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다시보기] 사라져 가는 에티오피아 커피

입력 2012.10.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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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커피의 고향으로 불리는 에티오피아.

하지만 이곳에선 요즘 커피 농가들이 농장을 갈아엎고 있습니다.

이른바 ‘돈이 되는' 다른 작물 농사를 하겠다는 건데요.

에티오피아 커피의 명맥이 얼마나 이어질지 지구촌 다시 보기에서 전합니다.

<리포트>

'칼디'라는 이름의 목동이 처음 커피를 발견해 커피의 고향으로 불리는 나라, 에티오피아.

커피 한 잔에 2.5비르.

우리 돈 200원이 채 안되는데요.

커피향 가득한 생활은 에티오피아인들의 일상 풍경입니다.

<인터뷰> 아스테르(커피 가공업체 대표) : “에티오피아인들에게 커피는 음식입니다.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든, 어디든 관계없이 커피를 마셔요.”

'에티오피아의 축복’으로 불리는 하라르 커피의 생산지에서 축제가 열렸습니다.

축제 한켠 시장에선 커피 생두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고…

하라르 시내를 벗어나면 커피 농장들을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농가가 소규모로 운영되는데 1년에 우리 돈 2~3백만 원 정도를 번다고 합니다.

이 정도 수입이면 중산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커피 농가들이 최근 들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가뭄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데다 가격도 들쑥날쑥해서 채산성이 맞지 않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인터뷰> 함사 이우트(커피 재배 농민) : “예전엔 거의 다 커피를 키웠는데 지금은 대부분 ‘짜트'를 키워요. 사람들도 걱정하긴 하지만 이게 다 돈 때문이죠.”

첫 수확까지 5년이 걸리고 1년에 한 번밖에 수확할 수 없는 커피.

그에 반해‘짜트'는 심기만 하면 두세 달 뒤 여린 잎을 딸 수 있고 수확도 1년에 여러 차례 가능합니다.

덕분에 큰돈을 만질 수 있어 커피 대신‘짜트'를 키우는 농가들이 늘었습니다.

'짜트'는 환각제의 일종으로 잎에 들어있는 '케치논'과 '케친' 등 향정신성 성분이 망상이나 편집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선 마약류로 분류해 엄격히 통제하고 있지만,

에티오피아를 포함한 동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반도에선 거래와 복용이 허용되고 있습니다.

규제가 전혀 없기 때문에 청소년들도 쉽게 '짜트'에 빠져듭니다.

<인터뷰> 헤노크(대학생) : “일 끝나고 난 뒤나 약속이 없을 때 친구들 만나서 이렇게 짜트를 씹어요. 아니면 물담배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죠.”

그러나 에티오피아 정부는 두 손을 놓고 있습니다.

'짜트'가 외화벌이의 주요 품목으로 떠오르자 오히려 정부가 '짜트' 재배를 장려할 정도라는 말도 있습니다.

생두를 볶고...절구로 빻은 뒤 전통 주전자인 '제베나'에 넣고 끓입니다.

'분나 마프라트', 에티오피아 전통 커피 예법입니다.

한 시간이 넘는 기다림 끝에 '시니’라는 잔에 커피가 채워집니다.

이처럼 커피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에티오피아.

하지만 이제 이 은은한 커피향이 마약이나 다름없는 '짜트'에 밀려나고 있습니다.

지구촌 다시 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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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다시보기] 사라져 가는 에티오피아 커피
    • 입력 2012-10-09 13:00:43
    지구촌뉴스
<앵커 멘트> 커피의 고향으로 불리는 에티오피아. 하지만 이곳에선 요즘 커피 농가들이 농장을 갈아엎고 있습니다. 이른바 ‘돈이 되는' 다른 작물 농사를 하겠다는 건데요. 에티오피아 커피의 명맥이 얼마나 이어질지 지구촌 다시 보기에서 전합니다. <리포트> '칼디'라는 이름의 목동이 처음 커피를 발견해 커피의 고향으로 불리는 나라, 에티오피아. 커피 한 잔에 2.5비르. 우리 돈 200원이 채 안되는데요. 커피향 가득한 생활은 에티오피아인들의 일상 풍경입니다. <인터뷰> 아스테르(커피 가공업체 대표) : “에티오피아인들에게 커피는 음식입니다.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든, 어디든 관계없이 커피를 마셔요.” '에티오피아의 축복’으로 불리는 하라르 커피의 생산지에서 축제가 열렸습니다. 축제 한켠 시장에선 커피 생두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고… 하라르 시내를 벗어나면 커피 농장들을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농가가 소규모로 운영되는데 1년에 우리 돈 2~3백만 원 정도를 번다고 합니다. 이 정도 수입이면 중산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커피 농가들이 최근 들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가뭄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데다 가격도 들쑥날쑥해서 채산성이 맞지 않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인터뷰> 함사 이우트(커피 재배 농민) : “예전엔 거의 다 커피를 키웠는데 지금은 대부분 ‘짜트'를 키워요. 사람들도 걱정하긴 하지만 이게 다 돈 때문이죠.” 첫 수확까지 5년이 걸리고 1년에 한 번밖에 수확할 수 없는 커피. 그에 반해‘짜트'는 심기만 하면 두세 달 뒤 여린 잎을 딸 수 있고 수확도 1년에 여러 차례 가능합니다. 덕분에 큰돈을 만질 수 있어 커피 대신‘짜트'를 키우는 농가들이 늘었습니다. '짜트'는 환각제의 일종으로 잎에 들어있는 '케치논'과 '케친' 등 향정신성 성분이 망상이나 편집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선 마약류로 분류해 엄격히 통제하고 있지만, 에티오피아를 포함한 동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반도에선 거래와 복용이 허용되고 있습니다. 규제가 전혀 없기 때문에 청소년들도 쉽게 '짜트'에 빠져듭니다. <인터뷰> 헤노크(대학생) : “일 끝나고 난 뒤나 약속이 없을 때 친구들 만나서 이렇게 짜트를 씹어요. 아니면 물담배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죠.” 그러나 에티오피아 정부는 두 손을 놓고 있습니다. '짜트'가 외화벌이의 주요 품목으로 떠오르자 오히려 정부가 '짜트' 재배를 장려할 정도라는 말도 있습니다. 생두를 볶고...절구로 빻은 뒤 전통 주전자인 '제베나'에 넣고 끓입니다. '분나 마프라트', 에티오피아 전통 커피 예법입니다. 한 시간이 넘는 기다림 끝에 '시니’라는 잔에 커피가 채워집니다. 이처럼 커피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에티오피아. 하지만 이제 이 은은한 커피향이 마약이나 다름없는 '짜트'에 밀려나고 있습니다. 지구촌 다시 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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