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20대 여성, 택시 납치범 울린 한 마디는?

입력 2012.10.11 (09:16) 수정 2012.10.1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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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20대 여성이 새벽에 택시를 탔다가 운전자에게 납치됐습니다.

이 운전자는 마약에 취해 환각상태였는데요.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한 겁니다.

하지만, 이 여성은 급박한 순간에도 침착하게 지혜를 발휘했습니다.

결국, 무사히 풀려날 수 있었는데요.

김기흥 기자,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데요.

2시간 넘게 끌려다니면서 정말 무서웠을 텐데 대단하네요.

<기자 멘트>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는데요.

이 여성에게 딱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른 새벽 택시를 탔는데 납치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게다가 휴대전화까지 빼앗긴 상황이라면 아무래도 자포자기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이 여성은 달랐습니다.

자신이 납치됐다는 사실을 경찰에게 알린 것 뿐만이 아니라, 납치범을 설득해 끝내 자신의 목적지까지 택시를 타고 갈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2시간 10분 동안의 긴박했던 순간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이른 새벽, 어두운 골목길로 택시 한 대가 지나갑니다.

잠시 뒤, 택시는 한 모텔 주차장으로 들어가는데요.

이 택시 뒷좌석에는 20대 여성 승객이 납치돼 있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부모 (음성변조) : "엄마, 1초가 한 시간이었고 1분이 24시간이었어요. 나 죽는 줄 알았어요. 무서워서, 사람이 무서워서 (딸이 말했어요.)"

사건이 발생한 9일 새벽,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인터뷰> 이덕호(팀장/대전 동부경찰서 강력6팀) : "마약을 투약한 환각상태에서 부녀자를 납치해서 강간하려고 했다는 게 (범행) 목적입니다. "

대전에 사는 20대 김모 씨는 그날 아침, 천안에 가려던 길이었습니다.

새벽 5시30분쯤 택시에 오른 김 씨.

기차역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였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택시기사는 전화할 곳이 있다며 김 씨에게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합니다.

<인터뷰> 피해자 부모(음성변조) : "휴대전화를 서슴없이 택시기사한테 줬대요. 그러더니 그 기사가 통화를 어디에다 하는 것처럼 '형님, 형님' 하다가 '어? 전화를 안 받네' 이렇게 하면서 갖고 있더니..."

하지만 택시기사는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곤 갑자기, 목적지를 지나 택시를 몰기 시작했는데요.

김 씨는 그때서야 자신이 위험해 처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피해자 부모(음성변조) :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싶어서 운전대를 막 뒤에서 꺾었대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받아치기라도 하려고..."

납치범은 폭력까지 휘둘렸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침착하기 위해 애를 쓰며 방법을 찾았는데요.

그때 눈에 띈 건 납치범의 휴대전화였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부모(음성변조) : "납치범 휴대전화가 변속기 옆에 있더래요. 그래서 다시 운전대를 꺾는 것처럼 하면서 휴대전화를 살짝 손에 감춰서 밑에 소파 있는 곳에 놓고..."

그리곤 112에 전화를 걸었는데요.

이때 신고를 한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합니다.

수화기에 대고 직접 말하는 대신 납치범에게 대화를 건 겁니다.

<녹취> 112 신고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저 좀 구해주세요'하고 말을 한 게 아니고 피의자하고 대화를 하더라고요.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저씨 살려주세요' 그러니까 남자가 욕설을 하고 소리치고... (신고자가) 기지를 발휘한 거예요. "

짧은 시간이었지만 상황을 알리기엔 충분했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출동했는데요.

그 시간, 납치범은 김 씨를 끌고 인근 대학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김 씨를 성폭행하려고 한 겁니다.

납치범이 흉기까지 꺼내든 위태로운 상황.

하지만 김 씨는 구조요청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 모습은 마침 순찰을 돌던 경비원의 눈에 띄게 됩니다.

<녹취> 00대학 경비원(신고자/음성변조) : "차를 돌리다가 벽에 박은 거예요. 내가 쫓아 올라와서 차 세우라고 차를 때리는데 여자 목소리가 '아저씨 나 좀 살려주세요' 그러더라고. "

경비원의 신고로 다시 한 번 자신의 위치를 경찰에 알린 김 씨.

반면 범행 장소를 찾는데 실패한 납치범은 인근 모텔로 향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김 씨가 모텔 주인의 도움을 받을 순 없었는데요.

<녹취> 모텔 주인(음성변조) : "와서 그냥 서 있다가 전화하다 그냥 갈 수도 있고... 이상한 게 없으니까 아무 이야기도 안 했겠죠."

더 이상 빠져나갈 길이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마지막으로 용기를 냈는데요.

납치범의 마음을 돌려보기로 한 겁니다.

<인터뷰> 피해자 부모(음성변조) : "'아저씨는 딸이 몇 살이에요' 하고 물었대요. 딸이 있다고 하더래요. '저보다 어리겠네요' 그랬대요. '아저씨가 저를 다른 여자로 보지 말고 딸로 보고 한번만 살려주세요. 아저씨 보니까 사람은 착해 보이는데, 순간적으로 돌변한 것 같은데 정신 좀 차리면 안 되겠느냐'고..."

그렇게 1시간 반 동안 계속된 설득.

김 씨의 간절한 호소에 납치범은 끝내 눈물까지 보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피해자 부모(음성변조) : "납치범이 울더래요. 너 같은 애 처음 봤다고. '나는 마음을 먹고 왔는데 네 말에 감동을 받아서 너를 보내준다. 나중에 네가 신고해서 구속이 될지 몰라도 널 믿으마...'"

결국 차를 돌려 원래 목적지인 대전역에 김 씨를 데려다 주고 달아난 납치범.

하지만 이미 신고를 받은 경찰은 통신추적을 통해 납치범을 뒤쫓고 있었습니다.

<녹취> 당시 경찰 무전 내용 : "빨리! 지금 00아파트로 이동을 하고 있으니까 차량을 도착시킨 후에 검거작전을 할 수 있도록..."

결국 사건 발생 6시간 만인 오전 11시쯤, 경찰은 납치범 43살 고모 씨를 검거했습니다.

검거 당시 필로폰과 대마를 소지하고 있던 고 씨는 범행 당일에도 마약을 투약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환각상태에서 친구에게 빌린 택시로 도심을 누비며, 납치행각을 벌인 겁니다.

고 씨는 이날 김 씨를 납치하기 20분 전에도 한 여자 승객을 택시에 태워 납치하려고 했습니다.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하자 이를 수상히 여긴 승객이 내리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습니다.

<인터뷰> 이덕호(팀장/대전 동부경찰서 강력6팀) : "힘든 상황에서도 피의자의 휴대전화로 112에 신고를 해줌으로 인해서 검거가 됐고, 만약 이게 밝혀지지 않았다면 또 다른 범죄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었겠죠. "

결국 위급한 상황에서 발휘된 용기와 지혜가 더 큰 범죄피해를 막은 셈인데요.

경찰을 피의자 고 씨를 구속하고, 마약 구입 경위와 범행 동기에 대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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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20대 여성이 새벽에 택시를 탔다가 운전자에게 납치됐습니다. 이 운전자는 마약에 취해 환각상태였는데요.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한 겁니다. 하지만, 이 여성은 급박한 순간에도 침착하게 지혜를 발휘했습니다. 결국, 무사히 풀려날 수 있었는데요. 김기흥 기자,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데요. 2시간 넘게 끌려다니면서 정말 무서웠을 텐데 대단하네요. <기자 멘트>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는데요. 이 여성에게 딱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른 새벽 택시를 탔는데 납치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게다가 휴대전화까지 빼앗긴 상황이라면 아무래도 자포자기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이 여성은 달랐습니다. 자신이 납치됐다는 사실을 경찰에게 알린 것 뿐만이 아니라, 납치범을 설득해 끝내 자신의 목적지까지 택시를 타고 갈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2시간 10분 동안의 긴박했던 순간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이른 새벽, 어두운 골목길로 택시 한 대가 지나갑니다. 잠시 뒤, 택시는 한 모텔 주차장으로 들어가는데요. 이 택시 뒷좌석에는 20대 여성 승객이 납치돼 있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부모 (음성변조) : "엄마, 1초가 한 시간이었고 1분이 24시간이었어요. 나 죽는 줄 알았어요. 무서워서, 사람이 무서워서 (딸이 말했어요.)" 사건이 발생한 9일 새벽,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인터뷰> 이덕호(팀장/대전 동부경찰서 강력6팀) : "마약을 투약한 환각상태에서 부녀자를 납치해서 강간하려고 했다는 게 (범행) 목적입니다. " 대전에 사는 20대 김모 씨는 그날 아침, 천안에 가려던 길이었습니다. 새벽 5시30분쯤 택시에 오른 김 씨. 기차역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였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택시기사는 전화할 곳이 있다며 김 씨에게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합니다. <인터뷰> 피해자 부모(음성변조) : "휴대전화를 서슴없이 택시기사한테 줬대요. 그러더니 그 기사가 통화를 어디에다 하는 것처럼 '형님, 형님' 하다가 '어? 전화를 안 받네' 이렇게 하면서 갖고 있더니..." 하지만 택시기사는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곤 갑자기, 목적지를 지나 택시를 몰기 시작했는데요. 김 씨는 그때서야 자신이 위험해 처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피해자 부모(음성변조) :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싶어서 운전대를 막 뒤에서 꺾었대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받아치기라도 하려고..." 납치범은 폭력까지 휘둘렸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침착하기 위해 애를 쓰며 방법을 찾았는데요. 그때 눈에 띈 건 납치범의 휴대전화였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부모(음성변조) : "납치범 휴대전화가 변속기 옆에 있더래요. 그래서 다시 운전대를 꺾는 것처럼 하면서 휴대전화를 살짝 손에 감춰서 밑에 소파 있는 곳에 놓고..." 그리곤 112에 전화를 걸었는데요. 이때 신고를 한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합니다. 수화기에 대고 직접 말하는 대신 납치범에게 대화를 건 겁니다. <녹취> 112 신고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저 좀 구해주세요'하고 말을 한 게 아니고 피의자하고 대화를 하더라고요.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저씨 살려주세요' 그러니까 남자가 욕설을 하고 소리치고... (신고자가) 기지를 발휘한 거예요. " 짧은 시간이었지만 상황을 알리기엔 충분했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출동했는데요. 그 시간, 납치범은 김 씨를 끌고 인근 대학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김 씨를 성폭행하려고 한 겁니다. 납치범이 흉기까지 꺼내든 위태로운 상황. 하지만 김 씨는 구조요청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 모습은 마침 순찰을 돌던 경비원의 눈에 띄게 됩니다. <녹취> 00대학 경비원(신고자/음성변조) : "차를 돌리다가 벽에 박은 거예요. 내가 쫓아 올라와서 차 세우라고 차를 때리는데 여자 목소리가 '아저씨 나 좀 살려주세요' 그러더라고. " 경비원의 신고로 다시 한 번 자신의 위치를 경찰에 알린 김 씨. 반면 범행 장소를 찾는데 실패한 납치범은 인근 모텔로 향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김 씨가 모텔 주인의 도움을 받을 순 없었는데요. <녹취> 모텔 주인(음성변조) : "와서 그냥 서 있다가 전화하다 그냥 갈 수도 있고... 이상한 게 없으니까 아무 이야기도 안 했겠죠." 더 이상 빠져나갈 길이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마지막으로 용기를 냈는데요. 납치범의 마음을 돌려보기로 한 겁니다. <인터뷰> 피해자 부모(음성변조) : "'아저씨는 딸이 몇 살이에요' 하고 물었대요. 딸이 있다고 하더래요. '저보다 어리겠네요' 그랬대요. '아저씨가 저를 다른 여자로 보지 말고 딸로 보고 한번만 살려주세요. 아저씨 보니까 사람은 착해 보이는데, 순간적으로 돌변한 것 같은데 정신 좀 차리면 안 되겠느냐'고..." 그렇게 1시간 반 동안 계속된 설득. 김 씨의 간절한 호소에 납치범은 끝내 눈물까지 보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피해자 부모(음성변조) : "납치범이 울더래요. 너 같은 애 처음 봤다고. '나는 마음을 먹고 왔는데 네 말에 감동을 받아서 너를 보내준다. 나중에 네가 신고해서 구속이 될지 몰라도 널 믿으마...'" 결국 차를 돌려 원래 목적지인 대전역에 김 씨를 데려다 주고 달아난 납치범. 하지만 이미 신고를 받은 경찰은 통신추적을 통해 납치범을 뒤쫓고 있었습니다. <녹취> 당시 경찰 무전 내용 : "빨리! 지금 00아파트로 이동을 하고 있으니까 차량을 도착시킨 후에 검거작전을 할 수 있도록..." 결국 사건 발생 6시간 만인 오전 11시쯤, 경찰은 납치범 43살 고모 씨를 검거했습니다. 검거 당시 필로폰과 대마를 소지하고 있던 고 씨는 범행 당일에도 마약을 투약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환각상태에서 친구에게 빌린 택시로 도심을 누비며, 납치행각을 벌인 겁니다. 고 씨는 이날 김 씨를 납치하기 20분 전에도 한 여자 승객을 택시에 태워 납치하려고 했습니다.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하자 이를 수상히 여긴 승객이 내리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습니다. <인터뷰> 이덕호(팀장/대전 동부경찰서 강력6팀) : "힘든 상황에서도 피의자의 휴대전화로 112에 신고를 해줌으로 인해서 검거가 됐고, 만약 이게 밝혀지지 않았다면 또 다른 범죄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었겠죠. " 결국 위급한 상황에서 발휘된 용기와 지혜가 더 큰 범죄피해를 막은 셈인데요. 경찰을 피의자 고 씨를 구속하고, 마약 구입 경위와 범행 동기에 대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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