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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eye] 에티오피아의 희망 ‘가죽’
입력 2012.11.25 (09:28) 수정 2012.12.01 (06:07) 특파원 현장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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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발이 주요 수출품목이었을 만큼 우리나라도 가난했던 때가 있었는데요,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에티오피아에서는 가죽이 수출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아프리카에선 가축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여서 가능한 일이지만, 가죽 가공 수출은 에티오피아 경제의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정성호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에티오피아..거리 곳곳엔 실업자는 물론 구걸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전체 인구 8천 5백만 명. 그 가운데 80% 이상이 하루에 2달러, 우리 돈 2천 원 남짓 되는 돈으로 생활할 정도로 빈곤은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빈곤의 땅에 최근 변화의 바람의 불고 있습니다.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확충은 물론 건물 신축 공사가 끊이지 않는 거리..아직은 대외 원조에 더 의존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10% 안팎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경제도 꾸준한 성장셉니다. 최대 수출품인 커피에 이어, 가죽과 섬유 분야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죽 산업은 에티오피아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습니다.

아프리카 최대의 재래시장으로 꼽히는 메르카토 시장. 상인과 행인들이 뒤섞여 활기가 넘치는 시장 한 편에 가죽 상점들이 줄지어 늘어섰습니다. 각종 신발이나 가방은 물론 다양한 디자인의 옷까지..가죽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제품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헤노크(재래시장 상인): “품질이 좋습니다. 모두 에티오피아에서 만든 겁니다. 주로 소가죽이지만, 이건 양가죽입니다. 여러 색상이 있는데, 노란색과 회색, 검은색 등 다양한 제품들이 있습니다.”

이런 가죽 제품이 유통되는 건 불과 4,5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과거엔 대부분 해외에서 들여와 비싼 값을 치러야만 살 수 있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5명 중 4명이 농업에 종사하는 에티오피아인들에게 가축은 으뜸가는 재산 목록입니다. 도시를 벗어나면 어디에서든 소와 양, 염소 떼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1억 마리가 넘는 가축이 한반도의 5배에 달하는 드넓은 땅에서 사육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수의 가축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셈이지만, 아직까지 가축을 이렇게 놓아기르는 등 전통적인 사육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한 해에 도축되는 가축은 2천만 마리 정도. 도축된 뒤 고기는 식용으로 유통되고, 가죽은 가공 공장으로 팔려 나갑니다. 도축은 도심 거리에서도 이뤄집니다. 양이나 염소를 구입한 뒤 즉석에서 도축을 하면 고기는 구입한 사람이 가져가고, 가죽은 소매상들이 되삽니다.

<인터뷰>우스만(아디스아바바 주민): “다른 데서도 가죽을 구할 수 있습니다. 아디스아바바에만 메르카토나 피아사, 차르코스 등 여러 곳이 있습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에만 줄잡아 수십 곳의 가축시장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가축 시장이 들어섭니다. 수십 마리에서 수백 마리까지..거래 규모는 시장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백 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염소 쉰 마리를 직접 몰고 왔다는 이 농민. 벌써 사흘째 가축들과 함께 거리에서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이 가축들을 모두 판 뒤에야 고향집으로 돌아갈 계획이지만, 아직 절반 정도 밖에 팔지 못해 속상해 합니다.

<인터뷰>체루(축산 농민): “집에 가면 염소 판 돈으로 아이들 교육도 시키고, 집세도 내고, 농장 관리하는 데 써야 합니다.”

도심 외곽의 한 가죽공장입니다. 천여 명이 근무할 정도로, 에티오피아에선 제법 큰 규모의 공장입니다. 가죽을 가공하는 데 필요한 공정은 모두 20여 단계. 복잡한 과정 때문에 자본과 기술력 없인 불가능합니다. 이 공장도 최근에서야 이런 모든 공정을 도입했습니다. 공장 한쪽에선 가죽의 털과 편육을 없애고, 일정한 두께로 만드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인터뷰>제리 훔 톨라(가죽공장 직원): “첫 번째로 가죽을 부드럽게 하는 공정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신발같은 걸 만들 수 없습니다. 가죽을 세척해서 가축의 털을 없애는 겁니다.”

염색과 건조, 무두질은 필수. 최소 일주일 이상이 걸립니다. 이 공장에서 10여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28살의 아이 샤카드 씨. 가죽을 선별해 등급을 매기고, 자투리를 정리하는 일을 합니다. 힘들 법도 하지만, 내내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손에 쥔 가죽 한 장이 노동자들에겐 삶의 희망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아이 샤카드(가죽공장 직원): “여기서 일을 하게 되면서 집도 새로 짓고, 아이들 교육도 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제 삶이 변한 셈입니다.”

거친 원피는 모든 가공을 마치고 나서야 형형색색의 질기고 부드러운 최상품 가죽으로 재탄생합니다. 이 가죽들은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물론 인도와 일본, 우리나라에도 수출됩니다.

<인터뷰>후세인(가죽공장 사장): “새로운 형태, 새로운 색상의 가죽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죽 전시회나 박람회에서 선을 보이고, 주문을 받아 생산합니다. 기본이 20가지 색상인데, 이 색상을 변화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공장의 또 다른 작업장..가공이 다 된 가죽을 가지고 재단 작업을 하느라 분주합니다. 재봉틀의 움직임에 따라 가죽은 전혀 다른 제품으로 변신합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간단한 가공을 거친 이런 가죽 원료를 수출하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기술과 설비에 대한 투자를 거듭하면서 최근에 이런 가방이나 구두 같은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에티오피아의 가죽 산업이 큰 전환점을 맞은 셈입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에티오피아 정부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세금 면제와 부지 무상제공 등 여러 혜택을 준 겁니다. 그 덕에 가죽 관련 업체만 모두 60여 개로 늘었고, 종사자도 최근 급증했습니다. 올 초엔 한 중국 업체로부터 20억 달러, 2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받기로 하는 등 외자 유치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원두 레게쎄(에티오피아 가죽산업협회 회장): “완제품을 수출하면 가죽 원료를 수출할 때보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또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해 에티오피아의 가죽 제품 수출액은 1억 4백만 달러. 우리 돈 천 백억 원이 넘습니다. 올해는 그 두 배를 내다보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높은 물류 비용과 숙련된 인력의 부족, 그리고 원시적인 가축 사육 방식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폴 티어리(가죽공장 매니저): “방목을 하기 때문에 가축들의 가죽에 상처가 나서 제품을 만들 때 가죽을 조각낼 수밖에 없습니다. 또 가축 질병이 많아 가죽의 가치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오랜 내전과 가뭄..게다가 정치적 불안까지 이어지며 빈곤국가로 전락해버린 에티오피아. 하루하루 끼니를 고민하고, 불안한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에티오피아인들에게 '가죽 산업'은 작은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습니다.
  • [특파원 eye] 에티오피아의 희망 ‘가죽’
    • 입력 2012-11-25 09:28:13
    • 수정2012-12-01 06:07:24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가발이 주요 수출품목이었을 만큼 우리나라도 가난했던 때가 있었는데요,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에티오피아에서는 가죽이 수출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아프리카에선 가축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여서 가능한 일이지만, 가죽 가공 수출은 에티오피아 경제의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정성호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에티오피아..거리 곳곳엔 실업자는 물론 구걸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전체 인구 8천 5백만 명. 그 가운데 80% 이상이 하루에 2달러, 우리 돈 2천 원 남짓 되는 돈으로 생활할 정도로 빈곤은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빈곤의 땅에 최근 변화의 바람의 불고 있습니다.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확충은 물론 건물 신축 공사가 끊이지 않는 거리..아직은 대외 원조에 더 의존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10% 안팎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경제도 꾸준한 성장셉니다. 최대 수출품인 커피에 이어, 가죽과 섬유 분야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죽 산업은 에티오피아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습니다.

아프리카 최대의 재래시장으로 꼽히는 메르카토 시장. 상인과 행인들이 뒤섞여 활기가 넘치는 시장 한 편에 가죽 상점들이 줄지어 늘어섰습니다. 각종 신발이나 가방은 물론 다양한 디자인의 옷까지..가죽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제품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헤노크(재래시장 상인): “품질이 좋습니다. 모두 에티오피아에서 만든 겁니다. 주로 소가죽이지만, 이건 양가죽입니다. 여러 색상이 있는데, 노란색과 회색, 검은색 등 다양한 제품들이 있습니다.”

이런 가죽 제품이 유통되는 건 불과 4,5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과거엔 대부분 해외에서 들여와 비싼 값을 치러야만 살 수 있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5명 중 4명이 농업에 종사하는 에티오피아인들에게 가축은 으뜸가는 재산 목록입니다. 도시를 벗어나면 어디에서든 소와 양, 염소 떼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1억 마리가 넘는 가축이 한반도의 5배에 달하는 드넓은 땅에서 사육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수의 가축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셈이지만, 아직까지 가축을 이렇게 놓아기르는 등 전통적인 사육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한 해에 도축되는 가축은 2천만 마리 정도. 도축된 뒤 고기는 식용으로 유통되고, 가죽은 가공 공장으로 팔려 나갑니다. 도축은 도심 거리에서도 이뤄집니다. 양이나 염소를 구입한 뒤 즉석에서 도축을 하면 고기는 구입한 사람이 가져가고, 가죽은 소매상들이 되삽니다.

<인터뷰>우스만(아디스아바바 주민): “다른 데서도 가죽을 구할 수 있습니다. 아디스아바바에만 메르카토나 피아사, 차르코스 등 여러 곳이 있습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에만 줄잡아 수십 곳의 가축시장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가축 시장이 들어섭니다. 수십 마리에서 수백 마리까지..거래 규모는 시장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백 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염소 쉰 마리를 직접 몰고 왔다는 이 농민. 벌써 사흘째 가축들과 함께 거리에서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이 가축들을 모두 판 뒤에야 고향집으로 돌아갈 계획이지만, 아직 절반 정도 밖에 팔지 못해 속상해 합니다.

<인터뷰>체루(축산 농민): “집에 가면 염소 판 돈으로 아이들 교육도 시키고, 집세도 내고, 농장 관리하는 데 써야 합니다.”

도심 외곽의 한 가죽공장입니다. 천여 명이 근무할 정도로, 에티오피아에선 제법 큰 규모의 공장입니다. 가죽을 가공하는 데 필요한 공정은 모두 20여 단계. 복잡한 과정 때문에 자본과 기술력 없인 불가능합니다. 이 공장도 최근에서야 이런 모든 공정을 도입했습니다. 공장 한쪽에선 가죽의 털과 편육을 없애고, 일정한 두께로 만드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인터뷰>제리 훔 톨라(가죽공장 직원): “첫 번째로 가죽을 부드럽게 하는 공정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신발같은 걸 만들 수 없습니다. 가죽을 세척해서 가축의 털을 없애는 겁니다.”

염색과 건조, 무두질은 필수. 최소 일주일 이상이 걸립니다. 이 공장에서 10여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28살의 아이 샤카드 씨. 가죽을 선별해 등급을 매기고, 자투리를 정리하는 일을 합니다. 힘들 법도 하지만, 내내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손에 쥔 가죽 한 장이 노동자들에겐 삶의 희망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아이 샤카드(가죽공장 직원): “여기서 일을 하게 되면서 집도 새로 짓고, 아이들 교육도 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제 삶이 변한 셈입니다.”

거친 원피는 모든 가공을 마치고 나서야 형형색색의 질기고 부드러운 최상품 가죽으로 재탄생합니다. 이 가죽들은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물론 인도와 일본, 우리나라에도 수출됩니다.

<인터뷰>후세인(가죽공장 사장): “새로운 형태, 새로운 색상의 가죽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죽 전시회나 박람회에서 선을 보이고, 주문을 받아 생산합니다. 기본이 20가지 색상인데, 이 색상을 변화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공장의 또 다른 작업장..가공이 다 된 가죽을 가지고 재단 작업을 하느라 분주합니다. 재봉틀의 움직임에 따라 가죽은 전혀 다른 제품으로 변신합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간단한 가공을 거친 이런 가죽 원료를 수출하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기술과 설비에 대한 투자를 거듭하면서 최근에 이런 가방이나 구두 같은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에티오피아의 가죽 산업이 큰 전환점을 맞은 셈입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에티오피아 정부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세금 면제와 부지 무상제공 등 여러 혜택을 준 겁니다. 그 덕에 가죽 관련 업체만 모두 60여 개로 늘었고, 종사자도 최근 급증했습니다. 올 초엔 한 중국 업체로부터 20억 달러, 2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받기로 하는 등 외자 유치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원두 레게쎄(에티오피아 가죽산업협회 회장): “완제품을 수출하면 가죽 원료를 수출할 때보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또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해 에티오피아의 가죽 제품 수출액은 1억 4백만 달러. 우리 돈 천 백억 원이 넘습니다. 올해는 그 두 배를 내다보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높은 물류 비용과 숙련된 인력의 부족, 그리고 원시적인 가축 사육 방식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폴 티어리(가죽공장 매니저): “방목을 하기 때문에 가축들의 가죽에 상처가 나서 제품을 만들 때 가죽을 조각낼 수밖에 없습니다. 또 가축 질병이 많아 가죽의 가치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오랜 내전과 가뭄..게다가 정치적 불안까지 이어지며 빈곤국가로 전락해버린 에티오피아. 하루하루 끼니를 고민하고, 불안한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에티오피아인들에게 '가죽 산업'은 작은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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