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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을 내놓겠습니다”
입력 2013.08.02 (23:15) 수정 2013.08.02 (23:39) 취재파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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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취> 전두환 전 대통령 : "대통령직에 있으면서 축재했다고 단죄를 받는 이 사람이 더 이상 재산에 무슨 미련이 있겠습니까? 이 재산은 정부가 국민의 뜻에 따라 처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연희동 자택 등 개인 재산 일체, 정치자금 139억 원 국가 헌납

<녹취> 김영삼 전 대통령 : "내가 가지고 있고, 자식들한테 물려주고 이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부동산 등 개인 재산 50억 원가량 사회 환원

<녹취> 이명박 전 대통령 : "우리 부부가 살 만한 집 하나 가지면 충분하니까 모든 것을 공익사업에 내놓을 결심을 했습니다."

부동산과 현금 등 개인 재산 331억 원 사회 환원

<녹취> 박근혜 대통령 : "저는 자식도 없고, 가족도 없는 상황에서 나중에 그것은 사회에 환원을 할 것입니다."

전두환 前 대통령에게 받은 돈 6억 원 사회 환원

부정하게 형성된 자금이든 개인 재산이든, 그동안 우리나라의 전·현직 대통령들은 여러 차례 사회 환원을 약속해 왔습니다.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까지 자신의 재산을 내놓으며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사회환원의 결과는 어떨까?

대통령의 재산기부, 그 실제 모습을 확인해봤습니다.

<리포트>

재임기간 중 벌인 자신의 비리를 시인하고 사과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

<녹취> 전두환 전 대통령 : "저는 지금 말할 수 없이 참담한 심정으로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지난 9개월 동안을 피나는 반성과 뼈아픈 뉘우침 속에서 지냈습니다."

백담사로 들어가기 전, 정치자금으로 쓰다 남은 139억 원을 비롯해 개인 재산 일체를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부동산까지 거론하며 사회 환원 의지를 내보였습니다.

<녹취> 전두환 전 대통령 : "제 가족의 재산은 여러분이 계시는 연희동 집 안채와 두 아들이 결혼해서 살고 있는 바깥채, 서초동에 땅 2백 평..."

그러나, 현재 연희동 자택 가운데 안채는 부인 이순자씨, 별채는 막내 며느리 이윤혜 씨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서초동 땅에는 아들 전재국 씨가 운영하는 시공사 사옥이 서 있습니다.

약속했던 사회 환원은 고사하고 추징금 2천2백5억 원 가운데, 아직 천6백72억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전두환 전 대통령 : "(남아있는 추징금은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가요?)당국에서 알아서 하겠지."

<녹취> 이순자(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 "(아들들이나 친척들이 돈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그건 아니죠. 대한민국은 각자 각자가 다 있는데, 연좌제가 아니죠. 그거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 6월 국회에서 통과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으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인터뷰> 최재성(민주당 의원) : "전두환 씨 외에는 그것이 불법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친인척, 자식, 제3자에게는 추징을 할 수 없었던 법의 맹점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법은 불법적인 재산일 경우에는 제3자나 또 자녀 친인척에게도 추징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습니다."

검찰은 특별 환수팀까지 꾸려 전 씨 일가에 대한 광범위한 압수수색과 자산 압류를 시작했습니다.

죗값을 치르겠다며 전 재산 사회 환원을 약속했던 대통령은 25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전직 대통령들은 어떨까?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사회 환원을 실천한 이명박 전 대통령.

장학재단인 청계재단을 세우고 331억 원가량을 기부했습니다.

재단 사무실이 입주해있는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과 인근 상가, 그리고 양재동 영일빌딩을 청계재단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대학 동기이자 후원회장을 지낸 송정호 전 법무장관을 이사장으로, 박미석 전 청와대 수석과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 등 측근들이 이사진에 포함되면서 편법 증여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습니다.

<인터뷰> 예종석(아름다운 재단 이사장) : "좀 비판적으로 말씀드리면 그게 자기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퇴임 후에 놀 수 있는, 친구들과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드는 거죠. 이사진들이 다 지인들로 구성이 되면 그 이사회에서 결의되는 사항들이 다 재단 설립한 분의 뜻대로 되겠죠."

특히, 청계재단은 이 전 대통령이 빌딩을 담보로 받았던 기존 은행 대출 채무까지 떠안았고, 그 이자를 매년 3억 원 가까이 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재단 운영에도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인터뷰> 정진후(정의당 의원) : "재단을 설립할 당시에 사항은 매년 11억 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을 장학사업에 쓰겠다 이렇게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니까 대통령 빚을 갚는 상환에 이렇게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그러다 보니까 매년 장학사업의 용도는 사실상 그 규모가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5억 7천여만 원이던 장학금이 지난해에는 4억 6천여만 원으로 감소하면서 수혜 학생도 103명이 줄어든 반면, 재단의 대출 이자는 오히려 천 만원 이상 증가했습니다.

<인터뷰> 예종석(아름다운 재단 이사장) : "사실 재단을 만든다는 것이 굉장히 힘이 듭니다. 왜냐하면 재단을 유지하는데 여러 가지 비용이 들어요. 재단을 유지하는 비용을 쓰다 보면 결국 목적 사업은 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장학재단을 관리 감독하는 서울시교육청도 청계재단에 대해 자산 일부를 매각해 대출금을 갚으라고 권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청계재단 측은 KBS와의 통화에서 보유 건물을 매각해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빌딩과 함께 넘겨받았던 부채를 상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녹취> 청계재단 관계자(음성변조) : "그래서 지금 건물도 내 놓고 했거든요. 매도를 하려고요. (어느 건물을?) 양재동 건물을 내놨습니다. (매각해서 부채를 상환하실 계획이신가요?) 네."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재단 설립을 위해서는 일정 정도 이상의 자산 규모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한동우(강남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 "(부동산) 자산이 수백억이 된다 하더라도 과실금(임대 수입 등)은 얼마 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런 경우에는 오히려 재단을 설립하는 것보다는 이미 사회적으로 공신력 있고, 투명하게 운영되는 공익법인에 기부금을 전액 출연해서 그런 법인들이 공익적인 사업에 기부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녹취> 방송화면 2011년 1월 5일 9시뉴스 : "김영삼 전 대통령이 50억 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모두 내놓기로 했습니다. 나눔 문화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1년 김영삼 전 대통령도 상도동 자택 등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영삼 전 대통령 : "거제에 내 땅이 좀 있었거든요. 그것도 몽땅 다 환원하는 거예요."

김 전 대통령은 고향인 거제시 생가 인근의 9천여 제곱미터의 임야를 포함해 8만여 제곱미터의 부동산 등 50억 원가량을 사단법인 김영삼 민주센터에 모두 기부했습니다.

김영삼 민주센터는 김수한 전 국회의장을 이사장으로, 김덕룡, 김봉조, 김무성, 정병국 등 전 현직 국회의원이 요직을 맡고 있으며,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이사로 등재돼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건물 신축 공사가 한창입니다.

지하 4층, 지상 8층 규모의 김영삼 대통령 기념 도서관 공사.

<녹취> 공사현장 관계자 : "공기가 연장이 되면서 날짜로 말씀드리면 (내년) 2월 20일이 준공이에요."

공사장 외벽에는 시행사인 김영삼 민주센터 표시가 크게 그려져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사회 환원을 한다며 50억 원 상당을 기부했는데, 김영삼 민주센터가 이 기부 재산으로 김영삼 대통령 기념 도서관을 짓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문진영(교수/서강대 사회복지학과) : "유력 정치인, 사실 일반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어떤 우리 사회, 현대 사회의 격변을 통해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도서관이나 연구재단의 형태로 계속 우리 사회의 어떤 유무형의 자산으로 남기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눔 문화'에 기여하리라고 봤던 이들에겐 그 기대를 채워주지 못한 듯 보입니다.

<인터뷰> 박혜윤(서울 상도동) : "물론 도서관도 자기로서는 필요하겠지만 사회 환원할 돈을 거기다 대체해서 사용한다 그러면 그건 좀 생각을 덜 한 것 같네요."

<인터뷰> 김형준(대학생) : "사회 환원이란 건 그야말로 사회 환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개인의 도서관 짓는데 쓰셨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지난 2010년, 이미 거제시에 김영삼 대통령 기록 전시관이 건립돼 현재 운영 중에 있습니다.

<녹취> 김현규(거제시청 관광과장) : "건축사업비는 총 56억 5천만 원 들었는데, 국비는 지원받지 않았고, 도비 6억 원에, 시비가 50억 5천만 원입니다."

지난 2000년 김 전 대통령의 부친이 거제시에 기증한 생가를 새 단장하는데 들어간 시 예산 5억 원까지 고려하면 60억 원 이상의 예산이 김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이미 투입된 셈입니다.

<인터뷰> 이광재(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사무총장) : "사회 지도층들의 사회 환원 약속들은 우리 사회를 신뢰 사회로 만들 수 있는 그런 목적으로 쓰여야 하는데, 사회 환원 약속들이 애매모호하고 용처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런 행태들이 아직 지속되고 우리 사회가 저신뢰 사회에 머물고 있다고 봅니다."

이에 대해 민주센터 측은 김 전 대통령의 개인 도서관이 아닌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의 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녹취> 김수한((사)김영삼 민주센터 이사장) : "상도동 도서관이라고만 이름을 그렇게 붙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통령의 업적, 기타 여러가지 과거의 민주투쟁 등등 이러한 것을 국민들에게 낱낱이 자세하게 알리고 계도한다고 할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개인 도서관 아니냐, 개인 도서관은 아니죠."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자신이 설립한 아태평화재단이 갖고 있던 150억 원 상당의 건물과 노벨평화상 상금 일부를 지난 2002년, 연세대에 기증했습니다.

학교 측은 기증자의 요청에 따라 김대중 도서관을 만들어 현재 운영 중입니다.

하지만, 이는 당시 아태재단이 비리 사건 등에 연루된 상황에서의 불가피한 결정으로 자발적 사회 환원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제 사회 환원을 약속한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만이 남았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받은 6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

역대 대통령들과는 다르게 진정성 있는 사회 환원을 기대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한동우(강남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 "저는 개인적으로 그 돈은 이미 우리 한국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익적인 법인에 전액 사업비로 기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이준영(서울 독산동) : "가족들 명의 그런 것들보다는 사회 기부단체나 자선단체 이런 쪽으로 환원하는 게 훨씬 보기에도 낫지 않을까요?"

<에필로그>

대통령 재산의 사회 기부.

자신을 낳고 길러준 사회와 나라에 보답하는 길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명분입니다.

이런 뜻에 맞는 진정성 있는 대통령 재산 사회 기부를 보는 날이 멀기만 하겠습니까?
  • “재산을 내놓겠습니다”
    • 입력 2013-08-02 23:29:18
    • 수정2013-08-02 23:39:56
    취재파일K
<프롤로그>

<녹취> 전두환 전 대통령 : "대통령직에 있으면서 축재했다고 단죄를 받는 이 사람이 더 이상 재산에 무슨 미련이 있겠습니까? 이 재산은 정부가 국민의 뜻에 따라 처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연희동 자택 등 개인 재산 일체, 정치자금 139억 원 국가 헌납

<녹취> 김영삼 전 대통령 : "내가 가지고 있고, 자식들한테 물려주고 이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부동산 등 개인 재산 50억 원가량 사회 환원

<녹취> 이명박 전 대통령 : "우리 부부가 살 만한 집 하나 가지면 충분하니까 모든 것을 공익사업에 내놓을 결심을 했습니다."

부동산과 현금 등 개인 재산 331억 원 사회 환원

<녹취> 박근혜 대통령 : "저는 자식도 없고, 가족도 없는 상황에서 나중에 그것은 사회에 환원을 할 것입니다."

전두환 前 대통령에게 받은 돈 6억 원 사회 환원

부정하게 형성된 자금이든 개인 재산이든, 그동안 우리나라의 전·현직 대통령들은 여러 차례 사회 환원을 약속해 왔습니다.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까지 자신의 재산을 내놓으며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사회환원의 결과는 어떨까?

대통령의 재산기부, 그 실제 모습을 확인해봤습니다.

<리포트>

재임기간 중 벌인 자신의 비리를 시인하고 사과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

<녹취> 전두환 전 대통령 : "저는 지금 말할 수 없이 참담한 심정으로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지난 9개월 동안을 피나는 반성과 뼈아픈 뉘우침 속에서 지냈습니다."

백담사로 들어가기 전, 정치자금으로 쓰다 남은 139억 원을 비롯해 개인 재산 일체를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부동산까지 거론하며 사회 환원 의지를 내보였습니다.

<녹취> 전두환 전 대통령 : "제 가족의 재산은 여러분이 계시는 연희동 집 안채와 두 아들이 결혼해서 살고 있는 바깥채, 서초동에 땅 2백 평..."

그러나, 현재 연희동 자택 가운데 안채는 부인 이순자씨, 별채는 막내 며느리 이윤혜 씨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서초동 땅에는 아들 전재국 씨가 운영하는 시공사 사옥이 서 있습니다.

약속했던 사회 환원은 고사하고 추징금 2천2백5억 원 가운데, 아직 천6백72억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전두환 전 대통령 : "(남아있는 추징금은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가요?)당국에서 알아서 하겠지."

<녹취> 이순자(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 "(아들들이나 친척들이 돈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그건 아니죠. 대한민국은 각자 각자가 다 있는데, 연좌제가 아니죠. 그거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 6월 국회에서 통과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으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인터뷰> 최재성(민주당 의원) : "전두환 씨 외에는 그것이 불법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친인척, 자식, 제3자에게는 추징을 할 수 없었던 법의 맹점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법은 불법적인 재산일 경우에는 제3자나 또 자녀 친인척에게도 추징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습니다."

검찰은 특별 환수팀까지 꾸려 전 씨 일가에 대한 광범위한 압수수색과 자산 압류를 시작했습니다.

죗값을 치르겠다며 전 재산 사회 환원을 약속했던 대통령은 25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전직 대통령들은 어떨까?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사회 환원을 실천한 이명박 전 대통령.

장학재단인 청계재단을 세우고 331억 원가량을 기부했습니다.

재단 사무실이 입주해있는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과 인근 상가, 그리고 양재동 영일빌딩을 청계재단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대학 동기이자 후원회장을 지낸 송정호 전 법무장관을 이사장으로, 박미석 전 청와대 수석과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 등 측근들이 이사진에 포함되면서 편법 증여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습니다.

<인터뷰> 예종석(아름다운 재단 이사장) : "좀 비판적으로 말씀드리면 그게 자기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퇴임 후에 놀 수 있는, 친구들과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드는 거죠. 이사진들이 다 지인들로 구성이 되면 그 이사회에서 결의되는 사항들이 다 재단 설립한 분의 뜻대로 되겠죠."

특히, 청계재단은 이 전 대통령이 빌딩을 담보로 받았던 기존 은행 대출 채무까지 떠안았고, 그 이자를 매년 3억 원 가까이 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재단 운영에도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인터뷰> 정진후(정의당 의원) : "재단을 설립할 당시에 사항은 매년 11억 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을 장학사업에 쓰겠다 이렇게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니까 대통령 빚을 갚는 상환에 이렇게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그러다 보니까 매년 장학사업의 용도는 사실상 그 규모가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5억 7천여만 원이던 장학금이 지난해에는 4억 6천여만 원으로 감소하면서 수혜 학생도 103명이 줄어든 반면, 재단의 대출 이자는 오히려 천 만원 이상 증가했습니다.

<인터뷰> 예종석(아름다운 재단 이사장) : "사실 재단을 만든다는 것이 굉장히 힘이 듭니다. 왜냐하면 재단을 유지하는데 여러 가지 비용이 들어요. 재단을 유지하는 비용을 쓰다 보면 결국 목적 사업은 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장학재단을 관리 감독하는 서울시교육청도 청계재단에 대해 자산 일부를 매각해 대출금을 갚으라고 권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청계재단 측은 KBS와의 통화에서 보유 건물을 매각해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빌딩과 함께 넘겨받았던 부채를 상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녹취> 청계재단 관계자(음성변조) : "그래서 지금 건물도 내 놓고 했거든요. 매도를 하려고요. (어느 건물을?) 양재동 건물을 내놨습니다. (매각해서 부채를 상환하실 계획이신가요?) 네."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재단 설립을 위해서는 일정 정도 이상의 자산 규모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한동우(강남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 "(부동산) 자산이 수백억이 된다 하더라도 과실금(임대 수입 등)은 얼마 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런 경우에는 오히려 재단을 설립하는 것보다는 이미 사회적으로 공신력 있고, 투명하게 운영되는 공익법인에 기부금을 전액 출연해서 그런 법인들이 공익적인 사업에 기부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녹취> 방송화면 2011년 1월 5일 9시뉴스 : "김영삼 전 대통령이 50억 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모두 내놓기로 했습니다. 나눔 문화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1년 김영삼 전 대통령도 상도동 자택 등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영삼 전 대통령 : "거제에 내 땅이 좀 있었거든요. 그것도 몽땅 다 환원하는 거예요."

김 전 대통령은 고향인 거제시 생가 인근의 9천여 제곱미터의 임야를 포함해 8만여 제곱미터의 부동산 등 50억 원가량을 사단법인 김영삼 민주센터에 모두 기부했습니다.

김영삼 민주센터는 김수한 전 국회의장을 이사장으로, 김덕룡, 김봉조, 김무성, 정병국 등 전 현직 국회의원이 요직을 맡고 있으며,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이사로 등재돼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건물 신축 공사가 한창입니다.

지하 4층, 지상 8층 규모의 김영삼 대통령 기념 도서관 공사.

<녹취> 공사현장 관계자 : "공기가 연장이 되면서 날짜로 말씀드리면 (내년) 2월 20일이 준공이에요."

공사장 외벽에는 시행사인 김영삼 민주센터 표시가 크게 그려져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사회 환원을 한다며 50억 원 상당을 기부했는데, 김영삼 민주센터가 이 기부 재산으로 김영삼 대통령 기념 도서관을 짓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문진영(교수/서강대 사회복지학과) : "유력 정치인, 사실 일반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어떤 우리 사회, 현대 사회의 격변을 통해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도서관이나 연구재단의 형태로 계속 우리 사회의 어떤 유무형의 자산으로 남기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눔 문화'에 기여하리라고 봤던 이들에겐 그 기대를 채워주지 못한 듯 보입니다.

<인터뷰> 박혜윤(서울 상도동) : "물론 도서관도 자기로서는 필요하겠지만 사회 환원할 돈을 거기다 대체해서 사용한다 그러면 그건 좀 생각을 덜 한 것 같네요."

<인터뷰> 김형준(대학생) : "사회 환원이란 건 그야말로 사회 환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개인의 도서관 짓는데 쓰셨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지난 2010년, 이미 거제시에 김영삼 대통령 기록 전시관이 건립돼 현재 운영 중에 있습니다.

<녹취> 김현규(거제시청 관광과장) : "건축사업비는 총 56억 5천만 원 들었는데, 국비는 지원받지 않았고, 도비 6억 원에, 시비가 50억 5천만 원입니다."

지난 2000년 김 전 대통령의 부친이 거제시에 기증한 생가를 새 단장하는데 들어간 시 예산 5억 원까지 고려하면 60억 원 이상의 예산이 김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이미 투입된 셈입니다.

<인터뷰> 이광재(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사무총장) : "사회 지도층들의 사회 환원 약속들은 우리 사회를 신뢰 사회로 만들 수 있는 그런 목적으로 쓰여야 하는데, 사회 환원 약속들이 애매모호하고 용처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런 행태들이 아직 지속되고 우리 사회가 저신뢰 사회에 머물고 있다고 봅니다."

이에 대해 민주센터 측은 김 전 대통령의 개인 도서관이 아닌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의 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녹취> 김수한((사)김영삼 민주센터 이사장) : "상도동 도서관이라고만 이름을 그렇게 붙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통령의 업적, 기타 여러가지 과거의 민주투쟁 등등 이러한 것을 국민들에게 낱낱이 자세하게 알리고 계도한다고 할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개인 도서관 아니냐, 개인 도서관은 아니죠."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자신이 설립한 아태평화재단이 갖고 있던 150억 원 상당의 건물과 노벨평화상 상금 일부를 지난 2002년, 연세대에 기증했습니다.

학교 측은 기증자의 요청에 따라 김대중 도서관을 만들어 현재 운영 중입니다.

하지만, 이는 당시 아태재단이 비리 사건 등에 연루된 상황에서의 불가피한 결정으로 자발적 사회 환원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제 사회 환원을 약속한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만이 남았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받은 6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

역대 대통령들과는 다르게 진정성 있는 사회 환원을 기대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한동우(강남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 "저는 개인적으로 그 돈은 이미 우리 한국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익적인 법인에 전액 사업비로 기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이준영(서울 독산동) : "가족들 명의 그런 것들보다는 사회 기부단체나 자선단체 이런 쪽으로 환원하는 게 훨씬 보기에도 낫지 않을까요?"

<에필로그>

대통령 재산의 사회 기부.

자신을 낳고 길러준 사회와 나라에 보답하는 길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명분입니다.

이런 뜻에 맞는 진정성 있는 대통령 재산 사회 기부를 보는 날이 멀기만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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