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최악의 적조…황토 방제 문제없나?

입력 2013.08.08 (21:29) 수정 2013.08.0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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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악의 적조가 남해안을 덮치고 있습니다.

이번 적조는 예년보다 한 달 먼저 발생해 5일 만에 양식장 피해가 났고, 6년 만에 동해안에도 나타날 만큼 넓은 지역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피해는 엄청납니다.

이미 양식어류가 2천만 마리 가까이 폐사해 150억 원대의 피해가 났습니다.

정부와 자치단체 그리고 어민들은 황토를 집중 살포하며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김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적조가 덮친 남해 바다.

암적색 바다 위로 방제선이 길게 띠를 남기고 황토를 뿌리며 지나갑니다.

말린 황토를 물에 녹여 적조가 번진 수면에 흘려보내면 적조 색깔이 옅어집니다.

황토물은 적조생물을 75% 정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습니다.

<인터뷰> 황토살포 어민 : "황토만 한 게 없습니다. 황토를 뿌리면 적조가 쫙 사라지는데, 황토 없으면 적조에 당하고 맙니다."

하지만 그냥 퍼담아온 황토를 물을 분사해 살포하면 방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또 황토는 바닥까지 가라앉는 동안만 적조생물에 작용하기 때문에 5분에서 10분 이후에는 효과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양식장 어류 폐사를 막으려면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 살포해야 하고 밤에는 속수무책입니다.

<인터뷰> 이창규(수산과학원 박사) :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살포 방법 등에 대한 연구가 좀 더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경남도는 최근 적조 발생 이후 매일 황토 3천 톤씩을 살포하고 있습니다.

경제성 대비 효과를 따졌을 때 대안이 없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강덕출(경상남도 해양수산국장) : "황토의 효과는 이미 입증됐습니다. 비용과 효과 측면에서도 황토를 대체할 만한 방제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반짝 효과일 뿐이어서 적조 확산에는 속수무책입니다.

이렇게 응급처방에 불과한 황토 살포를 위해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만 해도 5만 3천명에, 선박 2만 3천 척, 예산이 110억 원이나 투입됐습니다.

<기자 멘트>

황토는 1996년 경상남도가 처음으로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98년부터는 정부가 나서서 본격적으로 황토를 살포하고 있습니다.

거의 해마다 10만 톤에서 20만 톤 정도 17년 동안 수백만 톤이 가두리 양식장 주변에 뿌려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적조 방제에는 황토만 한 게 없다는 연구결과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적조는 육지로부터 질소나 인 등 영양염류가 풍부하게 공급되고 일조량과 높은 해수온도 등 조건이 갖추어지면 발생합니다.

황토를 뿌리면 미세한 황토 알갱이들은 적조 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을 응집시키거나 흡착한 뒤 바닥에 가라앉혀 죽입니다.

이것이 황토의 적조 방제 원리입니다.

과학적으로는 맞지만 드넓은 바다에 광범위하게 발생한 적조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특히 15년 넘게 거의 같은 장소에 반복적으로 많은 황토가 뿌려지면서 해저 생태계를 크게 파괴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은 적조가 대규모로 발생해도 자연현상으로 보고 황토를 뿌리는 등의 방제작업을 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적조 방제용 황토를 살포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합니다.

이 때문에 올해 전라남도가 황토 살포를 전면 금지하면서 정부와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요.

전라남도의 상황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황토 살포 금지령'이 내려진 여수 앞바다입니다.

150톤급 정화선 2척이 양식장 주변을 선회하며 황토 대신 전해수를 살포하며 적조를 없애고 있습니다.

어선의 스크류로 적조를 분산시키거나 산소 공급기를 설치한 양식장도 있습니다.

전라남도는 기대만큼 적조 방제 효과가 없어 황토 살포를 자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정병재(전라남도 해양수산국장) : "일시적으로 구제된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 피어오르기 때문에 황토만 소모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거죠"

그러면서 물고기 사전 방류 사업까지 발표하면서 황토를 대신할 적조 방제 대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적조 피해를 먼저 겪은 미국이나 일본 등은 사후 피해 보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황토 살포의 한계를 인정하고 적절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평중(남서해수산연구소) : "전해수를 이용해서 황토를 같이 살포해준다든가 스크루를 이용해서 어장 주변 적조생물을 확산시켜 주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황토에만 집중된 대규모 적조 방제 정책를 재검토하는 한편 육지의 오염원을 차단해 적조를 거의 소멸시킨 일본처럼 사전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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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8-08 21:30:53
    • 수정2013-08-08 22: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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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악의 적조가 남해안을 덮치고 있습니다.

이번 적조는 예년보다 한 달 먼저 발생해 5일 만에 양식장 피해가 났고, 6년 만에 동해안에도 나타날 만큼 넓은 지역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피해는 엄청납니다.

이미 양식어류가 2천만 마리 가까이 폐사해 150억 원대의 피해가 났습니다.

정부와 자치단체 그리고 어민들은 황토를 집중 살포하며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김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적조가 덮친 남해 바다.

암적색 바다 위로 방제선이 길게 띠를 남기고 황토를 뿌리며 지나갑니다.

말린 황토를 물에 녹여 적조가 번진 수면에 흘려보내면 적조 색깔이 옅어집니다.

황토물은 적조생물을 75% 정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습니다.

<인터뷰> 황토살포 어민 : "황토만 한 게 없습니다. 황토를 뿌리면 적조가 쫙 사라지는데, 황토 없으면 적조에 당하고 맙니다."

하지만 그냥 퍼담아온 황토를 물을 분사해 살포하면 방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또 황토는 바닥까지 가라앉는 동안만 적조생물에 작용하기 때문에 5분에서 10분 이후에는 효과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양식장 어류 폐사를 막으려면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 살포해야 하고 밤에는 속수무책입니다.

<인터뷰> 이창규(수산과학원 박사) :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살포 방법 등에 대한 연구가 좀 더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경남도는 최근 적조 발생 이후 매일 황토 3천 톤씩을 살포하고 있습니다.

경제성 대비 효과를 따졌을 때 대안이 없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강덕출(경상남도 해양수산국장) : "황토의 효과는 이미 입증됐습니다. 비용과 효과 측면에서도 황토를 대체할 만한 방제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반짝 효과일 뿐이어서 적조 확산에는 속수무책입니다.

이렇게 응급처방에 불과한 황토 살포를 위해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만 해도 5만 3천명에, 선박 2만 3천 척, 예산이 110억 원이나 투입됐습니다.

<기자 멘트>

황토는 1996년 경상남도가 처음으로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98년부터는 정부가 나서서 본격적으로 황토를 살포하고 있습니다.

거의 해마다 10만 톤에서 20만 톤 정도 17년 동안 수백만 톤이 가두리 양식장 주변에 뿌려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적조 방제에는 황토만 한 게 없다는 연구결과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적조는 육지로부터 질소나 인 등 영양염류가 풍부하게 공급되고 일조량과 높은 해수온도 등 조건이 갖추어지면 발생합니다.

황토를 뿌리면 미세한 황토 알갱이들은 적조 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을 응집시키거나 흡착한 뒤 바닥에 가라앉혀 죽입니다.

이것이 황토의 적조 방제 원리입니다.

과학적으로는 맞지만 드넓은 바다에 광범위하게 발생한 적조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특히 15년 넘게 거의 같은 장소에 반복적으로 많은 황토가 뿌려지면서 해저 생태계를 크게 파괴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은 적조가 대규모로 발생해도 자연현상으로 보고 황토를 뿌리는 등의 방제작업을 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적조 방제용 황토를 살포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합니다.

이 때문에 올해 전라남도가 황토 살포를 전면 금지하면서 정부와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요.

전라남도의 상황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황토 살포 금지령'이 내려진 여수 앞바다입니다.

150톤급 정화선 2척이 양식장 주변을 선회하며 황토 대신 전해수를 살포하며 적조를 없애고 있습니다.

어선의 스크류로 적조를 분산시키거나 산소 공급기를 설치한 양식장도 있습니다.

전라남도는 기대만큼 적조 방제 효과가 없어 황토 살포를 자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정병재(전라남도 해양수산국장) : "일시적으로 구제된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 피어오르기 때문에 황토만 소모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거죠"

그러면서 물고기 사전 방류 사업까지 발표하면서 황토를 대신할 적조 방제 대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적조 피해를 먼저 겪은 미국이나 일본 등은 사후 피해 보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황토 살포의 한계를 인정하고 적절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평중(남서해수산연구소) : "전해수를 이용해서 황토를 같이 살포해준다든가 스크루를 이용해서 어장 주변 적조생물을 확산시켜 주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황토에만 집중된 대규모 적조 방제 정책를 재검토하는 한편 육지의 오염원을 차단해 적조를 거의 소멸시킨 일본처럼 사전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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