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나쁜 일자리’ 악용되는 시간제 근로

입력 2013.07.29 (21:23) 수정 2013.07.29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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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고용률 70%는 현 정부 최대 역점 계획이죠.

그 핵심은 바로 시간제 일자리 확댑니다.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여성들이 일과 가정,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단 건데요.

우리나라 시간제 근로자 수는 지난해 기준 182만여 명, 전체 근로자의 10% 규몹니다.

그중 3분 2 이상이 여성이고요.

문제는, 대부분 처우가 열악한데다, 심지어 노동권을 제한하는데 악용되기까지 한다는 점입니다.

먼저, 그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이모 씨는 교사들을 대신해 비어있는 학교를 지키는 학교 당직기사입니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하루 16시간.

하지만 6시간에 대해서만 임금을 받습니다.

대기 시간은 인정을 받지 못하는 시간제 근로잡니다.

<인터뷰> "임금 주고싶은 만큼 시간을 정해서 "계약서 쓰고 도장 찍을래 말래? 안 찍으려 그러면 다른 사람 쓸거야" 울며 겨자먹기로 안 찍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잖아요."

휴일이나 명절엔 꼬박 24시간 학교에 묶여 있어야 하는데도, 손에 쥐는 월급은 78만 원이 전부입니다.

시간제로 경북지역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사를 하는 김모 씨.

얼마전 학교측은 기존 대여섯시간의 근로시간을 절반으로 줄이자며 계약 변경을 요구해왔습니다.

2년 이상 근무하면 계속 일할 수 있는 무기 계약직이 되는데, 이른바 초단시간 근로자는 여기서 제외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내가 또 이렇게 고용에 불안에 떨어야되는구나.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시간제로도 빠듯한 살림, 일할 수 있는 시간과 임금이 더 줄어들 생각을 하면 살아갈 일이 캄캄합니다.

<인터뷰> "사람들은 저희들을 보고 단시간 노동이기 때문에 뭐 봉사차원 아니냐 말씀하시는데, 저희는 봉사가 아니고 생계거든요."

잘 운용되면, 여가와 함께 가정을 함께 돌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시간제 일자리.

하지만 현실에서는 작은 권리도 보호받지 못하는 나쁜 일자리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여전히 나쁜 일자리로 인식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전일제 근로자와 비교해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고, 시간제 근로가 자발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나라 시간제 일자리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먼저, 차별 대우를 볼까요?

시간당 평균 임금이 시간제 근로자들의 경우 정규직 전일제 근로자의 58%에 불과합니다.

같은 시간을 일해도 훨씬 적게 받고 있는 거죠.

상여금과 퇴직금을 받는 시간제 근로자는 전체 시간제 근로자의 10분의 1 정도고요,

시간외수당이나 유급휴가를 적용받는 경우도 6%에 불과합니다.

이러다 보니 자발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많아질 리 없겠죠.

시간제 근로자들 가운데 건강이나 육아, 학업 등의 이유로 스스로 원해서 한다는 사람은 44%인 반면 일거리가 없거나 돈벌이가 당장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사람은 56%에 이르고 있습니다.

여성의 경우 일과 가정의 양립 등으로 시간제 일자리의 선호가 꽤 높을 것 같지만, 실제론 절반 이상이 원치 않는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전일제로 간다는 거죠.

이러한 우리 현실과 달리 유럽에는 시간제 일자리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고용률을 높이는 나라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가능할까요?

<리포트>

페이스북의 신임 부회장인 니콜라 멘델슨은 아이 넷을 가진 일하는 엄맙니다.

그녀는 지난 15년 동안 일주일에 4일은 직장에, 나머지 3일은 가정에 집중하는 선택 근로를 통해서 일과 가정을 모두 챙길 수 있었습니다.

<녹취> 니콜라 멘델슨(페이스북 부회장)

이렇게 개인 상황에 맞춰 일하는 시간을 조정하는 선택 근로는 유럽에서 점차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네델란드는 임금 노동자의 40%가 시간제 근로자고, 영국도 4명 가운데 1명은 시간제 근무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내년 4월부터 한 직장에서 6개월 이상 일했을 경우 자신의 업무 형태를 스스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제도가 시행됩니다.

다양한 업무 형태를 보장하기 위해 임금이나 복지 혜택에서 전일제 근로자와 차별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녹취> 해리 드론필드(변호사)

영국의 중앙 공무원은 20%, 지방 공무원의 절반가량이 시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런던에서 KBS 뉴스 박장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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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나쁜 일자리’ 악용되는 시간제 근로
    • 입력 2013-07-29 21:25:33
    • 수정2013-07-29 22:41:32
    뉴스 9
<앵커 멘트>

고용률 70%는 현 정부 최대 역점 계획이죠.

그 핵심은 바로 시간제 일자리 확댑니다.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여성들이 일과 가정,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단 건데요.

우리나라 시간제 근로자 수는 지난해 기준 182만여 명, 전체 근로자의 10% 규몹니다.

그중 3분 2 이상이 여성이고요.

문제는, 대부분 처우가 열악한데다, 심지어 노동권을 제한하는데 악용되기까지 한다는 점입니다.

먼저, 그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이모 씨는 교사들을 대신해 비어있는 학교를 지키는 학교 당직기사입니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하루 16시간.

하지만 6시간에 대해서만 임금을 받습니다.

대기 시간은 인정을 받지 못하는 시간제 근로잡니다.

<인터뷰> "임금 주고싶은 만큼 시간을 정해서 "계약서 쓰고 도장 찍을래 말래? 안 찍으려 그러면 다른 사람 쓸거야" 울며 겨자먹기로 안 찍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잖아요."

휴일이나 명절엔 꼬박 24시간 학교에 묶여 있어야 하는데도, 손에 쥐는 월급은 78만 원이 전부입니다.

시간제로 경북지역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사를 하는 김모 씨.

얼마전 학교측은 기존 대여섯시간의 근로시간을 절반으로 줄이자며 계약 변경을 요구해왔습니다.

2년 이상 근무하면 계속 일할 수 있는 무기 계약직이 되는데, 이른바 초단시간 근로자는 여기서 제외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내가 또 이렇게 고용에 불안에 떨어야되는구나.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시간제로도 빠듯한 살림, 일할 수 있는 시간과 임금이 더 줄어들 생각을 하면 살아갈 일이 캄캄합니다.

<인터뷰> "사람들은 저희들을 보고 단시간 노동이기 때문에 뭐 봉사차원 아니냐 말씀하시는데, 저희는 봉사가 아니고 생계거든요."

잘 운용되면, 여가와 함께 가정을 함께 돌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시간제 일자리.

하지만 현실에서는 작은 권리도 보호받지 못하는 나쁜 일자리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여전히 나쁜 일자리로 인식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전일제 근로자와 비교해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고, 시간제 근로가 자발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나라 시간제 일자리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먼저, 차별 대우를 볼까요?

시간당 평균 임금이 시간제 근로자들의 경우 정규직 전일제 근로자의 58%에 불과합니다.

같은 시간을 일해도 훨씬 적게 받고 있는 거죠.

상여금과 퇴직금을 받는 시간제 근로자는 전체 시간제 근로자의 10분의 1 정도고요,

시간외수당이나 유급휴가를 적용받는 경우도 6%에 불과합니다.

이러다 보니 자발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많아질 리 없겠죠.

시간제 근로자들 가운데 건강이나 육아, 학업 등의 이유로 스스로 원해서 한다는 사람은 44%인 반면 일거리가 없거나 돈벌이가 당장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사람은 56%에 이르고 있습니다.

여성의 경우 일과 가정의 양립 등으로 시간제 일자리의 선호가 꽤 높을 것 같지만, 실제론 절반 이상이 원치 않는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전일제로 간다는 거죠.

이러한 우리 현실과 달리 유럽에는 시간제 일자리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고용률을 높이는 나라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가능할까요?

<리포트>

페이스북의 신임 부회장인 니콜라 멘델슨은 아이 넷을 가진 일하는 엄맙니다.

그녀는 지난 15년 동안 일주일에 4일은 직장에, 나머지 3일은 가정에 집중하는 선택 근로를 통해서 일과 가정을 모두 챙길 수 있었습니다.

<녹취> 니콜라 멘델슨(페이스북 부회장)

이렇게 개인 상황에 맞춰 일하는 시간을 조정하는 선택 근로는 유럽에서 점차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네델란드는 임금 노동자의 40%가 시간제 근로자고, 영국도 4명 가운데 1명은 시간제 근무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내년 4월부터 한 직장에서 6개월 이상 일했을 경우 자신의 업무 형태를 스스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제도가 시행됩니다.

다양한 업무 형태를 보장하기 위해 임금이나 복지 혜택에서 전일제 근로자와 차별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녹취> 해리 드론필드(변호사)

영국의 중앙 공무원은 20%, 지방 공무원의 절반가량이 시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런던에서 KBS 뉴스 박장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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