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충전] 잠들지 않는 그들의 밤

입력 2013.06.04 (08:16) 수정 2013.06.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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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간밤 잘 보내셨습니까?

밤이 없는 삶은 상상하기도 어렵죠.

밤이 없다면 정말 살기가 어렵겠죠.

그런데 요즘 밤낮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해가 길어지면서 더욱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기현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밤에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이런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까지 나왔다면서요?

<기자 멘트>

네, 이렇게 밤에 활동하는 사람들을 호모나이트쿠스라고 하는데요.

밤을 뜻하는 나이트와 인간을 뜻하는 접미사 쿠스를 합쳐서 만든 말입니다.

최근 24시간 잠들지 않는 사회가 되면서 심야에도 밥먹고 머리하고 운동하는 등 무엇이든 가능해졌습니다.

덕분에 시간을 유용하게 쓰게 되긴 했지만요.

반대로 잠을 빼앗기며 그만큼 휴식이 없어지기도 했는데요.

저마다의 이유로 밤낮 구분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옵니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이후, 인간은 해가 진 후에도 활동할 수 있게 됐지만 한국처럼 24시간 활발한 사회도 드물 겁니다.

<녹취> "개인적인 활동을 주로 밤에 하는 것 같아요."

<녹취> "밤에 놀 게 많으니까요. 아무래도 낮보다는 모이기도 쉽고요."

<녹취> "해가 져서 좀 선선할 때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만 하더라도 야간통행 금지제도가 있었습니다.

그때 그 시절, 기억나시나요?

<녹취> "그냥 숨는다고 남의 집 장독대에 숨기도 했어요."

<녹취> "나중에는 숨어 있을 때가 없어서 마침 새벽 기도하는 교회에 가서 숨어 있다가 아침에 나오기도 하고, 그런 추억도 있습니다."

요즘은 낮과 밤의 경계가 사라지다시피 했는데요.

1989년 ‘24시간 편의점’이 처음 생긴 이후, 1990년대에는 심야 쇼핑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카페, 찜질방 등 24시간 매장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새벽 1시의 헬스장.

잠자리에 들 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운동하는 사람들로 가득한데요.

<인터뷰> 노 권(서울시 자양동) : "11시 정도에 일을 마감하니까 일 끝나고 와서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지금밖에 없어요."

이처럼 밤에 활동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호모나이트쿠스, 즉 심야형 인간이라고 합니다.

자기 계발과 여가를 위해, 또는 경제 활동을 위해 밤낮 구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하는데요.

식당을 운영하는 채낙영 씨도 호모나이트쿠스 중 한 명입니다.

유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심야식당을 시작했다는데요.

<인터뷰> 채낙영(심야 식당 운영) : "밤에 일하면 힘이 들죠. 아무래도 남들 잘 때 일을 하는 거니까요. 아직 제가 젊으니까 남들처럼 똑같이 하면 안 되잖아요. 남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거죠."

점심시간에 잠깐 문을 열었다가 저녁 6시에 다시 문을 열어 새벽 3시까지 운영하는데요.

늦은 밤에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녹취> "저 원래 더 늦은 시간에 오거든요. 지금이 오히려 이른 시간이에요."

이곳은 24시간 운영하는 미용실인데요.

밤 11시가 되어도 가게 안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인터뷰> 성예린(서울시 방학동) : "남자친구랑 심야영화 보러 왔다가 시간이 많이 남아서 머리 하려고요."

<인터뷰> 박수웅(인천광역시 부평동) : "일이 보통 늦게 끝나서 일반 미용실은 이렇게 늦게까지는 안 하니까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일 때문에 낮에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 새벽을 이용해 미용실을 찾는건데요.

머리를 하면서 쏟아지는 졸음에 깜빡 잠이 들기도 합니다.

어느덧 시계는 새벽 5시를 가리키는데요.

밤에 일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인터뷰> 진 선(헤어 디자이너) : "아무래도 많이 피곤하죠. 밤낮이 바뀌어 일하는 게 쉬운 게 아니니까요. 체력관리 하려고 운동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기는 하는데 그래도 아직까지 적응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낮과 밤의 구분 없는 24시간 사회란 끊임없는 소비를 불러일으키고, 휴식 없는 노동을 요구하는데요.

대중교통 운행이 끝난 시각, 사람들이 버스정류장에 모여 있습니다.

<녹취> "일하고 친구랑 술 한잔하고 들어가는 길이에요. (너무 늦으면 차도 다 끊기잖아요?) 심야버스 다닌다고 해서요."

서울시에서는 지난 4월부터 심야버스를 시범적으로 운행하고 있습니다.

자정부터 첫차가 다니기 전인 오전 4시 55분까지 운행하는데요.

심야버스가 다닌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용객이 많습니다.

<인터뷰> 최기선(서울시 심야버스 기사) : "한시 반부터 세, 네 시는 손님들이 문을 닫지 못할 정도로 많아요. 젊은 직장인들도 늦은 시간에 타고, 학생들도 그렇고요. 우리나라에 이렇게 심야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은 줄은 몰랐어요."

이용하는 시민들은 심야버스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인데요.

<녹취> "안전하잖아요. 시내버스가 다니니까 아주 좋더라고요, 돈 절약도 되고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잠든 시간에 심야버스에 오른 사람들, 그들의 표정에는 삶의 고단함도 묻어납니다.

<인터뷰> 조영식(경기도 성남시) : "젊은 사람들이 밤에 일하는 것을 보면 안쓰러워서 못 보겠어. 큰 벌이도 안 되는데 밤에 고생하면서 일하는 것을 보면 많이 안쓰러워요."

<인터뷰> 김왕영(서울시 갈현동) : "밤새워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가족들하고 가정에서 잠자고 싶죠. 그렇지만 그렇게 일해서 살기 힘드니까 저녁에 나와 일하는 거 아니겠어요."

쉴 틈 없이 돌아가는 24시간 사회, 활력 넘치기도 하지만 피로감도 분명 있는데요.

여러분의 밤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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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력충전] 잠들지 않는 그들의 밤
    • 입력 2013-06-04 08:18:12
    • 수정2013-06-04 09: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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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간밤 잘 보내셨습니까?

밤이 없는 삶은 상상하기도 어렵죠.

밤이 없다면 정말 살기가 어렵겠죠.

그런데 요즘 밤낮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해가 길어지면서 더욱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기현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밤에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이런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까지 나왔다면서요?

<기자 멘트>

네, 이렇게 밤에 활동하는 사람들을 호모나이트쿠스라고 하는데요.

밤을 뜻하는 나이트와 인간을 뜻하는 접미사 쿠스를 합쳐서 만든 말입니다.

최근 24시간 잠들지 않는 사회가 되면서 심야에도 밥먹고 머리하고 운동하는 등 무엇이든 가능해졌습니다.

덕분에 시간을 유용하게 쓰게 되긴 했지만요.

반대로 잠을 빼앗기며 그만큼 휴식이 없어지기도 했는데요.

저마다의 이유로 밤낮 구분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옵니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이후, 인간은 해가 진 후에도 활동할 수 있게 됐지만 한국처럼 24시간 활발한 사회도 드물 겁니다.

<녹취> "개인적인 활동을 주로 밤에 하는 것 같아요."

<녹취> "밤에 놀 게 많으니까요. 아무래도 낮보다는 모이기도 쉽고요."

<녹취> "해가 져서 좀 선선할 때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만 하더라도 야간통행 금지제도가 있었습니다.

그때 그 시절, 기억나시나요?

<녹취> "그냥 숨는다고 남의 집 장독대에 숨기도 했어요."

<녹취> "나중에는 숨어 있을 때가 없어서 마침 새벽 기도하는 교회에 가서 숨어 있다가 아침에 나오기도 하고, 그런 추억도 있습니다."

요즘은 낮과 밤의 경계가 사라지다시피 했는데요.

1989년 ‘24시간 편의점’이 처음 생긴 이후, 1990년대에는 심야 쇼핑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카페, 찜질방 등 24시간 매장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새벽 1시의 헬스장.

잠자리에 들 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운동하는 사람들로 가득한데요.

<인터뷰> 노 권(서울시 자양동) : "11시 정도에 일을 마감하니까 일 끝나고 와서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지금밖에 없어요."

이처럼 밤에 활동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호모나이트쿠스, 즉 심야형 인간이라고 합니다.

자기 계발과 여가를 위해, 또는 경제 활동을 위해 밤낮 구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하는데요.

식당을 운영하는 채낙영 씨도 호모나이트쿠스 중 한 명입니다.

유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심야식당을 시작했다는데요.

<인터뷰> 채낙영(심야 식당 운영) : "밤에 일하면 힘이 들죠. 아무래도 남들 잘 때 일을 하는 거니까요. 아직 제가 젊으니까 남들처럼 똑같이 하면 안 되잖아요. 남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거죠."

점심시간에 잠깐 문을 열었다가 저녁 6시에 다시 문을 열어 새벽 3시까지 운영하는데요.

늦은 밤에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녹취> "저 원래 더 늦은 시간에 오거든요. 지금이 오히려 이른 시간이에요."

이곳은 24시간 운영하는 미용실인데요.

밤 11시가 되어도 가게 안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인터뷰> 성예린(서울시 방학동) : "남자친구랑 심야영화 보러 왔다가 시간이 많이 남아서 머리 하려고요."

<인터뷰> 박수웅(인천광역시 부평동) : "일이 보통 늦게 끝나서 일반 미용실은 이렇게 늦게까지는 안 하니까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일 때문에 낮에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 새벽을 이용해 미용실을 찾는건데요.

머리를 하면서 쏟아지는 졸음에 깜빡 잠이 들기도 합니다.

어느덧 시계는 새벽 5시를 가리키는데요.

밤에 일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인터뷰> 진 선(헤어 디자이너) : "아무래도 많이 피곤하죠. 밤낮이 바뀌어 일하는 게 쉬운 게 아니니까요. 체력관리 하려고 운동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기는 하는데 그래도 아직까지 적응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낮과 밤의 구분 없는 24시간 사회란 끊임없는 소비를 불러일으키고, 휴식 없는 노동을 요구하는데요.

대중교통 운행이 끝난 시각, 사람들이 버스정류장에 모여 있습니다.

<녹취> "일하고 친구랑 술 한잔하고 들어가는 길이에요. (너무 늦으면 차도 다 끊기잖아요?) 심야버스 다닌다고 해서요."

서울시에서는 지난 4월부터 심야버스를 시범적으로 운행하고 있습니다.

자정부터 첫차가 다니기 전인 오전 4시 55분까지 운행하는데요.

심야버스가 다닌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용객이 많습니다.

<인터뷰> 최기선(서울시 심야버스 기사) : "한시 반부터 세, 네 시는 손님들이 문을 닫지 못할 정도로 많아요. 젊은 직장인들도 늦은 시간에 타고, 학생들도 그렇고요. 우리나라에 이렇게 심야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은 줄은 몰랐어요."

이용하는 시민들은 심야버스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인데요.

<녹취> "안전하잖아요. 시내버스가 다니니까 아주 좋더라고요, 돈 절약도 되고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잠든 시간에 심야버스에 오른 사람들, 그들의 표정에는 삶의 고단함도 묻어납니다.

<인터뷰> 조영식(경기도 성남시) : "젊은 사람들이 밤에 일하는 것을 보면 안쓰러워서 못 보겠어. 큰 벌이도 안 되는데 밤에 고생하면서 일하는 것을 보면 많이 안쓰러워요."

<인터뷰> 김왕영(서울시 갈현동) : "밤새워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가족들하고 가정에서 잠자고 싶죠. 그렇지만 그렇게 일해서 살기 힘드니까 저녁에 나와 일하는 거 아니겠어요."

쉴 틈 없이 돌아가는 24시간 사회, 활력 넘치기도 하지만 피로감도 분명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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