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내가 고서 수집에 인생을 건 이유는…”

입력 2013.04.01 (08:41) 수정 2013.04.0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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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예전엔 동네마다 헌책방 쉽게 볼수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자취를 감췄죠.

하지만 여전히 헌책의 매력에 빠져서 수집하는 분들 계시더라고요.

누렇게 빛바랜 표지와 오래된 종이냄새가 헌책 만의 멋일텐데요.

헌책을 넘어서 우리 역사까지 엿볼수 있는 고서의 멋에 빠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예 자신이 수집한 고서를 모아 이번에 전시회를 연 분도 있다는데요.

양영은 기자, 거의 박물관에 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요?

<기자 멘트>

네, 전시장은 서울 인사동에 있는데요.

겉에서 보면 그냥 지나치기 쉬울 정도로 소박하지만, 안에 들어가보면 엄청난 소장 유물에 놀라움을 금치 못 하게 됩니다.

30여 년간 우리 고서 10만 점을 모아 온 한 수집가가 팔순을 앞두고, 오는 8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한국의 고서 전시회' 시리즈를 열고 있는데요.

단군 기록이 처음 나오는 삼국유사 판본부터 영국 잡지에 실린 고종 황제 그림까지 진귀한 보물들이 많습니다.

화면 통해 만나 보시죠.

<리포트>

지난 달부터 앞으로 다섯 달 동안 한국의 고서 장기 특별전을 여는 서울 인사동의 한 갤러리입니다.

단군이 최초로 기록된 삼국유사의 정덕본 판본을 비롯해 단군의 모습을 최초로 그린 책으로 일제 강점기에 출판된 '신궁건축지'까지... 우리나라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고서들을 모은 전시가 한창인데요.

이곳에 전시되고 있는 모든 고서는 단 한 사람이 모은 겁니다.

고서 수집가로 명성이 자자한 여승구 씨인데요.

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이번 전시에 1800여 점을 공개할 계획입니다.

이번에 400여 점을 먼저 공개했고요.

<녹취> 여승구(대표/고서 수집가) : "책 수집을 통해서 (외세의) 간섭 때문에 훼손된 역사의 원형을 찾고 싶다. 그런 뜻을 담아서 박물관과 더불어 전시도 하고 있죠. "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던 선조들의 책을 만나며 관람객들도 무언가 채워가는 느낌입니다.

<녹취> 김한을(서울시 신림동) : "이런 전시를 준비해주신 분은 어떻게 보면 장인정신이 있으신 것 같아요. 역사에 대한 생각도 있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모아주신 게 좋은 것 같아요. "

<녹취> 이승면(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 "책을 보면서 역사 속으로 새로 들어가는 것 같아서 옛날로 가는 경험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

<녹취> 여승구(화봉 갤러리 대표) : "이 고문서는 <좌명공신녹권>이란 것인데 공신들에게 상을 준 (기록을 담은) 문서입니다. 태종 이방원이 완전히 정권을 굳힌 다음에 포상한 것을 (기록한) 것입니다. 현재 단 하나만 남아 있어서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죠. 그런데 새로 (필사본이) 발굴되어서 최초로 전시한 것입니다. "

역사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닌 책부터, 실물 크기를 자랑하는 광개토대왕릉비 탁본, 19세기 영국잡지에 실린 고종황제의 캐리커처, 그리고 돋보기로 봐야 겨우 보일 정도로 작은 글씨로 쓰인 조선시대 전문까지.

<녹취> 여승구(대표/고서 수집가) : "(글씨가) 작을수록 (왕에 대한) 경외의 뜻이 커진다고 하니까 그런 의미를 담아서."

귀중한 고서들 속에는 우리네 역사가 깃들어있습니다.

역사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시네요.

<녹취> "들은 풍월이죠. "

<녹취> "수집가는 수집가일 뿐이지. "

자신은 수집가일 뿐이라며 몸을 낮추는 여승구 대표가 대놓고 자랑하는 책이 있으니 바로 세상에서 가장 큰 책입니다.

<녹취> 여승구(대표/고서 수집가) : "책 이름이 ‘부탄’이에요. 출판하는 것이 아니고 회비 만 달러를 내면 출력해서 보내주는 거죠. 책은 1700만 원 정도고, 전시대가 2400만 원 정도고요. 합쳐서 4000만 원입니다. "

큰 책이 있다면 작은 책도 있어야겠죠?

현미경으로 확인해야만 보인다는 좁쌀보다 작은 크기의 책입니다.

이런 귀한 책들은 어떻게 다 구하게 됐을까요?

<녹취> 여승구(대표/고서 수집가) : "모르고 있었는데 세계를 여행하다가 (책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어서 전 세계 서점이나 수집가들한테 (수소문해서) 5년 만에 구입했습니다. "

여 대표는 30여 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책을 수집하면서 다양한 사건도 많이 겪었다는데요,

<녹취> 여승구(대표/고서 수집가) : "(책을) 사서 들어오다가 밀수혐의로 조사받은 적도 있고 또 언젠가 마드리드에서 택시에 지갑을 놓고 내렸어요. 걸어 다니고, 밥도 굶고. "

이렇게 모은 책이 무려 십만여 권!

그의 사무실은 온통 책으로 가득해 사람이 지나갈 틈도 없을 지경인데요.

이렇게 평생 책을 모으게 된 이유는 단지 책이 좋아서라고 합니다.

입버릇처럼 스스로 책과 결혼했다고 말하는데요,

인생에 책이 전부일 것 같은 그에게도 죽마고우가 있습니다.

희귀한 책을 찾아다니는 수집가의 인생...

그의 친구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녹취> 이정빈(전 외교부 장관) :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유지 발전시켜왔으니 자랑스럽지 않아요? 이게 돈 버는 일은 아니거든."

하루라도 책을 보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것 같다는 여 대표는 고서를 모으기 위해 건물까지 팔아 처분했을 정도로 열정이 남다른데요.

언젠가 국립고서박물관을 세우는데 기여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녹취> 여승구(대표/고서 수집가) : "(계속) 할 수밖에 없죠. 내 인생이 고서 수집을 통해서 성공했다는 결론을 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책 판매업자로 시작해 수집가로 살아온 여승구 대표가 자신의 책 수집 인생을 집대성하는 마음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는 모레부터 오래된 활자를 주제로 한 새로운 전시로 이어집니다.

따뜻해지는 날씨에 오래된 책 향기 맡으러 인사동 나들이 한 번 계획해보시는 것도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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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내가 고서 수집에 인생을 건 이유는…”
    • 입력 2013-04-01 08:42:56
    • 수정2013-04-01 10: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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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예전엔 동네마다 헌책방 쉽게 볼수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자취를 감췄죠.

하지만 여전히 헌책의 매력에 빠져서 수집하는 분들 계시더라고요.

누렇게 빛바랜 표지와 오래된 종이냄새가 헌책 만의 멋일텐데요.

헌책을 넘어서 우리 역사까지 엿볼수 있는 고서의 멋에 빠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예 자신이 수집한 고서를 모아 이번에 전시회를 연 분도 있다는데요.

양영은 기자, 거의 박물관에 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요?

<기자 멘트>

네, 전시장은 서울 인사동에 있는데요.

겉에서 보면 그냥 지나치기 쉬울 정도로 소박하지만, 안에 들어가보면 엄청난 소장 유물에 놀라움을 금치 못 하게 됩니다.

30여 년간 우리 고서 10만 점을 모아 온 한 수집가가 팔순을 앞두고, 오는 8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한국의 고서 전시회' 시리즈를 열고 있는데요.

단군 기록이 처음 나오는 삼국유사 판본부터 영국 잡지에 실린 고종 황제 그림까지 진귀한 보물들이 많습니다.

화면 통해 만나 보시죠.

<리포트>

지난 달부터 앞으로 다섯 달 동안 한국의 고서 장기 특별전을 여는 서울 인사동의 한 갤러리입니다.

단군이 최초로 기록된 삼국유사의 정덕본 판본을 비롯해 단군의 모습을 최초로 그린 책으로 일제 강점기에 출판된 '신궁건축지'까지... 우리나라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고서들을 모은 전시가 한창인데요.

이곳에 전시되고 있는 모든 고서는 단 한 사람이 모은 겁니다.

고서 수집가로 명성이 자자한 여승구 씨인데요.

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이번 전시에 1800여 점을 공개할 계획입니다.

이번에 400여 점을 먼저 공개했고요.

<녹취> 여승구(대표/고서 수집가) : "책 수집을 통해서 (외세의) 간섭 때문에 훼손된 역사의 원형을 찾고 싶다. 그런 뜻을 담아서 박물관과 더불어 전시도 하고 있죠. "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던 선조들의 책을 만나며 관람객들도 무언가 채워가는 느낌입니다.

<녹취> 김한을(서울시 신림동) : "이런 전시를 준비해주신 분은 어떻게 보면 장인정신이 있으신 것 같아요. 역사에 대한 생각도 있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모아주신 게 좋은 것 같아요. "

<녹취> 이승면(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 "책을 보면서 역사 속으로 새로 들어가는 것 같아서 옛날로 가는 경험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

<녹취> 여승구(화봉 갤러리 대표) : "이 고문서는 <좌명공신녹권>이란 것인데 공신들에게 상을 준 (기록을 담은) 문서입니다. 태종 이방원이 완전히 정권을 굳힌 다음에 포상한 것을 (기록한) 것입니다. 현재 단 하나만 남아 있어서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죠. 그런데 새로 (필사본이) 발굴되어서 최초로 전시한 것입니다. "

역사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닌 책부터, 실물 크기를 자랑하는 광개토대왕릉비 탁본, 19세기 영국잡지에 실린 고종황제의 캐리커처, 그리고 돋보기로 봐야 겨우 보일 정도로 작은 글씨로 쓰인 조선시대 전문까지.

<녹취> 여승구(대표/고서 수집가) : "(글씨가) 작을수록 (왕에 대한) 경외의 뜻이 커진다고 하니까 그런 의미를 담아서."

귀중한 고서들 속에는 우리네 역사가 깃들어있습니다.

역사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시네요.

<녹취> "들은 풍월이죠. "

<녹취> "수집가는 수집가일 뿐이지. "

자신은 수집가일 뿐이라며 몸을 낮추는 여승구 대표가 대놓고 자랑하는 책이 있으니 바로 세상에서 가장 큰 책입니다.

<녹취> 여승구(대표/고서 수집가) : "책 이름이 ‘부탄’이에요. 출판하는 것이 아니고 회비 만 달러를 내면 출력해서 보내주는 거죠. 책은 1700만 원 정도고, 전시대가 2400만 원 정도고요. 합쳐서 4000만 원입니다. "

큰 책이 있다면 작은 책도 있어야겠죠?

현미경으로 확인해야만 보인다는 좁쌀보다 작은 크기의 책입니다.

이런 귀한 책들은 어떻게 다 구하게 됐을까요?

<녹취> 여승구(대표/고서 수집가) : "모르고 있었는데 세계를 여행하다가 (책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어서 전 세계 서점이나 수집가들한테 (수소문해서) 5년 만에 구입했습니다. "

여 대표는 30여 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책을 수집하면서 다양한 사건도 많이 겪었다는데요,

<녹취> 여승구(대표/고서 수집가) : "(책을) 사서 들어오다가 밀수혐의로 조사받은 적도 있고 또 언젠가 마드리드에서 택시에 지갑을 놓고 내렸어요. 걸어 다니고, 밥도 굶고. "

이렇게 모은 책이 무려 십만여 권!

그의 사무실은 온통 책으로 가득해 사람이 지나갈 틈도 없을 지경인데요.

이렇게 평생 책을 모으게 된 이유는 단지 책이 좋아서라고 합니다.

입버릇처럼 스스로 책과 결혼했다고 말하는데요,

인생에 책이 전부일 것 같은 그에게도 죽마고우가 있습니다.

희귀한 책을 찾아다니는 수집가의 인생...

그의 친구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녹취> 이정빈(전 외교부 장관) :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유지 발전시켜왔으니 자랑스럽지 않아요? 이게 돈 버는 일은 아니거든."

하루라도 책을 보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것 같다는 여 대표는 고서를 모으기 위해 건물까지 팔아 처분했을 정도로 열정이 남다른데요.

언젠가 국립고서박물관을 세우는데 기여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녹취> 여승구(대표/고서 수집가) : "(계속) 할 수밖에 없죠. 내 인생이 고서 수집을 통해서 성공했다는 결론을 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책 판매업자로 시작해 수집가로 살아온 여승구 대표가 자신의 책 수집 인생을 집대성하는 마음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는 모레부터 오래된 활자를 주제로 한 새로운 전시로 이어집니다.

따뜻해지는 날씨에 오래된 책 향기 맡으러 인사동 나들이 한 번 계획해보시는 것도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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