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보험금 때문에” 살해 후 지문까지

입력 2013.01.04 (08:37) 수정 2013.01.0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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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해치는 사건이 또 일어났습니다.

사귀던 50대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내연녀가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이 내연녀와 일당이 범행을 저지른 뒤, 보험금을 타내려고 한 일들이 참 어처구니가 없고, 또 끔찍합니다.

김기흥 기자, 피해자 엄지손가락의 지문을 도려냈다면서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이들은 주민등록증을 재발급 받기 위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지렀는데요.

이제까지의 보험사기는 피해자에게 보험을 들게 한 뒤 살해한 다음, 사고로 위장해 거액의 보험금을 가로채는 수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는데요.

처음부터 아예 피해자를 살해한 다음 다른 사람에게 피해자 행세를 하게 해 보험에 들게 한 겁니다.

정말 영화 같은 내용인데요.

하지만, 각본은 치밀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어리숙한 자신들의 범행에 도리어 발목이 잡히게 된 이들의 엽기 보험사기 행각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제주시내의 한 은행

지난달 28일, 50대 여성이 한 남성과 함께 이곳을 찾았습니다.

남성은 자신을 고모 씨라고 자처하며 생명보험에 가입했습니다.

<녹취> 은행 관계자 (음성변조) : "둘이 와서 가입을 한 거죠. 모자 쓰고 해서 얼굴 형태가 비슷하니까 그렇게 한 거예요. "

그런데! 보험에 가입하러 온 고 씨는 이미 하루 전 사망한 걸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그제, 이곳에 주차된 차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는데요.

<녹취> 목격자 (음성변조) : "(지난달) 31일 밤에 사람들 몇 명이 분주하게 좀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뭐 들고, 물건 같은 거... "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난달 27일에 사망했다는 고 씨는 31일에도 이 주민센터에도 왔었다고 합니다!

<녹취> 고 모 씨 가족 (음성변조) : "여직원이 지문이 다르게 나오니 다시 채취하자고 하니까 그냥 가버렸다는 거예요."

숨진 고 씨를 사칭한 사람은 대체 누굴까.

그제, 경찰은 고 씨 행세를 한 50대 남성 김모 씨와 고 씨의 내연녀 이모 씨를 검거했습니다.

이들은 고 씨를 살해해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녹취> 김OO(피의자/음성변조) : "신축건물을 지으면서 융자를 받았기 때문에 (돈이 필요했습니다.) 유족과 고인에게 죄송하고요."

경찰 조사 결과, 고 씨의 내연녀 이 씨가 수억 원대의 보험금을 노리고 벌인 사건이었는데요.

이 씨가 강원도 홍천에서 보육원을 운영하는 사회복지사라는 점이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씨는 또 다른 내연남 김 씨는 물론 보육원에서 자란 양아들까지 범행에 끌어들였는데요.

<인터뷰> 양수진(형사과장/제주 동부경찰서) : "우리가 얘기하는 사회복지사 개념이고요. (공범인) 서 모 씨 같은 경우는 보육원에서 어릴 때 양육돼 이 씨를 어머니처럼 따르는..."

이 씨는 5년 전 관광을 하기 위해 제주도를 찾았습니다.

우연히 고 씨를 알게 됐고 두 사람은 곧 연인관계로 발전했는데요.

<녹취> 유가족(음성변조) : "자기가 돈도 많이 있고 우리 동생(피해자)을 얼마든지 먹여서 살 수 있다고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아니다, 헤어져라. 만나지 마라. 아무래도 이상해. 이상해'... (그랬어요.)"

가족의 반대에도 두 사람은 계속 만나왔습니다.

그러다 최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 이 씨가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인터뷰> 양수진(형사과장/제주 동부경찰서) : "채무가 5천3백만 원 정도 있는 상태에서 이거를 갚을만한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범행의 동기가 아닌가... "

이 씨는 계획대로 고 씨에게 고액의 보험에 가입하라고 권유하기 시작했습니다.

보험금을 많이 주는 만큼 납입금이 수백 만 원에 이르는 상품들이었는데요.

하지만 보험사들은 일정한 직업이 없는 고 씨에게 여러 가지 서류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 씨는 더 이상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려고 했는데요.

고 씨를 보험에 가입시키는 데 실패한 이 씨는 공모자 김 씨 등과 함께 새로운 계획을 세웁니다.

고 씨를 ‘먼저’ 살해한 뒤에, 보험사기를 벌이기로 한 겁니다.

<인터뷰> 양수진(형사과장/제주 동부경찰서) : "이혼했고 자식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분이 사라진다고 알아채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쉽게 (범행) 대상자로 선정한 게 아닌가... "

결국 이들은 지난달 27일 고 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질식시켜 숨지게 했는데요.

그리고 다음날 고 씨의 운전면허증을 들고 은행 세 곳을 찾는데요.

가입한 생명보험의 지급 규모는 모두 9억 원대.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직원의 의심을 사게 됩니다.

<녹취> 은행 관계자 (음성변조) : "사망보험을 적극적으로 가입을 하니까... 이분은 특히 다른 보험 상품도 또 있느냐고 막 하니까 우리 직원이 의심스러워서 (보험)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그쪽(보험심사 부서)에 얘기를 해놨어요."

누가 봐도 의심할 정도로 어설펐다는 이들.

보험 가입 절차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직원이 추가 서류를 요구하자 급히 신청했던 보험을 해지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인터뷰> 양수진(형사과장/제주 동부경찰서) : "자필증명이라든가 이런 것을 더 요구를 했어요. 그러다보니 부담을 느껴서 결과적으로 피의자들이 포기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은 이후 범행을 멈추는 대신 더 끔찍한 일을 계획합니다.

그리고 인근의 편의점에서 접착제를 구입하는데요.

문구용 칼로 시신의 엄지손가락 ‘지문’을 도려내 접착제로 김 씨의 손가락에 옮겨 붙인 뒤, 아예 김 씨의 사진이 붙은 주민등록증을 재발급 받으려 한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설픈 행동으로 주민센터 직원의 의심을 사게 됩니다.

<녹취> 주민센터 직원 (음성변조) : "(손가락에) 살 느낌의 이물질이 붙어져 있었는데 그 부분은 상처라고 하는데 (아닌 것 같았어요.)"

지문은 고 씨의 지문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김 씨는 의심 받고 있다는 것조차 눈치 채지 못하고 직원에게 항의까지 했습니다.

결국 주민센터 직원은 고 씨의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가족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녹취> 유가족 (음성변조) : "(지난달) 26일 저녁부터 통화가 안 된 거죠. (그러다) 얼굴도 다르고 그런 사람이 왔다 갔으니까 주민등록증 관리를 잘 하라고 (동생에게) 전해 달라고 누나한테 연락이 온 거예요. "

범행을 은폐하는 과정에서도 이들의 모습은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시신을 덮기 위해 상자를 구하는 모습을 마트 CCTV에 그대로 촬영된 건데요.

게다가 숨진 고 씨를 승용차에 실어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대로변에 버려두는 허점까지 드러냈는데요.

결국 경찰 수사망에 걸려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고인과 유가족은 돌이킬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입고 말았습니다.

<녹취> 피해자 가족 (음성변조) : "벌을 좀 엄중하게 내렸으면 좋겠어요. 정말 억울하게 (고인이) 가니까 살 수가 없어요. 억울해서..."

어설픈 범행으로 가는 곳마다 흔적과 의구심을 남겨 결국 시신 발견 하루 만에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들.

경찰은 이 씨 등 세 명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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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보험금 때문에” 살해 후 지문까지
    • 입력 2013-01-04 08:37:50
    • 수정2013-01-04 09: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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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해치는 사건이 또 일어났습니다. 사귀던 50대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내연녀가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이 내연녀와 일당이 범행을 저지른 뒤, 보험금을 타내려고 한 일들이 참 어처구니가 없고, 또 끔찍합니다. 김기흥 기자, 피해자 엄지손가락의 지문을 도려냈다면서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이들은 주민등록증을 재발급 받기 위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지렀는데요. 이제까지의 보험사기는 피해자에게 보험을 들게 한 뒤 살해한 다음, 사고로 위장해 거액의 보험금을 가로채는 수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는데요. 처음부터 아예 피해자를 살해한 다음 다른 사람에게 피해자 행세를 하게 해 보험에 들게 한 겁니다. 정말 영화 같은 내용인데요. 하지만, 각본은 치밀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어리숙한 자신들의 범행에 도리어 발목이 잡히게 된 이들의 엽기 보험사기 행각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제주시내의 한 은행 지난달 28일, 50대 여성이 한 남성과 함께 이곳을 찾았습니다. 남성은 자신을 고모 씨라고 자처하며 생명보험에 가입했습니다. <녹취> 은행 관계자 (음성변조) : "둘이 와서 가입을 한 거죠. 모자 쓰고 해서 얼굴 형태가 비슷하니까 그렇게 한 거예요. " 그런데! 보험에 가입하러 온 고 씨는 이미 하루 전 사망한 걸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그제, 이곳에 주차된 차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는데요. <녹취> 목격자 (음성변조) : "(지난달) 31일 밤에 사람들 몇 명이 분주하게 좀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뭐 들고, 물건 같은 거... "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난달 27일에 사망했다는 고 씨는 31일에도 이 주민센터에도 왔었다고 합니다! <녹취> 고 모 씨 가족 (음성변조) : "여직원이 지문이 다르게 나오니 다시 채취하자고 하니까 그냥 가버렸다는 거예요." 숨진 고 씨를 사칭한 사람은 대체 누굴까. 그제, 경찰은 고 씨 행세를 한 50대 남성 김모 씨와 고 씨의 내연녀 이모 씨를 검거했습니다. 이들은 고 씨를 살해해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녹취> 김OO(피의자/음성변조) : "신축건물을 지으면서 융자를 받았기 때문에 (돈이 필요했습니다.) 유족과 고인에게 죄송하고요." 경찰 조사 결과, 고 씨의 내연녀 이 씨가 수억 원대의 보험금을 노리고 벌인 사건이었는데요. 이 씨가 강원도 홍천에서 보육원을 운영하는 사회복지사라는 점이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씨는 또 다른 내연남 김 씨는 물론 보육원에서 자란 양아들까지 범행에 끌어들였는데요. <인터뷰> 양수진(형사과장/제주 동부경찰서) : "우리가 얘기하는 사회복지사 개념이고요. (공범인) 서 모 씨 같은 경우는 보육원에서 어릴 때 양육돼 이 씨를 어머니처럼 따르는..." 이 씨는 5년 전 관광을 하기 위해 제주도를 찾았습니다. 우연히 고 씨를 알게 됐고 두 사람은 곧 연인관계로 발전했는데요. <녹취> 유가족(음성변조) : "자기가 돈도 많이 있고 우리 동생(피해자)을 얼마든지 먹여서 살 수 있다고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아니다, 헤어져라. 만나지 마라. 아무래도 이상해. 이상해'... (그랬어요.)" 가족의 반대에도 두 사람은 계속 만나왔습니다. 그러다 최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 이 씨가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인터뷰> 양수진(형사과장/제주 동부경찰서) : "채무가 5천3백만 원 정도 있는 상태에서 이거를 갚을만한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범행의 동기가 아닌가... " 이 씨는 계획대로 고 씨에게 고액의 보험에 가입하라고 권유하기 시작했습니다. 보험금을 많이 주는 만큼 납입금이 수백 만 원에 이르는 상품들이었는데요. 하지만 보험사들은 일정한 직업이 없는 고 씨에게 여러 가지 서류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 씨는 더 이상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려고 했는데요. 고 씨를 보험에 가입시키는 데 실패한 이 씨는 공모자 김 씨 등과 함께 새로운 계획을 세웁니다. 고 씨를 ‘먼저’ 살해한 뒤에, 보험사기를 벌이기로 한 겁니다. <인터뷰> 양수진(형사과장/제주 동부경찰서) : "이혼했고 자식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분이 사라진다고 알아채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쉽게 (범행) 대상자로 선정한 게 아닌가... " 결국 이들은 지난달 27일 고 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질식시켜 숨지게 했는데요. 그리고 다음날 고 씨의 운전면허증을 들고 은행 세 곳을 찾는데요. 가입한 생명보험의 지급 규모는 모두 9억 원대.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직원의 의심을 사게 됩니다. <녹취> 은행 관계자 (음성변조) : "사망보험을 적극적으로 가입을 하니까... 이분은 특히 다른 보험 상품도 또 있느냐고 막 하니까 우리 직원이 의심스러워서 (보험)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그쪽(보험심사 부서)에 얘기를 해놨어요." 누가 봐도 의심할 정도로 어설펐다는 이들. 보험 가입 절차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직원이 추가 서류를 요구하자 급히 신청했던 보험을 해지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인터뷰> 양수진(형사과장/제주 동부경찰서) : "자필증명이라든가 이런 것을 더 요구를 했어요. 그러다보니 부담을 느껴서 결과적으로 피의자들이 포기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은 이후 범행을 멈추는 대신 더 끔찍한 일을 계획합니다. 그리고 인근의 편의점에서 접착제를 구입하는데요. 문구용 칼로 시신의 엄지손가락 ‘지문’을 도려내 접착제로 김 씨의 손가락에 옮겨 붙인 뒤, 아예 김 씨의 사진이 붙은 주민등록증을 재발급 받으려 한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설픈 행동으로 주민센터 직원의 의심을 사게 됩니다. <녹취> 주민센터 직원 (음성변조) : "(손가락에) 살 느낌의 이물질이 붙어져 있었는데 그 부분은 상처라고 하는데 (아닌 것 같았어요.)" 지문은 고 씨의 지문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김 씨는 의심 받고 있다는 것조차 눈치 채지 못하고 직원에게 항의까지 했습니다. 결국 주민센터 직원은 고 씨의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가족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녹취> 유가족 (음성변조) : "(지난달) 26일 저녁부터 통화가 안 된 거죠. (그러다) 얼굴도 다르고 그런 사람이 왔다 갔으니까 주민등록증 관리를 잘 하라고 (동생에게) 전해 달라고 누나한테 연락이 온 거예요. " 범행을 은폐하는 과정에서도 이들의 모습은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시신을 덮기 위해 상자를 구하는 모습을 마트 CCTV에 그대로 촬영된 건데요. 게다가 숨진 고 씨를 승용차에 실어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대로변에 버려두는 허점까지 드러냈는데요. 결국 경찰 수사망에 걸려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고인과 유가족은 돌이킬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입고 말았습니다. <녹취> 피해자 가족 (음성변조) : "벌을 좀 엄중하게 내렸으면 좋겠어요. 정말 억울하게 (고인이) 가니까 살 수가 없어요. 억울해서..." 어설픈 범행으로 가는 곳마다 흔적과 의구심을 남겨 결국 시신 발견 하루 만에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들. 경찰은 이 씨 등 세 명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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