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사랑해요, 바게트!”

입력 2012.08.0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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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 음식에서 김치를 뺄 수 없듯이, 프랑스인들의 삼시 세끼 식탁에 빠지지 않고 올려지는 게 바로 바게트 빵입니다.

바게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를 보전해 가려고 법까지 만들었는데 이름이 ‘바게트법’입니다. 베풂과 나눔의 철학을 가졌다는 프랑스 바게트의 세계, 박상용 파리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파리, 여유와 분주함이 늘 함께 합니다....파리 시내 한 곳에 긴 줄이 이어졌습니다. 빵가게 앞입니다. 빵가게 안에선 막 구워낸 바게트를 진열대에 차곡차곡 올려놓습니다.

밀려드는 주문, 바게트를 하나 사가거나 반을 뚝 잘라 사가는 사람들로 가게 안은 발디딜 틈이 없습니다.

<인터뷰>로베르 (파리 시민) : “바게트가 맛있으니까요. 코이에 아저씨는 서두르지 않고 만드는 법을 제대로 알고 만들지요. 그리고 서비스 또한 좋으니까요. 파리에서 손꼽히는 빵가게 중 하나입니다.”

손님들마다 맛을 이야기하는 이 가게 바게트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빵 굽는 오븐의 열기가 후끈 느껴집니다. 올해 65살의 장피에르 코이에씨가 매일 새벽 4시부터 빵을 만드는 주방입니다. 숙성시킨 밀가루 반죽을 기다랗게 잘 말아 모양을 만듭니다. 오븐에 넣어 굽기 직전 반죽에 칼집을 냅니다.

<녹취> “('제빵사의 서명'인가요?) 맞아요. 바로 그래요.”

오븐에 들어간 반죽은 바로 이 칼 집 틈새로 수분이 증발하며 먹음직스럽게 부풀어 오릅니다. 제빵사들은 그래서 반죽에 칼집 내는 걸 '서명한다'고 말합니다. 칼집 모양에 따라 바게트 모양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15살 때부터 50년째 빵을 구어온 코이에씨. 이젠 아들에게 가게를 물려줄 생각이라고 합니다.

<녹취> “(오늘 아침엔 빵을 몇 개 정도 만들었지? 300개 정도 되니?) 오늘 아침은 조금 한가해서 그 정도까진 안 될거에요.”

아들이 만든 바게트, 잘 구워졌을까? 빵을 가로로 길게 잘라 단면을 확인합니다.

<인터뷰>장 피에르 코이에(제빵사) : “공기방울들 보이시죠? 발효하면서 생겨난 공기 방울들이 맛을 좌우하죠.”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하게 수분이 남아 있는 바게트를 최고로 친다고 합니다.

주말마다 큰 장이 서는 이곳에서도 바게트 가게는 빠지지 않습니다. 하나에 60센트. 보통 1유로 안팎인 시내 빵집의 절반 가격으로 바게트를 살 수 있습니다.

과일가게와 생선가게엘 들르고, 마지막으로 바게트를 사가는게 파리지앵들의 일반적인 장보기 코스입니다.

파리 북쪽 위성도시에 사는 29살 조아나 씨. 조아나씨의 아침은 바게트를 사가지고 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파리에 있는 직장에 출근하기 전 따뜻한 차와 잼을 바른 바게트 2조각을 먹는 게 아침 식사입니다.

<인터뷰>조아나 (회사원) : “프랑스 식당에서 바게트를 주지않으면 이상할 거예요. 바게트는 프랑스 음식과 잘 어울리기도하고, 전통이기도 하죠.”

파리시내 식당가. 어떤 음식을 주문하든 5센티미터 두께로 자른 바게트 대여섯 조각이 담긴 바구니가 테이블에 올려집니다.

생선요리에도 스테이크 요리에도 어김없이 바게트가 함께 나옵니다. 프로베스 씨의 오늘 점심은 샐러드. 역시 한 손엔 잘게 자른 바게트가 들려있습니다.

<인터뷰>프로베스(파리 시민) :“우리 전통이죠. 당신들이 식사 때마다 밥을 먹는 것처럼 우리도 매일 식사에 빵을 곁들입니다. 아침에는 잼을 발라먹고, 점심때는 샐러드와 바게트, 또 저녁에는 치즈랑 함께 먹기도 하지요.”

전 세계에 미국의 패스트푸드 입맛을 전파한다는 맥도날드. 프랑스의 맥도날드 매장에선 바게트를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 입맛을 감안해 바케트 세트를 출시했습니다. 햄버거 빵에 만족하지 못하는 프랑스인들을 붙잡기 위해섭니다.

<인터뷰>클레르(파리시민) : “빵이 딱딱한 껍질이 없었는데, 맥바게트는 약간이지만 이런 딱딱한 껍질이 있어 먹기 좋아요.....”

바게트는 프랑스 말로 길고 둥그런 물체를 말합니다. 나폴레옹시대 병사들이 간편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고, 빨리 조리할 수 있는 빵으로 바게트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부터 19세기 비엔나에서 파리로 비슷한 모양의 빵이 수입되면서 1920년쯤에 지금 모양의 바게트가 생겨났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유래가 전해져 옵니다.

지난 1930년 설립돼 프랑스 전통 빵 제조법을 보급하고 있는 파리 제빵 전문학교.

앳된 얼굴의 젊은이들이 바게트 만드는 실습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수학능력시험인 바칼로레아 시험을 제빵분야로 지원한 고3 수험생들입니다. 요리책에 나와있는 그대로 바게트 만드는 법을 익힙니다. 밀가루 10킬로그램에 물 7킬로그램. 물 온도는 17도. 천천히 섞다가 소금을 넣고 빨리 섞습니다. 알맞은 반죽 굳기를 맞추기가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인터뷰>베르나르 르블랑(파리 제빵전문학교 교사) : “이렇게 투명하게 반죽이 늘어나는거 보이시죠? 더 늘리면 찢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만든 반죽을 350그램씩 떼내 빵 모양을 만듭니다. 열개 정도씩 판에 올려놓고 오븐에 넣습니다.

<인터뷰>알렉상드르(제빵학교 학생) : “빵 모양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을 때는 빵 중간 중간에 구멍이 난다든지 옆구리가 터져버린다든지 그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어요.”

오븐에 들어간 반죽이 물이 증발하면서 부풀어 오릅니다. 연기가 올라오면서 색깔도 먹음직스럽게 변해갑니다. 250도 오븐에서 10분을 굽습니다.

<녹취> “좋은 공기방울들이 잘 형성돼 있어요...”

이런 프랑스 제빵기술을 배우기위해 세계 각국에서 학생들이 몰려듭니다.

<인터뷰>도미니크 데스캄(제빵학교 교장) : “프랑스식 식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는 것은 프랑스인들이 항상 식사에 먹는 빵도 포함된다는 겁니다.”

프랑스는 자신들의 전통을 보전하기위해 바게트 법까지 만들었습니다. 1993년 공표된 이 법에는 바케트는 밀가루와 물 효모, 소금 외에는 다른 요소들이 들어가면 안된다고 규정했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바게트가 어떤 맛이냐고 물어보면 다양한 대답들이 돌아옵니다. 그만큼 바게트가 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들이 있습니다.

가족을 얘기하기도 하고, 나눔과 역사를 말하기도 합니다.

<인터뷰>아듀 나바(프랑스 사회학연구소장) : “프랑스인들을 보시면 바게트를 사면 손으로 이등분합니다. 이 행동은 나눔과 베풂의 준비가 되어있는 기본적인 자세라고 볼 수 있어요. 이것이 바게트의 상징성입니다.“

우리나라 쌀 소비량처럼 프랑스의 빵 소비량은 중요한 생활 지푭니다. 7,80년대 산업화 물결 속에 프랑스 일인당 하루 빵 소비량이 뚝 떨어지며 전통 바게트가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각계의 노력으로 바게트는 다시 생명을 찾았고, 이젠 한해 15만여 톤을 수출하기까지 합니다. 바게트 없인 못 산다는 프랑스, 바게트는 프랑스의 상징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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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eye] “사랑해요, 바게트!”
    • 입력 2012-08-05 09:13:49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우리 음식에서 김치를 뺄 수 없듯이, 프랑스인들의 삼시 세끼 식탁에 빠지지 않고 올려지는 게 바로 바게트 빵입니다. 바게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를 보전해 가려고 법까지 만들었는데 이름이 ‘바게트법’입니다. 베풂과 나눔의 철학을 가졌다는 프랑스 바게트의 세계, 박상용 파리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파리, 여유와 분주함이 늘 함께 합니다....파리 시내 한 곳에 긴 줄이 이어졌습니다. 빵가게 앞입니다. 빵가게 안에선 막 구워낸 바게트를 진열대에 차곡차곡 올려놓습니다. 밀려드는 주문, 바게트를 하나 사가거나 반을 뚝 잘라 사가는 사람들로 가게 안은 발디딜 틈이 없습니다. <인터뷰>로베르 (파리 시민) : “바게트가 맛있으니까요. 코이에 아저씨는 서두르지 않고 만드는 법을 제대로 알고 만들지요. 그리고 서비스 또한 좋으니까요. 파리에서 손꼽히는 빵가게 중 하나입니다.” 손님들마다 맛을 이야기하는 이 가게 바게트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빵 굽는 오븐의 열기가 후끈 느껴집니다. 올해 65살의 장피에르 코이에씨가 매일 새벽 4시부터 빵을 만드는 주방입니다. 숙성시킨 밀가루 반죽을 기다랗게 잘 말아 모양을 만듭니다. 오븐에 넣어 굽기 직전 반죽에 칼집을 냅니다. <녹취> “('제빵사의 서명'인가요?) 맞아요. 바로 그래요.” 오븐에 들어간 반죽은 바로 이 칼 집 틈새로 수분이 증발하며 먹음직스럽게 부풀어 오릅니다. 제빵사들은 그래서 반죽에 칼집 내는 걸 '서명한다'고 말합니다. 칼집 모양에 따라 바게트 모양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15살 때부터 50년째 빵을 구어온 코이에씨. 이젠 아들에게 가게를 물려줄 생각이라고 합니다. <녹취> “(오늘 아침엔 빵을 몇 개 정도 만들었지? 300개 정도 되니?) 오늘 아침은 조금 한가해서 그 정도까진 안 될거에요.” 아들이 만든 바게트, 잘 구워졌을까? 빵을 가로로 길게 잘라 단면을 확인합니다. <인터뷰>장 피에르 코이에(제빵사) : “공기방울들 보이시죠? 발효하면서 생겨난 공기 방울들이 맛을 좌우하죠.”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하게 수분이 남아 있는 바게트를 최고로 친다고 합니다. 주말마다 큰 장이 서는 이곳에서도 바게트 가게는 빠지지 않습니다. 하나에 60센트. 보통 1유로 안팎인 시내 빵집의 절반 가격으로 바게트를 살 수 있습니다. 과일가게와 생선가게엘 들르고, 마지막으로 바게트를 사가는게 파리지앵들의 일반적인 장보기 코스입니다. 파리 북쪽 위성도시에 사는 29살 조아나 씨. 조아나씨의 아침은 바게트를 사가지고 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파리에 있는 직장에 출근하기 전 따뜻한 차와 잼을 바른 바게트 2조각을 먹는 게 아침 식사입니다. <인터뷰>조아나 (회사원) : “프랑스 식당에서 바게트를 주지않으면 이상할 거예요. 바게트는 프랑스 음식과 잘 어울리기도하고, 전통이기도 하죠.” 파리시내 식당가. 어떤 음식을 주문하든 5센티미터 두께로 자른 바게트 대여섯 조각이 담긴 바구니가 테이블에 올려집니다. 생선요리에도 스테이크 요리에도 어김없이 바게트가 함께 나옵니다. 프로베스 씨의 오늘 점심은 샐러드. 역시 한 손엔 잘게 자른 바게트가 들려있습니다. <인터뷰>프로베스(파리 시민) :“우리 전통이죠. 당신들이 식사 때마다 밥을 먹는 것처럼 우리도 매일 식사에 빵을 곁들입니다. 아침에는 잼을 발라먹고, 점심때는 샐러드와 바게트, 또 저녁에는 치즈랑 함께 먹기도 하지요.” 전 세계에 미국의 패스트푸드 입맛을 전파한다는 맥도날드. 프랑스의 맥도날드 매장에선 바게트를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 입맛을 감안해 바케트 세트를 출시했습니다. 햄버거 빵에 만족하지 못하는 프랑스인들을 붙잡기 위해섭니다. <인터뷰>클레르(파리시민) : “빵이 딱딱한 껍질이 없었는데, 맥바게트는 약간이지만 이런 딱딱한 껍질이 있어 먹기 좋아요.....” 바게트는 프랑스 말로 길고 둥그런 물체를 말합니다. 나폴레옹시대 병사들이 간편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고, 빨리 조리할 수 있는 빵으로 바게트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부터 19세기 비엔나에서 파리로 비슷한 모양의 빵이 수입되면서 1920년쯤에 지금 모양의 바게트가 생겨났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유래가 전해져 옵니다. 지난 1930년 설립돼 프랑스 전통 빵 제조법을 보급하고 있는 파리 제빵 전문학교. 앳된 얼굴의 젊은이들이 바게트 만드는 실습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수학능력시험인 바칼로레아 시험을 제빵분야로 지원한 고3 수험생들입니다. 요리책에 나와있는 그대로 바게트 만드는 법을 익힙니다. 밀가루 10킬로그램에 물 7킬로그램. 물 온도는 17도. 천천히 섞다가 소금을 넣고 빨리 섞습니다. 알맞은 반죽 굳기를 맞추기가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인터뷰>베르나르 르블랑(파리 제빵전문학교 교사) : “이렇게 투명하게 반죽이 늘어나는거 보이시죠? 더 늘리면 찢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만든 반죽을 350그램씩 떼내 빵 모양을 만듭니다. 열개 정도씩 판에 올려놓고 오븐에 넣습니다. <인터뷰>알렉상드르(제빵학교 학생) : “빵 모양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을 때는 빵 중간 중간에 구멍이 난다든지 옆구리가 터져버린다든지 그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어요.” 오븐에 들어간 반죽이 물이 증발하면서 부풀어 오릅니다. 연기가 올라오면서 색깔도 먹음직스럽게 변해갑니다. 250도 오븐에서 10분을 굽습니다. <녹취> “좋은 공기방울들이 잘 형성돼 있어요...” 이런 프랑스 제빵기술을 배우기위해 세계 각국에서 학생들이 몰려듭니다. <인터뷰>도미니크 데스캄(제빵학교 교장) : “프랑스식 식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는 것은 프랑스인들이 항상 식사에 먹는 빵도 포함된다는 겁니다.” 프랑스는 자신들의 전통을 보전하기위해 바게트 법까지 만들었습니다. 1993년 공표된 이 법에는 바케트는 밀가루와 물 효모, 소금 외에는 다른 요소들이 들어가면 안된다고 규정했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바게트가 어떤 맛이냐고 물어보면 다양한 대답들이 돌아옵니다. 그만큼 바게트가 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들이 있습니다. 가족을 얘기하기도 하고, 나눔과 역사를 말하기도 합니다. <인터뷰>아듀 나바(프랑스 사회학연구소장) : “프랑스인들을 보시면 바게트를 사면 손으로 이등분합니다. 이 행동은 나눔과 베풂의 준비가 되어있는 기본적인 자세라고 볼 수 있어요. 이것이 바게트의 상징성입니다.“ 우리나라 쌀 소비량처럼 프랑스의 빵 소비량은 중요한 생활 지푭니다. 7,80년대 산업화 물결 속에 프랑스 일인당 하루 빵 소비량이 뚝 떨어지며 전통 바게트가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각계의 노력으로 바게트는 다시 생명을 찾았고, 이젠 한해 15만여 톤을 수출하기까지 합니다. 바게트 없인 못 산다는 프랑스, 바게트는 프랑스의 상징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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