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석유자원의 보고’…한·중·일 대륙붕 싸움

입력 2013.09.05 (21:27) 수정 2013.09.0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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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제 7광구라는 이 노래 기억나십니까?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대륙붕 7광구에서 석유가 나온다고 해서 70년대 크게 유행했던 노래죠.

7광구, 지금은 한.일공동개발구역이라고 이름이 바뀌었는데, 양국이 공동 개발하기로 협정을 맺은 지역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구역을 두고 한.중.일 삼국간 영토싸움이 시작됐습니다.

박경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주 정부 대표단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동개발구역을 포함한 오키나와 해구 앞까지 이어지는 대륙붕 전체를 한국의 영토라고 선언했습니다.

<녹취> 조태영(외교부 대변인) : "우리 입장을 국제사회 및 대륙붕한계위원회에 공식천명하였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중국도 이 구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의 주장에 대해 UN에 이의를 제기한 상탭니다.

공동개발구역이 중요한 이유는 석유 자원 때문입니다.

1967년 UN 아시아 개발위원회는 타이완에서 대한해협 사이 대륙붕 지대를 탐사한 뒤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석유자원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지었습니다.

2004년 미국 윌슨 국제연구소에서 발행한 보고서에도 석유 매장량은 천억 배럴, 특히 천연가스는 210조 톤으로 사우디 아라비아보다도 10배가량 더 많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샐리그 해리슨 : "동중국해는 분명히 제 2의 페르시안 걸프입니다.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돼 있습니다."

실제로 공동개발구역 인근엔 중국 해상 유전들이 4개나 들어서 있고 최근엔 다섯 번째 유전이 개발중입니다.

생산된 가스와 석유는 해저 파이프 라인을 통해 상하이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제2의 페르시안 걸프라는데 왜 개발하지 않는 걸까요?

여기엔 사연이 좀 있습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국제 해양법은 대륙붕이 어느 나라로 연결됐느냐에 따라 영유권을 인정해 줬습니다.

공동개발구역이 오키나와 바로 앞에 있긴 하지만 제주도에서부터 쭉 연결돼 있으니까 이건 우리 영토다, 당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일본정부는 그러지 말고 한.일 양국이 공동개발해서 석유가 나오면 반반씩 나누자고 제안해서 1978년 양국은 협정을 체결합니다.

이후 7곳을 시험 시추해서 3곳에서 석유 징후를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1986년, 일본은 갑자기 모든 탐사를 중단한다고 선언했습니다.

협정문에 '양국이 반드시 같이 해야 한다'고 돼있기 때문에 일본이 하지 않겠다고 버티니 86년 이후 지금까지 27년간 일체의 탐사가 중단된 상탭니다.

그럼 일본은 왜 거부하는 걸까요?

1980년대 들어서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이란 개념이 도입되면서 법이 바뀌었습니다.

해저 대륙붕도 복잡하게 하지 말고 양국의 중간선을 그어 반반씩 나누자, 이렇게 바뀐 것입니다.

중간선을 그어볼까요?

거의 대부분이 일본 영토로 귀속됩니다.

일본이 탐사를 거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일간 맺은 공동 개발 조약이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머지않아 끝난다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의 속셈은 무엇인지 도쿄 박재우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978년 한.일 양국이 맺은 공동개발 협정문입니다.

기간은 2028년까지 50년, 앞으로 15년 남았습니다.

현재 국제 해양법상 일본이 유리하기 때문에 협정이 연장되거나 다시 체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협정이 연장이 안 된다면 국제기구에 맡겨야 할 겁니다. 국제 재판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 경제 산업성은 KBS의 인터뷰 요청에 응할 수 없다며, 표면적으론 경제성이 낮아 개발에 반대한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한국이 모든 비용을 대고 탐사하는 것조차도 반대한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공동개발협정이 종료되면, 그때가면 반씩 나눌 필요없이 (일본이)전부 다 가질 수 있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협정 종료가 불과 15년 남은 상황에서 일본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끄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국가간 영토 문제는 해당지역에 얼마나 투자해서 권리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일본이 반대한다 해도 단독탐사를 추진해서 국제사회에서 권리를 인정받아야 합니다.

지난 27년간 우리 정부는 공동개발구역에 대해 손을 놓다시피 해왔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그래야, 일본의 개발 참여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해지는 쪽은 우립니다.

KBS 뉴스 홍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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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석유자원의 보고’…한·중·일 대륙붕 싸움
    • 입력 2013-09-05 21:30:44
    • 수정2013-09-05 2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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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제 7광구라는 이 노래 기억나십니까?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대륙붕 7광구에서 석유가 나온다고 해서 70년대 크게 유행했던 노래죠.

7광구, 지금은 한.일공동개발구역이라고 이름이 바뀌었는데, 양국이 공동 개발하기로 협정을 맺은 지역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구역을 두고 한.중.일 삼국간 영토싸움이 시작됐습니다.

박경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주 정부 대표단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동개발구역을 포함한 오키나와 해구 앞까지 이어지는 대륙붕 전체를 한국의 영토라고 선언했습니다.

<녹취> 조태영(외교부 대변인) : "우리 입장을 국제사회 및 대륙붕한계위원회에 공식천명하였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중국도 이 구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의 주장에 대해 UN에 이의를 제기한 상탭니다.

공동개발구역이 중요한 이유는 석유 자원 때문입니다.

1967년 UN 아시아 개발위원회는 타이완에서 대한해협 사이 대륙붕 지대를 탐사한 뒤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석유자원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지었습니다.

2004년 미국 윌슨 국제연구소에서 발행한 보고서에도 석유 매장량은 천억 배럴, 특히 천연가스는 210조 톤으로 사우디 아라비아보다도 10배가량 더 많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샐리그 해리슨 : "동중국해는 분명히 제 2의 페르시안 걸프입니다.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돼 있습니다."

실제로 공동개발구역 인근엔 중국 해상 유전들이 4개나 들어서 있고 최근엔 다섯 번째 유전이 개발중입니다.

생산된 가스와 석유는 해저 파이프 라인을 통해 상하이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제2의 페르시안 걸프라는데 왜 개발하지 않는 걸까요?

여기엔 사연이 좀 있습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국제 해양법은 대륙붕이 어느 나라로 연결됐느냐에 따라 영유권을 인정해 줬습니다.

공동개발구역이 오키나와 바로 앞에 있긴 하지만 제주도에서부터 쭉 연결돼 있으니까 이건 우리 영토다, 당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일본정부는 그러지 말고 한.일 양국이 공동개발해서 석유가 나오면 반반씩 나누자고 제안해서 1978년 양국은 협정을 체결합니다.

이후 7곳을 시험 시추해서 3곳에서 석유 징후를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1986년, 일본은 갑자기 모든 탐사를 중단한다고 선언했습니다.

협정문에 '양국이 반드시 같이 해야 한다'고 돼있기 때문에 일본이 하지 않겠다고 버티니 86년 이후 지금까지 27년간 일체의 탐사가 중단된 상탭니다.

그럼 일본은 왜 거부하는 걸까요?

1980년대 들어서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이란 개념이 도입되면서 법이 바뀌었습니다.

해저 대륙붕도 복잡하게 하지 말고 양국의 중간선을 그어 반반씩 나누자, 이렇게 바뀐 것입니다.

중간선을 그어볼까요?

거의 대부분이 일본 영토로 귀속됩니다.

일본이 탐사를 거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일간 맺은 공동 개발 조약이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머지않아 끝난다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의 속셈은 무엇인지 도쿄 박재우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978년 한.일 양국이 맺은 공동개발 협정문입니다.

기간은 2028년까지 50년, 앞으로 15년 남았습니다.

현재 국제 해양법상 일본이 유리하기 때문에 협정이 연장되거나 다시 체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협정이 연장이 안 된다면 국제기구에 맡겨야 할 겁니다. 국제 재판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 경제 산업성은 KBS의 인터뷰 요청에 응할 수 없다며, 표면적으론 경제성이 낮아 개발에 반대한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한국이 모든 비용을 대고 탐사하는 것조차도 반대한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공동개발협정이 종료되면, 그때가면 반씩 나눌 필요없이 (일본이)전부 다 가질 수 있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협정 종료가 불과 15년 남은 상황에서 일본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끄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국가간 영토 문제는 해당지역에 얼마나 투자해서 권리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일본이 반대한다 해도 단독탐사를 추진해서 국제사회에서 권리를 인정받아야 합니다.

지난 27년간 우리 정부는 공동개발구역에 대해 손을 놓다시피 해왔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그래야, 일본의 개발 참여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해지는 쪽은 우립니다.

KBS 뉴스 홍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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