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종단철도

입력 2012.11.18 (11:26) 수정 2012.11.1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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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시베리아 횡단철도’ 하면 저는 영화 ‘닥터 지바고’가 생각나는데요, 눈 덮힌 시베리아 벌판을 달리는 열차, 그 설경을 정말 잊을 수 없습니다.

네, 하지만 오늘은 영화 얘기가 아니라, 철도라는 현실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러시아에서는 장장 9천여 킬로미터의 이 시베리아 횡단 철도에 이어서, 지금 시베리아를 남북으로 잇는, 그러니까 종단철도를 건설하는 대역사에 착수했습니다.

자원의 보고, 시베리아를 본격 개발하기 위해 그 대동맥을 만드는 사업입니다. 연규선 특파원이 시베리아 현지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몸을 실은 지 사흘..'스코보로디노'역에 도착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중간 기착지이자, 시베리아 종단 열차의 출박역이기도 합니다. 시베리아 내륙 지역으로 가려는 사람들은 이 역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합니다. 새벽 시간이지만, 열차를 놓지지 않으려는 듯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대부분 여행용 가방이나 큰 짐을 들고 있습니다.

"열차가 곧 떠납니다."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승무원들이 탑승을 서두릅니다.

<녹취>승무원: (시베리아 종단열차는 어떻게 운행됩니까?) "1단계 구간요? 스코보로디노에서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기적을 울리며 역을 떠나는 시베리아 종단 열차...눈 덮힌 시베리아 내륙으로 북행합니다. 시베리아 종단 열차의 1단계 구간 중간 기착지 가운데 하나인 니륜그리. 인구 6만 5천여 명의 작은 도시ㅂ니다. 인구는 적지만 철광석이나 석탄 등 각종 광물자원이 풍부해 주목을 받는 도시입니다. 시베리아 자원 개발이 본격화되면,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 중 한 곳입니다.

<인터뷰>피티소프(니륜그리 지사): “철광석, 석탄, 금 등 많은 자원이 우리 지역에서 생산됩니다. 본격적인 개발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니륜그리에서 북상을 시작하자 대시베리아가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우랄 산맥과 태평양 사이, 북아시아 전체를 포함하는 광대한 지역. 이 땅 전체가 그야말로 자원의 보고입니다. 천연가스와 석탄 등 에너지자원과 금이나 다이아몬드 같은 지하자원이 풍부한 곳, 동 시베리아 지역은 아직까지 본격적인 탐사조차 시작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면, 시베리아는 자원의 보고란 말조차도 부족할 정도입니다. 문제라면 2년 이상 0도 이하로 얼어있는, 영구 동토의 땅이 많다는 점입니다.

<인터뷰>파벨(열차 승객) : “니륜그리에서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영구동토 지역이 많이 나옵니다. 생물이 살지 못해요. 씨를 뿌려도 소용이 없습니다.”

니륜그리를 출발해 5시간여..알단 이라는 작은 도시에 도착합니다. 한 겨울 기온이 영하 50도 안팎. 이 혹한을 뜷고 달려야하기 때문에 열차는 수시로 점검을 해야 합니다. 철도 수리공은 열심히 바퀴 주변에 얼어붙은 얼음을 제거합니다.

<인터뷰>철도 수리공: “얼음을 제거하지 않으면 열차가 고장나 멈추게됩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러시아 정부는 현재 일부만 개통돼 있는 시베리아 종단철도의 건설 공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시베리아를 동과 서, 그리고 남과 북으로 연결하는 물류망을 통해, 불모지라며 외면 받은 땅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시베리아 종단 열차가 완성되면 풍부한 자원을 운발할 수 있는 물류 혁명이 시작됩니다.

현재까지 시베리아 종단 열차는 스코보로디노에서 탐모트 까지만 개통돼 있습니다. 지역 원주민의 전통 디자인을 따라 건설했다는 노란색의 탐모트 역사가 이색적입니다. 인구 만 여명의 작은 도시. 지난해 완공한 탐모트의 철도 시설은 시베리아 종단 철도역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큽니다. 탐모트에서 동 시베리아의 주도 야쿠츠크로 가기 위해서는, 차로 8백 킬로미터를 올라가야 합니다.

<인터뷰>콘스탄틴(상인): “기차가 야쿠츠크까지 개통되면 택시를 타고 갈 필요가 없습니다. 출발지에서 열차 표를 사서 한번에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시베리아 종단철도 건설 1단계 구간의 종착지인 야쿠츠크까지 연결하기 위해서는 레나 강 위로 철도가 지나가야 합니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까지 레일 공사를 계속했지만, 때이른 혹한 때문에 나머지 공사는 내년으로 미뤘습니다.시베리아 종단 열차의 목표는 야쿠츠크를 넘어 러시아 북동쪽 끝 도시인 마가단까지.. 오는 2020년 까지 철도를 연결할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론 야쿠츠크에서 마가단, 그리고 베링해협 까지 총 길이 3천 킬로미터가 넘는 새로운 철도망을 건설한다는 이른바 '2030 플랜'도 계획돼 있습니다.

<인터뷰>마그디치(야쿠치아 철도청 부사장): “마가단 까지 철도를 연결하는 계획은 마련돼 있습니다, 그 위로 동쪽 끝까지 연결하는 것은 아직은 초기 단계입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시베리아 자원을 극동 아시아로 운반하는 신 루트 개척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시베리아 개발은 러시아의 미래가 걸린 숙원 사업이라는 겁니다.

<인터뷰>푸틴(러시아 대통령): “동 시베리아에서 동해까지 연결되는 파이프라인 건설에 러시아 정부는 7천억 루블를 투자했습니다. 인력 만해도 70만 명이 투입됐습니다.“

19세기말,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건설 모습입니다. 총 연장 9천 백 여 킬로미터에 이르는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차르 알렉산드르 3세의 구상에 따라 착공됐습니다. 1904년,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개통은 광대한 지역을 개발하고 산업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세계사의 일대 전환점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로부터 백 년만에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시베리아 종단 철도 건설, 동토의 시베리아 땅을 남과 북으로도 연결하는 대 역사가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 인력을 얼마나 원활하게 조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을 향한 미소와 구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게 독점적으로 시베리아 개발권을 주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자원 개발과 영토 보전을, 한국은 대륙 진출과 에너지 자원 확보라는 이익을 얻어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파블로프(러시아 북동연방대학교 학장): “시베리아 지역은 외국인 투자에 우호적입니다. 러시아 연방법에 따라 이 지역에 대한 외국 투자는 환영받고 있습니다.”

영화 속 장면만 같은 이미지의 시베리아 횡단열차..이제 이런 장면을 시베리아 종단철도에서도 볼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혹한의 땅, 동토의 땅 시베리아에서 펼쳐지는 개발과 건설 대역사에 한국이 참여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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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베리아 종단철도
    • 입력 2012-11-18 11:26:59
    • 수정2012-11-18 11:55:41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시베리아 횡단철도’ 하면 저는 영화 ‘닥터 지바고’가 생각나는데요, 눈 덮힌 시베리아 벌판을 달리는 열차, 그 설경을 정말 잊을 수 없습니다. 네, 하지만 오늘은 영화 얘기가 아니라, 철도라는 현실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러시아에서는 장장 9천여 킬로미터의 이 시베리아 횡단 철도에 이어서, 지금 시베리아를 남북으로 잇는, 그러니까 종단철도를 건설하는 대역사에 착수했습니다. 자원의 보고, 시베리아를 본격 개발하기 위해 그 대동맥을 만드는 사업입니다. 연규선 특파원이 시베리아 현지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몸을 실은 지 사흘..'스코보로디노'역에 도착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중간 기착지이자, 시베리아 종단 열차의 출박역이기도 합니다. 시베리아 내륙 지역으로 가려는 사람들은 이 역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합니다. 새벽 시간이지만, 열차를 놓지지 않으려는 듯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대부분 여행용 가방이나 큰 짐을 들고 있습니다. "열차가 곧 떠납니다."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승무원들이 탑승을 서두릅니다. <녹취>승무원: (시베리아 종단열차는 어떻게 운행됩니까?) "1단계 구간요? 스코보로디노에서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기적을 울리며 역을 떠나는 시베리아 종단 열차...눈 덮힌 시베리아 내륙으로 북행합니다. 시베리아 종단 열차의 1단계 구간 중간 기착지 가운데 하나인 니륜그리. 인구 6만 5천여 명의 작은 도시ㅂ니다. 인구는 적지만 철광석이나 석탄 등 각종 광물자원이 풍부해 주목을 받는 도시입니다. 시베리아 자원 개발이 본격화되면,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 중 한 곳입니다. <인터뷰>피티소프(니륜그리 지사): “철광석, 석탄, 금 등 많은 자원이 우리 지역에서 생산됩니다. 본격적인 개발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니륜그리에서 북상을 시작하자 대시베리아가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우랄 산맥과 태평양 사이, 북아시아 전체를 포함하는 광대한 지역. 이 땅 전체가 그야말로 자원의 보고입니다. 천연가스와 석탄 등 에너지자원과 금이나 다이아몬드 같은 지하자원이 풍부한 곳, 동 시베리아 지역은 아직까지 본격적인 탐사조차 시작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면, 시베리아는 자원의 보고란 말조차도 부족할 정도입니다. 문제라면 2년 이상 0도 이하로 얼어있는, 영구 동토의 땅이 많다는 점입니다. <인터뷰>파벨(열차 승객) : “니륜그리에서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영구동토 지역이 많이 나옵니다. 생물이 살지 못해요. 씨를 뿌려도 소용이 없습니다.” 니륜그리를 출발해 5시간여..알단 이라는 작은 도시에 도착합니다. 한 겨울 기온이 영하 50도 안팎. 이 혹한을 뜷고 달려야하기 때문에 열차는 수시로 점검을 해야 합니다. 철도 수리공은 열심히 바퀴 주변에 얼어붙은 얼음을 제거합니다. <인터뷰>철도 수리공: “얼음을 제거하지 않으면 열차가 고장나 멈추게됩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러시아 정부는 현재 일부만 개통돼 있는 시베리아 종단철도의 건설 공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시베리아를 동과 서, 그리고 남과 북으로 연결하는 물류망을 통해, 불모지라며 외면 받은 땅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시베리아 종단 열차가 완성되면 풍부한 자원을 운발할 수 있는 물류 혁명이 시작됩니다. 현재까지 시베리아 종단 열차는 스코보로디노에서 탐모트 까지만 개통돼 있습니다. 지역 원주민의 전통 디자인을 따라 건설했다는 노란색의 탐모트 역사가 이색적입니다. 인구 만 여명의 작은 도시. 지난해 완공한 탐모트의 철도 시설은 시베리아 종단 철도역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큽니다. 탐모트에서 동 시베리아의 주도 야쿠츠크로 가기 위해서는, 차로 8백 킬로미터를 올라가야 합니다. <인터뷰>콘스탄틴(상인): “기차가 야쿠츠크까지 개통되면 택시를 타고 갈 필요가 없습니다. 출발지에서 열차 표를 사서 한번에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시베리아 종단철도 건설 1단계 구간의 종착지인 야쿠츠크까지 연결하기 위해서는 레나 강 위로 철도가 지나가야 합니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까지 레일 공사를 계속했지만, 때이른 혹한 때문에 나머지 공사는 내년으로 미뤘습니다.시베리아 종단 열차의 목표는 야쿠츠크를 넘어 러시아 북동쪽 끝 도시인 마가단까지.. 오는 2020년 까지 철도를 연결할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론 야쿠츠크에서 마가단, 그리고 베링해협 까지 총 길이 3천 킬로미터가 넘는 새로운 철도망을 건설한다는 이른바 '2030 플랜'도 계획돼 있습니다. <인터뷰>마그디치(야쿠치아 철도청 부사장): “마가단 까지 철도를 연결하는 계획은 마련돼 있습니다, 그 위로 동쪽 끝까지 연결하는 것은 아직은 초기 단계입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시베리아 자원을 극동 아시아로 운반하는 신 루트 개척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시베리아 개발은 러시아의 미래가 걸린 숙원 사업이라는 겁니다. <인터뷰>푸틴(러시아 대통령): “동 시베리아에서 동해까지 연결되는 파이프라인 건설에 러시아 정부는 7천억 루블를 투자했습니다. 인력 만해도 70만 명이 투입됐습니다.“ 19세기말,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건설 모습입니다. 총 연장 9천 백 여 킬로미터에 이르는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차르 알렉산드르 3세의 구상에 따라 착공됐습니다. 1904년,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개통은 광대한 지역을 개발하고 산업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세계사의 일대 전환점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로부터 백 년만에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시베리아 종단 철도 건설, 동토의 시베리아 땅을 남과 북으로도 연결하는 대 역사가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 인력을 얼마나 원활하게 조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을 향한 미소와 구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게 독점적으로 시베리아 개발권을 주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자원 개발과 영토 보전을, 한국은 대륙 진출과 에너지 자원 확보라는 이익을 얻어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파블로프(러시아 북동연방대학교 학장): “시베리아 지역은 외국인 투자에 우호적입니다. 러시아 연방법에 따라 이 지역에 대한 외국 투자는 환영받고 있습니다.” 영화 속 장면만 같은 이미지의 시베리아 횡단열차..이제 이런 장면을 시베리아 종단철도에서도 볼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혹한의 땅, 동토의 땅 시베리아에서 펼쳐지는 개발과 건설 대역사에 한국이 참여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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