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명당에 웃고 명당에 우는 사람들

입력 2013.10.15 (08:43) 수정 2013.10.1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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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관상에 이어서 명당이 또 주목받고 있다네요, 최근 한 아파트 분양사가 이른바 명당 마케팅을 벌인 게 계기가 됐나본데요,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뭐 누구나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는데요, 그런데 기회 비용이 따른다면 조금 더 신중해지시겠죠.

노태영 기자 나왔습니다.

풍수지리라는 거... 때로는 믿고 싶기도 하고요, 참 어려운 문제에요.

<기자 멘트>

여기가 명당이라는 얘기 들으면 왠지 귀가 솔깃해져서 한 번쯤은 더 주위 입지를 살펴보게 되는데요.

인터넷 세상이자 우주선을 발사하는 시대지만 이처럼 명당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명당을 이용한 다양한 마케팅도 활발한데요.

명당이란 과연 무엇인지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시내의 한 연회장, 실내로 들어가 보니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습니다.

이들이 모인 이유, 바로 풍수지리 강의 때문인데요, 자식들 분가에서 조상 묫자리까지 실생활에 풍수지리를 활용하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손정구(서울시 사직동) : “풍수지리를 잘 보면 집안이 흥해진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인터뷰> 정두영(서울시 신영동) : “양택(집)이 좋은 기를 받을 수 있는 명당이 어디인지 알고자 이 자리에 참여했습니다.”

명당이란 고려시대 도선국사가 당나라에서 들여온 풍수지리학에서 시작된 말로, 원래는 땅의 기운이 좋은 길지를 뜻하지만 최근엔 좋은 장소라면 어디나 명당이라는 말이 붙습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촌에 위치한 편의점, 커다랗게 걸린 간판에 명당이란 글자가 눈에 확 들어오는데요.

한 번도 나오기 어려운 로또 1등 당첨자가 무려 18번이나 나온 곳입니다.

<인터뷰> 박민순(복권 판매점 직원) : “풍수지리 하는 사람들이 와서 기운 같은 것을 검사하고 무척 좋은 기운이 흐른다고 엄지를 올려 세웁니다.”

풍수가들은 이곳이 인근 수락산에서 내려온 산의 정기가 끝나는 지점으로 용의 꼬리에 해당하는 3제곱미터가 바로 이곳이라고 해석합니다.

때문에 같은 상가 건물 중에서도 오직 이곳만 인산인해!

전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금요일이면 100미터 이상 줄을 선다고 하는데요.

한주 평균 매출 2억 원, 전체 로또 중 5%가 이곳에서 판매됩니다.

<녹취> “여기가 당첨 잘되는 곳이라고 하고 당첨된 적도 많아서 왔습니다. (명당이라는 것을 믿으세요?) 혹시 압니까? 오늘 (1등) 될지?”

그런가하면 경상남도 거제시에는 임신명당이 라고 알려진 곳도 있습니다.

<녹취> “(여기가 명당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청정바다를 앞에 두고 울창한 숲을 이룬 산 중턱에 위치한 이곳.

풍수지리가들은 봉황이 알을 품어 재물의 기를 얻고 용이 여의주를 찾아 어려운 일이 풀리며 주변 산으로부터 좋은 기가 내려와 몸이 맑아지는 곳이라고 하는데요.

김나윤 씨 역시 이 호텔을 이용한 뒤 임신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녹취> 김나윤(가명/호텔 이용객) : “한 2년 전 이후로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임신 생각도 없고 아이 가질 거라는 생각도 안 했어요. (그런데 거기서 아이가 생겼을 거란 것을 확신하는 거죠?) 네, 그날 기념으로 임신이 된 거죠.”

주택시장에도 명당을 내세운 마케팅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왕이면 명당에 살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서울의 한 고급아파트는 분양회사의 명당 마케팅에 힘입어 5억 원 이상의 웃돈 거래까지 이뤄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명당들은 과연 진짜로 명당일까요?

전문가들은 명당임을 입증할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관계자 : "명당은 없죠. 거기가 매출이 170억 원 정도 됩니다. 그러면 170억 원 어치 팔린 곳에서 당첨자가 나올 확률하고 판매금이 10억 정도 되는 판매점을 비교하면 당연히 170억 원 팔린 곳에서 당첨자가 나올 확률이 많은 것 아닙니까?."

장기 불황 속에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상술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귀옥(한성대 사회학과 교수) : “지금 우리 한국 사회가 경제적으로 장기 불황으로 가고 있고요. 한편으로 금융권이나 은행들이 지금 무척 불안정한 상태이다 보니까 땅이나 다른 재테크에 관심을 돌리게 되는데 좋은 땅, 성공할 땅에 관심을 갖게 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명당에 현혹돼 오히려 피해를 본 사람도 있습니다.

피부 관리샵 직원으로 일하던 박다희 씨. 어느날 사장이 데려온 풍수지리가가 박 씨가 인수하면 대박이 날 곳이라고 말하자 선뜻 거금을 건네고 인수했는데요.

지금은 오던 손님마저 끊기면서 불과 두 달만에 폐업 위기에 몰렸습니다.

<인터뷰> 박다희(가명/피부관리샵 대표) : “처음에는 여기 직원으로 왔었거든요. 아는 분 소개로 직원으로 왔었는데 가게를 오픈하고 얼마 있다가 여기 사장이 풍수지리사를 데리고 왔어요. 풍수지리를 보면서 저한테 ‘다른 사람 말고 제가 여기에 리더가 되어야지만 장사가 잘된다고 그러더라고요.”

유명한 풍수지리가라며, 장사가 잘 되기 위한 가구 배치 방법까지 상세히 알려줘 믿음이 갔다고 하는데요.

<녹취> “풍수지리 하는 사람이 하라고 했는데 그다음부터 그다지 손님이 많다는 생각은 하지 못 했어요.”

지금은 카드 연체에 가게 월세도 낼 수 없는 형편.

상권분석 없이 무작정 풍수지리가의 말만 믿었다가 돈은 물론 삶의 희망까지 잃게 된 것입니다.

<인터뷰> 박민찬(풍수지리가) : “풍수지리의 결론은 운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좋은 운명을 결정하게 하는 것인데 좋은 운명이 있다고 하더라도 노력이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노력을 하지 않으면 좋은 운명이라고 하더라도 좋은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반드시 노력을 해야 되는 것입니다.”

지형적인 이점을 생활에서 잘 활용하자고 만들어진 풍수지리 명당.

하지만 명당은 땅의 기운일 뿐,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본질은 될 수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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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명당에 웃고 명당에 우는 사람들
    • 입력 2013-10-15 08:33:24
    • 수정2013-10-15 10:5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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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에 이어서 명당이 또 주목받고 있다네요, 최근 한 아파트 분양사가 이른바 명당 마케팅을 벌인 게 계기가 됐나본데요,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뭐 누구나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는데요, 그런데 기회 비용이 따른다면 조금 더 신중해지시겠죠.

노태영 기자 나왔습니다.

풍수지리라는 거... 때로는 믿고 싶기도 하고요, 참 어려운 문제에요.

<기자 멘트>

여기가 명당이라는 얘기 들으면 왠지 귀가 솔깃해져서 한 번쯤은 더 주위 입지를 살펴보게 되는데요.

인터넷 세상이자 우주선을 발사하는 시대지만 이처럼 명당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명당을 이용한 다양한 마케팅도 활발한데요.

명당이란 과연 무엇인지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시내의 한 연회장, 실내로 들어가 보니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습니다.

이들이 모인 이유, 바로 풍수지리 강의 때문인데요, 자식들 분가에서 조상 묫자리까지 실생활에 풍수지리를 활용하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손정구(서울시 사직동) : “풍수지리를 잘 보면 집안이 흥해진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인터뷰> 정두영(서울시 신영동) : “양택(집)이 좋은 기를 받을 수 있는 명당이 어디인지 알고자 이 자리에 참여했습니다.”

명당이란 고려시대 도선국사가 당나라에서 들여온 풍수지리학에서 시작된 말로, 원래는 땅의 기운이 좋은 길지를 뜻하지만 최근엔 좋은 장소라면 어디나 명당이라는 말이 붙습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촌에 위치한 편의점, 커다랗게 걸린 간판에 명당이란 글자가 눈에 확 들어오는데요.

한 번도 나오기 어려운 로또 1등 당첨자가 무려 18번이나 나온 곳입니다.

<인터뷰> 박민순(복권 판매점 직원) : “풍수지리 하는 사람들이 와서 기운 같은 것을 검사하고 무척 좋은 기운이 흐른다고 엄지를 올려 세웁니다.”

풍수가들은 이곳이 인근 수락산에서 내려온 산의 정기가 끝나는 지점으로 용의 꼬리에 해당하는 3제곱미터가 바로 이곳이라고 해석합니다.

때문에 같은 상가 건물 중에서도 오직 이곳만 인산인해!

전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금요일이면 100미터 이상 줄을 선다고 하는데요.

한주 평균 매출 2억 원, 전체 로또 중 5%가 이곳에서 판매됩니다.

<녹취> “여기가 당첨 잘되는 곳이라고 하고 당첨된 적도 많아서 왔습니다. (명당이라는 것을 믿으세요?) 혹시 압니까? 오늘 (1등) 될지?”

그런가하면 경상남도 거제시에는 임신명당이 라고 알려진 곳도 있습니다.

<녹취> “(여기가 명당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청정바다를 앞에 두고 울창한 숲을 이룬 산 중턱에 위치한 이곳.

풍수지리가들은 봉황이 알을 품어 재물의 기를 얻고 용이 여의주를 찾아 어려운 일이 풀리며 주변 산으로부터 좋은 기가 내려와 몸이 맑아지는 곳이라고 하는데요.

김나윤 씨 역시 이 호텔을 이용한 뒤 임신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녹취> 김나윤(가명/호텔 이용객) : “한 2년 전 이후로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임신 생각도 없고 아이 가질 거라는 생각도 안 했어요. (그런데 거기서 아이가 생겼을 거란 것을 확신하는 거죠?) 네, 그날 기념으로 임신이 된 거죠.”

주택시장에도 명당을 내세운 마케팅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왕이면 명당에 살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서울의 한 고급아파트는 분양회사의 명당 마케팅에 힘입어 5억 원 이상의 웃돈 거래까지 이뤄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명당들은 과연 진짜로 명당일까요?

전문가들은 명당임을 입증할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관계자 : "명당은 없죠. 거기가 매출이 170억 원 정도 됩니다. 그러면 170억 원 어치 팔린 곳에서 당첨자가 나올 확률하고 판매금이 10억 정도 되는 판매점을 비교하면 당연히 170억 원 팔린 곳에서 당첨자가 나올 확률이 많은 것 아닙니까?."

장기 불황 속에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상술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귀옥(한성대 사회학과 교수) : “지금 우리 한국 사회가 경제적으로 장기 불황으로 가고 있고요. 한편으로 금융권이나 은행들이 지금 무척 불안정한 상태이다 보니까 땅이나 다른 재테크에 관심을 돌리게 되는데 좋은 땅, 성공할 땅에 관심을 갖게 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명당에 현혹돼 오히려 피해를 본 사람도 있습니다.

피부 관리샵 직원으로 일하던 박다희 씨. 어느날 사장이 데려온 풍수지리가가 박 씨가 인수하면 대박이 날 곳이라고 말하자 선뜻 거금을 건네고 인수했는데요.

지금은 오던 손님마저 끊기면서 불과 두 달만에 폐업 위기에 몰렸습니다.

<인터뷰> 박다희(가명/피부관리샵 대표) : “처음에는 여기 직원으로 왔었거든요. 아는 분 소개로 직원으로 왔었는데 가게를 오픈하고 얼마 있다가 여기 사장이 풍수지리사를 데리고 왔어요. 풍수지리를 보면서 저한테 ‘다른 사람 말고 제가 여기에 리더가 되어야지만 장사가 잘된다고 그러더라고요.”

유명한 풍수지리가라며, 장사가 잘 되기 위한 가구 배치 방법까지 상세히 알려줘 믿음이 갔다고 하는데요.

<녹취> “풍수지리 하는 사람이 하라고 했는데 그다음부터 그다지 손님이 많다는 생각은 하지 못 했어요.”

지금은 카드 연체에 가게 월세도 낼 수 없는 형편.

상권분석 없이 무작정 풍수지리가의 말만 믿었다가 돈은 물론 삶의 희망까지 잃게 된 것입니다.

<인터뷰> 박민찬(풍수지리가) : “풍수지리의 결론은 운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좋은 운명을 결정하게 하는 것인데 좋은 운명이 있다고 하더라도 노력이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노력을 하지 않으면 좋은 운명이라고 하더라도 좋은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반드시 노력을 해야 되는 것입니다.”

지형적인 이점을 생활에서 잘 활용하자고 만들어진 풍수지리 명당.

하지만 명당은 땅의 기운일 뿐,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본질은 될 수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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