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오갈 데 없는 가출 청소년, 결국…

입력 2013.06.04 (08:35) 수정 2013.06.04 (09:2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가출한 여중생을 협박해 수백 명과 성매매를 하도록 강요한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 얼마 전에 전해드렸는데요.

성매수를 한 남성들 중에는 교사와 의사 등도 포함돼 있어 충격을 줬던 사건입니다.

김기흥 기자와 얘기나눠봅니다.

이 사건을 더 자세히취재했다고요?

<기자 멘트>

낯선 남성이 재워주겠다고 접근을 하면 거절하는 게 보통인데요.

하지만, 오갈 데 없는 가출 청소년들은 예외였습니다.

부모님과의 불화로 무작정 집을 뛰쳐나오기는 했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고 나면 먹고 자는 문제가 이들에게는 가장 우선시되기 때문인데요.

이럴 때 건네는 누군가의 호의가 이들을 헤어날 수 없는 범죄의 늪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가출한 또래 청소년들이 모여 사는 가출팸에서도 이런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년 전 집을 나온 15살 여중생 김 모양은 스마트폰 채팅으로 21살 이모씨를 알게 됐습니다.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던 김양에게 이씨는 자신도 집을 나올 거라며 함께 살자고 했는데요.

<녹취> 김00(피해자/음성변조) : "사귀자고 (하면서) 책임지겠다, 집 나온 것 같으니까…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저도 이제 갈 데가 없으니까 (믿었습니다)"

두 사람은 여관에서 월세 생활을 시작했지만 집에서 들고 나온 생활비는 금방 바닥이 났습니다.

그때, 이씨가 본심을 드러냈습니다.

김양에게 생활비를 벌어오라며 성매매를 강요하기 시작한 겁니다.

<녹취> 김00(피해자/음성변조) : "자기는 다 책임질 수 있는데 돈이 없다는 식으로 협박했죠. 저는 이제 어리잖아요. 뭘 알겠어요. 그것이 위험한 것인지를"

이씨가 시키는대로 스마트폰 채팅사이트에 글을 올리자 만나자는 남성들의 글이 쇄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금액과 장소 등을 조율하고나면 곧바로 성매매가 성사됐다고 합니다.

<녹취> 김00(피해자/음성변조) : "조건 가능 이런 식으로 해서 (정보를 올리죠.) 만약 사진 보내달라고 하면 사진을 보내주고(요)"

점차 대담해진 이씨는 김양을 데리고 서울부터 대전, 전주 등 다른 지역으로 원정 성매매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음성변조) : "(차를) 빌려서 다른 지역에 갔다가 (돌아)오거나 거기에 가니까 피곤하잖아요. 차에서 자다가 또 (거기서 성매매를) 하는 거죠."

하루에 적게는 두 번, 많게는 여섯 번 이상 남성들을 상대해야 했고 아픈 날에도 쉬지 못한 채, 일년 동안 이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음성변조): "신고하면 부모님도 (성매매 사실을) 아실 테고 (부모님과) 조금 더 사이가 안 좋아질까 봐 그런 것도 있고(요) 그때 계속 저는 (이씨가) 무서워서 (이씨의 메시지만) 봐도 덜덜 떨었어요."

한 번에 10만원부터 40만원까지 일 년동안 성매수 남성들로부터 이씨가 받아 챙긴 돈이 오 천 만원이 넘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진범(경사/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피해자가 벌어온 돈은 피의자가 다 가져갔습니다. 한마디로 갈취를 했죠. 그 많은 돈 중에 딱 두 번인가 용돈하라는 식으로 해서 2만 원씩 줬다고 하더라고요."

경찰은 김양의 통화 기록과 채팅 기록을 토대로 성매수 남성들을 파악하기 시작했는데요.

일 년 동안 김양과 성매매한 남성들은 교사와 의사 등을 포함해 오백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진범(경사/전북지방경찰청) : "화상 자료를 보고 (피해자가) 이 사람 내가 만난 사람 같다(고) (한) 나타난 사람들을 따로 표시해 둔 겁니다."

현재 경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성매수 사실이 확인된 남성만 38명에 이릅니다.

<녹취> 성 매수 남성(음성변조) : "저는 20대인 줄 알고 저랑 동갑인 줄 알고 한 건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어요."

경찰은 이씨를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성매수 혐의가 의심되는 500여명의 남성들을 모두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김양의 경우처럼 생활력이 없고 판단력이 흐린 가출청소년들은 성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서울시의 한 자료에 따르면 가출한 여성청소년들의 네 명 중 한명이 성매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잘 곳을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배고파서, 그리고 강요에 의한 경우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최근에는 같은 처지의 가출청소년들끼리 모여 사는 이른바 가출팸이 늘어가고 있다는데요.

나이 등으로 서열을 정해 가출팸 안에서 각자 역할을 나눈다고 합니다.

특히 여성은 성매매로 생활비를 벌어 오는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는데요.

<녹취> 박00(가출청소년 쉼터 거주/음성변조) : "조건(만남을) 나가는 애들 따로 있고, 조건(만남을) 시키는 애들 따로 있고 또 일하는 애들 따로 있고 그래요. 거기도 역할 분담이 돼 있어요."

같은 처지의 또래들로부터 위로받고 의지하기 위해 가출 팸을 찾아가지만 오히려 이곳이 가장 위험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00(가출청소년 쉼터 거주/음성변조) : "남자랑 여자랑 같이 살다 보니까요 남자애(가) 여자애(에게) 성관계(를) 강제로 한 그런 것도 있어요."

<녹취> 최00(가출청소년 쉼터 거주/음성변조) : "(가출팸에서 도망친 친구가) 흉터가 엄청나게 많고 피나고, (민소매)만 입은 채로 (도망) 나와서 저 엄청나게 당황(했어요) 조건(만남)을 해서 돈을 벌자고 했는데 그것을 거절했더니 왜 거절 하느냐고 (폭행했대요)"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가출팸을 모집한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20대 초반이라고 밝힌 남성은 잘 곳도 마련해주고, 취직까지 시켜주겠다며 큰소리 칩니다.

<녹취> 가출팸 모집책(음성변조) : "합법적으로 일하고 싶으면 합법적으로 (일하게 해주고) 불법적으로 일하고 싶으면 불법적으로 (일하게) 해줘요. (미성년자는 불법이라) 스무 살이라고 속이고 넣는 거예요."

어린나이에 적지 않은 돈을 만질 수 있다며 뿌리칠 수 없는 달콤한 말을 건네기도 하는데요.

<녹취> 가출팸 모집책(음성변조) : "너희 명품가방 사고 싶고 화장품, 옷 진짜 잘 나가는 명품 이런 것 사고 싶지? 그렇게 사게 해줄 수 있어."

오갈 데 없이 거리를 헤매다 범죄의 덫에 빠져버리는 가출청소년들.

전문가들은 해체되는 가정 속에 가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을 무조건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김선옥(관장/새날을 여는 청소년 쉼터) : "지금 가출상황이지만 그들의 꿈은 똑같아요. 일반 청소년처럼 나도 보통 아이들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집을 나왔지만 보통의 친구들처럼 살 수 있도록 주거권과 노동권을 인정해주기만 한다면 (가출청소년 범죄가) 훨씬 줄어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출 청소년들이 사회에 적응하고 기초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오갈 데 없는 가출 청소년, 결국…
    • 입력 2013-06-04 08:36:12
    • 수정2013-06-04 09:24:29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가출한 여중생을 협박해 수백 명과 성매매를 하도록 강요한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 얼마 전에 전해드렸는데요.

성매수를 한 남성들 중에는 교사와 의사 등도 포함돼 있어 충격을 줬던 사건입니다.

김기흥 기자와 얘기나눠봅니다.

이 사건을 더 자세히취재했다고요?

<기자 멘트>

낯선 남성이 재워주겠다고 접근을 하면 거절하는 게 보통인데요.

하지만, 오갈 데 없는 가출 청소년들은 예외였습니다.

부모님과의 불화로 무작정 집을 뛰쳐나오기는 했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고 나면 먹고 자는 문제가 이들에게는 가장 우선시되기 때문인데요.

이럴 때 건네는 누군가의 호의가 이들을 헤어날 수 없는 범죄의 늪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가출한 또래 청소년들이 모여 사는 가출팸에서도 이런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년 전 집을 나온 15살 여중생 김 모양은 스마트폰 채팅으로 21살 이모씨를 알게 됐습니다.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던 김양에게 이씨는 자신도 집을 나올 거라며 함께 살자고 했는데요.

<녹취> 김00(피해자/음성변조) : "사귀자고 (하면서) 책임지겠다, 집 나온 것 같으니까…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저도 이제 갈 데가 없으니까 (믿었습니다)"

두 사람은 여관에서 월세 생활을 시작했지만 집에서 들고 나온 생활비는 금방 바닥이 났습니다.

그때, 이씨가 본심을 드러냈습니다.

김양에게 생활비를 벌어오라며 성매매를 강요하기 시작한 겁니다.

<녹취> 김00(피해자/음성변조) : "자기는 다 책임질 수 있는데 돈이 없다는 식으로 협박했죠. 저는 이제 어리잖아요. 뭘 알겠어요. 그것이 위험한 것인지를"

이씨가 시키는대로 스마트폰 채팅사이트에 글을 올리자 만나자는 남성들의 글이 쇄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금액과 장소 등을 조율하고나면 곧바로 성매매가 성사됐다고 합니다.

<녹취> 김00(피해자/음성변조) : "조건 가능 이런 식으로 해서 (정보를 올리죠.) 만약 사진 보내달라고 하면 사진을 보내주고(요)"

점차 대담해진 이씨는 김양을 데리고 서울부터 대전, 전주 등 다른 지역으로 원정 성매매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음성변조) : "(차를) 빌려서 다른 지역에 갔다가 (돌아)오거나 거기에 가니까 피곤하잖아요. 차에서 자다가 또 (거기서 성매매를) 하는 거죠."

하루에 적게는 두 번, 많게는 여섯 번 이상 남성들을 상대해야 했고 아픈 날에도 쉬지 못한 채, 일년 동안 이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음성변조): "신고하면 부모님도 (성매매 사실을) 아실 테고 (부모님과) 조금 더 사이가 안 좋아질까 봐 그런 것도 있고(요) 그때 계속 저는 (이씨가) 무서워서 (이씨의 메시지만) 봐도 덜덜 떨었어요."

한 번에 10만원부터 40만원까지 일 년동안 성매수 남성들로부터 이씨가 받아 챙긴 돈이 오 천 만원이 넘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진범(경사/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피해자가 벌어온 돈은 피의자가 다 가져갔습니다. 한마디로 갈취를 했죠. 그 많은 돈 중에 딱 두 번인가 용돈하라는 식으로 해서 2만 원씩 줬다고 하더라고요."

경찰은 김양의 통화 기록과 채팅 기록을 토대로 성매수 남성들을 파악하기 시작했는데요.

일 년 동안 김양과 성매매한 남성들은 교사와 의사 등을 포함해 오백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진범(경사/전북지방경찰청) : "화상 자료를 보고 (피해자가) 이 사람 내가 만난 사람 같다(고) (한) 나타난 사람들을 따로 표시해 둔 겁니다."

현재 경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성매수 사실이 확인된 남성만 38명에 이릅니다.

<녹취> 성 매수 남성(음성변조) : "저는 20대인 줄 알고 저랑 동갑인 줄 알고 한 건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어요."

경찰은 이씨를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성매수 혐의가 의심되는 500여명의 남성들을 모두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김양의 경우처럼 생활력이 없고 판단력이 흐린 가출청소년들은 성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서울시의 한 자료에 따르면 가출한 여성청소년들의 네 명 중 한명이 성매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잘 곳을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배고파서, 그리고 강요에 의한 경우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최근에는 같은 처지의 가출청소년들끼리 모여 사는 이른바 가출팸이 늘어가고 있다는데요.

나이 등으로 서열을 정해 가출팸 안에서 각자 역할을 나눈다고 합니다.

특히 여성은 성매매로 생활비를 벌어 오는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는데요.

<녹취> 박00(가출청소년 쉼터 거주/음성변조) : "조건(만남을) 나가는 애들 따로 있고, 조건(만남을) 시키는 애들 따로 있고 또 일하는 애들 따로 있고 그래요. 거기도 역할 분담이 돼 있어요."

같은 처지의 또래들로부터 위로받고 의지하기 위해 가출 팸을 찾아가지만 오히려 이곳이 가장 위험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00(가출청소년 쉼터 거주/음성변조) : "남자랑 여자랑 같이 살다 보니까요 남자애(가) 여자애(에게) 성관계(를) 강제로 한 그런 것도 있어요."

<녹취> 최00(가출청소년 쉼터 거주/음성변조) : "(가출팸에서 도망친 친구가) 흉터가 엄청나게 많고 피나고, (민소매)만 입은 채로 (도망) 나와서 저 엄청나게 당황(했어요) 조건(만남)을 해서 돈을 벌자고 했는데 그것을 거절했더니 왜 거절 하느냐고 (폭행했대요)"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가출팸을 모집한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20대 초반이라고 밝힌 남성은 잘 곳도 마련해주고, 취직까지 시켜주겠다며 큰소리 칩니다.

<녹취> 가출팸 모집책(음성변조) : "합법적으로 일하고 싶으면 합법적으로 (일하게 해주고) 불법적으로 일하고 싶으면 불법적으로 (일하게) 해줘요. (미성년자는 불법이라) 스무 살이라고 속이고 넣는 거예요."

어린나이에 적지 않은 돈을 만질 수 있다며 뿌리칠 수 없는 달콤한 말을 건네기도 하는데요.

<녹취> 가출팸 모집책(음성변조) : "너희 명품가방 사고 싶고 화장품, 옷 진짜 잘 나가는 명품 이런 것 사고 싶지? 그렇게 사게 해줄 수 있어."

오갈 데 없이 거리를 헤매다 범죄의 덫에 빠져버리는 가출청소년들.

전문가들은 해체되는 가정 속에 가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을 무조건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김선옥(관장/새날을 여는 청소년 쉼터) : "지금 가출상황이지만 그들의 꿈은 똑같아요. 일반 청소년처럼 나도 보통 아이들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집을 나왔지만 보통의 친구들처럼 살 수 있도록 주거권과 노동권을 인정해주기만 한다면 (가출청소년 범죄가) 훨씬 줄어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출 청소년들이 사회에 적응하고 기초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