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경조사비 왜 많은가?…간소화가 해법!

입력 2013.05.22 (21:18) 수정 2013.05.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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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결혼식 많은 5월인데, 축의금 지출이 만만치 않으시죠?

가계 부담때문에 얼마를 낼지 고민스러울 때도 많은데요.

이런 개그 코너도 있었죠?

<녹취> 개콘 애정남 : "고민 많이 하실겁니다. 정해드립니다. 잘 들으세요. 결혼하는 친구 부모님이 내 이름을 안다 그러면 10만원 입니다."

부의금까지 더해지면 살림살이 부담은 더 커지는데요.

직장인 10명 가운데 8명 정도가 경조사비가 부담스럽다고 대답할 정도입니다.

먼저 박은주 기자가 부담스런 경조사비 실태를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퇴직한 지 3년이 지난 이계영 씨.

동료들과 같이 산에 오르길 좋아했던 이 씨는 퇴직 후 '나 홀로 등산'만 합니다.

등산 동호회에 가입해 어울리다 보면 지금도 부담스러운 경조사비가 더 늘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계영(64세) : "제한된 수입 속에서 경조사비가 부담이 되고 있는데 새로운 모임에 가입한다는 것은 더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30대 직장인 이승남 씨.

이달에만 결혼식 4곳과 장례식 2곳에 참석해 모두 40만 원을 냈습니다.

한 달 용돈 50만 원 가운데 80%가 경조사비로 나갔습니다.

<인터뷰> 이승남(직장인) : "요즘에 기본적으로 5만 원은 해야 하는 것 같은데, 친하면 그보다 배로 나가야되는 상황이 있는 것 같고요."

2인 이상 가구의 연간 경조사비는 해마다 꾸준히 늘어 지난 2006년 50만 원대에 진입했는데, 5만 원권이 나온 지난 2009년에 눈에 띄게 증가해 60만 원에 육박했습니다.

최근 한 설문 조사에선 응답자 63%가 부담스런 경조사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앵커 멘트>

이런 부담에도 경조사비 지출은 왜 줄지 않는 걸까요?

김성주 기자가 최근 결혼한 한 직장인의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결혼한 직장인 양 모씨의 결혼식 방명록입니다.

축의금을 보니까 5만 원이 압도적으로 많고 직장 상사나 친한 사람들은 10만 원을 냈습니다.

20만 원을 낸 사람도 있습니다.

친분 정도 등에 따라 축의금이 2배씩 뛰고 있는 거죠.

양씨가 받은 축의금은 모두 2천6백만 원입니다.

앞으로 양씨는 축의금을 낸 사람들의 경조사를 챙겨 받은 돈만큼 돌려줘야 할텐데요.

이런 '축의금 갚기'는 양 씨가 은퇴한 후에도 계속될 겁니다.

이렇게 두고두고 부담이 되는데도 경조사비를 주고받는 것은 우리 풍습이기 때문에 당연시됩니다.

그런데 이런 측면도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평균 결혼 비용은 3년 전보다 20% 오른 5천7백여만 원으로,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 12%를 크게 앞질렀습니다.

서울에 있는 작은 호텔에서도 결혼식 피로연 식사비는 최소 1인당 5만 원이나 됩니다.

결혼식이 점점 성대해진다는 뜻인데, 하객으로서는 축의금을 낼 때 결혼식에 들어간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호텔 결혼식에 온 하객은 적어도 식사비 이상, 즉 5만 원 이상은 축의금으로 내야 체면이 선다고 생각하겠죠.

체면 중시 문화를 배경으로 분에 넘치는 경조사와 부담스런 경조사비라는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경조사비 부담을 줄이려면 내실 있고 검소한 경조사 문화를 먼저 만들어야 하다는 지적입니다.

경조사 문화를 바꿀 대안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몇 달 전 결혼한 이후정, 이미연씨 부부.

관공서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려 비용은 일반 결혼식의 5/1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청첩장도 친척들과 친한 사람들에게만 돌렸고 받은 축의금 가운데 일부는 기부까지 했습니다.

<인터뷰> 이후정, 이미연 부부 : "우리만의 식을 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더 뿌듯하고 좋더라고요"

자신의 장례를 검소하게 치르도록 미리 문서로 남겨두는 사전장례의향서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장례용품과 형식을 미리 정해 놓으면 자녀들이 마음 편하게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한혜숙(64세) : "가장 편안한 내 옷이라도 입고 갈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면 저는 그쪽을 택하고 또 아이들한테 꼭 그렇게 해달라고..."

현재 일부 기업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검소한 경조사 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성공의 관건은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구정우(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 "사회적으로 집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좀 더 합리적인 상호부조 문화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요."

또 관공서나 기업의 시설을 경조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연결해주는 전문 단체의 설립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성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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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경조사비 왜 많은가?…간소화가 해법!
    • 입력 2013-05-22 21:19:51
    • 수정2013-05-22 22: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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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많은 5월인데, 축의금 지출이 만만치 않으시죠?

가계 부담때문에 얼마를 낼지 고민스러울 때도 많은데요.

이런 개그 코너도 있었죠?

<녹취> 개콘 애정남 : "고민 많이 하실겁니다. 정해드립니다. 잘 들으세요. 결혼하는 친구 부모님이 내 이름을 안다 그러면 10만원 입니다."

부의금까지 더해지면 살림살이 부담은 더 커지는데요.

직장인 10명 가운데 8명 정도가 경조사비가 부담스럽다고 대답할 정도입니다.

먼저 박은주 기자가 부담스런 경조사비 실태를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퇴직한 지 3년이 지난 이계영 씨.

동료들과 같이 산에 오르길 좋아했던 이 씨는 퇴직 후 '나 홀로 등산'만 합니다.

등산 동호회에 가입해 어울리다 보면 지금도 부담스러운 경조사비가 더 늘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계영(64세) : "제한된 수입 속에서 경조사비가 부담이 되고 있는데 새로운 모임에 가입한다는 것은 더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30대 직장인 이승남 씨.

이달에만 결혼식 4곳과 장례식 2곳에 참석해 모두 40만 원을 냈습니다.

한 달 용돈 50만 원 가운데 80%가 경조사비로 나갔습니다.

<인터뷰> 이승남(직장인) : "요즘에 기본적으로 5만 원은 해야 하는 것 같은데, 친하면 그보다 배로 나가야되는 상황이 있는 것 같고요."

2인 이상 가구의 연간 경조사비는 해마다 꾸준히 늘어 지난 2006년 50만 원대에 진입했는데, 5만 원권이 나온 지난 2009년에 눈에 띄게 증가해 60만 원에 육박했습니다.

최근 한 설문 조사에선 응답자 63%가 부담스런 경조사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앵커 멘트>

이런 부담에도 경조사비 지출은 왜 줄지 않는 걸까요?

김성주 기자가 최근 결혼한 한 직장인의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결혼한 직장인 양 모씨의 결혼식 방명록입니다.

축의금을 보니까 5만 원이 압도적으로 많고 직장 상사나 친한 사람들은 10만 원을 냈습니다.

20만 원을 낸 사람도 있습니다.

친분 정도 등에 따라 축의금이 2배씩 뛰고 있는 거죠.

양씨가 받은 축의금은 모두 2천6백만 원입니다.

앞으로 양씨는 축의금을 낸 사람들의 경조사를 챙겨 받은 돈만큼 돌려줘야 할텐데요.

이런 '축의금 갚기'는 양 씨가 은퇴한 후에도 계속될 겁니다.

이렇게 두고두고 부담이 되는데도 경조사비를 주고받는 것은 우리 풍습이기 때문에 당연시됩니다.

그런데 이런 측면도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평균 결혼 비용은 3년 전보다 20% 오른 5천7백여만 원으로,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 12%를 크게 앞질렀습니다.

서울에 있는 작은 호텔에서도 결혼식 피로연 식사비는 최소 1인당 5만 원이나 됩니다.

결혼식이 점점 성대해진다는 뜻인데, 하객으로서는 축의금을 낼 때 결혼식에 들어간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호텔 결혼식에 온 하객은 적어도 식사비 이상, 즉 5만 원 이상은 축의금으로 내야 체면이 선다고 생각하겠죠.

체면 중시 문화를 배경으로 분에 넘치는 경조사와 부담스런 경조사비라는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경조사비 부담을 줄이려면 내실 있고 검소한 경조사 문화를 먼저 만들어야 하다는 지적입니다.

경조사 문화를 바꿀 대안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몇 달 전 결혼한 이후정, 이미연씨 부부.

관공서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려 비용은 일반 결혼식의 5/1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청첩장도 친척들과 친한 사람들에게만 돌렸고 받은 축의금 가운데 일부는 기부까지 했습니다.

<인터뷰> 이후정, 이미연 부부 : "우리만의 식을 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더 뿌듯하고 좋더라고요"

자신의 장례를 검소하게 치르도록 미리 문서로 남겨두는 사전장례의향서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장례용품과 형식을 미리 정해 놓으면 자녀들이 마음 편하게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한혜숙(64세) : "가장 편안한 내 옷이라도 입고 갈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면 저는 그쪽을 택하고 또 아이들한테 꼭 그렇게 해달라고..."

현재 일부 기업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검소한 경조사 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성공의 관건은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구정우(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 "사회적으로 집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좀 더 합리적인 상호부조 문화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요."

또 관공서나 기업의 시설을 경조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연결해주는 전문 단체의 설립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성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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