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장동건 자동차, 공효진 운동화.
이런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드라마의 주인공이 자주 이용해 유명세를 얻은 간접광고 상품들입니다.
방송 제작자는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고, 광고주는 자연스런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잇점 때문에 간접광고는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 내용과 관계 없는 노골적인 광고 노출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불만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죠.
합법 시행 3년째에 접어들면서 날로 몸집이 커지고 있는 간접광고, 재점검이 필요한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광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23%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린 드라마, ‘신사의 품격’.
높은 시청률 만큼 주인공과 함께 등장한 드라마 소품들도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항상 똑같은 기종의 휴대전화로 연락을 한 뒤, 같은 브랜드의 차를 타고 이동해서, 지난번에 만났던 그 카페에서
오늘도 만나 담소를 나눕니다.
모두 미리 기획된 간접 광고입니다.
단순한 화면 노출 뿐 아니라 대사에서도 간접 광고의 흔적은 발견됩니다.
<녹취> SBS 신사의 품격 : "우리 베티 꺼랑 같은 걸로 바꿔! 저기 있다. 빗길 제동도 끝내줘"
드라마는 물론 시청률이 검증된 인기 오락프로그램도 광고주들의 주된 공략 대상입니다.
유명 스포츠스타가 출연한 이 예능 프로그램,
팀별로 다른 색깔의 옷을 입었지만 가슴에는 특정 브랜드의 로고가 커다랗고 선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출시를 앞둔 상태였던 이 자동차는 공식 출시 행사장 대신 이 예능 프로그램을 첫 공개 무대로 택하며 간접광고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보다 광고수입 의존도가 높은 종편채널과 케이블방송의 경우,
광고인지 프로그램인지 혼란스런 수준의 화면들까지 등장하는 실정입니다.
광고주들이 간접광고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연스런 홍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허문지훈(경기도 일산시) : "근데 대놓고 광고하는 게 아니라서 저는 그런 거 괜찮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홍지이(경기도 안양시 석수동) : "특별히 나쁜 감정은 안 생기고 아 저 브랜드 저 옷 예쁘다. 그냥 그렇게만 생각하고"
간접광고가 합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 된 건 불과 만 3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첫 방송부터 간접 광고 논란에 휩싸였던 이 드라마,
제목부터 한 비데 제품을 연상시키는 등 화면 곳곳에 특정 회사와 관련이 있는 소품들을 배치하면서도 우연의 일치라고 주장하다
방통위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자 결국 방통위는 현실을 감안해 지난 2010년 1월 간접광고를 합법화했고, 합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온 간접광고는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습니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방송사 간접광고 판매 실적은 211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4.5배나 성장했습니다.
간접광고가 이렇게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원인은 부족한 제작경비 때문입니다.
특히 방송사의 자체 제작이 아니라 외주 제작사가 프로그램을 맡는 경우 제작비 마련을 위한 간접광고 유치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제작사들은 설명합니다.
<인터뷰> 박상주(팀장/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 "드라마 제작비가 100%라고 한다면 저희가 방송사에서 받는 제작비가 50에서 60 아니면 70정도. 이게 평균이라고 보거든요. 평균이 60정도 된다고 치면 나머지 40%를 어쨌든 제작비를 맞추려면 투자를 받던가 이렇게 해야 되는데 드라마에서 아직 투자 개념은 없고 나머지 40%는 일단 광고를 최대한 끌어서 광고주로부터 광고를 받아서 제작비를 마련을 하는거죠."
방송법은 세부 시행령을 통해 간접광고를 낼 때 크게 두 가지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해당 제품의 노출 시간은 전체 방송시간의 100분의 5, 5%를 넘어서는 안되고, 상표나 로고가 노출될 경우도 전체 화면의 4분의 1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문제는 이 기준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윤여진(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 "상품의 로고나 표시가 화면에 4분의 1을 넘어선 안 된다고 나와 있어요. 근데 예를 들어서 자동차가 있어요. 자동차 로고는 정말 작아요. 자동차 크기는 화면의 2분의 1을 차지해요. 누가 보더라도 상품 자체가 화면의 2분의1, 4분의 1을 넘어설 경우 이건 너무 지나치지 않아? 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간접광고 테두리 안에 있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 거죠. 이거 굉장히 모호하다고 생각해요."
합법과 탈법의 모호한 경계, 이런 제도적 허점 때문에 간접광고는 실제 드라마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곤 합니다.
4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이 드라마, 한 여성에게 뜬금없이 갱년기 약을 권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녹취>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 : “날도 덥지만 어머님께서 이렇게까지 더위를 못 이기시는 건 갱년기 번열증이 더 큰 원인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카메라가 클로즈업되며) 여성 갱년기 치료제예요.”
시청자들은 드라마만 봐도 특정 음료에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녹취> SBS 신사의 품격 : “요즘 스트레스로 2키로 쪄서 다이어트해야 한다”
대사로 제품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이런 장면은 불법적인 기능 광고로 제재 대상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발표한 지상파 간접광고에서 ‘권고’를 받은 제재조치의 경우 2010년 14건에서 2011년 39건으로 1년만에 3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34건을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노골적인 광고가 늘어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시청자입니다.
<인터뷰> 방민경(영등포구 대림동) : "너무 과하게 주객전도 된다는 느낌으로 내용보다는 그게 더 중시가 된다거나 이러면 좀 거슬리는 것 같아요."
<인터뷰> 남해린(부천시 상동) : "솔직히 필요 없는 장면인데 그 장면에 굳이 그 상품이 나와서 소개가 되어야하나 이렇게 클로즈업이 돼서"
최근 광고주들의 요구 사항은 날이 갈수록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대본 집필 단계부터 드라마의 서사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구 사항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정형수(드라마 작가) : "주인공이 활동하는 메인 공간에 브랜드가 아예 노출되게, 그런 곳에서 일을하거나 드라마가 처음부터 끝날 때 까지... 혹은 그 브랜드가 현재 없다고 하더라도 (드라마가) 끝나자 마자 바로 출시되는, PPL에 이어서 아예 똑같은 제품을 내놓는다거나 그 브랜드를 바로 내놓는다거나 이런 것들이 실제로 이뤄진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요구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지급받았던 제작비를 되물어내야 할 상황도 있습니다.
일부 드라마에서 마지막 회차 방송에 간접광고를 눈에 띄게 많이 배치하는 것도 이런 계약 관계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상주(드라마제작사협회 팀장) : "예를 들어 방송에 몇 번 출현을 하고 회당 음료수다 그러면 회당 한번은 나와야 되고 주인공 누가 마셔야 되고 그리고 어떤 장소에서 꼭 마셔야 되고 이런 세부적인 항목, 세부적인 조건들이 있거든요. 그럼 거기에 집중하다 보면은 사실은 광고를 조금씩 놓쳐요. 그러다 보면은 나중에 중반 넘어가게 되면 밀렸던 계약 조건들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몰아서 하는 경우가 좀 많아요."
부족한 제작비 조달을 통해 제작 현장의 역동성을 키워줄 것으로 기대됐던 간접광고 확대가 오히려 콘텐츠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간접광고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채널을 돌리려면 일일이 텔레비전 앞까지 가야만 했던 시절, 시청자들은 수동적으로 프로그램 사이에 배치된 광고를 시청해 왔습니다.
하지만 리모콘이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은 언제든지 손놀림 하나로 채널을 바꾸며 광고를 피해갈 수 있게 됐고, 더구나 최근에는 이른바 ‘본방사수’ 대신 인터넷 다운로드나 VOD 서비스가 늘면서 프로그램 자체에 광고를 녹여 넣으려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민기(교수/숭실대 언론홍보학과) : "시청자들의 시청 시간, 선택도 자유롭게 됐고 어떻게 보면 편성권이 기존에는 방송사에게 있었지만 시청자들이 편성 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자기 생활 시간에 맞춰서 바꿀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그냥 프로그램 제공 광고나 또는 토막 광고에 대해서는 회피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간접광고에 대해서는 점점 더 니즈가, 수요가 많아질 겁니다."
하지만 모호한 간접광고 규정이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논란은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조금 더 촘촘한 간접광고 규정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간접광고의 수준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 공유 등을 통해 논의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백승혁(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위원) : "방송사나 제작자들이 간접광고를 활성화 시켜서 건전하게 활성화 시킬 수 있도록 어떤 규칙이나 체계를 확실하게 명확하게 만들어 주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그런 일을 없애기 위해서 벌금형을 더 세게 내린다든지 아니면 벌칙 조항을 더 세게 내린다고 해 가지고 그런 일이 없어지진 않을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주고 그 명확한 가이드라인 중에서 간접광고가 판매가 되고 만들어질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게 더 시급하다고 봅니다."
본격 시행 3년 째, 우리나라에서 간접광고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합니다.
훌륭한 컨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시작됐던 간접광고가 프로그램의 주인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면 시청자들의 외면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자체적인 정화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제작 현장으로 되돌아 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제작 당사자와 광고주들 역시 명심해야 할 일입니다.
장동건 자동차, 공효진 운동화.
이런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드라마의 주인공이 자주 이용해 유명세를 얻은 간접광고 상품들입니다.
방송 제작자는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고, 광고주는 자연스런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잇점 때문에 간접광고는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 내용과 관계 없는 노골적인 광고 노출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불만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죠.
합법 시행 3년째에 접어들면서 날로 몸집이 커지고 있는 간접광고, 재점검이 필요한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광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23%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린 드라마, ‘신사의 품격’.
높은 시청률 만큼 주인공과 함께 등장한 드라마 소품들도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항상 똑같은 기종의 휴대전화로 연락을 한 뒤, 같은 브랜드의 차를 타고 이동해서, 지난번에 만났던 그 카페에서
오늘도 만나 담소를 나눕니다.
모두 미리 기획된 간접 광고입니다.
단순한 화면 노출 뿐 아니라 대사에서도 간접 광고의 흔적은 발견됩니다.
<녹취> SBS 신사의 품격 : "우리 베티 꺼랑 같은 걸로 바꿔! 저기 있다. 빗길 제동도 끝내줘"
드라마는 물론 시청률이 검증된 인기 오락프로그램도 광고주들의 주된 공략 대상입니다.
유명 스포츠스타가 출연한 이 예능 프로그램,
팀별로 다른 색깔의 옷을 입었지만 가슴에는 특정 브랜드의 로고가 커다랗고 선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출시를 앞둔 상태였던 이 자동차는 공식 출시 행사장 대신 이 예능 프로그램을 첫 공개 무대로 택하며 간접광고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보다 광고수입 의존도가 높은 종편채널과 케이블방송의 경우,
광고인지 프로그램인지 혼란스런 수준의 화면들까지 등장하는 실정입니다.
광고주들이 간접광고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연스런 홍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허문지훈(경기도 일산시) : "근데 대놓고 광고하는 게 아니라서 저는 그런 거 괜찮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홍지이(경기도 안양시 석수동) : "특별히 나쁜 감정은 안 생기고 아 저 브랜드 저 옷 예쁘다. 그냥 그렇게만 생각하고"
간접광고가 합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 된 건 불과 만 3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첫 방송부터 간접 광고 논란에 휩싸였던 이 드라마,
제목부터 한 비데 제품을 연상시키는 등 화면 곳곳에 특정 회사와 관련이 있는 소품들을 배치하면서도 우연의 일치라고 주장하다
방통위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자 결국 방통위는 현실을 감안해 지난 2010년 1월 간접광고를 합법화했고, 합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온 간접광고는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습니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방송사 간접광고 판매 실적은 211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4.5배나 성장했습니다.
간접광고가 이렇게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원인은 부족한 제작경비 때문입니다.
특히 방송사의 자체 제작이 아니라 외주 제작사가 프로그램을 맡는 경우 제작비 마련을 위한 간접광고 유치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제작사들은 설명합니다.
<인터뷰> 박상주(팀장/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 "드라마 제작비가 100%라고 한다면 저희가 방송사에서 받는 제작비가 50에서 60 아니면 70정도. 이게 평균이라고 보거든요. 평균이 60정도 된다고 치면 나머지 40%를 어쨌든 제작비를 맞추려면 투자를 받던가 이렇게 해야 되는데 드라마에서 아직 투자 개념은 없고 나머지 40%는 일단 광고를 최대한 끌어서 광고주로부터 광고를 받아서 제작비를 마련을 하는거죠."
방송법은 세부 시행령을 통해 간접광고를 낼 때 크게 두 가지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해당 제품의 노출 시간은 전체 방송시간의 100분의 5, 5%를 넘어서는 안되고, 상표나 로고가 노출될 경우도 전체 화면의 4분의 1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문제는 이 기준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윤여진(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 "상품의 로고나 표시가 화면에 4분의 1을 넘어선 안 된다고 나와 있어요. 근데 예를 들어서 자동차가 있어요. 자동차 로고는 정말 작아요. 자동차 크기는 화면의 2분의 1을 차지해요. 누가 보더라도 상품 자체가 화면의 2분의1, 4분의 1을 넘어설 경우 이건 너무 지나치지 않아? 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간접광고 테두리 안에 있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 거죠. 이거 굉장히 모호하다고 생각해요."
합법과 탈법의 모호한 경계, 이런 제도적 허점 때문에 간접광고는 실제 드라마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곤 합니다.
4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이 드라마, 한 여성에게 뜬금없이 갱년기 약을 권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녹취>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 : “날도 덥지만 어머님께서 이렇게까지 더위를 못 이기시는 건 갱년기 번열증이 더 큰 원인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카메라가 클로즈업되며) 여성 갱년기 치료제예요.”
시청자들은 드라마만 봐도 특정 음료에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녹취> SBS 신사의 품격 : “요즘 스트레스로 2키로 쪄서 다이어트해야 한다”
대사로 제품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이런 장면은 불법적인 기능 광고로 제재 대상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발표한 지상파 간접광고에서 ‘권고’를 받은 제재조치의 경우 2010년 14건에서 2011년 39건으로 1년만에 3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34건을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노골적인 광고가 늘어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시청자입니다.
<인터뷰> 방민경(영등포구 대림동) : "너무 과하게 주객전도 된다는 느낌으로 내용보다는 그게 더 중시가 된다거나 이러면 좀 거슬리는 것 같아요."
<인터뷰> 남해린(부천시 상동) : "솔직히 필요 없는 장면인데 그 장면에 굳이 그 상품이 나와서 소개가 되어야하나 이렇게 클로즈업이 돼서"
최근 광고주들의 요구 사항은 날이 갈수록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대본 집필 단계부터 드라마의 서사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구 사항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정형수(드라마 작가) : "주인공이 활동하는 메인 공간에 브랜드가 아예 노출되게, 그런 곳에서 일을하거나 드라마가 처음부터 끝날 때 까지... 혹은 그 브랜드가 현재 없다고 하더라도 (드라마가) 끝나자 마자 바로 출시되는, PPL에 이어서 아예 똑같은 제품을 내놓는다거나 그 브랜드를 바로 내놓는다거나 이런 것들이 실제로 이뤄진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요구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지급받았던 제작비를 되물어내야 할 상황도 있습니다.
일부 드라마에서 마지막 회차 방송에 간접광고를 눈에 띄게 많이 배치하는 것도 이런 계약 관계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상주(드라마제작사협회 팀장) : "예를 들어 방송에 몇 번 출현을 하고 회당 음료수다 그러면 회당 한번은 나와야 되고 주인공 누가 마셔야 되고 그리고 어떤 장소에서 꼭 마셔야 되고 이런 세부적인 항목, 세부적인 조건들이 있거든요. 그럼 거기에 집중하다 보면은 사실은 광고를 조금씩 놓쳐요. 그러다 보면은 나중에 중반 넘어가게 되면 밀렸던 계약 조건들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몰아서 하는 경우가 좀 많아요."
부족한 제작비 조달을 통해 제작 현장의 역동성을 키워줄 것으로 기대됐던 간접광고 확대가 오히려 콘텐츠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간접광고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채널을 돌리려면 일일이 텔레비전 앞까지 가야만 했던 시절, 시청자들은 수동적으로 프로그램 사이에 배치된 광고를 시청해 왔습니다.
하지만 리모콘이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은 언제든지 손놀림 하나로 채널을 바꾸며 광고를 피해갈 수 있게 됐고, 더구나 최근에는 이른바 ‘본방사수’ 대신 인터넷 다운로드나 VOD 서비스가 늘면서 프로그램 자체에 광고를 녹여 넣으려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민기(교수/숭실대 언론홍보학과) : "시청자들의 시청 시간, 선택도 자유롭게 됐고 어떻게 보면 편성권이 기존에는 방송사에게 있었지만 시청자들이 편성 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자기 생활 시간에 맞춰서 바꿀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그냥 프로그램 제공 광고나 또는 토막 광고에 대해서는 회피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간접광고에 대해서는 점점 더 니즈가, 수요가 많아질 겁니다."
하지만 모호한 간접광고 규정이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논란은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조금 더 촘촘한 간접광고 규정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간접광고의 수준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 공유 등을 통해 논의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백승혁(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위원) : "방송사나 제작자들이 간접광고를 활성화 시켜서 건전하게 활성화 시킬 수 있도록 어떤 규칙이나 체계를 확실하게 명확하게 만들어 주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그런 일을 없애기 위해서 벌금형을 더 세게 내린다든지 아니면 벌칙 조항을 더 세게 내린다고 해 가지고 그런 일이 없어지진 않을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주고 그 명확한 가이드라인 중에서 간접광고가 판매가 되고 만들어질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게 더 시급하다고 봅니다."
본격 시행 3년 째, 우리나라에서 간접광고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합니다.
훌륭한 컨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시작됐던 간접광고가 프로그램의 주인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면 시청자들의 외면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자체적인 정화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제작 현장으로 되돌아 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제작 당사자와 광고주들 역시 명심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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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접광고’ 약인가 독인가?
-
- 입력 2012-09-22 08:50:30

<앵커 멘트>
장동건 자동차, 공효진 운동화.
이런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드라마의 주인공이 자주 이용해 유명세를 얻은 간접광고 상품들입니다.
방송 제작자는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고, 광고주는 자연스런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잇점 때문에 간접광고는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 내용과 관계 없는 노골적인 광고 노출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불만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죠.
합법 시행 3년째에 접어들면서 날로 몸집이 커지고 있는 간접광고, 재점검이 필요한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광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23%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린 드라마, ‘신사의 품격’.
높은 시청률 만큼 주인공과 함께 등장한 드라마 소품들도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항상 똑같은 기종의 휴대전화로 연락을 한 뒤, 같은 브랜드의 차를 타고 이동해서, 지난번에 만났던 그 카페에서
오늘도 만나 담소를 나눕니다.
모두 미리 기획된 간접 광고입니다.
단순한 화면 노출 뿐 아니라 대사에서도 간접 광고의 흔적은 발견됩니다.
<녹취> SBS 신사의 품격 : "우리 베티 꺼랑 같은 걸로 바꿔! 저기 있다. 빗길 제동도 끝내줘"
드라마는 물론 시청률이 검증된 인기 오락프로그램도 광고주들의 주된 공략 대상입니다.
유명 스포츠스타가 출연한 이 예능 프로그램,
팀별로 다른 색깔의 옷을 입었지만 가슴에는 특정 브랜드의 로고가 커다랗고 선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출시를 앞둔 상태였던 이 자동차는 공식 출시 행사장 대신 이 예능 프로그램을 첫 공개 무대로 택하며 간접광고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보다 광고수입 의존도가 높은 종편채널과 케이블방송의 경우,
광고인지 프로그램인지 혼란스런 수준의 화면들까지 등장하는 실정입니다.
광고주들이 간접광고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연스런 홍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허문지훈(경기도 일산시) : "근데 대놓고 광고하는 게 아니라서 저는 그런 거 괜찮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홍지이(경기도 안양시 석수동) : "특별히 나쁜 감정은 안 생기고 아 저 브랜드 저 옷 예쁘다. 그냥 그렇게만 생각하고"
간접광고가 합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 된 건 불과 만 3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첫 방송부터 간접 광고 논란에 휩싸였던 이 드라마,
제목부터 한 비데 제품을 연상시키는 등 화면 곳곳에 특정 회사와 관련이 있는 소품들을 배치하면서도 우연의 일치라고 주장하다
방통위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자 결국 방통위는 현실을 감안해 지난 2010년 1월 간접광고를 합법화했고, 합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온 간접광고는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습니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방송사 간접광고 판매 실적은 211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4.5배나 성장했습니다.
간접광고가 이렇게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원인은 부족한 제작경비 때문입니다.
특히 방송사의 자체 제작이 아니라 외주 제작사가 프로그램을 맡는 경우 제작비 마련을 위한 간접광고 유치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제작사들은 설명합니다.
<인터뷰> 박상주(팀장/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 "드라마 제작비가 100%라고 한다면 저희가 방송사에서 받는 제작비가 50에서 60 아니면 70정도. 이게 평균이라고 보거든요. 평균이 60정도 된다고 치면 나머지 40%를 어쨌든 제작비를 맞추려면 투자를 받던가 이렇게 해야 되는데 드라마에서 아직 투자 개념은 없고 나머지 40%는 일단 광고를 최대한 끌어서 광고주로부터 광고를 받아서 제작비를 마련을 하는거죠."
방송법은 세부 시행령을 통해 간접광고를 낼 때 크게 두 가지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해당 제품의 노출 시간은 전체 방송시간의 100분의 5, 5%를 넘어서는 안되고, 상표나 로고가 노출될 경우도 전체 화면의 4분의 1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문제는 이 기준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윤여진(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 "상품의 로고나 표시가 화면에 4분의 1을 넘어선 안 된다고 나와 있어요. 근데 예를 들어서 자동차가 있어요. 자동차 로고는 정말 작아요. 자동차 크기는 화면의 2분의 1을 차지해요. 누가 보더라도 상품 자체가 화면의 2분의1, 4분의 1을 넘어설 경우 이건 너무 지나치지 않아? 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간접광고 테두리 안에 있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 거죠. 이거 굉장히 모호하다고 생각해요."
합법과 탈법의 모호한 경계, 이런 제도적 허점 때문에 간접광고는 실제 드라마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곤 합니다.
4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이 드라마, 한 여성에게 뜬금없이 갱년기 약을 권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녹취>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 : “날도 덥지만 어머님께서 이렇게까지 더위를 못 이기시는 건 갱년기 번열증이 더 큰 원인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카메라가 클로즈업되며) 여성 갱년기 치료제예요.”
시청자들은 드라마만 봐도 특정 음료에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녹취> SBS 신사의 품격 : “요즘 스트레스로 2키로 쪄서 다이어트해야 한다”
대사로 제품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이런 장면은 불법적인 기능 광고로 제재 대상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발표한 지상파 간접광고에서 ‘권고’를 받은 제재조치의 경우 2010년 14건에서 2011년 39건으로 1년만에 3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34건을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노골적인 광고가 늘어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시청자입니다.
<인터뷰> 방민경(영등포구 대림동) : "너무 과하게 주객전도 된다는 느낌으로 내용보다는 그게 더 중시가 된다거나 이러면 좀 거슬리는 것 같아요."
<인터뷰> 남해린(부천시 상동) : "솔직히 필요 없는 장면인데 그 장면에 굳이 그 상품이 나와서 소개가 되어야하나 이렇게 클로즈업이 돼서"
최근 광고주들의 요구 사항은 날이 갈수록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대본 집필 단계부터 드라마의 서사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구 사항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정형수(드라마 작가) : "주인공이 활동하는 메인 공간에 브랜드가 아예 노출되게, 그런 곳에서 일을하거나 드라마가 처음부터 끝날 때 까지... 혹은 그 브랜드가 현재 없다고 하더라도 (드라마가) 끝나자 마자 바로 출시되는, PPL에 이어서 아예 똑같은 제품을 내놓는다거나 그 브랜드를 바로 내놓는다거나 이런 것들이 실제로 이뤄진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요구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지급받았던 제작비를 되물어내야 할 상황도 있습니다.
일부 드라마에서 마지막 회차 방송에 간접광고를 눈에 띄게 많이 배치하는 것도 이런 계약 관계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상주(드라마제작사협회 팀장) : "예를 들어 방송에 몇 번 출현을 하고 회당 음료수다 그러면 회당 한번은 나와야 되고 주인공 누가 마셔야 되고 그리고 어떤 장소에서 꼭 마셔야 되고 이런 세부적인 항목, 세부적인 조건들이 있거든요. 그럼 거기에 집중하다 보면은 사실은 광고를 조금씩 놓쳐요. 그러다 보면은 나중에 중반 넘어가게 되면 밀렸던 계약 조건들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몰아서 하는 경우가 좀 많아요."
부족한 제작비 조달을 통해 제작 현장의 역동성을 키워줄 것으로 기대됐던 간접광고 확대가 오히려 콘텐츠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간접광고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채널을 돌리려면 일일이 텔레비전 앞까지 가야만 했던 시절, 시청자들은 수동적으로 프로그램 사이에 배치된 광고를 시청해 왔습니다.
하지만 리모콘이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은 언제든지 손놀림 하나로 채널을 바꾸며 광고를 피해갈 수 있게 됐고, 더구나 최근에는 이른바 ‘본방사수’ 대신 인터넷 다운로드나 VOD 서비스가 늘면서 프로그램 자체에 광고를 녹여 넣으려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민기(교수/숭실대 언론홍보학과) : "시청자들의 시청 시간, 선택도 자유롭게 됐고 어떻게 보면 편성권이 기존에는 방송사에게 있었지만 시청자들이 편성 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자기 생활 시간에 맞춰서 바꿀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그냥 프로그램 제공 광고나 또는 토막 광고에 대해서는 회피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간접광고에 대해서는 점점 더 니즈가, 수요가 많아질 겁니다."
하지만 모호한 간접광고 규정이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논란은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조금 더 촘촘한 간접광고 규정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간접광고의 수준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 공유 등을 통해 논의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백승혁(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위원) : "방송사나 제작자들이 간접광고를 활성화 시켜서 건전하게 활성화 시킬 수 있도록 어떤 규칙이나 체계를 확실하게 명확하게 만들어 주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그런 일을 없애기 위해서 벌금형을 더 세게 내린다든지 아니면 벌칙 조항을 더 세게 내린다고 해 가지고 그런 일이 없어지진 않을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주고 그 명확한 가이드라인 중에서 간접광고가 판매가 되고 만들어질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게 더 시급하다고 봅니다."
본격 시행 3년 째, 우리나라에서 간접광고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합니다.
훌륭한 컨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시작됐던 간접광고가 프로그램의 주인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면 시청자들의 외면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자체적인 정화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제작 현장으로 되돌아 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제작 당사자와 광고주들 역시 명심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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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호 기자 pe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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