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가스 폭발” 협박…경찰 진입 후 ‘펑’

입력 2013.05.13 (08:35) 수정 2013.05.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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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상북도 포항의 한 가게에서 가스 폭발사고가 일어났는데요.

가게의 주인과 구조에 나선 경찰관 등 여덟 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였습니다.

그런데 가스를 폭발시킨 사람이 바로 이 가게의 주인이었습니다.

김기흥 기자, 구조하려던 경찰들의 피해도 큰데요.

가게 주인이 왜 이런 일을 저지른 걸까요?

<기자 멘트>

이유는 참 황당합니다.

자신의 내연녀와 돈 문제로 다투다 내연녀가 집을 나가 버리자 홧김에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런데 이 남성은 자신의 가게를 폭파시키겠다며 자신이 직접 경찰서와 소방서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경찰에게는 상담을 하겠다며 2차례나 전화를 건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하지만, 정작 이 남성은 도움을 요청해놓고 도움을 주려고 경찰이 가게에 들어오자 가스통을 터트렸습니다.

자신의 불만을 참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을 통해 이를 풀려고 했던 이 남성 때문에 7명이 크게 다쳤는데요. 사건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리포트>

경북 포항의 한 오토바이 가게 안입니다.

유리창이 깨지고, 곳곳에는 불에 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녹취>이웃 주민 (음성변조) : "지진같이 '펑펑펑' 하더라고요. 경찰들 머리 다 타고, 한 사람은 (소방)호스 들고 들어갔다가 한 번 더 폭발하는 바람에 튕겨 나오고..."

<녹취>현장 출동 119 구급대원 (음성변조) : "(가게 주인은) 2도 화상 정도로 추정되는 화상을 입었고요. 경찰관 세 분도 중상 환자(였습니다.) 가스 폭발이어서 인명 피해가 많았어요."

가스 폭발 사고가 난 건 지난 11일 오후 2시 50분쯤.

사고 직전 이 일대에선 큰 소란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119 상황실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녹취>119 상황실 관계자 (음성변조) : "폭발시킬 테니까 빨리 와라." 주소만 불러주고 "빨리 와라." 이렇게 말하고 일방적으로 끊은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자세히 안 들으면 못 알아들을 정도로 어눌한 상태(였습니다.)"

협박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오토바이 가게 주인 마흔아홉 살 복모 씨.

소방서의 연락을 받은 경찰은 곧바로 출동했다고 합니다.

상황이 위급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강제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는데요.

바로 그때,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녹취> 서운식(수사과장/포항남부경찰서) : "혐의자가 소지하고 있던 일회용 가스라이터 (점화 스위치를) 누르면서 생긴 불꽃으로 인해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그렇게 추정을 하고..."

복 씨가 이미 가스관을 잘라, 가게 안으로 LP가스가 새어나오고 있었던 겁니다.

<녹취> 서운식(수사과장/포항남부경찰서) : "LP가스관을 완전히 절단해서 가스가 이미 다량 방 안에 누출이 되어있는 상태였고. LP가스가 방 안에 가득 차있는 상태여서 조그만 화원에도 폭발이 가능했습니다."

이 폭발로 복 씨와 복 씨를 구하려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던 경찰 한 명이 중화상을 입어 서울의 화상 전문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습니다.

다른 경찰관 여섯 명도 크고 작은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는데요. 치료 중인 한 경찰관을 만나 사고 당시 가게 안에서의 긴박했던 상황에 대해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녹취>현장 출동 경찰관 (음성변조) : "냄새를 맡으니까 (문틈 사이로) 가스 냄새가 나더라고요. 그리고 저 안에 보니까 신발이 있더라고요. 순간적으로 (사람이) 들어있구나 싶어서 그래서 밀고 들어간 거죠. 들어가자마자 10초도 안 돼 (폭발한 것) 같아요."

연이어 폭발이 계속됐지만, 그 상황에서도 정신을 잃은 복 씨를 구출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하는데요.

<녹취>현장 출동 경찰관 (음성변조) : "내 앞에 (있던 경찰) 세 명은 다 타버렸고 (나는) 머리에서 피가 나더라고요. 내가 일어나니까 다른 경찰관들이 다 일어났더라고요. 다 같이 (복 모 씨를) 들고 나온 거죠."

화상을 입고도 끝까지 시민 한 명을 구하려고 했던 경찰.

그런데 어이없게도 복 씨는 동거녀와 싸운 뒤 단순히 ‘홧김에’ 이번 일을 벌였다고 합니다.

사고 전날 돈 문제로 크게 싸웠다는 겁니다.

<녹취>이웃 주민 (음성변조) : "알뜰하게 사는 사람이 아니고 도박도 좀 하고... 도박을 많이 해서 돈을 많이 날렸다더라고요."

<녹취>이웃 주민 (음성변조) : "3~4일 전부터 싸웠다니까요. 저기 노래방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라니까요. 심하게 싸우더라고요.."

이후 동거녀는 집을 나갔고, 복 씨는 다음날 오후 가스를 폭발시키겠다며 119에 협박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앞서 오전 11시쯤 복 씨는 112에도 전화해 이 같은 내용으로 협박했다고 하는데요.

<녹취>포항남부경찰서 관계자 (음성변조) : "아내가 카드를 쓰고 집을 나갔는데 카드 값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상담을 받고 싶다"면서 경찰관을 (집으로) 오라고 했죠. 그래서 그 상담을 하러 (경찰관이) 간 거예요. 나중에 보니까 거짓말 한 거예요."

경찰은 복 씨를 잘 타이른 뒤 돌아왔다고 하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복 씨는 또다시 수화기를 들었고, 자신을 위해 두 번이나 출동한 경찰관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고 말았습니다.

보호 장구 등을 착용한 채 경찰이 신중하게 현장에 진입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은 가스 냄새가 많이 나는 상황이라 즉각적인 현장 진입이 불가피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서운식(수사과장/포항남부경찰서) : "(가게 문을 열어서) 가스가 많이 빠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가스가 다 차있었다면 폭발의 위력이 더 많이 셌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이웃들은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복 씨에 대한 원망을 숨기지 않았는데요.

<녹취>이웃 주민 (음성변조) : "(만약) 그래도 (크게) 안 터졌으니까 난리 났지만 안 터졌으니 다행이지. 완전히 터졌으면 우리도 날아갔지."

<녹취>이웃 주민 (음성변조) : "안 좋죠. 죽으려면 자기 혼자 죽지 왜 그렇게 경찰들 불러서 다치게 해놓고... 나쁘죠."

복 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복 씨가 깨어나는 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혐의가 입증되면 가스 방류 및 상해죄를 들어 처벌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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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5-13 08:39:42
    • 수정2013-05-13 09: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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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포항의 한 가게에서 가스 폭발사고가 일어났는데요.

가게의 주인과 구조에 나선 경찰관 등 여덟 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였습니다.

그런데 가스를 폭발시킨 사람이 바로 이 가게의 주인이었습니다.

김기흥 기자, 구조하려던 경찰들의 피해도 큰데요.

가게 주인이 왜 이런 일을 저지른 걸까요?

<기자 멘트>

이유는 참 황당합니다.

자신의 내연녀와 돈 문제로 다투다 내연녀가 집을 나가 버리자 홧김에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런데 이 남성은 자신의 가게를 폭파시키겠다며 자신이 직접 경찰서와 소방서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경찰에게는 상담을 하겠다며 2차례나 전화를 건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하지만, 정작 이 남성은 도움을 요청해놓고 도움을 주려고 경찰이 가게에 들어오자 가스통을 터트렸습니다.

자신의 불만을 참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을 통해 이를 풀려고 했던 이 남성 때문에 7명이 크게 다쳤는데요. 사건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리포트>

경북 포항의 한 오토바이 가게 안입니다.

유리창이 깨지고, 곳곳에는 불에 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녹취>이웃 주민 (음성변조) : "지진같이 '펑펑펑' 하더라고요. 경찰들 머리 다 타고, 한 사람은 (소방)호스 들고 들어갔다가 한 번 더 폭발하는 바람에 튕겨 나오고..."

<녹취>현장 출동 119 구급대원 (음성변조) : "(가게 주인은) 2도 화상 정도로 추정되는 화상을 입었고요. 경찰관 세 분도 중상 환자(였습니다.) 가스 폭발이어서 인명 피해가 많았어요."

가스 폭발 사고가 난 건 지난 11일 오후 2시 50분쯤.

사고 직전 이 일대에선 큰 소란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119 상황실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녹취>119 상황실 관계자 (음성변조) : "폭발시킬 테니까 빨리 와라." 주소만 불러주고 "빨리 와라." 이렇게 말하고 일방적으로 끊은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자세히 안 들으면 못 알아들을 정도로 어눌한 상태(였습니다.)"

협박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오토바이 가게 주인 마흔아홉 살 복모 씨.

소방서의 연락을 받은 경찰은 곧바로 출동했다고 합니다.

상황이 위급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강제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는데요.

바로 그때,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녹취> 서운식(수사과장/포항남부경찰서) : "혐의자가 소지하고 있던 일회용 가스라이터 (점화 스위치를) 누르면서 생긴 불꽃으로 인해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그렇게 추정을 하고..."

복 씨가 이미 가스관을 잘라, 가게 안으로 LP가스가 새어나오고 있었던 겁니다.

<녹취> 서운식(수사과장/포항남부경찰서) : "LP가스관을 완전히 절단해서 가스가 이미 다량 방 안에 누출이 되어있는 상태였고. LP가스가 방 안에 가득 차있는 상태여서 조그만 화원에도 폭발이 가능했습니다."

이 폭발로 복 씨와 복 씨를 구하려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던 경찰 한 명이 중화상을 입어 서울의 화상 전문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습니다.

다른 경찰관 여섯 명도 크고 작은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는데요. 치료 중인 한 경찰관을 만나 사고 당시 가게 안에서의 긴박했던 상황에 대해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녹취>현장 출동 경찰관 (음성변조) : "냄새를 맡으니까 (문틈 사이로) 가스 냄새가 나더라고요. 그리고 저 안에 보니까 신발이 있더라고요. 순간적으로 (사람이) 들어있구나 싶어서 그래서 밀고 들어간 거죠. 들어가자마자 10초도 안 돼 (폭발한 것) 같아요."

연이어 폭발이 계속됐지만, 그 상황에서도 정신을 잃은 복 씨를 구출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하는데요.

<녹취>현장 출동 경찰관 (음성변조) : "내 앞에 (있던 경찰) 세 명은 다 타버렸고 (나는) 머리에서 피가 나더라고요. 내가 일어나니까 다른 경찰관들이 다 일어났더라고요. 다 같이 (복 모 씨를) 들고 나온 거죠."

화상을 입고도 끝까지 시민 한 명을 구하려고 했던 경찰.

그런데 어이없게도 복 씨는 동거녀와 싸운 뒤 단순히 ‘홧김에’ 이번 일을 벌였다고 합니다.

사고 전날 돈 문제로 크게 싸웠다는 겁니다.

<녹취>이웃 주민 (음성변조) : "알뜰하게 사는 사람이 아니고 도박도 좀 하고... 도박을 많이 해서 돈을 많이 날렸다더라고요."

<녹취>이웃 주민 (음성변조) : "3~4일 전부터 싸웠다니까요. 저기 노래방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라니까요. 심하게 싸우더라고요.."

이후 동거녀는 집을 나갔고, 복 씨는 다음날 오후 가스를 폭발시키겠다며 119에 협박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앞서 오전 11시쯤 복 씨는 112에도 전화해 이 같은 내용으로 협박했다고 하는데요.

<녹취>포항남부경찰서 관계자 (음성변조) : "아내가 카드를 쓰고 집을 나갔는데 카드 값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상담을 받고 싶다"면서 경찰관을 (집으로) 오라고 했죠. 그래서 그 상담을 하러 (경찰관이) 간 거예요. 나중에 보니까 거짓말 한 거예요."

경찰은 복 씨를 잘 타이른 뒤 돌아왔다고 하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복 씨는 또다시 수화기를 들었고, 자신을 위해 두 번이나 출동한 경찰관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고 말았습니다.

보호 장구 등을 착용한 채 경찰이 신중하게 현장에 진입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은 가스 냄새가 많이 나는 상황이라 즉각적인 현장 진입이 불가피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서운식(수사과장/포항남부경찰서) : "(가게 문을 열어서) 가스가 많이 빠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가스가 다 차있었다면 폭발의 위력이 더 많이 셌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이웃들은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복 씨에 대한 원망을 숨기지 않았는데요.

<녹취>이웃 주민 (음성변조) : "(만약) 그래도 (크게) 안 터졌으니까 난리 났지만 안 터졌으니 다행이지. 완전히 터졌으면 우리도 날아갔지."

<녹취>이웃 주민 (음성변조) : "안 좋죠. 죽으려면 자기 혼자 죽지 왜 그렇게 경찰들 불러서 다치게 해놓고... 나쁘죠."

복 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복 씨가 깨어나는 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혐의가 입증되면 가스 방류 및 상해죄를 들어 처벌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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