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복지 메신저’, 집배원이 간다!

입력 2013.04.10 (08:41) 수정 2013.04.1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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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양영은 앵커는 연애편지 같은 것 손편지로 받아보셨어요?

제가 20대 초반 때만 해도 손편지 기다리면서 설레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모습 찾아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인터넷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서 사람 냄새가 그립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노태영 기자, 사람 사는 맛이 뭔지 느끼게 해줄 집배원들 소식 전해주신다고요?

<기자 멘트>

네, 인터넷 때문에 예전에 비해서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국 가가호호를 누비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식을 전달하는 메신저들이 있습니다.

바로 우편집배원분들인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집배원 분들은, 단순한 메신저 역할에 그치지 않고 직접 우리 사회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랑과 정을 베푸는 분들입니다.

격무에 시달리지만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넓은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오늘 화제포착이 찾아간 곳은 전라남도 목포시에 있는 목포우체국입니다. 주인공이 근무하는 곳인데요.

<녹취> "목포우체국 보물! 슈퍼맨? 살아있는 천사!"

동료들의 칭찬이 끊이질 않는 사람! 누군가 했더니 바로 올해로 경력 20년차 집배원 김향삼 씨입니다.

베테랑의 손놀림으로 분류한 우편물을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오늘도 길을 나서는데요.

가가호호 우편물을 전하는 도중 갑자기 문제가 생겼습니다.

우편물 주소와 고객이 실제 사는 곳이 서로 다른 겁니다.

<녹취> "이 건물이 아닌데요."

이리저리 고객을 찾아 나서는데요.

<녹취> "여기 맞다, 여기 맞아요."

정확한 배달도 배달이지만 하루 업무량 자체도 엄청납니다.

<녹취> "(보통 하루에 몇 군데 정도 배달하세요?) 하루에 보통 1,500군데, 1,600군데 정도 다니거든요."

바쁜 와중에도 꼭 챙기는 일이 있습니다.

<인터뷰> 김향삼(목포우체국 집배원) : "(쌀도 이렇게 택배로 오나 봐요?) 아, 쌀이 택배로 온 것이 아니고요, 혼자 사시는 어르신이 계시는데 그분 도와드리러 가는 거예요."

지난 2006년 담당 지역에 홀로 사시는 분들이 많아 하나 둘 돕기 시작한 것이 벌써 7년이 됐다고 하는데요.

<녹취> "어머니, 저 왔습니다."

할머니를 보면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지 못했던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녹취> "얼마 안 되지만 맛있게 드세요. 잘 먹을게. 자주 뵈어야되는데요."

고맙기만 한 할머니는 끝내 눈물을 보입니다.

<인터뷰> 장정심(전남 목포시) : "모든 것에서 사람이 정직하고 좋아. 자식처럼 집 다 돌아보고 가는 성의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

<녹취> "그래도 방은 따뜻하네요."

온 김에 집도 점검해보고...

<녹취> "전구가 오래돼서 들어갔네요."

부족한 것은 없는지 살펴보는 김 씨.

<녹취> "다음에 또 얼굴 보러 올게요."

배달 일이 빠듯하고 힘들어도 도울 이웃이 있어서 콧노래가 절로 납니다.

<인터뷰> 김향삼(목포우체국 집배원) : "무지무지하게 좋습니다. 왜 좋은지 아십니까? 그래도 저희 어머니 같은 분을 만날 수 있으니까 진짜로 기분 좋습니다."

묵묵히 봉사활동을 벌여온 사실이 알음알음 알려지며 김 씨는 올해 우정사업본부가 업무에 기여한 공이 큰 직원에게 주는 우편연도대상 시상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어르신 끼니를 챙기다 보니 늦어버린 점심.

식당에서도 봉사 정신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음식점 사장님이 무뎌진 칼을 슬그머니 놓고 가시는데요.

<인터뷰> 노삼월(전남 목포시) : "'칼이 안 들면 주세요'"하고는 가져가요. 자기 집에 가서 갈아가지고 와요. 신문에다 딱 싸서 출근할 때 갖다주는 그렇게 착한 분이에요."

<녹취> "오늘 집에 가서 갈아서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면서 가지고 올게요."

늘 미소를 잃지 않는 김 씨에게 집배원일이란 어떤 의미인지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김향삼(목포우체국 집배원) : "주민들이 저를 찾아줄 때까지 저는 계속 우체국 다닐 거거든요. 불우이웃 도우면서 우체국 생활할 거예요. 그렇게 하는 것이 저의 꿈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꼭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또 다른 천사 집배원을 찾아 이번엔 전남 신안군으로 향했습니다.

이제 5년차 집배원인 박준성 집배원이 그 주인공인데요.

박 씨의 담당구역은 좀 특별합니다.

도서 지역인 신안군에서도 어의도를 포함한 3개의 섬이 박 씨가 배달해야 할 지역인데요.

배편에 실은 물건들은 우편, 택배 외에도 섬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몇 가지 물건이 있습니다.

좋은 날씨가 계속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물건의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박 씨의 소박한 바람입니다.

<인터뷰> 박준성(지도우체국 집배원) : "바람 불고 비 오면 못 들어가잖아요. 배가 안 뜨니까. 기다리는 사람은 물건 받아야 하고 우리는 또 갖다줘야 할 의무가 있죠. 갖다 드릴 때는 마음이 편해요. 뿌듯하고 보람도 있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기에 가는 길이 험해도 즐겁다는 집배원 박준성씨.

<녹취> "네, 아저씨 접니다. 어디 계세요? 아저씨 사 가지고 오란 것 사 가지고 왔으니까 어서 오십시오."

육지에 나오기 힘든 어르신을 대신해 심부름한 물건을 하나하나 건네는데요.

<녹취> "돈은 며칠 있다가 줄게. (천천히 주셔도 되요. 돈 걱정하지 마세요.)"

<녹취> 박상규(전남 신안군 어의도) : "굉장히 고맙죠. 왜냐면 동네에 심부름은 다 해 주죠. 힘들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잘 해줘요."

식품은 물론 문구류까지 심부름을 하고요...

<인터뷰> 김호장(전남 신안군 어의도) : "그 어려운 박봉에도 꼭 빵이라도 사서 대접하고 그래요."

홀로 계신 어르신들 위해서 간식도 잊지 않았습니다.

<녹취> "(그건 뭐야?) 빵, 빵이요 (빵을 또 사갖고 왔어? 나 때문에?)"

마치 오기만 기다렸다는 듯 할머니는 집안일까지 부탁하시는데요.

할머니에게는 박 씨가 아들 같은 듬직한 일꾼입니다.

<녹취> "이러니까 예쁘다고 하지. 예뻐 어디 여자 있으면 중매 좀 해줘요. 여자가 없다니까."

<녹취> "옆집에서 갖다 드리라고요. 미나리인 것 같은데요."

<인터뷰> 김정숙(전남 신안군 어의도) : "우체부를 잘 둬서 얼마나 좋아요. 최고죠. 최고"

박씨가 하루에 가야할 3개 섬에는 여든네 가구가 사는데요.

기다릴 사람들을 위해 또 분주히 짐을 챙겨서 떠납니다.

<인터뷰> 박준성(지도우체국 집배원) : "섬은 육지하고 다르잖아요. 배를 타고 차를 타고 건너와야되니까요. (우체국) 규정을 떠나서 될 수 있으면 해 드리려고 하는 마음이 있어요. 저도 제 역할을 해야죠."

그저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하면서 남들보다 조금 더 마음을 나눴을 뿐이라는 그들!

오늘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사랑과 정을 전달하는 집배원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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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복지 메신저’, 집배원이 간다!
    • 입력 2013-04-10 08:42:56
    • 수정2013-04-10 11: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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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양영은 앵커는 연애편지 같은 것 손편지로 받아보셨어요?

제가 20대 초반 때만 해도 손편지 기다리면서 설레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모습 찾아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인터넷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서 사람 냄새가 그립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노태영 기자, 사람 사는 맛이 뭔지 느끼게 해줄 집배원들 소식 전해주신다고요?

<기자 멘트>

네, 인터넷 때문에 예전에 비해서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국 가가호호를 누비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식을 전달하는 메신저들이 있습니다.

바로 우편집배원분들인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집배원 분들은, 단순한 메신저 역할에 그치지 않고 직접 우리 사회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랑과 정을 베푸는 분들입니다.

격무에 시달리지만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넓은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오늘 화제포착이 찾아간 곳은 전라남도 목포시에 있는 목포우체국입니다. 주인공이 근무하는 곳인데요.

<녹취> "목포우체국 보물! 슈퍼맨? 살아있는 천사!"

동료들의 칭찬이 끊이질 않는 사람! 누군가 했더니 바로 올해로 경력 20년차 집배원 김향삼 씨입니다.

베테랑의 손놀림으로 분류한 우편물을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오늘도 길을 나서는데요.

가가호호 우편물을 전하는 도중 갑자기 문제가 생겼습니다.

우편물 주소와 고객이 실제 사는 곳이 서로 다른 겁니다.

<녹취> "이 건물이 아닌데요."

이리저리 고객을 찾아 나서는데요.

<녹취> "여기 맞다, 여기 맞아요."

정확한 배달도 배달이지만 하루 업무량 자체도 엄청납니다.

<녹취> "(보통 하루에 몇 군데 정도 배달하세요?) 하루에 보통 1,500군데, 1,600군데 정도 다니거든요."

바쁜 와중에도 꼭 챙기는 일이 있습니다.

<인터뷰> 김향삼(목포우체국 집배원) : "(쌀도 이렇게 택배로 오나 봐요?) 아, 쌀이 택배로 온 것이 아니고요, 혼자 사시는 어르신이 계시는데 그분 도와드리러 가는 거예요."

지난 2006년 담당 지역에 홀로 사시는 분들이 많아 하나 둘 돕기 시작한 것이 벌써 7년이 됐다고 하는데요.

<녹취> "어머니, 저 왔습니다."

할머니를 보면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지 못했던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녹취> "얼마 안 되지만 맛있게 드세요. 잘 먹을게. 자주 뵈어야되는데요."

고맙기만 한 할머니는 끝내 눈물을 보입니다.

<인터뷰> 장정심(전남 목포시) : "모든 것에서 사람이 정직하고 좋아. 자식처럼 집 다 돌아보고 가는 성의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

<녹취> "그래도 방은 따뜻하네요."

온 김에 집도 점검해보고...

<녹취> "전구가 오래돼서 들어갔네요."

부족한 것은 없는지 살펴보는 김 씨.

<녹취> "다음에 또 얼굴 보러 올게요."

배달 일이 빠듯하고 힘들어도 도울 이웃이 있어서 콧노래가 절로 납니다.

<인터뷰> 김향삼(목포우체국 집배원) : "무지무지하게 좋습니다. 왜 좋은지 아십니까? 그래도 저희 어머니 같은 분을 만날 수 있으니까 진짜로 기분 좋습니다."

묵묵히 봉사활동을 벌여온 사실이 알음알음 알려지며 김 씨는 올해 우정사업본부가 업무에 기여한 공이 큰 직원에게 주는 우편연도대상 시상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어르신 끼니를 챙기다 보니 늦어버린 점심.

식당에서도 봉사 정신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음식점 사장님이 무뎌진 칼을 슬그머니 놓고 가시는데요.

<인터뷰> 노삼월(전남 목포시) : "'칼이 안 들면 주세요'"하고는 가져가요. 자기 집에 가서 갈아가지고 와요. 신문에다 딱 싸서 출근할 때 갖다주는 그렇게 착한 분이에요."

<녹취> "오늘 집에 가서 갈아서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면서 가지고 올게요."

늘 미소를 잃지 않는 김 씨에게 집배원일이란 어떤 의미인지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김향삼(목포우체국 집배원) : "주민들이 저를 찾아줄 때까지 저는 계속 우체국 다닐 거거든요. 불우이웃 도우면서 우체국 생활할 거예요. 그렇게 하는 것이 저의 꿈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꼭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또 다른 천사 집배원을 찾아 이번엔 전남 신안군으로 향했습니다.

이제 5년차 집배원인 박준성 집배원이 그 주인공인데요.

박 씨의 담당구역은 좀 특별합니다.

도서 지역인 신안군에서도 어의도를 포함한 3개의 섬이 박 씨가 배달해야 할 지역인데요.

배편에 실은 물건들은 우편, 택배 외에도 섬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몇 가지 물건이 있습니다.

좋은 날씨가 계속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물건의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박 씨의 소박한 바람입니다.

<인터뷰> 박준성(지도우체국 집배원) : "바람 불고 비 오면 못 들어가잖아요. 배가 안 뜨니까. 기다리는 사람은 물건 받아야 하고 우리는 또 갖다줘야 할 의무가 있죠. 갖다 드릴 때는 마음이 편해요. 뿌듯하고 보람도 있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기에 가는 길이 험해도 즐겁다는 집배원 박준성씨.

<녹취> "네, 아저씨 접니다. 어디 계세요? 아저씨 사 가지고 오란 것 사 가지고 왔으니까 어서 오십시오."

육지에 나오기 힘든 어르신을 대신해 심부름한 물건을 하나하나 건네는데요.

<녹취> "돈은 며칠 있다가 줄게. (천천히 주셔도 되요. 돈 걱정하지 마세요.)"

<녹취> 박상규(전남 신안군 어의도) : "굉장히 고맙죠. 왜냐면 동네에 심부름은 다 해 주죠. 힘들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잘 해줘요."

식품은 물론 문구류까지 심부름을 하고요...

<인터뷰> 김호장(전남 신안군 어의도) : "그 어려운 박봉에도 꼭 빵이라도 사서 대접하고 그래요."

홀로 계신 어르신들 위해서 간식도 잊지 않았습니다.

<녹취> "(그건 뭐야?) 빵, 빵이요 (빵을 또 사갖고 왔어? 나 때문에?)"

마치 오기만 기다렸다는 듯 할머니는 집안일까지 부탁하시는데요.

할머니에게는 박 씨가 아들 같은 듬직한 일꾼입니다.

<녹취> "이러니까 예쁘다고 하지. 예뻐 어디 여자 있으면 중매 좀 해줘요. 여자가 없다니까."

<녹취> "옆집에서 갖다 드리라고요. 미나리인 것 같은데요."

<인터뷰> 김정숙(전남 신안군 어의도) : "우체부를 잘 둬서 얼마나 좋아요. 최고죠. 최고"

박씨가 하루에 가야할 3개 섬에는 여든네 가구가 사는데요.

기다릴 사람들을 위해 또 분주히 짐을 챙겨서 떠납니다.

<인터뷰> 박준성(지도우체국 집배원) : "섬은 육지하고 다르잖아요. 배를 타고 차를 타고 건너와야되니까요. (우체국) 규정을 떠나서 될 수 있으면 해 드리려고 하는 마음이 있어요. 저도 제 역할을 해야죠."

그저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하면서 남들보다 조금 더 마음을 나눴을 뿐이라는 그들!

오늘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사랑과 정을 전달하는 집배원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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