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유혹…‘몸짱약’

입력 2013.06.28 (22:51) 수정 2013.06.28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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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디빌딩 대회.

참가자들이 우람하면서도 균형잡힌 몸매를 뽐냅니다.
무대 뒤편에선 1밀리미터라도 근육을 돋보이게 하려는 마무리 운동이 한창입니다.

이들에게 근육을 강화시켜 준다는 이른바 '몸짱약'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녹취> 대회 참가 선수 (음성 변조) : "다 한다고 보면 돼요. 스테로이드. 인터넷 같은 데서 다 팔죠. 허가 안 받은 거. 나는 '내추럴'(비약물)이다, 너는 '약쟁이'(약물)다."

<녹취> 대회 참가 선수 (음성 변조) : "하면 좋아지겠죠. 참 안타까운 현실인데. 무정자 될 수도 있는 거죠 남자들. 목숨 걸고까지 (복용)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도대체 어떤 약이길래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유혹을 느껴봤다고 말하는 걸까.

<인터뷰> 블랙비(본명 박진만/보디빌더) : "어떤 걸 얻을지 모르겠지만, 곧 죽음의 길이다, 당신은 자살 행위를 하고 있는 거다, 자살을 시도하고 있는 거다. 저는 그렇게 얘기하고 싶어요."

<앵커 멘트>

제가 들고 있는 게 처방전 없이는 구할 수 없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입니다.

과거에는 프로나 아마추어 선수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유통돼 왔지만, 최근엔 몸짱 열풍을 타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불법 유통과 오.남용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직 보디빌더인 김 모씨.

그의 가방 안에선 각종 스테로이드 약물과 주사기, 주사 바늘이 쏟아져 나옵니다.

<녹취> "이거는 남성 호르몬, 트렌볼론, 스타노졸론, 디볼, 서스...(종류별로 다 가지고 계세요?) 남은 거예요. 종류별로 조합을 해서 벌크업(근육 늘리기) 때 쓰다 남은 게 있고 다이어트할 때도 쓰다 남은 게 있어 가지고."

김 씨가 약물을 쓰기 시작한 건 1년 전.

그 사이 운동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우람한 근육을 가지게 됐습니다.

<녹취> 김 모씨(부작용 경험자/음성 변조) : "(운동하려면) 필수 불가결이죠, 사실은. 딜러들이 외국에서 많이 사다가 두, 세 배로 팔죠. 사실 구하기 어려워요. 저도 한번 인터넷에서 시켰었어요."

하지만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았습니다.

<녹취> 김 모씨(부작용 경험자/음성 변조) : "사이클(투약 주기)이 끝났을 때 성욕도 감퇴가 되고 정액 양도 줄어들고 고환이 일을 안 하는 걸 느꼈어요. 미친 거예요, 사실은. 저도 그만 두려고요. 왜냐면 잃는 게 너무 많아요."

더욱 심각한 건 충동 조절 기능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녹취> 김 모씨(부작용 경험자/음성변조) : "남성 호르몬이 많아지면 공격성이 강해지는 게 당연한 얘기예요. 항상 짜증나고 화만 냈어요. 항상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죠. 머릿속에 지옥이다, 사는 게."

스테로이드 제제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합성 약물입니다.

체내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합성해 짧은 시간에 근육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켜 줍니다.

<녹취> 스포츠센터 관장(음성 변조) : "달리기하면 차 타고 달리는 것 같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운동력을 극대화하는 거죠. 먹는 음식을 소비시키지 않고 근육으로 다 들어가게 할 수 있고 그만큼 근육 강도라든지 안 한 선수하고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문제는 부작용입니다.

상습적으로 먹을 경우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거나 심각한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남성의 경우 불임이 될 수 있고, 여성은 생리불순을 겪게 됩니다.

이 때문에 스테로이드는 2007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돼 처방전 없이는 구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 변동원(교수/순천향대병원 내분비내과) : "우리 몸의 모든 면역 기능을 떨어뜨려 버리고 다른 여러 가지 질병에 많이 걸리게 하고. 저희 의사들은 사실은 이 약을 쓸 때 굉장히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 쓰는 약 중의 하나가 스테로이드 약재입니다."

하지만, 당장의 효과 때문에 유혹을 떨쳐내긴 어렵습니다.

<녹취> 스포츠센터 관장(음성 변조) : "못 끊죠. 자기는 괜찮다. 그런 거 와도. 나는 오로지 몸이 좋아지고 싶다. 그런 분도 있더라고요."

국내 도핑 적발률은 2008년 이후 4년 만에 최저치인 0.53%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양성 반응을 보인 15명 가운데 보디 빌딩 선수는 절반 이상인 8명이나 됐습니다.

<인터뷰> 한통정(한국도핑방지위원회 팀장) : "보디빌딩 종목 같은 경우는 저희도 최고 위험군으로 분류를 해놓고 해마다 많은 도핑검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불법 약물이 선수가 아닌 일반인들에게까지 크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화려한 무대와 퍼포먼스.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이른바 '몸짱 선발대회'입니다.

몸짱 열풍을 타고 이런 대회가 전국적으로 우후죽순처럼 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핑 테스트는 체육회 등록 선수만을 대상으로 실시될 뿐 이런 사설 대회에 참가하는 일반인들은 검사 대상이 아닙니다.

<인터뷰> 한통정(한국도핑방지위원회 팀장) :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도핑 검사를 실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다른 기구를 통해서 도핑 검사 대행을 의뢰할 수 있는 방법은 있어요?) 국내에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여기에 스테로이드가 마약류로 분류된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국내에선 이 약물을 투약해도 처벌받지 않습니다.

<녹취>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음성 변조) : "(스테로이드를) 공급하고 판매하고, 알선하고, 이런 것들은 처벌하죠. 부정 불량 의약품이라든지 불량 식품을 사용한다고 처벌하는 것은 법 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대회에서 입상할 확률이 높다 보니 기존 선수들은 물론.

<녹취> 보디빌더(약물복용 적발/음성 변조) : "보디빌딩 협회가 주최하지 않는 대회에 나가는 선수들의 70%는 약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당연시돼 있는 거죠. '내추럴'(비약물)로 하면 시합 나가서 질 확률이 높다 보니까."

일반인들까지 약물 유혹에 빠져들게 되는 겁니다.

<녹취> 헬스클럽 이용자 (음성 변조) : "저희는 주로 외국 사이트에서 (스테로이드를) 구입을 하고요. 가격은 국산보다는 훨씬 더 저렴할 거예요."

국내 최대 규모의 몸짱 선발 대회를 열고 있는 손영주 씨.

약물 없는 이른바 '내추럴 대회'를 표방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만은 않았습니다.

지난 대회에서 한 입상자가 고의로 소변 대신 수돗물을 받아 제출했지만 미국 본사의 도핑 테스트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는 엉뚱한 결과가 나온 겁니다.

<녹취> 손영주(몸짱 대회 머슬마니아 주최자) : "내가 눈으로 봐도 소변이 아니라는 걸 알 수가 있겠더라고요. 답변이 오기를 '너희 선수는 100% 양호하다'고 해서 이건 형식적으로 소변 테스트를 하는 거고, 내추럴(비약물)이라고 하면서 상업적으로 가고 있구나. 너무 어처구니도 없었고."

인터넷에선 스테로이드를 판다는 글이 넘쳐납니다.

약물을 구한다고 하자 곧바로 연락이 옵니다.

<녹취> 스테로이드 판매업자 (음성 변조) : "한 가지만 쓰시면 (근육이) 빨리 빠져버려요. 서로 장.단점이 있는데 '디아나볼'은 끊었을 경우에 확 빠지거든요. 그걸 '스타노조롤'이 잡아주는 거예요. 2~3주 쓰실 거면 안 쓰시는 게 나요. 간만 버리고..."

전화를 끊자마자 또 다른 업자로부터 연락이 이어집니다.

직접 만나서 정품 여부를 확인해 보자고 했습니다.

<녹취> 스테로이드 판매업자(음성 변조) : "이거는 거래 자체를 믿고 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합법도 아니고 불법이고요. 절대 물건 먼저 안 보내줘요 저희는. 딜러의 신용도를 믿고 하는 수밖에 없죠."

돈을 보내니 하루 만에 택배로 보내집니다.

판매 금지 약물인 '디아나볼'과 '스타노조롤'입니다.

근육 강화를 위해 하루 20~80밀리그램을 쓰라고 돼 있을 뿐 자세한 복용 방법이나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인터뷰> 변동원(교수/순천향대병원 내분비내과) : "일반 사람들은 사실은 모릅니다. 자기는 먹는 약이 단지 보약 개념으로, 일반적인 영양제 개념으로 먹은 거지 이게 스테로이드였는지 아닌지 모릅니다. 스테로이드 약재로서 얼마나 위험한지 인식이 전혀 없다는 것이죠."

취재진이 만난 스테로이드 판매업자.

그는 놀랍게도 전국 대회에서 다수의 입상 경력이 있는 전직 보디빌더였습니다.

<녹취> 스테로이드 판매업자 (음성 변조) : "(직접) 쓰려고 하다가 무릎 수술하고 다치는 바람에 다 처분하는 거예요. 저는 이거 팔다 걸린 적도 없고요. 남은 걸 처분하기 때문에 벌금 30만 원이면 끝나거든요."

그 역시 신원을 알 수 없는 밀수업자로부터 약물을 공급받았다고 말합니다.

<녹취> 스테로이드 판매업자(음성 변조) : "중간 브로커나 해외 딜러를 찾으시는 게 빠르실 거예요. 해외에서 직접 물건 떼어 와서 물건 유통시키는 사람이 있거든요."

유명 보디빌더인 박진만 씨.

업계에선 '블랙비'란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꾸준한 운동과 식단 관리로 몸을 가꿔 온 18년 경력의 소유자지만, 그마저도 약물의 유혹을 느낀다고 합니다.

<인터뷰> 블랙비(보디빌더) : "저도 있죠. 저도 있었어요. 너무 화가 나서. 야, 이거 90%가 약물인데, 약물 대회인데 내가 아무리 식단, 계란, 닭 가슴살, 보충제, 이게 의미가 없는 거예요, 저한테는. 나도 약물을 쓸까."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대회 출전이나 후배 양성도 무의미해졌다고 합니다.

<인터뷰> 블랙비(보디빌더) : "어떤 후배가 왔어요. 몸 좋아요. 정말로. 그런데 너무 낙심을 많이 하는 거예요. 나는 비교도 안 된다, 약물을 쓰겠다. 이런 친구가 한.둘이 아니예요. 제 주위에..."

이 때문에 대회 심사 기준을 단순히 근육 크기가 아닌 종합적인 건강미를 평가하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녹취> 손영주(몸짱 대회 머슬마니아 주최자) : "금지 약물을 해야만 되는 심사 기준을 만들어놓고 선수들에게 금지 약물을 하지 말라고 하는 건 모순이라는 거죠. 자세라든지 몸의 균형, 무대 위에서 보여지는 워킹, 포즈, 표정, 의상, 퍼포먼스 이런 걸로 심사 기준이 된다면 아마 좀 바뀌지 않을까."

그동안 흘렸던 땀방울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든 유명 스포츠 스타들.

더 나아가 위험한 유혹을 떨치지 못해 소중한 생명까지 잃어버린 사람들.

최근 불고 있는 몸짱 열풍은 이러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건강보다는 식스팩에만 열광하는 분위기는 반칙을 부추기고, 결국은 그 반칙이 자신을 파멸의 길로 이끌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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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험한 유혹…‘몸짱약’
    • 입력 2013-06-28 23:05:06
    • 수정2013-06-28 23:06:59
    취재파일K
한 보디빌딩 대회.

참가자들이 우람하면서도 균형잡힌 몸매를 뽐냅니다.
무대 뒤편에선 1밀리미터라도 근육을 돋보이게 하려는 마무리 운동이 한창입니다.

이들에게 근육을 강화시켜 준다는 이른바 '몸짱약'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녹취> 대회 참가 선수 (음성 변조) : "다 한다고 보면 돼요. 스테로이드. 인터넷 같은 데서 다 팔죠. 허가 안 받은 거. 나는 '내추럴'(비약물)이다, 너는 '약쟁이'(약물)다."

<녹취> 대회 참가 선수 (음성 변조) : "하면 좋아지겠죠. 참 안타까운 현실인데. 무정자 될 수도 있는 거죠 남자들. 목숨 걸고까지 (복용)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도대체 어떤 약이길래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유혹을 느껴봤다고 말하는 걸까.

<인터뷰> 블랙비(본명 박진만/보디빌더) : "어떤 걸 얻을지 모르겠지만, 곧 죽음의 길이다, 당신은 자살 행위를 하고 있는 거다, 자살을 시도하고 있는 거다. 저는 그렇게 얘기하고 싶어요."

<앵커 멘트>

제가 들고 있는 게 처방전 없이는 구할 수 없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입니다.

과거에는 프로나 아마추어 선수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유통돼 왔지만, 최근엔 몸짱 열풍을 타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불법 유통과 오.남용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직 보디빌더인 김 모씨.

그의 가방 안에선 각종 스테로이드 약물과 주사기, 주사 바늘이 쏟아져 나옵니다.

<녹취> "이거는 남성 호르몬, 트렌볼론, 스타노졸론, 디볼, 서스...(종류별로 다 가지고 계세요?) 남은 거예요. 종류별로 조합을 해서 벌크업(근육 늘리기) 때 쓰다 남은 게 있고 다이어트할 때도 쓰다 남은 게 있어 가지고."

김 씨가 약물을 쓰기 시작한 건 1년 전.

그 사이 운동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우람한 근육을 가지게 됐습니다.

<녹취> 김 모씨(부작용 경험자/음성 변조) : "(운동하려면) 필수 불가결이죠, 사실은. 딜러들이 외국에서 많이 사다가 두, 세 배로 팔죠. 사실 구하기 어려워요. 저도 한번 인터넷에서 시켰었어요."

하지만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았습니다.

<녹취> 김 모씨(부작용 경험자/음성 변조) : "사이클(투약 주기)이 끝났을 때 성욕도 감퇴가 되고 정액 양도 줄어들고 고환이 일을 안 하는 걸 느꼈어요. 미친 거예요, 사실은. 저도 그만 두려고요. 왜냐면 잃는 게 너무 많아요."

더욱 심각한 건 충동 조절 기능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녹취> 김 모씨(부작용 경험자/음성변조) : "남성 호르몬이 많아지면 공격성이 강해지는 게 당연한 얘기예요. 항상 짜증나고 화만 냈어요. 항상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죠. 머릿속에 지옥이다, 사는 게."

스테로이드 제제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합성 약물입니다.

체내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합성해 짧은 시간에 근육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켜 줍니다.

<녹취> 스포츠센터 관장(음성 변조) : "달리기하면 차 타고 달리는 것 같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운동력을 극대화하는 거죠. 먹는 음식을 소비시키지 않고 근육으로 다 들어가게 할 수 있고 그만큼 근육 강도라든지 안 한 선수하고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문제는 부작용입니다.

상습적으로 먹을 경우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거나 심각한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남성의 경우 불임이 될 수 있고, 여성은 생리불순을 겪게 됩니다.

이 때문에 스테로이드는 2007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돼 처방전 없이는 구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 변동원(교수/순천향대병원 내분비내과) : "우리 몸의 모든 면역 기능을 떨어뜨려 버리고 다른 여러 가지 질병에 많이 걸리게 하고. 저희 의사들은 사실은 이 약을 쓸 때 굉장히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 쓰는 약 중의 하나가 스테로이드 약재입니다."

하지만, 당장의 효과 때문에 유혹을 떨쳐내긴 어렵습니다.

<녹취> 스포츠센터 관장(음성 변조) : "못 끊죠. 자기는 괜찮다. 그런 거 와도. 나는 오로지 몸이 좋아지고 싶다. 그런 분도 있더라고요."

국내 도핑 적발률은 2008년 이후 4년 만에 최저치인 0.53%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양성 반응을 보인 15명 가운데 보디 빌딩 선수는 절반 이상인 8명이나 됐습니다.

<인터뷰> 한통정(한국도핑방지위원회 팀장) : "보디빌딩 종목 같은 경우는 저희도 최고 위험군으로 분류를 해놓고 해마다 많은 도핑검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불법 약물이 선수가 아닌 일반인들에게까지 크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화려한 무대와 퍼포먼스.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이른바 '몸짱 선발대회'입니다.

몸짱 열풍을 타고 이런 대회가 전국적으로 우후죽순처럼 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핑 테스트는 체육회 등록 선수만을 대상으로 실시될 뿐 이런 사설 대회에 참가하는 일반인들은 검사 대상이 아닙니다.

<인터뷰> 한통정(한국도핑방지위원회 팀장) :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도핑 검사를 실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다른 기구를 통해서 도핑 검사 대행을 의뢰할 수 있는 방법은 있어요?) 국내에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여기에 스테로이드가 마약류로 분류된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국내에선 이 약물을 투약해도 처벌받지 않습니다.

<녹취>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음성 변조) : "(스테로이드를) 공급하고 판매하고, 알선하고, 이런 것들은 처벌하죠. 부정 불량 의약품이라든지 불량 식품을 사용한다고 처벌하는 것은 법 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대회에서 입상할 확률이 높다 보니 기존 선수들은 물론.

<녹취> 보디빌더(약물복용 적발/음성 변조) : "보디빌딩 협회가 주최하지 않는 대회에 나가는 선수들의 70%는 약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당연시돼 있는 거죠. '내추럴'(비약물)로 하면 시합 나가서 질 확률이 높다 보니까."

일반인들까지 약물 유혹에 빠져들게 되는 겁니다.

<녹취> 헬스클럽 이용자 (음성 변조) : "저희는 주로 외국 사이트에서 (스테로이드를) 구입을 하고요. 가격은 국산보다는 훨씬 더 저렴할 거예요."

국내 최대 규모의 몸짱 선발 대회를 열고 있는 손영주 씨.

약물 없는 이른바 '내추럴 대회'를 표방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만은 않았습니다.

지난 대회에서 한 입상자가 고의로 소변 대신 수돗물을 받아 제출했지만 미국 본사의 도핑 테스트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는 엉뚱한 결과가 나온 겁니다.

<녹취> 손영주(몸짱 대회 머슬마니아 주최자) : "내가 눈으로 봐도 소변이 아니라는 걸 알 수가 있겠더라고요. 답변이 오기를 '너희 선수는 100% 양호하다'고 해서 이건 형식적으로 소변 테스트를 하는 거고, 내추럴(비약물)이라고 하면서 상업적으로 가고 있구나. 너무 어처구니도 없었고."

인터넷에선 스테로이드를 판다는 글이 넘쳐납니다.

약물을 구한다고 하자 곧바로 연락이 옵니다.

<녹취> 스테로이드 판매업자 (음성 변조) : "한 가지만 쓰시면 (근육이) 빨리 빠져버려요. 서로 장.단점이 있는데 '디아나볼'은 끊었을 경우에 확 빠지거든요. 그걸 '스타노조롤'이 잡아주는 거예요. 2~3주 쓰실 거면 안 쓰시는 게 나요. 간만 버리고..."

전화를 끊자마자 또 다른 업자로부터 연락이 이어집니다.

직접 만나서 정품 여부를 확인해 보자고 했습니다.

<녹취> 스테로이드 판매업자(음성 변조) : "이거는 거래 자체를 믿고 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합법도 아니고 불법이고요. 절대 물건 먼저 안 보내줘요 저희는. 딜러의 신용도를 믿고 하는 수밖에 없죠."

돈을 보내니 하루 만에 택배로 보내집니다.

판매 금지 약물인 '디아나볼'과 '스타노조롤'입니다.

근육 강화를 위해 하루 20~80밀리그램을 쓰라고 돼 있을 뿐 자세한 복용 방법이나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인터뷰> 변동원(교수/순천향대병원 내분비내과) : "일반 사람들은 사실은 모릅니다. 자기는 먹는 약이 단지 보약 개념으로, 일반적인 영양제 개념으로 먹은 거지 이게 스테로이드였는지 아닌지 모릅니다. 스테로이드 약재로서 얼마나 위험한지 인식이 전혀 없다는 것이죠."

취재진이 만난 스테로이드 판매업자.

그는 놀랍게도 전국 대회에서 다수의 입상 경력이 있는 전직 보디빌더였습니다.

<녹취> 스테로이드 판매업자 (음성 변조) : "(직접) 쓰려고 하다가 무릎 수술하고 다치는 바람에 다 처분하는 거예요. 저는 이거 팔다 걸린 적도 없고요. 남은 걸 처분하기 때문에 벌금 30만 원이면 끝나거든요."

그 역시 신원을 알 수 없는 밀수업자로부터 약물을 공급받았다고 말합니다.

<녹취> 스테로이드 판매업자(음성 변조) : "중간 브로커나 해외 딜러를 찾으시는 게 빠르실 거예요. 해외에서 직접 물건 떼어 와서 물건 유통시키는 사람이 있거든요."

유명 보디빌더인 박진만 씨.

업계에선 '블랙비'란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꾸준한 운동과 식단 관리로 몸을 가꿔 온 18년 경력의 소유자지만, 그마저도 약물의 유혹을 느낀다고 합니다.

<인터뷰> 블랙비(보디빌더) : "저도 있죠. 저도 있었어요. 너무 화가 나서. 야, 이거 90%가 약물인데, 약물 대회인데 내가 아무리 식단, 계란, 닭 가슴살, 보충제, 이게 의미가 없는 거예요, 저한테는. 나도 약물을 쓸까."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대회 출전이나 후배 양성도 무의미해졌다고 합니다.

<인터뷰> 블랙비(보디빌더) : "어떤 후배가 왔어요. 몸 좋아요. 정말로. 그런데 너무 낙심을 많이 하는 거예요. 나는 비교도 안 된다, 약물을 쓰겠다. 이런 친구가 한.둘이 아니예요. 제 주위에..."

이 때문에 대회 심사 기준을 단순히 근육 크기가 아닌 종합적인 건강미를 평가하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녹취> 손영주(몸짱 대회 머슬마니아 주최자) : "금지 약물을 해야만 되는 심사 기준을 만들어놓고 선수들에게 금지 약물을 하지 말라고 하는 건 모순이라는 거죠. 자세라든지 몸의 균형, 무대 위에서 보여지는 워킹, 포즈, 표정, 의상, 퍼포먼스 이런 걸로 심사 기준이 된다면 아마 좀 바뀌지 않을까."

그동안 흘렸던 땀방울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든 유명 스포츠 스타들.

더 나아가 위험한 유혹을 떨치지 못해 소중한 생명까지 잃어버린 사람들.

최근 불고 있는 몸짱 열풍은 이러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건강보다는 식스팩에만 열광하는 분위기는 반칙을 부추기고, 결국은 그 반칙이 자신을 파멸의 길로 이끌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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