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밀어내기 압박” 전통주 대리점주 자살

입력 2013.05.16 (08:38) 수정 2013.05.1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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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전통주를 만드는 업체의 대리점주가 본사의 물품 밀어내기 때문에 자살했다는 소식 바로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남양유업 사태의 파장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런 일이 또 벌어져서 걱정의 목소리가 큽니다.

김기흥 기자, 우리 유통업계 전반을 점검해 봐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더라고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남양유업의 막말 파문 이후 이른바 갑의 횡포의 고발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 듯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배상면주가의 대리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점주는 유서를 통해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는데요.

회사 측은 '선입금 후출고'라는 독특한 주류 거래 시스템 때문에 물량 밀어내기는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고 강변했고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만난 한 전직 대리점주는 남은 막걸리를 본사에서 받아주지 않아 하수구에 버리거나 고추밭에 무료로 뿌려주기도 했다고 밝혔는데요.

사건의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일요일 오후. 주류업체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업주 한모 씨는 휴대전화로 한통의 사진과 짧은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발신자는 인근 지역 대리점 업주, 45살 이모 씨였는데요,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녹취> 배상면주가 대리점 운영자 (음성변조) : “예전부터 힘들다, 죽고 싶다 얘기는 많이 했었거든요. 이 문자를 보냈을 때... 이거 뭔가 이상하다 직감을 했죠.”

사진 속 종이에는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 적혀 있었는데요,

같은 메시지를 받은 이들은 모두 세 명이었습니다.

<녹취> 배상면주가 대리점 운영자 (음성변조) : “얼핏 봐서도 유서 같다는 느낌이 확 오잖아요. 그래서 부리나케 전화를 하게 된 거죠.”

불안한 마음에 바로 이 씨에게 전화를 걸었는데요,

어렵게 통화가 된 이 씨는 본사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자신이 처한 처지를 비관했다고 합니다.

<녹취> 00주류업체 대리점 운영자 (음성변조) : “본사에서 채권에 대한 내용증명이 올 것이라고 (했어요.) (이 씨가) 꽤 많은 돈을 주고, 권리금을 주고 들어왔거든요. 천안집이 담보로 되어있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런 상황이 되다보니까 사면초가였죠.”

하지만 그것이 이 씨와의 마지막 통화였습니다.

<녹취> 배상면주가 대리점 운영자 (음성변조) : “(다음날) 아침에 전화했더니 안 받더라고요. 두 번인가 했는데. 그래서 기분이 이상하고 그래서 119에 (신고하고,) (직원에게) 연락을 취하게 된 거죠.”

결국 이 씨는 지난 14일 오후 2시 반쯤 자신이 운영하는 대리점 창고 안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이 씨가 남긴 유서에는 얼마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남양유업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겪은 고충이 구구절절 적혀있었습니다.

‘2003년과 2006년 각각 5천만 원씩 권리금을 주고 대리점 두 곳을 인수했다‘는 이 씨.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에 행사도 많이 했지만, 밀어내기는 반복됐다’고 털어놨습니다.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 입구에는 주류업체에서 보낸 조화가 내동댕이쳐져 있었는데요,

유가족들은 본사의 무리한 밀어내기 압력과 횡포가 결국 이 씨를 사지로 내몰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故 이00 아내 (음성변조) : “어느 날 사무실에 가보니까 재고가 너무 많이 쌓여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것들이 다 뭐냐 그랬더니 본사에서 강매로 매출을 찍으라고 해 가지고 받아 놓은 거래요. 신상품 (나오면) 물건값 또 얼마 들어야되고 계속 투자만 하고 사실 거둬들이는 돈은 얼마 안 되는 거예요. ”

<녹취> 유가족 (음성변조) : "(본사에서) 물건을 한없이 줬어요. 돈을 안 줘도. 나중에 말일이 되면 장사를 해서 갚았단 말이에요. 그런데 경제가 어려워지고 힘들어지니까 (본사에서) 현금을 줘야만 물건을 주는 거예요. 환장할 노릇이죠."

쉬는 날도 없이 그리고 밤낮으로 영업에 나섰다는 이씨. 하지만, 경기 침체에, 전통주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재고는 점점 늘어만 갔습니다.

결정적인 타격은 바로 막걸리.

본사에서 막걸리 사업을 시작하면서 냉동탑차 등 투자비용을 모두 대리점 업주들에게 떠넘기다시피 했다는 겁니다.

<녹취> 故 이00 아내 (음성변조) : “막걸리는 유효기간이 짧기 때문에 본사에서 냉동차를 준비를 하라는 거예요. 강제적으로. 막걸리가 대세다 (하면서요.) 7개월 만에 (막걸리 사업이) 없어진 거예요. 그게. 차 3대 사고, 냉동차 그대로 (손해 봤죠.)”

본사에서는 어떤 피해보상도 하지 않았고, 모든 손해는 이 씨가 감당해야 했다고 하는데요,

물품 밀어내기 등 부당한 압력을 받았다는 이 씨와 유가족의 주장에 대해 본사는 어떤 입장일까요?

먼저, 물품 밀어내기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습니다.

<녹취> 이재영 (배상면주가 마케팅본부) : “필요하신 만큼 수량을 저희한테 결제하시고, 물건을 받아가는 방식으로 대금결제 방식을 5년 전에 바꿨습니다. 그래서 밀어내기가 구조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구조인데요, (이 씨) 본인이 영업을 못하셔서 돈이 너무 없는데, 도와달라고 한번 오셨어요. 저희가 굉장히 예외적인 규정으로 물건을 (외상으로) 6천 만 원어치를 드린 적이 있었어요.”

오히려 이 씨의 경우, 자금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나름대로 배려를 많이 해준 것이, 밀어내기로 비춰졌다며 억울해했는데요,

반품 물량에 대해서는 회사차원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수습했다고 말합니다.

<녹취> 이재영(배상면주가 마케팅본부) : “선입금을 하기 전에는 전량 반품해드렸던 걸로 알아요. (선입금 주문방식에서) 2년 이 지나서 본인이 못 팔았다고 다시 저희 회사로 가져오는 게 합당한가에 대해서 저는 그걸 묻고 싶어요.”

그런데 취재진이 접촉한 전직 대리점 업주들의 말은 조금 달랐습니다.

유통기간이 짧은 막걸리의 경우엔 더욱 본사에서 반품을 받아주지 않아, 그냥 버리는 일도 잦았다는데요,

<녹취> 전 배상면주가 대리점 운영자 (음성변조) : “(막걸리를) 하수구에 버렸어요. 이렇게 버려서 주위 상가 분들한테 욕도 먹고 그랬어요. 냄새난다고요. 2.5톤 차를 빌려서 두 번 버렸어요. 밭에다가 (막걸리가) 고추 키우는데 좋대요. 그분한테 (무료로) 갖다 드렸어요. ((막걸리) 얼마나 버리셨나요? ) 2천만 원...굉장히 많이 버렸어요.”

언젠가는 잘 되겠지 하며 버텨봤지만, 본사의 밀어내기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담보로 잡혔던 집을 날리고서야 7년 만에 대리점을 접었다는데요,

<녹취> 전 배상면주가 대리점 운영자 (음성변조) : “매달 파는 건 4백 상자 팔고, (본사에서) 밀고 들어오는 건, 막 6백 상자, 7백 상자씩 밀려들어오니까... 악순환이었죠. 그 당시에. (돈도) 못 벌고, 지금 뭐 아파트 날리고 그렇게 됐어요.”

남양유업 막말파문을 시작으로 드러난 갑을 관계의 실체는 기업윤리와 대중 의식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는데요,

배상면주가 대리점 주들은 긴급모임을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 당사자 간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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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밀어내기 압박” 전통주 대리점주 자살
    • 입력 2013-05-16 08:40:19
    • 수정2013-05-16 09: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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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를 만드는 업체의 대리점주가 본사의 물품 밀어내기 때문에 자살했다는 소식 바로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남양유업 사태의 파장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런 일이 또 벌어져서 걱정의 목소리가 큽니다.

김기흥 기자, 우리 유통업계 전반을 점검해 봐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더라고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남양유업의 막말 파문 이후 이른바 갑의 횡포의 고발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 듯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배상면주가의 대리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점주는 유서를 통해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는데요.

회사 측은 '선입금 후출고'라는 독특한 주류 거래 시스템 때문에 물량 밀어내기는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고 강변했고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만난 한 전직 대리점주는 남은 막걸리를 본사에서 받아주지 않아 하수구에 버리거나 고추밭에 무료로 뿌려주기도 했다고 밝혔는데요.

사건의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일요일 오후. 주류업체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업주 한모 씨는 휴대전화로 한통의 사진과 짧은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발신자는 인근 지역 대리점 업주, 45살 이모 씨였는데요,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녹취> 배상면주가 대리점 운영자 (음성변조) : “예전부터 힘들다, 죽고 싶다 얘기는 많이 했었거든요. 이 문자를 보냈을 때... 이거 뭔가 이상하다 직감을 했죠.”

사진 속 종이에는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 적혀 있었는데요,

같은 메시지를 받은 이들은 모두 세 명이었습니다.

<녹취> 배상면주가 대리점 운영자 (음성변조) : “얼핏 봐서도 유서 같다는 느낌이 확 오잖아요. 그래서 부리나케 전화를 하게 된 거죠.”

불안한 마음에 바로 이 씨에게 전화를 걸었는데요,

어렵게 통화가 된 이 씨는 본사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자신이 처한 처지를 비관했다고 합니다.

<녹취> 00주류업체 대리점 운영자 (음성변조) : “본사에서 채권에 대한 내용증명이 올 것이라고 (했어요.) (이 씨가) 꽤 많은 돈을 주고, 권리금을 주고 들어왔거든요. 천안집이 담보로 되어있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런 상황이 되다보니까 사면초가였죠.”

하지만 그것이 이 씨와의 마지막 통화였습니다.

<녹취> 배상면주가 대리점 운영자 (음성변조) : “(다음날) 아침에 전화했더니 안 받더라고요. 두 번인가 했는데. 그래서 기분이 이상하고 그래서 119에 (신고하고,) (직원에게) 연락을 취하게 된 거죠.”

결국 이 씨는 지난 14일 오후 2시 반쯤 자신이 운영하는 대리점 창고 안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이 씨가 남긴 유서에는 얼마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남양유업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겪은 고충이 구구절절 적혀있었습니다.

‘2003년과 2006년 각각 5천만 원씩 권리금을 주고 대리점 두 곳을 인수했다‘는 이 씨.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에 행사도 많이 했지만, 밀어내기는 반복됐다’고 털어놨습니다.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 입구에는 주류업체에서 보낸 조화가 내동댕이쳐져 있었는데요,

유가족들은 본사의 무리한 밀어내기 압력과 횡포가 결국 이 씨를 사지로 내몰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故 이00 아내 (음성변조) : “어느 날 사무실에 가보니까 재고가 너무 많이 쌓여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것들이 다 뭐냐 그랬더니 본사에서 강매로 매출을 찍으라고 해 가지고 받아 놓은 거래요. 신상품 (나오면) 물건값 또 얼마 들어야되고 계속 투자만 하고 사실 거둬들이는 돈은 얼마 안 되는 거예요. ”

<녹취> 유가족 (음성변조) : "(본사에서) 물건을 한없이 줬어요. 돈을 안 줘도. 나중에 말일이 되면 장사를 해서 갚았단 말이에요. 그런데 경제가 어려워지고 힘들어지니까 (본사에서) 현금을 줘야만 물건을 주는 거예요. 환장할 노릇이죠."

쉬는 날도 없이 그리고 밤낮으로 영업에 나섰다는 이씨. 하지만, 경기 침체에, 전통주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재고는 점점 늘어만 갔습니다.

결정적인 타격은 바로 막걸리.

본사에서 막걸리 사업을 시작하면서 냉동탑차 등 투자비용을 모두 대리점 업주들에게 떠넘기다시피 했다는 겁니다.

<녹취> 故 이00 아내 (음성변조) : “막걸리는 유효기간이 짧기 때문에 본사에서 냉동차를 준비를 하라는 거예요. 강제적으로. 막걸리가 대세다 (하면서요.) 7개월 만에 (막걸리 사업이) 없어진 거예요. 그게. 차 3대 사고, 냉동차 그대로 (손해 봤죠.)”

본사에서는 어떤 피해보상도 하지 않았고, 모든 손해는 이 씨가 감당해야 했다고 하는데요,

물품 밀어내기 등 부당한 압력을 받았다는 이 씨와 유가족의 주장에 대해 본사는 어떤 입장일까요?

먼저, 물품 밀어내기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습니다.

<녹취> 이재영 (배상면주가 마케팅본부) : “필요하신 만큼 수량을 저희한테 결제하시고, 물건을 받아가는 방식으로 대금결제 방식을 5년 전에 바꿨습니다. 그래서 밀어내기가 구조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구조인데요, (이 씨) 본인이 영업을 못하셔서 돈이 너무 없는데, 도와달라고 한번 오셨어요. 저희가 굉장히 예외적인 규정으로 물건을 (외상으로) 6천 만 원어치를 드린 적이 있었어요.”

오히려 이 씨의 경우, 자금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나름대로 배려를 많이 해준 것이, 밀어내기로 비춰졌다며 억울해했는데요,

반품 물량에 대해서는 회사차원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수습했다고 말합니다.

<녹취> 이재영(배상면주가 마케팅본부) : “선입금을 하기 전에는 전량 반품해드렸던 걸로 알아요. (선입금 주문방식에서) 2년 이 지나서 본인이 못 팔았다고 다시 저희 회사로 가져오는 게 합당한가에 대해서 저는 그걸 묻고 싶어요.”

그런데 취재진이 접촉한 전직 대리점 업주들의 말은 조금 달랐습니다.

유통기간이 짧은 막걸리의 경우엔 더욱 본사에서 반품을 받아주지 않아, 그냥 버리는 일도 잦았다는데요,

<녹취> 전 배상면주가 대리점 운영자 (음성변조) : “(막걸리를) 하수구에 버렸어요. 이렇게 버려서 주위 상가 분들한테 욕도 먹고 그랬어요. 냄새난다고요. 2.5톤 차를 빌려서 두 번 버렸어요. 밭에다가 (막걸리가) 고추 키우는데 좋대요. 그분한테 (무료로) 갖다 드렸어요. ((막걸리) 얼마나 버리셨나요? ) 2천만 원...굉장히 많이 버렸어요.”

언젠가는 잘 되겠지 하며 버텨봤지만, 본사의 밀어내기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담보로 잡혔던 집을 날리고서야 7년 만에 대리점을 접었다는데요,

<녹취> 전 배상면주가 대리점 운영자 (음성변조) : “매달 파는 건 4백 상자 팔고, (본사에서) 밀고 들어오는 건, 막 6백 상자, 7백 상자씩 밀려들어오니까... 악순환이었죠. 그 당시에. (돈도) 못 벌고, 지금 뭐 아파트 날리고 그렇게 됐어요.”

남양유업 막말파문을 시작으로 드러난 갑을 관계의 실체는 기업윤리와 대중 의식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는데요,

배상면주가 대리점 주들은 긴급모임을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 당사자 간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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