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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eye] 인도 홍등가의 반딧불이
입력 2012.11.11 (09:33) 특파원 현장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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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성매매 집결지, 이른바 집창촌 문제는 어느 나라나 골칫거리입니다.

인도 역시 그런데, 인도에선 5백년을 이어온 집창촌에서 나고 자란 한 여성이 성매매 여성들을 밝은 곳으로 인도하는 사회운동을 펼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성매매 여성들의 반딧불이가 되고싶다는 그녀의 꿈과 생활, 김영인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도에서도 가장 가난하고 문맹률이 높은 지역입니다.

주도인 파트나에서 자동차를 타고 달린 지 세 시간, 무자파르푸르라는 도시에 닿습니다.

일자리를 줄 번듯한 공장도, 외지인을 끌 관광지도 거의 없는 곳이지만, 유명한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집창촌'입니다.

17세기 무굴제국 때 형성돼 역사가 5백 년에 이릅니다.

어둑어둑한 홍등가.

손님을 잡기 위해 나와 있는 여성들이 보입니다.

외국인들이 보이자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취재 카메라를 보자 업소 안으로 달아나는 여성들.

이 집창촌엔 젊은 여성만 있지 않고 다양한 연령대라는 게 특이합니다.

오랜 세월 이곳에서 성매매는 할머니와 어머니, 딸로 이어지는 일종의 가업이었기 때문입니다.

먹고 살 거리가 충분치 않고 할머니나 어머니가 성매매를 하다 보니 딸들도 같은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인터뷰> 성매매 여성 : “어린 애들도 있고, 공부시키고 먹이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어디 가서 돈을 벌겠어요. 할수 없이 이런 일이라도 하는 거죠.”

가족과 함께 지내는 집에서 남자 손님을 받기도 하기 때문에 이곳 여성들은 유년 시절 좋지 않은 기억들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 사미마(성매매 여성 손녀) : “우리 할머니가 성매매를 했는데, 할머니가 그 일을 할 때 우리는 커튼을 치고 방에 갇혀 있어야 했어요.”

5백 년 전, 돈 많은 지주들의 첩들이 모여 살면서 형성된 '집창촌'이 이젠 빈민들의 생계 수단이 된 겁니다.

당국의 단속으로 규모가 크게 줄긴 했지만, 여전히 수백 명에 이르는 마을 여성들이 성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곳 여성들이 다른 삶을 꿈꿀 수는 없는 걸까요?

결혼한 지 2년된 '나시마'라는 여성입니다.

16개 월된 아들도 있습니다.

나시마는 생모에게서 버림받고, 성매매를 하던 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나시마는 그러나, 성매매의 길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할머니의 도움으로 학교를 마친 뒤, 10여년 전부터 성매매 여성들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나시마(성매매 여성 재활 운동가) : "어두운 밤 반딧불이가 길을 밝힌다는 말이 있죠. 어두운 이 동네에 반딧불이처럼 불을 밝혀 성매매 여성들이 밝은 곳으로 나오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나시마가 운영하는 단체를 찾았습니다.

집창촌에서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이 곳의 주요 활동 가운데 하나는 잡지를 만드는 일, 활동가들이 다음 달 호에 들어갈 기사와 삽화를 정하는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32쪽 짜리 이 잡지는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건강과 교육 정보, 그리고 권익 보장 방법 등을 주로 다룹니다.

또, 집창촌을 탈출하고 싶어하는 여성들을 위해 일반적인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매달 나오는 이 잡지의 이름은 '즈그누', 우리 말로는 '반딧불이'라는 뜻입니다.

나시마가 10여 년 전 성매매 여성들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했을 때의 그 '초심'을 담은 단어입니다.

나시마는 이 잡지를 지난 2004년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 갖고 나가 전 세계 활동가들에게 알리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미국과 케냐 등 인도 밖에서도 구독 요청이 들어오고 기고문을 보내오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잡지 편집회의가 열렸던 옆방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소리가 들립니다.

한 명은 계속 작은 조각들을 찍어내고 다른 사람들은 그 조각들을 꾸며분첩 같은 데에 붙입니다.

<녹취> (무엇을 만들고 있나요?) 빈디(인도 전통 장신구)를 만들고 있어요. 빈디 뿐만 아니라, 향과, 자수 같은 것들도 만들죠.

이들은 성매매 여성들의 가족들입니다.

매일 이곳에 출근해 여성 장신구들을 만들며 용돈을 법니다.

집에 있었으면 가족 중의 누군가가 성매매를 하는 불편한 상황을 마주해야 합니다.

하지만, 나시마의 아이디어로 이렇게 바람도 쐬고 용돈벌이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터뷰> 사미마(성매매 여성 손녀) : "이제 커서 이런 바깥 세상에 나오니까, 이렇게 일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고 참 좋은 것 같아요."

나시마는 이 단체에서 50여 명의 여성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성매매 여성들의 가족들입니다.

활동 초기에는 성매매 여성들도 함께 있었지만 성매매을 할 때만큼 돈이 안 되자 모두 나가버렸습니다.

나시마는 가족들을 공략하는 우회 전략을 쓰기로 했다고 합니다.

가족들이 집에 돌아가 그들이 본 다른 세상을 성매매 여성에게 전한다면 언젠간 변화가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인터뷰> 나시마(성매매 여성 재활 운동가) : "성매매 여성들의 일상적인 삶이 파괴되면서 그들에게서 사라졌던 꿈을 다시 이룰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습니다."

이런 노력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많은 인도인들이 나시마의 도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나시마가 자란 집창촌에서 60킬로미터 떨어진 '보하톨라'라는 홍등가에 큰 불이 났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골칫거리 집창촌에 불을 지른 겁니다.

관가가 방조하고 비호했다는 의혹도 일었습니다.

성매매 여성들과 이곳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결국 모두 내쫓겼습니다.

그야말로, 극약 처방이었습니다.

나시마가 성매매 여성 문제를 대하는 방식은 이와는 정반대입니다.

단체에서 함께 일하던 성매매 여성들이 생계를 위해 집창촌으로 돌아가자 그 가족들에게 일자리를 줬습니다.

그리고, 성매매 여성들이 새 삶을 꿈꿀 수 있는 정보를 잡지에 담아 발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나시마(성매매 여성 재활 운동가) : "지금은 저 같은 활동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앞으로 저 같은 사람 백 명이 생겨서 성매매 여성들을 좋게 이끌어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성매매 여성들의 반딧불이가 되고 싶다는 나시마.

반딧불이를 닮은 그녀의 꿈이 어두운 인도 홍등가에 빛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 [특파원 eye] 인도 홍등가의 반딧불이
    • 입력 2012-11-11 09:33:03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성매매 집결지, 이른바 집창촌 문제는 어느 나라나 골칫거리입니다.

인도 역시 그런데, 인도에선 5백년을 이어온 집창촌에서 나고 자란 한 여성이 성매매 여성들을 밝은 곳으로 인도하는 사회운동을 펼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성매매 여성들의 반딧불이가 되고싶다는 그녀의 꿈과 생활, 김영인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도에서도 가장 가난하고 문맹률이 높은 지역입니다.

주도인 파트나에서 자동차를 타고 달린 지 세 시간, 무자파르푸르라는 도시에 닿습니다.

일자리를 줄 번듯한 공장도, 외지인을 끌 관광지도 거의 없는 곳이지만, 유명한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집창촌'입니다.

17세기 무굴제국 때 형성돼 역사가 5백 년에 이릅니다.

어둑어둑한 홍등가.

손님을 잡기 위해 나와 있는 여성들이 보입니다.

외국인들이 보이자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취재 카메라를 보자 업소 안으로 달아나는 여성들.

이 집창촌엔 젊은 여성만 있지 않고 다양한 연령대라는 게 특이합니다.

오랜 세월 이곳에서 성매매는 할머니와 어머니, 딸로 이어지는 일종의 가업이었기 때문입니다.

먹고 살 거리가 충분치 않고 할머니나 어머니가 성매매를 하다 보니 딸들도 같은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인터뷰> 성매매 여성 : “어린 애들도 있고, 공부시키고 먹이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어디 가서 돈을 벌겠어요. 할수 없이 이런 일이라도 하는 거죠.”

가족과 함께 지내는 집에서 남자 손님을 받기도 하기 때문에 이곳 여성들은 유년 시절 좋지 않은 기억들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 사미마(성매매 여성 손녀) : “우리 할머니가 성매매를 했는데, 할머니가 그 일을 할 때 우리는 커튼을 치고 방에 갇혀 있어야 했어요.”

5백 년 전, 돈 많은 지주들의 첩들이 모여 살면서 형성된 '집창촌'이 이젠 빈민들의 생계 수단이 된 겁니다.

당국의 단속으로 규모가 크게 줄긴 했지만, 여전히 수백 명에 이르는 마을 여성들이 성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곳 여성들이 다른 삶을 꿈꿀 수는 없는 걸까요?

결혼한 지 2년된 '나시마'라는 여성입니다.

16개 월된 아들도 있습니다.

나시마는 생모에게서 버림받고, 성매매를 하던 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나시마는 그러나, 성매매의 길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할머니의 도움으로 학교를 마친 뒤, 10여년 전부터 성매매 여성들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나시마(성매매 여성 재활 운동가) : "어두운 밤 반딧불이가 길을 밝힌다는 말이 있죠. 어두운 이 동네에 반딧불이처럼 불을 밝혀 성매매 여성들이 밝은 곳으로 나오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나시마가 운영하는 단체를 찾았습니다.

집창촌에서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이 곳의 주요 활동 가운데 하나는 잡지를 만드는 일, 활동가들이 다음 달 호에 들어갈 기사와 삽화를 정하는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32쪽 짜리 이 잡지는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건강과 교육 정보, 그리고 권익 보장 방법 등을 주로 다룹니다.

또, 집창촌을 탈출하고 싶어하는 여성들을 위해 일반적인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매달 나오는 이 잡지의 이름은 '즈그누', 우리 말로는 '반딧불이'라는 뜻입니다.

나시마가 10여 년 전 성매매 여성들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했을 때의 그 '초심'을 담은 단어입니다.

나시마는 이 잡지를 지난 2004년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 갖고 나가 전 세계 활동가들에게 알리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미국과 케냐 등 인도 밖에서도 구독 요청이 들어오고 기고문을 보내오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잡지 편집회의가 열렸던 옆방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소리가 들립니다.

한 명은 계속 작은 조각들을 찍어내고 다른 사람들은 그 조각들을 꾸며분첩 같은 데에 붙입니다.

<녹취> (무엇을 만들고 있나요?) 빈디(인도 전통 장신구)를 만들고 있어요. 빈디 뿐만 아니라, 향과, 자수 같은 것들도 만들죠.

이들은 성매매 여성들의 가족들입니다.

매일 이곳에 출근해 여성 장신구들을 만들며 용돈을 법니다.

집에 있었으면 가족 중의 누군가가 성매매를 하는 불편한 상황을 마주해야 합니다.

하지만, 나시마의 아이디어로 이렇게 바람도 쐬고 용돈벌이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터뷰> 사미마(성매매 여성 손녀) : "이제 커서 이런 바깥 세상에 나오니까, 이렇게 일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고 참 좋은 것 같아요."

나시마는 이 단체에서 50여 명의 여성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성매매 여성들의 가족들입니다.

활동 초기에는 성매매 여성들도 함께 있었지만 성매매을 할 때만큼 돈이 안 되자 모두 나가버렸습니다.

나시마는 가족들을 공략하는 우회 전략을 쓰기로 했다고 합니다.

가족들이 집에 돌아가 그들이 본 다른 세상을 성매매 여성에게 전한다면 언젠간 변화가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인터뷰> 나시마(성매매 여성 재활 운동가) : "성매매 여성들의 일상적인 삶이 파괴되면서 그들에게서 사라졌던 꿈을 다시 이룰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습니다."

이런 노력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많은 인도인들이 나시마의 도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나시마가 자란 집창촌에서 60킬로미터 떨어진 '보하톨라'라는 홍등가에 큰 불이 났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골칫거리 집창촌에 불을 지른 겁니다.

관가가 방조하고 비호했다는 의혹도 일었습니다.

성매매 여성들과 이곳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결국 모두 내쫓겼습니다.

그야말로, 극약 처방이었습니다.

나시마가 성매매 여성 문제를 대하는 방식은 이와는 정반대입니다.

단체에서 함께 일하던 성매매 여성들이 생계를 위해 집창촌으로 돌아가자 그 가족들에게 일자리를 줬습니다.

그리고, 성매매 여성들이 새 삶을 꿈꿀 수 있는 정보를 잡지에 담아 발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나시마(성매매 여성 재활 운동가) : "지금은 저 같은 활동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앞으로 저 같은 사람 백 명이 생겨서 성매매 여성들을 좋게 이끌어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성매매 여성들의 반딧불이가 되고 싶다는 나시마.

반딧불이를 닮은 그녀의 꿈이 어두운 인도 홍등가에 빛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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