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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4 이슈] 지구촌 막오른 ‘탈세와의 전쟁’
입력 2013.05.24 (00:04) 수정 2013.05.24 (09:41) 글로벌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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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 찾아갈 곳은 중앙아메리카 동쪽에 위치한 인구 3만의 작은 제도 바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입니다.

대서양과 카리브해, 파나마 운하를 연결하는 군사요충지인 이곳이 최근 '현대판 보물섬'으로 불리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녹취> 페이퍼컴퍼니 브로커 : "버진아일랜드는 기업이 입주하기에 세계에서 최고입니다. 어느 은행을 가도 계좌를 열 수 있고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어느나라와 비교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이곳이 기업이 세금으로부터 자유로운 곳, '조세피난처'이기 때문인데요.

최근 국제 탐사보도 언론인협회에서 버진아일랜드를 비롯한 세계 조세피난처들의 계좌를 입수해 공개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이곳을 직접 다녀온 김민철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민철 기자, 얼마 전 국내 한 언론을 통해 버진아일랜드에 재산을 은닉한 부자들의 명단이 공개됐는데요.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기자 멘트>

네. 최근 조세피난처에 계좌를 둔 한국인이 245명이나 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조세피난처란 법인세나 소득세에 전혀 세금을 물리지 않거나 물려도 아주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지역을 부르는 말인데요.

버진아일랜드 역시 대표적인 조세피난처 중 한 곳입니다.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돼 탈세와 검은돈을 세탁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지목된 겁니다.

<녹취> 스튜어트 메켈러(회계사) : "(버진아일랜드는) 안정성과 익명성이 보장되고 제반비용도 낮으며 수익을 얻어도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당연히 법인세도 없다."

KBS의 취재 결과 버진아일랜드에 적을 둔 페이퍼 컴퍼니, 즉 유령회사는 무려 90만 곳이나 됐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한국인 명단에는 이수영 OCI 회장 부부를 비롯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재계 유력인사들이 대거 지목되면서 고강도 수사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이런 조세피난처에서 어떤 원리로 탈세가 가능하다는 건가요?

<답변>

네. 가장 전형적인 수법은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차리는 겁니다.

만드는 방법도 쉽습니다.

삼백 개에 달하는 대행사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도맡아 설립을 돕고 있습니다.

이런 회사들은 발행주식이 한 주 뿐인데 오너가 그 한 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후 자녀를 주주로 등록하면 세금을 피하면서 재산을 상속할 수 있게 됩니다.

같은 방법으로 국내의 수사망을 벗어나 수십억 대의 호화 부동산도 세금 없이 거래됐습니다

취재 당시 현지에서 만난 브로커의 말을 들어 보시죠.

<녹취> 페이퍼컴퍼니 브로커 : "초반 설립비용은 1000달러고요. 한 번만 내면 됩니다. 그리고 매년 700달러만 내면 되죠. (중략) 납세번호 같은 것도 필요 없습니다. (중략) 일주일이면 충분합니다. 모든 서류가 도착해 (페이퍼컴퍼니 설립이) 일주일이면 돼요"

<질문>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게 불법인가요?

<답변> 설립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한국 국세청도 회사를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자진신고만 하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명단은 설립 사실을 숨기고 있었던 사람들이죠.

거리낌이 없다면 왜 숨기고 있었느냐는 반문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더불어 회사만 이 곳에 두고 은행 계좌는 다른 나라에 개설한 뒤 자금을 분산, 회전시키는 이른바 '세탁'을 할 경우 자금 추적이 어려워지는 맹점을 갖고 있습니다.

<질문> 우리나라 뿐 아니라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가 전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데 거론되는 기업들은 어떤 곳들입니까?

<답변> 태평양을 건너가면 애플을 비롯한 구글, 스타벅스 등 각종 다국적 기업이 거액의 탈세 혐의에 연루됐습니다.

먼저 애플은 아일랜드 자회사로 매출을 옮기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90억달러, 한화 약 10조원의 세금 회피 의혹이 제기됐고요.

구글 역시 지난 2011년 영국에서 32억파운드의 수입을 거둔 것에 비해 세금은 고작 600만 파운드를 납부한 것이 알려졌습니다.

이를 두고 영국 정치권에서는 구글, 아마존 등 기업들이 비슷한 수법으로 영국에서 올린 매출을 다른 유럽 본부로 돌려 세금을 피했다고 성토해 문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질문> 앞서 설명한 버진아일랜드를 제외한 전세계의 조세피난처로는 전통적인 유럽 국가들, 즉, 리히텐슈타인을 비롯한 스위스, 모나코 등이 있고요.

카리브해의 바하마와 버뮤다 제도도 떠오르는 조세피난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민철 기자, 요즘 기업들은 이런 조세피난처로 갈 수 밖에 없는 게 법인세가 너무 높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렇게 반론하고 있다면서요?

<답변> 기업적 측면에서 보면 그렇지만 국가적 측면으로 봤을 때 과도한 조세경쟁은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지구 곳곳에 위치한 조세피난처, 외국 기업의 자회사를 유치하면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금융과 법률 등 관련 산업이 육성된다는 명분이 동원된 결괍니다.

하지만 세금인하 경쟁은 그 나라의 조세 기반을 결국 허물어 버린다는 맹점이 있죠.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조세피난으로 인한 각국의 세금 손실액이 무려 1560억 달러, 우리돈 17조원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극빈곤선을 넘어 생활할 수 있는 금액의 두 배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질문> 사태가 정말 심각하군요...

이렇게 한두나라의 문제가 아니라면 국제적으로 공조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국제사회,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답변> 먼저 EU 정상들은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탈세를 뿌리뽑기 위해 기존의 은행 비밀주의를 철폐하자는데 합의했습니다.

우선 회원국 은행들간 계좌정보부터 교환하기로 한 겁니다.

<녹취> 데이비드 캐머런(영국 총리)

EU의 역내 탈세 규모는 1년에 1조 유로, 천 사백 조원이 넘어 EU 회원국의 전체 의료보장 비용보다 높은 수준인데요.

유럽연합의 모든 회원국이 은행 계좌를 공유하게 되면 각국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결정적인 자료 확보가 가능해집니다.

더불어 G8, 주요 8개국도 다음달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다국적 기업이 편법으로 세금을 줄일 수 없도록 과세 공통 기준에 대해 합의하고 OECD에 상세한 규칙을 의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G24 이슈] 지구촌 막오른 ‘탈세와의 전쟁’
    • 입력 2013-05-24 07:57:27
    • 수정2013-05-24 09:41:40
    글로벌24
<앵커 멘트>

오늘 찾아갈 곳은 중앙아메리카 동쪽에 위치한 인구 3만의 작은 제도 바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입니다.

대서양과 카리브해, 파나마 운하를 연결하는 군사요충지인 이곳이 최근 '현대판 보물섬'으로 불리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녹취> 페이퍼컴퍼니 브로커 : "버진아일랜드는 기업이 입주하기에 세계에서 최고입니다. 어느 은행을 가도 계좌를 열 수 있고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어느나라와 비교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이곳이 기업이 세금으로부터 자유로운 곳, '조세피난처'이기 때문인데요.

최근 국제 탐사보도 언론인협회에서 버진아일랜드를 비롯한 세계 조세피난처들의 계좌를 입수해 공개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이곳을 직접 다녀온 김민철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민철 기자, 얼마 전 국내 한 언론을 통해 버진아일랜드에 재산을 은닉한 부자들의 명단이 공개됐는데요.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기자 멘트>

네. 최근 조세피난처에 계좌를 둔 한국인이 245명이나 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조세피난처란 법인세나 소득세에 전혀 세금을 물리지 않거나 물려도 아주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지역을 부르는 말인데요.

버진아일랜드 역시 대표적인 조세피난처 중 한 곳입니다.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돼 탈세와 검은돈을 세탁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지목된 겁니다.

<녹취> 스튜어트 메켈러(회계사) : "(버진아일랜드는) 안정성과 익명성이 보장되고 제반비용도 낮으며 수익을 얻어도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당연히 법인세도 없다."

KBS의 취재 결과 버진아일랜드에 적을 둔 페이퍼 컴퍼니, 즉 유령회사는 무려 90만 곳이나 됐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한국인 명단에는 이수영 OCI 회장 부부를 비롯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재계 유력인사들이 대거 지목되면서 고강도 수사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이런 조세피난처에서 어떤 원리로 탈세가 가능하다는 건가요?

<답변>

네. 가장 전형적인 수법은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차리는 겁니다.

만드는 방법도 쉽습니다.

삼백 개에 달하는 대행사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도맡아 설립을 돕고 있습니다.

이런 회사들은 발행주식이 한 주 뿐인데 오너가 그 한 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후 자녀를 주주로 등록하면 세금을 피하면서 재산을 상속할 수 있게 됩니다.

같은 방법으로 국내의 수사망을 벗어나 수십억 대의 호화 부동산도 세금 없이 거래됐습니다

취재 당시 현지에서 만난 브로커의 말을 들어 보시죠.

<녹취> 페이퍼컴퍼니 브로커 : "초반 설립비용은 1000달러고요. 한 번만 내면 됩니다. 그리고 매년 700달러만 내면 되죠. (중략) 납세번호 같은 것도 필요 없습니다. (중략) 일주일이면 충분합니다. 모든 서류가 도착해 (페이퍼컴퍼니 설립이) 일주일이면 돼요"

<질문>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게 불법인가요?

<답변> 설립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한국 국세청도 회사를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자진신고만 하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명단은 설립 사실을 숨기고 있었던 사람들이죠.

거리낌이 없다면 왜 숨기고 있었느냐는 반문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더불어 회사만 이 곳에 두고 은행 계좌는 다른 나라에 개설한 뒤 자금을 분산, 회전시키는 이른바 '세탁'을 할 경우 자금 추적이 어려워지는 맹점을 갖고 있습니다.

<질문> 우리나라 뿐 아니라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가 전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데 거론되는 기업들은 어떤 곳들입니까?

<답변> 태평양을 건너가면 애플을 비롯한 구글, 스타벅스 등 각종 다국적 기업이 거액의 탈세 혐의에 연루됐습니다.

먼저 애플은 아일랜드 자회사로 매출을 옮기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90억달러, 한화 약 10조원의 세금 회피 의혹이 제기됐고요.

구글 역시 지난 2011년 영국에서 32억파운드의 수입을 거둔 것에 비해 세금은 고작 600만 파운드를 납부한 것이 알려졌습니다.

이를 두고 영국 정치권에서는 구글, 아마존 등 기업들이 비슷한 수법으로 영국에서 올린 매출을 다른 유럽 본부로 돌려 세금을 피했다고 성토해 문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질문> 앞서 설명한 버진아일랜드를 제외한 전세계의 조세피난처로는 전통적인 유럽 국가들, 즉, 리히텐슈타인을 비롯한 스위스, 모나코 등이 있고요.

카리브해의 바하마와 버뮤다 제도도 떠오르는 조세피난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민철 기자, 요즘 기업들은 이런 조세피난처로 갈 수 밖에 없는 게 법인세가 너무 높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렇게 반론하고 있다면서요?

<답변> 기업적 측면에서 보면 그렇지만 국가적 측면으로 봤을 때 과도한 조세경쟁은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지구 곳곳에 위치한 조세피난처, 외국 기업의 자회사를 유치하면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금융과 법률 등 관련 산업이 육성된다는 명분이 동원된 결괍니다.

하지만 세금인하 경쟁은 그 나라의 조세 기반을 결국 허물어 버린다는 맹점이 있죠.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조세피난으로 인한 각국의 세금 손실액이 무려 1560억 달러, 우리돈 17조원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극빈곤선을 넘어 생활할 수 있는 금액의 두 배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질문> 사태가 정말 심각하군요...

이렇게 한두나라의 문제가 아니라면 국제적으로 공조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국제사회,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답변> 먼저 EU 정상들은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탈세를 뿌리뽑기 위해 기존의 은행 비밀주의를 철폐하자는데 합의했습니다.

우선 회원국 은행들간 계좌정보부터 교환하기로 한 겁니다.

<녹취> 데이비드 캐머런(영국 총리)

EU의 역내 탈세 규모는 1년에 1조 유로, 천 사백 조원이 넘어 EU 회원국의 전체 의료보장 비용보다 높은 수준인데요.

유럽연합의 모든 회원국이 은행 계좌를 공유하게 되면 각국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결정적인 자료 확보가 가능해집니다.

더불어 G8, 주요 8개국도 다음달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다국적 기업이 편법으로 세금을 줄일 수 없도록 과세 공통 기준에 대해 합의하고 OECD에 상세한 규칙을 의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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