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육사에서 대낮 폭탄주에 성폭행

입력 2013.05.30 (08:33) 수정 2013.05.3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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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육군사관학교 교내에서 4학년 남자 생도가 후배 여생도를 성폭행한 사건 어제 보도해드렸는데요.

사건이 일어난 지 엿새가 지난 후 언론에 알려졌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육사측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김기흥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아무래도 시민들은 이 사건을 접하고 충격을 많이 받은 거 같습니다.

<기자 멘트>

이 사건의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는데요.

그런데 두 분은 육사 생도 한 명을 양성하는데 어느 정도 예산이 들어가는지 아시나요?

한 명당 2억 3천만 원 이상이 든다고 합니다.

육사 생도가 되면 학비도 전액 무료이고 다달이 수십만 원에 달하는 품위유지비까지 받는다고 하는데요.

물론 이 모든 것이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되는 겁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혜택을 받는 육사에서 그것도 대낮에 지도 교수는 폭탄주를 돌리고 생도는 후배를 성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진 겁니다.

군 엘리트의 산실이라는 육사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육군사관학교를 찾아갔습니다.

사전에 방문예약을 한 사람 외에는 출입이 허락되지 않는다며, 취재진을 막아섭니다.

<녹취> 육군 (음성변조) : "공보실에 연락을 안 하셨으면 (못 들어갑니다.) (들어가서 말씀 드릴 수는 없나요?) 예. 안됩니다."

오가는 인적마저 뜸한 이 곳.

지난 22일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날은 바로 육군사관학교에서 생도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일주일 동안 여는 ‘생도의 날’ 행사 중 체육대회가 진행된 날이었습니다.

<녹취> 육군관계자 (음성변조) : “그 날은 일과 중인데, 학우들 (생도의 날) 축제 기간에 체육활동을 하다 보니까 이제 그 시간에는 단체 활동을 다 하고...”

행사가 끝난 뒤, 대령급 학과장을 비롯해 지도교수 10명과 생도 20여 명이 잔디밭에서 술을 곁들인 뒤풀이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관학교의 금주, 금연, 금혼 ‘3금 제’에 따라 육사 생도들은 음주를 못하게 돼 있지만, 지도교수나 훈육관 등이 주관하는 행사에서는 음주가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녹취> 육군관계자 (음성변조) : “훈육관, 지도교수가 주관하는 행사에서는 음주를 할 수가 있습니다. 단지 품위 유지를 해야 하는 선에서는 음주를 할 수가 있는데...”

이 날 뒤풀이에 참석한 이들이 마신 건, 맥주와 소주를 섞은 이른바, 폭탄주.

그런데 한 여생도가 술에 취해 쓰러졌고, 한 지도교수가 이 학생을 승용차에 태워 생활관에 있는 여생도의 방으로 데려다 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직후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는데요.

같은 과 4학년 선배가 술에 취한 이 여생도를 찾아갔고,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 문을 잠그고 성폭행을 저지른 겁니다.

<녹취> 육사 관계자 (음성변조) : “(이번 사건 현장이 발견된 곳은 어딘가요?) 남생도의 호실입니다. (남학생 생활관과 여학생 생활관 건물이 다른가요?) 건물은 다르지 않습니다. 한 건물에 다른 호실입니다.”

사건은 술에 취한 여생도의 상태를 살피러 온 다른 생도들에 의해 알려졌는데요.

술에 취해 쓰러진 여생도가 방에서 없어져 찾으러 다니던 중, 4학년 남생도의 방에서 이상한 인기척을 느껴져, 사건의 정황을 확인한 후, 담당 훈육관에게
보고했다고 합니다.

<녹취> 육군관계자 (음성변조) : “성군기 위반은 이제 군 형법에 의해서 처벌을 받습니다. (가해자) 이 친구는 군형법을 적용받는데요, 군 헌병대에서 정상적으로 (성폭행) 혐의가 있기 때문에 수사를 한 거예요. 군 검찰에서 영장 실질심사를 통해가지고 구속을 시켰어요.“

육균사관학교는 1946년 ‘조선국방경비사관학교’로 개교한 이래 최고의 군 엘리트 장교 양성학교로써 명성을 쌓아오고 있었는데요.

1998년 금녀의 벽을 허물고 여성 지원자에게 문호를 개방한 후 처음으로 드러난 성폭행 사건.

백주대낮, 그것도 육사 교내에서 성폭행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실망과 충격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녹취> 시민 (음성변조) : “육군사관하면 우리나라 육군에서 제일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 되는 건데, 그런 (성폭행 사건) 일이 일어나고 그러면 좀 안 좋게 보이죠. 사건이 크니까...“

<녹취> 시민 (음성변조) : “(육사에서는) 오히려 여자들이 더 보호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니네요.“

사람들이 이런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육사 생도들이 누리는 특전 때문이기도 합니다.

육사에 입학한 생도들은, ‘학비 전액 면제’는 물론, 달마다 32만 원에서 47만 원 정도 ‘급여와 품위유지비’까지 받게 되는데요,

게다가 노트북, 스마트 패드 등 개인용 전자제품 등을 모두 제공받고, 학년마다 아시아, 유럽 등 해외견학기회도 누릴 수 있습니다.

육사에서 밝힌 생도 1인당 양성비용은 2억 3천만 원 정도.

육사의 입학경쟁률이 해마다 20대 1을 웃도는 이유도 이런 특전 때문인데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돈은 바로 국민이 낸 세금이라는 겁니다.

<녹취> 시민 (음성변조) : “장교가 될 사람들인데, 충분히 절제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죠. (육사 생도들이) 공부를 하는데, 우리나라 (국민이) 세금을 내서 (운영)하는 식인데...“

특히 성폭행이 일어난 지 엿새가 지난 후에야 사건이 외부에 알려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군에서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군의 폐쇄적인 특성상 설마 이번 사건이 처음이겠냐는 회의적인 의견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육군은 이번 사건이 육사 내에서 일어난 최초의 성범죄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 신원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 발표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는데요.

<녹취> 육군관계자 (음성변조) : “피해자께서 비밀 좀 지키게 해 달라... 생도생활 계속해야 되니까 그런 쪽으로 요청이 온 거죠. (가해자는)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서는 우리가 (미리) 발설할 수 없었습니다. ”

어제 오후, 육군에서는 공식입장을 통해, 사관생도들의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재발방지에 힘쓰겠다고 밝혔는데요.

전문가들은 육사의 특성을 고려한 실질적인 성교육과 제도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임태훈(소장/군인권센터) : “1년에 한 두 차례. 대형 강의실에 3백 명, 4백 명 모아놓고 외부강사 불러서 (성교육) 했다. 이 정도거든요. (육사 생도들이) 반드시 이 성교육을 필수로 들을 수 있게 해야 하고요.”

<녹취> 정하경주(사무국장/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 “위계적인 조직이다 보니 선배라든가 후배에 대해서 그런 권위적인 권력관계에 의해서 성폭력이나 이런 성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겠죠. 성폭력에 대한 인식교육이라든지, 인권에 대한 교육, 이런 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것 같아요.”

육군은 헌병대의 수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성폭행 가해자에 대해 육사 퇴교 등 징계수위를 결정할 예정인데요.

당시 뒤풀이 현장에서 무리한 음주 강요나, 생도들에 대한 관리 소홀은 없었는지 지도교수 등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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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육사에서 대낮 폭탄주에 성폭행
    • 입력 2013-05-30 08:38:36
    • 수정2013-05-30 09: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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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 교내에서 4학년 남자 생도가 후배 여생도를 성폭행한 사건 어제 보도해드렸는데요.

사건이 일어난 지 엿새가 지난 후 언론에 알려졌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육사측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김기흥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아무래도 시민들은 이 사건을 접하고 충격을 많이 받은 거 같습니다.

<기자 멘트>

이 사건의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는데요.

그런데 두 분은 육사 생도 한 명을 양성하는데 어느 정도 예산이 들어가는지 아시나요?

한 명당 2억 3천만 원 이상이 든다고 합니다.

육사 생도가 되면 학비도 전액 무료이고 다달이 수십만 원에 달하는 품위유지비까지 받는다고 하는데요.

물론 이 모든 것이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되는 겁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혜택을 받는 육사에서 그것도 대낮에 지도 교수는 폭탄주를 돌리고 생도는 후배를 성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진 겁니다.

군 엘리트의 산실이라는 육사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육군사관학교를 찾아갔습니다.

사전에 방문예약을 한 사람 외에는 출입이 허락되지 않는다며, 취재진을 막아섭니다.

<녹취> 육군 (음성변조) : "공보실에 연락을 안 하셨으면 (못 들어갑니다.) (들어가서 말씀 드릴 수는 없나요?) 예. 안됩니다."

오가는 인적마저 뜸한 이 곳.

지난 22일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날은 바로 육군사관학교에서 생도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일주일 동안 여는 ‘생도의 날’ 행사 중 체육대회가 진행된 날이었습니다.

<녹취> 육군관계자 (음성변조) : “그 날은 일과 중인데, 학우들 (생도의 날) 축제 기간에 체육활동을 하다 보니까 이제 그 시간에는 단체 활동을 다 하고...”

행사가 끝난 뒤, 대령급 학과장을 비롯해 지도교수 10명과 생도 20여 명이 잔디밭에서 술을 곁들인 뒤풀이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관학교의 금주, 금연, 금혼 ‘3금 제’에 따라 육사 생도들은 음주를 못하게 돼 있지만, 지도교수나 훈육관 등이 주관하는 행사에서는 음주가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녹취> 육군관계자 (음성변조) : “훈육관, 지도교수가 주관하는 행사에서는 음주를 할 수가 있습니다. 단지 품위 유지를 해야 하는 선에서는 음주를 할 수가 있는데...”

이 날 뒤풀이에 참석한 이들이 마신 건, 맥주와 소주를 섞은 이른바, 폭탄주.

그런데 한 여생도가 술에 취해 쓰러졌고, 한 지도교수가 이 학생을 승용차에 태워 생활관에 있는 여생도의 방으로 데려다 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직후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는데요.

같은 과 4학년 선배가 술에 취한 이 여생도를 찾아갔고,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 문을 잠그고 성폭행을 저지른 겁니다.

<녹취> 육사 관계자 (음성변조) : “(이번 사건 현장이 발견된 곳은 어딘가요?) 남생도의 호실입니다. (남학생 생활관과 여학생 생활관 건물이 다른가요?) 건물은 다르지 않습니다. 한 건물에 다른 호실입니다.”

사건은 술에 취한 여생도의 상태를 살피러 온 다른 생도들에 의해 알려졌는데요.

술에 취해 쓰러진 여생도가 방에서 없어져 찾으러 다니던 중, 4학년 남생도의 방에서 이상한 인기척을 느껴져, 사건의 정황을 확인한 후, 담당 훈육관에게
보고했다고 합니다.

<녹취> 육군관계자 (음성변조) : “성군기 위반은 이제 군 형법에 의해서 처벌을 받습니다. (가해자) 이 친구는 군형법을 적용받는데요, 군 헌병대에서 정상적으로 (성폭행) 혐의가 있기 때문에 수사를 한 거예요. 군 검찰에서 영장 실질심사를 통해가지고 구속을 시켰어요.“

육균사관학교는 1946년 ‘조선국방경비사관학교’로 개교한 이래 최고의 군 엘리트 장교 양성학교로써 명성을 쌓아오고 있었는데요.

1998년 금녀의 벽을 허물고 여성 지원자에게 문호를 개방한 후 처음으로 드러난 성폭행 사건.

백주대낮, 그것도 육사 교내에서 성폭행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실망과 충격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녹취> 시민 (음성변조) : “육군사관하면 우리나라 육군에서 제일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 되는 건데, 그런 (성폭행 사건) 일이 일어나고 그러면 좀 안 좋게 보이죠. 사건이 크니까...“

<녹취> 시민 (음성변조) : “(육사에서는) 오히려 여자들이 더 보호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니네요.“

사람들이 이런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육사 생도들이 누리는 특전 때문이기도 합니다.

육사에 입학한 생도들은, ‘학비 전액 면제’는 물론, 달마다 32만 원에서 47만 원 정도 ‘급여와 품위유지비’까지 받게 되는데요,

게다가 노트북, 스마트 패드 등 개인용 전자제품 등을 모두 제공받고, 학년마다 아시아, 유럽 등 해외견학기회도 누릴 수 있습니다.

육사에서 밝힌 생도 1인당 양성비용은 2억 3천만 원 정도.

육사의 입학경쟁률이 해마다 20대 1을 웃도는 이유도 이런 특전 때문인데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돈은 바로 국민이 낸 세금이라는 겁니다.

<녹취> 시민 (음성변조) : “장교가 될 사람들인데, 충분히 절제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죠. (육사 생도들이) 공부를 하는데, 우리나라 (국민이) 세금을 내서 (운영)하는 식인데...“

특히 성폭행이 일어난 지 엿새가 지난 후에야 사건이 외부에 알려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군에서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군의 폐쇄적인 특성상 설마 이번 사건이 처음이겠냐는 회의적인 의견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육군은 이번 사건이 육사 내에서 일어난 최초의 성범죄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 신원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 발표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는데요.

<녹취> 육군관계자 (음성변조) : “피해자께서 비밀 좀 지키게 해 달라... 생도생활 계속해야 되니까 그런 쪽으로 요청이 온 거죠. (가해자는)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서는 우리가 (미리) 발설할 수 없었습니다. ”

어제 오후, 육군에서는 공식입장을 통해, 사관생도들의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재발방지에 힘쓰겠다고 밝혔는데요.

전문가들은 육사의 특성을 고려한 실질적인 성교육과 제도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임태훈(소장/군인권센터) : “1년에 한 두 차례. 대형 강의실에 3백 명, 4백 명 모아놓고 외부강사 불러서 (성교육) 했다. 이 정도거든요. (육사 생도들이) 반드시 이 성교육을 필수로 들을 수 있게 해야 하고요.”

<녹취> 정하경주(사무국장/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 “위계적인 조직이다 보니 선배라든가 후배에 대해서 그런 권위적인 권력관계에 의해서 성폭력이나 이런 성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겠죠. 성폭력에 대한 인식교육이라든지, 인권에 대한 교육, 이런 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것 같아요.”

육군은 헌병대의 수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성폭행 가해자에 대해 육사 퇴교 등 징계수위를 결정할 예정인데요.

당시 뒤풀이 현장에서 무리한 음주 강요나, 생도들에 대한 관리 소홀은 없었는지 지도교수 등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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