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부끄러운 ‘갑을 사회’…실태와 해법은?

입력 2013.05.07 (21:09) 수정 2013.05.0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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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앞서보신 남양유업의 사례 뿐 아니라 끓여온 라면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대기업임원이 승무원을 폭행한 일

또 주차문제로 제빵업체 회장이 호텔직원의 뺨을 때린 일 등 이른바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횡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먼저 갑을관계의 실태를 박효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하도급을 받아 건물 공사를 하고 있는 김 모씨.

하도급을 준 업체로부터 공사 대금 5억 원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10분의 1도 못받았습니다.

<인터뷰> 김00(건설업체 대표) : "자재비라든가 인건비를 어떻게 하느냐고요? 하청받은 회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사채를 써야 하는 거예요."

돈을 요구하고 싶어도 다음 공사를 맡지 못할까봐 엄두를 못냅니다.

<인터뷰> 김00 : "대금을 달라, 그러면 "공사를 하지마. 다른 업체에 줄테니까"라고 해요. 그게 횡포죠."

대기업 계열의 빵집을 운영해 온 이창우씨.

본사가 빵 재료 주문을 늦어도 이틀 전에는 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고민이 커졌습니다.

<인터뷰> 이창우(프랜차이즈 제과점 주인) : "이틀 전에 미리 예측해서 주문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재고 부담이 좀 더 커졌고요. 손실을 전부 매장이 떠안아야 합니다."

그러나 '을'의 입장에서 '갑'인 본사의 결정을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수요 예측을 잘못해 재고가 쌓여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는 현실이 답답할 따름입니다.

<앵커 멘트>

이렇게 상전같은 갑을 모시기 위해 을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박은주 기자가 한 중소 건설업체 대표의 사례를 보여드립니다.

<리포트>

'갑,을'이라는 말은 원래 계약 당사자를 순서대로 가리키는 말입니다.

하지만 계약서를 작성할 때 우월적 지위가 있는 쪽을 '갑' 그렇지 않은 쪽을 '을'이라고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갑을 관계'는 힘있는 갑과 힘없는 을의 불평등한 관계를 뜻합니다.

최근에는 '을사조약'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는데요.

을이 죽을 수 밖에 없는 계약, 즉 절대적으로 불리하지만 을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계약을 뜻합니다.

과연 그 관계는 어느 정도로 불평등할까요.

대기업으로부터 공사를 받는 한 중소 건설업체 대표의 사례를 취재진이 직접 살펴봤습니다.

지난 달 일정을 보니 식사 대접에 술 접대가 수두룩하고, 주말에는 결혼식 참석과 골프 접대로 바쁩니다.

모두 갑을 모시는 일정인데 한 달 가운데 16일을 이런 접대로 보냈습니다.

여기에 쓴 돈은 회사에서 지출하는 비용의 2,30%에 이를 정돕니다.

이 회사가 관리하는 '갑'은 대기업 직원부터 공무원까지 수십 명이나 되는데 누구 하나 대접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자칫 '괘씸죄'에 걸리면 사업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만연한 갑을 문화의 폐해를 없앨 방법은 없는지 김성주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이 제약 회사는 직원들이 협력업체를 존중하도록 주기적으로 교육합니다.

향응 금지는 물론 식사시간 방문 자제, 방문시의 태도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녹취> "거래처를 만날때는 항상 공손하고 밝은 모습으로...."

물품 대금도 어음 대신 한달안에 모두 현금으로 지급해 줍니다.

이렇게 한 후 이 회사와 협력업체의 매출은 늘었습니다.

<인터뷰> 박인서(협력업체 사장) : "접대나 향응같은 것은 신경 안써도 되니까 저희들은 품질 향상에만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희 제품이 나아지고..."

서울의 이 자치단체는 일과 시작 전에 반드시 청렴교육 방송을 들어야 합니다.

<녹취> "오늘 하루도 강직한 청념성을 가슴속에 되새기는..."

일반 시민인 외부 감사관이 공무원의 향응이나 접대요구 등을 감시하고 부정이 한번만 적발돼도 해임합니다.

<녹취> "(구청 직원들이)식사를 하자던지 그런것은 없습니까?"

지난해 전국 지자체의 청렴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고질적인 '갑''을' 문화를 없애기 위해선 이렇게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가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김호기(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변화시킬 수 있는 조직문화 개선이 이뤄져야 하고요."

대기업이나 기관이 재량권을 남용할 수 없도록 업무규정과 제도를 명확히 재정비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성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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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5-07 21:11:13
    • 수정2013-05-07 2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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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보신 남양유업의 사례 뿐 아니라 끓여온 라면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대기업임원이 승무원을 폭행한 일

또 주차문제로 제빵업체 회장이 호텔직원의 뺨을 때린 일 등 이른바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횡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먼저 갑을관계의 실태를 박효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하도급을 받아 건물 공사를 하고 있는 김 모씨.

하도급을 준 업체로부터 공사 대금 5억 원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10분의 1도 못받았습니다.

<인터뷰> 김00(건설업체 대표) : "자재비라든가 인건비를 어떻게 하느냐고요? 하청받은 회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사채를 써야 하는 거예요."

돈을 요구하고 싶어도 다음 공사를 맡지 못할까봐 엄두를 못냅니다.

<인터뷰> 김00 : "대금을 달라, 그러면 "공사를 하지마. 다른 업체에 줄테니까"라고 해요. 그게 횡포죠."

대기업 계열의 빵집을 운영해 온 이창우씨.

본사가 빵 재료 주문을 늦어도 이틀 전에는 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고민이 커졌습니다.

<인터뷰> 이창우(프랜차이즈 제과점 주인) : "이틀 전에 미리 예측해서 주문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재고 부담이 좀 더 커졌고요. 손실을 전부 매장이 떠안아야 합니다."

그러나 '을'의 입장에서 '갑'인 본사의 결정을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수요 예측을 잘못해 재고가 쌓여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는 현실이 답답할 따름입니다.

<앵커 멘트>

이렇게 상전같은 갑을 모시기 위해 을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박은주 기자가 한 중소 건설업체 대표의 사례를 보여드립니다.

<리포트>

'갑,을'이라는 말은 원래 계약 당사자를 순서대로 가리키는 말입니다.

하지만 계약서를 작성할 때 우월적 지위가 있는 쪽을 '갑' 그렇지 않은 쪽을 '을'이라고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갑을 관계'는 힘있는 갑과 힘없는 을의 불평등한 관계를 뜻합니다.

최근에는 '을사조약'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는데요.

을이 죽을 수 밖에 없는 계약, 즉 절대적으로 불리하지만 을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계약을 뜻합니다.

과연 그 관계는 어느 정도로 불평등할까요.

대기업으로부터 공사를 받는 한 중소 건설업체 대표의 사례를 취재진이 직접 살펴봤습니다.

지난 달 일정을 보니 식사 대접에 술 접대가 수두룩하고, 주말에는 결혼식 참석과 골프 접대로 바쁩니다.

모두 갑을 모시는 일정인데 한 달 가운데 16일을 이런 접대로 보냈습니다.

여기에 쓴 돈은 회사에서 지출하는 비용의 2,30%에 이를 정돕니다.

이 회사가 관리하는 '갑'은 대기업 직원부터 공무원까지 수십 명이나 되는데 누구 하나 대접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자칫 '괘씸죄'에 걸리면 사업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만연한 갑을 문화의 폐해를 없앨 방법은 없는지 김성주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이 제약 회사는 직원들이 협력업체를 존중하도록 주기적으로 교육합니다.

향응 금지는 물론 식사시간 방문 자제, 방문시의 태도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녹취> "거래처를 만날때는 항상 공손하고 밝은 모습으로...."

물품 대금도 어음 대신 한달안에 모두 현금으로 지급해 줍니다.

이렇게 한 후 이 회사와 협력업체의 매출은 늘었습니다.

<인터뷰> 박인서(협력업체 사장) : "접대나 향응같은 것은 신경 안써도 되니까 저희들은 품질 향상에만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희 제품이 나아지고..."

서울의 이 자치단체는 일과 시작 전에 반드시 청렴교육 방송을 들어야 합니다.

<녹취> "오늘 하루도 강직한 청념성을 가슴속에 되새기는..."

일반 시민인 외부 감사관이 공무원의 향응이나 접대요구 등을 감시하고 부정이 한번만 적발돼도 해임합니다.

<녹취> "(구청 직원들이)식사를 하자던지 그런것은 없습니까?"

지난해 전국 지자체의 청렴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고질적인 '갑''을' 문화를 없애기 위해선 이렇게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가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김호기(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변화시킬 수 있는 조직문화 개선이 이뤄져야 하고요."

대기업이나 기관이 재량권을 남용할 수 없도록 업무규정과 제도를 명확히 재정비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성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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