폭력
    • 입력 2012-07-25 09:03:52
    • 수정2012-07-25 11: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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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생계 때문에 바쁜 부모를 대신해 삼촌처럼 잘 챙겨주던 동네 아저씨가 알고 보니 딴 마음이 있었습니다. 10대 여학생 6명을 몇 달에 걸쳐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무서워서, 그리고 부모에게 상처를 줄까 봐 여학생들은 당하면서도 말을 못했다고 하는데요. 이 아저씨를 믿었던 아이들, 그리고 이를 고맙게 여겼던 부모들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말았습니다. 김기흥 기자, 정말 믿을 사람이 없는 무서운 세상이네요. <리포트> 가정 형편이 어려워 아이들을 잘 챙기지 못했던 부모들에게 이 남성은 말 그대로 '좋은 동네 아저씨'였습니다. 없는 형편이지만 고마운 마음에 아저씨에게 소주도 한 잔 사주고 담배 한 갑이라도 생기면 주곤 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취재를 하면서 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됐습니다. 피해 아이들 가운데 4년 전 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던 학생도 포함돼 있었던 건데요. 성범죄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실태를 울산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통해 들여다봤습니다. 인적이 드문 울산 시내의 한 하천. 지난 달 초, 14살 박모 양은 이 다리 밑에서 A모 씨에게 몹쓸 짓을 당했습니다. 한 달도 넘은 일이지만, 박 양은 당시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박모 양 (피해자, 음성변조) : “00옆 철로 다리 밑 세 번째인가, (그 곳에서 당했고요,) 그 다음에는 (다른 친구들이) 수학여행 갔을 때인가...6월초, 6월 10일 (두 차례요.)” 박 양이 A씨를 알게 된 건 8개월 전쯤. 함께 어울리는 또래 친구들을 통해서였습니다. 저소득층 가구가 많은 동네. 이 동네에서 배달 일을 하는 A씨는 집안 사정상 부모의 보살핌을 받기 어려운 10대 아이들에게 ‘좋은 아저씨’로 통했습니다. <녹취> 박 모양( 피해자, 음성변조) : “과자 사주고, 우리 (친구들) 차 태워주고 (했어요.)” <녹취> 박 양 친구( 음성변조) : “그냥 삼촌처럼 밤 잘 사주고, 놀러가는 거 잘 데려가 주고 그렇게 했는데요. 노래방 가거나 놀이터에서 놀거나 (했어요.)” 아이들의 생일을 일일이 챙겨주는 것은 물론, 한창 사춘기인 아이들의 고민 상담도 마다하지 않았던 A씨. 그렇게 아이들과 친분을 쌓으며 가까운 사이가 됐는데요. 아이들의 부모들도 안면을 트고 지낼 정도였는데요. <녹취> 학부모 (음성변조) : “제가 00이란 아이의 아빠예요. 00이가 삼촌 (A 씨)란 친구를 되게 좋아해요.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 인연이 되가지고 (A 씨)란 친구를 알게 됐죠.” <녹취> 학부모 : “00엄마, 아빠도 이 (A 씨를) 만나서 소주도 한 잔하고, 간혹 외상도 주고요, 저한테 예의 있게 하려고 어머님, 어머님, 누구 어머님 이렇게 하면서 (지냈어요.)” 먹고사느라 바빠, 아이들을 잘 챙겨줄 수 없는 처지인 부모들은 자기를 대신해 아이들을 챙겨주는 A 씨를 한없이 고마운 사람으로 여겼습니다. <녹취> 학부모 : “고마움을 표현하려고, 돈은 없지만 담배라도 한 갑 사주고 그럴 정도였거든요. 아주 친한 사람 이상으로 했거든요. 저도 믿었고.....”. <녹취> 학부모 : “(A 씨도) 자식이 있어서 애들 좋아하니까 (A 씨) 애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렇게 (우리) 애들한테 잘해주는구나...... 난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박 양의 어머니도 A 씨를 믿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A 씨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새벽까지 식당에서 일하느라 밤늦은 시간에는 아이들만 있는 집에 A 씨가 제 집처럼 드나든 것은 물론, 버젓이 잠을 잔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녹취> 박 양 어머니 : “이유 없이 아이들 빌미로 (집에) 자주 오고, 지난 00에는 아예 (내가) 어디 갔다 오니까 자고 있더라고요. (피디- 집에서요?) 예. 얼마나 황당하고 놀랐는지......” 하지만 A 씨에게 싫은 내색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괘난 오해로 기분을 상하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박 양 어머니 : “아이들한테 너무 잘하고 (하니까) 내가 실수 할까 싶어가지고 (조심했죠,)” 그런데 지난 주 초, 박 양 어머니는 다른 아이의 부모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녹취> 박 양 어머니 : “(00부모가) 나한테 전화를 해서 어머니 (하면서) 솔직히 얘기하더라고요. 놀라지 마시고, 삼촌이라는 (A 씨) 사람한테 성폭행을 당했다 그래가지고, 놀라는 것도 (놀란) 거고, 기가 찰뿐이고요......” 박 양과 어머니가 이번 사건이 더 충격적인 이유는 사실 따로 있습니다. 박 양은 초등학생이던 2007년과 2008년, 어머니와 헤어진 친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한 아픔을 가진 아이였던 건데요. 당시 박 양은 법원에 눈물의 탄원서를 제출해, 친아버지의 행동은 ‘아름다운 꽃가지를 꺽은 것’이라며 엄벌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 믿고 의지하던 아저씨에게 또다시 몹쓸 일을 당한 겁니다. <녹취> 박모 양 : “나쁘죠. 그 아저씨 만나면... 그냥 다 때려주고 싶어요. (감옥에서) 평생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현재 박 양은 무엇보다 정서적 안정이 필요한 상태. <인터뷰> 정추영(팀장 / 울산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 : “(과거에) 가족 성폭력 피해 건이 있었던 (박 양) 학생 같은 경우는 품행 장애 정도의 양상을 보이고 있고요, 굉장히 반항적이고, 부모님조차 학생을 어떻게 감당할 수 없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조사가 진행되면서 A 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들이 더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던 아이들, A 씨와 단 둘이 만났을 때 당한 일을 어렵게 털어놨는데요, <녹취> 성추행 피해자 : “(A 씨는) 사람 몸에 손대는 그런 손버릇이 안 좋은 사람(이에요.) (A 씨가) 술 마시고 자는데 손 대고......” <녹취> 성추행 피해자 : “((성추행 당한 후) 아저씨 본 적 있어요?) (성추행) 당하고요? (네) 네.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해서 저도 아무렇지 않게 (대했어요.)”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자들은 모두 6명. 모두 한동네에서 서로 알고 지낸 아이들이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부모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녹취> 학부모 : “00한테 자초지종을 듣고, 딱 그 순간, 아무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뭐라고 할 수도 없겠더라고요. 너무나 화가 난 상태였어요.” <녹취> 박 양 어머니 : “(딸이) 자다가도 갑자기 놀란다든가 신경질을 낸다든가 이런 게 많아요. (딸이) 친아버지한테도 성추행을 당했는데, (또 당해서) 너무 힘들었나 봐요. (A 씨가) 우리 엄마한테 해코지하면 어떻게 할까, 나한테 해코지 하면 어떻게 할까 (하면서요.)” 겉으로는 한없이 좋은 아저씨 행세를 하고, 어느 순간엔 10대 여학생들을 유인하고, 농락한 두 얼굴의 아저씨! 경찰은 처음 접수된 피해자 외에도 다른 피해자들이 더 늘어남에 따라 상습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A 씨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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