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남해안 적조 피해 현장을 가다

입력 2013.08.16 (08:40) 수정 2013.08.1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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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남해안으로 휴가를 다녀온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적조가 너무 심해서 바다를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고요.

그러니 어민들은 오죽하시겠어요.

연일 적조 피해 현장이 보도되고 있는데 정말 저게 청정 해역 남해안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입니다.

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전주리 아나운서, 어디 어디 취재하셨죠?

<리포트>

네, 취재진은 특히 이번에 적조 피해가 컸다는 경남 통영과 경북 포항에 다녀왔습니다.

어촌 마을은 초상집 분위기를 방불케 했는데요.

적조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다 보니까 방법이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함께 보시죠.

어류 양식으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경남 통영,

그러나 지난 한 달 사이 적조의 습격으로 거대한 물고기들의 무덤으로 변했습니다.

1800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가 폐사한 것입니다.

<인터뷰> 김연복(경상남도 통영시 삼덕리) : "말이 안 나오죠. 눈물 흘리면서 (죽은 물고기를) 치우는 수밖에 없죠. 어쨌든 바다가 썩으니까…."

출하를 앞두고 있던 물고기들이 한순간 폐사해버린 믿기 힘든 현실!

<인터뷰> 이기종(경상남도 통영시 연화리) : "부패 돼서 저렇게 떠오르는 거예요."

자식처럼 키운 고기가 죽어나가는 걸 보며 어민들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버렸습니다.

<인터뷰> 이기종(경상남도 통영시 연화리) : "여기가 지금 빈 가두리에 고기가 차 있었는데 다 폐사가 나서 들어올린 거예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습니까…."

통영에서 대를 이어 대규모 가두리 양식을 해온 한 양식업체.

하룻밤 사이 일흔여덟 개의 양식장 물고기들이 전량 폐사해버린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는데요.

무려 80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은 오윤석씨는 다시 재기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오윤석(경상남도 통영시 삼덕리):"적조를 맞아도 (물고기가) 50% 정도는 살아남아서 그래도 힘은 들지만 양식업을 유지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뒀는데, 올해는 싹 씨까지 말라 버렸어요. 그러니까 수익 없이 3년을 버텨야 하는데 과연 그런 어장들이 몇 군데나 남아 있을 수 있느냐…."

바다 위에선 민관군이 힘을 모아 적조 방제를 위한 대규모 황토 살포 작전을 펼칩니다.

통영의 적조 피해액은 시가로 따질 경우, 4백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

통영 양식업의 좌초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피해 앞에서 눈물겨운 사투가 이어집니다.

<녹취> 김영민(팀장/통영시청 적조상황실) : "현재 우리 관내에 있는 황토 살포선은 해군, 해경, 민관군 협동해서 현재까지 만 6천 톤 정도 황토를 살포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 경남 통영에서 발원한 적조는 경북 동해안을 거쳐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습니다.

경북 포항시도 시가 기준으로 무려 42억 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요.

짙푸른 색을 띠던 포항 구룡포 앞바다는 적조의 습격으로 검붉게 변했고, 둥둥 떠오른 죽은 물고기에서 흘러나온 악취가 코를 찌릅니다.

육상 양식장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넙치를 키우던 이 양식장에선 하룻밤 사이 치어와 성어 수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이제 가족들을 어떻게 부양해야 할지 김영복씨는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인터뷰> 김영복(경상북도 포항시 오도리) : "80~90% 정도 피해가 났어요, 전체 어장에서. 3-4억 원 정도 피해를 입은 거죠."

<인터뷰> 한춘예(경상북도 포항시 오도리) : "답답해요. 별로 안 살고 싶어요, 지금…."

한순간 적조로 인해 전 재산을 잃다시피 한 어민들은 깊은 절망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불똥은 생선회를 파는 식당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적조 발생 이후 매출이 20%나 줄어든 것입니다.

<인터뷰> 조광진(횟집 주인) : "(폐사한 고기는) 횟감으로 쓸 수 없고 구이용으로도 쓸 수 없기 때문에 믿고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폐사한 물고기들은 유통되지 않는데다가 적조에는 독성 물질 자체가 없는데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에 주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적조는 과연 무엇이고 이를 막을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

포항 바닷물 속에서 발견된 이것이 바로 적조 생물 코클로디니움.

<인터뷰> 최진석(경상북도 어업기술센터 주무관) : "지금 한 칸에 30마리 넘게 있는데 천 칸이면 거의 3만 마리, 1밀리리터당 적조가 3만 개체가 있다는 겁니다. 상당히 고밀도 적조라고 보시면 됩니다."

바다 오염으로 영양염류가 과다 유입되고 해수가 21도를 넘으면, 코클로디니움이 폭발적으로 증식하면서 적조가 생기는 건데요.

코클로디니움에 독성이 없는데도 물고기가 죽는 이유는 아가미에 붙어 숨을 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적조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 현실에서 황토 살포라는 단기 처방에만 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한명수(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 "황토의 남용으로 인해서 오히려 바다 생태계를 황폐화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대책은 기후 변화는 지금 우리가 장기적으로 해결을 해야 할 과제이고 중단기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육상으로부터 흘러들어 오는 오염 물질을 제거해서 부영양화를 저하시키는 방법이 적조의 발생을 충분히 저감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다 오염에서 시작된 재앙, 적조는 지금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바다를 살려야 한다는 의식 전환으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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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남해안 적조 피해 현장을 가다
    • 입력 2013-08-16 08:42:37
    • 수정2013-08-16 10: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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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남해안으로 휴가를 다녀온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적조가 너무 심해서 바다를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고요.

그러니 어민들은 오죽하시겠어요.

연일 적조 피해 현장이 보도되고 있는데 정말 저게 청정 해역 남해안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입니다.

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전주리 아나운서, 어디 어디 취재하셨죠?

<리포트>

네, 취재진은 특히 이번에 적조 피해가 컸다는 경남 통영과 경북 포항에 다녀왔습니다.

어촌 마을은 초상집 분위기를 방불케 했는데요.

적조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다 보니까 방법이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함께 보시죠.

어류 양식으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경남 통영,

그러나 지난 한 달 사이 적조의 습격으로 거대한 물고기들의 무덤으로 변했습니다.

1800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가 폐사한 것입니다.

<인터뷰> 김연복(경상남도 통영시 삼덕리) : "말이 안 나오죠. 눈물 흘리면서 (죽은 물고기를) 치우는 수밖에 없죠. 어쨌든 바다가 썩으니까…."

출하를 앞두고 있던 물고기들이 한순간 폐사해버린 믿기 힘든 현실!

<인터뷰> 이기종(경상남도 통영시 연화리) : "부패 돼서 저렇게 떠오르는 거예요."

자식처럼 키운 고기가 죽어나가는 걸 보며 어민들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버렸습니다.

<인터뷰> 이기종(경상남도 통영시 연화리) : "여기가 지금 빈 가두리에 고기가 차 있었는데 다 폐사가 나서 들어올린 거예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습니까…."

통영에서 대를 이어 대규모 가두리 양식을 해온 한 양식업체.

하룻밤 사이 일흔여덟 개의 양식장 물고기들이 전량 폐사해버린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는데요.

무려 80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은 오윤석씨는 다시 재기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오윤석(경상남도 통영시 삼덕리):"적조를 맞아도 (물고기가) 50% 정도는 살아남아서 그래도 힘은 들지만 양식업을 유지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뒀는데, 올해는 싹 씨까지 말라 버렸어요. 그러니까 수익 없이 3년을 버텨야 하는데 과연 그런 어장들이 몇 군데나 남아 있을 수 있느냐…."

바다 위에선 민관군이 힘을 모아 적조 방제를 위한 대규모 황토 살포 작전을 펼칩니다.

통영의 적조 피해액은 시가로 따질 경우, 4백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

통영 양식업의 좌초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피해 앞에서 눈물겨운 사투가 이어집니다.

<녹취> 김영민(팀장/통영시청 적조상황실) : "현재 우리 관내에 있는 황토 살포선은 해군, 해경, 민관군 협동해서 현재까지 만 6천 톤 정도 황토를 살포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 경남 통영에서 발원한 적조는 경북 동해안을 거쳐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습니다.

경북 포항시도 시가 기준으로 무려 42억 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요.

짙푸른 색을 띠던 포항 구룡포 앞바다는 적조의 습격으로 검붉게 변했고, 둥둥 떠오른 죽은 물고기에서 흘러나온 악취가 코를 찌릅니다.

육상 양식장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넙치를 키우던 이 양식장에선 하룻밤 사이 치어와 성어 수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이제 가족들을 어떻게 부양해야 할지 김영복씨는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인터뷰> 김영복(경상북도 포항시 오도리) : "80~90% 정도 피해가 났어요, 전체 어장에서. 3-4억 원 정도 피해를 입은 거죠."

<인터뷰> 한춘예(경상북도 포항시 오도리) : "답답해요. 별로 안 살고 싶어요, 지금…."

한순간 적조로 인해 전 재산을 잃다시피 한 어민들은 깊은 절망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불똥은 생선회를 파는 식당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적조 발생 이후 매출이 20%나 줄어든 것입니다.

<인터뷰> 조광진(횟집 주인) : "(폐사한 고기는) 횟감으로 쓸 수 없고 구이용으로도 쓸 수 없기 때문에 믿고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폐사한 물고기들은 유통되지 않는데다가 적조에는 독성 물질 자체가 없는데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에 주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적조는 과연 무엇이고 이를 막을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

포항 바닷물 속에서 발견된 이것이 바로 적조 생물 코클로디니움.

<인터뷰> 최진석(경상북도 어업기술센터 주무관) : "지금 한 칸에 30마리 넘게 있는데 천 칸이면 거의 3만 마리, 1밀리리터당 적조가 3만 개체가 있다는 겁니다. 상당히 고밀도 적조라고 보시면 됩니다."

바다 오염으로 영양염류가 과다 유입되고 해수가 21도를 넘으면, 코클로디니움이 폭발적으로 증식하면서 적조가 생기는 건데요.

코클로디니움에 독성이 없는데도 물고기가 죽는 이유는 아가미에 붙어 숨을 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적조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 현실에서 황토 살포라는 단기 처방에만 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한명수(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 "황토의 남용으로 인해서 오히려 바다 생태계를 황폐화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대책은 기후 변화는 지금 우리가 장기적으로 해결을 해야 할 과제이고 중단기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육상으로부터 흘러들어 오는 오염 물질을 제거해서 부영양화를 저하시키는 방법이 적조의 발생을 충분히 저감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다 오염에서 시작된 재앙, 적조는 지금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바다를 살려야 한다는 의식 전환으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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