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조례 개정에 ‘5분’…그들만의 지방의회

입력 2013.10.29 (21:25) 수정 2013.10.2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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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56조 9천억 원.

올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3분의 1이 넘는 막대한 돈인데요.

이 예산을 어떻게 쓸지 심의하고 제대로 쓰는지 감시하는 곳이 바로 전국의 지방의횝니다.

이슈 앤 뉴스, 오늘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지방 의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짚어봅니다.

먼저, 법안이나 예산 심의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김문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1일. 강원도 춘천시의회 산업위원회.

예정보다 30분 일찍 시작됐고, 5분도 안 돼 조례가 통과됩니다.

사실 심의는 전날에 이미 끝냈지만, 의원들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떠나 버려 의결 정족수가 부족하자 하루 뒤에 처리한 겁니다.

<인터뷰> 박완주(의원/춘천시의회) : "어제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우리 위원회에서는 더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라며..."

하지만 이런 다짐을 한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시 하나둘 자취를 감춥니다.

도착한 곳은 시민 천여 명이 모인 지역 행사장.

법안이나 예산안과 씨름하는 대신 얼굴 알리기에 분주합니다.

<녹취> 의원 : "(의원들이 안 와서) 서운함을 말씀드리고...여기 왔습니다."

자기 사업을 하느라 회의에 불참하는 의원도 있습니다.

<녹취> 임시회(불참 군의원/음성변조) : "일이 바빠요 지금요. 가을겆이 하느라고. 오늘 호박을 싣거든요."

한 구의회의 예결위에서는 공개 석상이 아닌 휴정 상태에서 논의를 했습니다.

예산안을 논의하는 민감한 내용들이 속기록에 남지 않게 하려고 의도했다는 의혹이 일었습니다.

<인터뷰> 유성철(춘천시민연대 사무국장) : "지역 정치가 왜곡돼 있고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5분 안에 일 끝내는 의회, 과연 심의가 제대로 되는지 의문입니다.

<기자 멘트>

지방의회는 일 년에 백번 정도 열립니다.

이곳에서 논의되는 모든 것들은 기록으로 남아야 하고 유권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합니다.

그런데 전국의 지방의회 백84곳 가운데 국회처럼 실시간으로 회의를 볼 수 있는 인터넷 중계를 하는 곳은 88곳으로 절반이 채 되지 않습니다.

속기록도 부실한데다 실시간 중계까지 하지 않다 보면 유권자들은 의사봉이 두드려지기까지 이곳에서 무엇에 대해 논의가 있었는지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지역주민 천 명을 대상으로 벌인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지방의회가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절반을 훨씬 넘는 58%에 달했습니다.

지방 의회의 이미지를 물었더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무려 3분의 2가 넘는 69%에 달했습니다.

개선돼야 할 부분이 뭐냐 물었더니 의원 자질 향상이 가장 많앟고 전문성 확보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지방의회의 기본적인 자질과 능력에 대해 유권자들의 불신이 심각한 것입니다.

어떤 대책을 내놓아야 할까요?

홍성희 기자가 짚어봅니다.

<리포트>

지난 11일 한 지방의원이 공무원에게 축의금을 건네주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공직선거법상 정치인의 축.부의금 전달행위는 금지돼 있지만, 임시회가 열리고 있던 시의회 주차장에서 대낮에 태연히 돈봉투를 들고 다녔습니다.

<녹취> 박모 의원(강원도 춘천시) : "동네 어머님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 부조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이번 제6대 지방의회에서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자리를 박탈당한 의원은 79명이나 됩니다.

<녹취> 참여자치21 : "당이 충분한 검증을 통해서 자질이 있는 후보들을 내놔야 한다."

전남 한 기초의회 전문위원이 작성한 조례 개정안 검토 보고서.

검토 의견은 고작 대여섯 줄에 불과해 의원들이 참고할 만한 내용이 없는데다 그마저 자치단체 집행부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지방의회는 국회와 달리 사무처 직원에 대한 임명권이 의장이 아닌 단체장에게 있다 보니 직원들이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겁니다.

<녹취> 정찬문(지방자치학회 회장) : "지방의회 사무처의 인사권을 지방의회의 견제를 받아야 할 집행부가 가지고 있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제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의원 개개인의 입법 활동을 보좌할 수 있는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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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조례 개정에 ‘5분’…그들만의 지방의회
    • 입력 2013-10-29 21:26:18
    • 수정2013-10-29 22:05:28
    뉴스 9
<앵커 멘트>

156조 9천억 원.

올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3분의 1이 넘는 막대한 돈인데요.

이 예산을 어떻게 쓸지 심의하고 제대로 쓰는지 감시하는 곳이 바로 전국의 지방의횝니다.

이슈 앤 뉴스, 오늘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지방 의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짚어봅니다.

먼저, 법안이나 예산 심의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김문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1일. 강원도 춘천시의회 산업위원회.

예정보다 30분 일찍 시작됐고, 5분도 안 돼 조례가 통과됩니다.

사실 심의는 전날에 이미 끝냈지만, 의원들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떠나 버려 의결 정족수가 부족하자 하루 뒤에 처리한 겁니다.

<인터뷰> 박완주(의원/춘천시의회) : "어제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우리 위원회에서는 더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라며..."

하지만 이런 다짐을 한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시 하나둘 자취를 감춥니다.

도착한 곳은 시민 천여 명이 모인 지역 행사장.

법안이나 예산안과 씨름하는 대신 얼굴 알리기에 분주합니다.

<녹취> 의원 : "(의원들이 안 와서) 서운함을 말씀드리고...여기 왔습니다."

자기 사업을 하느라 회의에 불참하는 의원도 있습니다.

<녹취> 임시회(불참 군의원/음성변조) : "일이 바빠요 지금요. 가을겆이 하느라고. 오늘 호박을 싣거든요."

한 구의회의 예결위에서는 공개 석상이 아닌 휴정 상태에서 논의를 했습니다.

예산안을 논의하는 민감한 내용들이 속기록에 남지 않게 하려고 의도했다는 의혹이 일었습니다.

<인터뷰> 유성철(춘천시민연대 사무국장) : "지역 정치가 왜곡돼 있고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5분 안에 일 끝내는 의회, 과연 심의가 제대로 되는지 의문입니다.

<기자 멘트>

지방의회는 일 년에 백번 정도 열립니다.

이곳에서 논의되는 모든 것들은 기록으로 남아야 하고 유권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합니다.

그런데 전국의 지방의회 백84곳 가운데 국회처럼 실시간으로 회의를 볼 수 있는 인터넷 중계를 하는 곳은 88곳으로 절반이 채 되지 않습니다.

속기록도 부실한데다 실시간 중계까지 하지 않다 보면 유권자들은 의사봉이 두드려지기까지 이곳에서 무엇에 대해 논의가 있었는지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지역주민 천 명을 대상으로 벌인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지방의회가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절반을 훨씬 넘는 58%에 달했습니다.

지방 의회의 이미지를 물었더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무려 3분의 2가 넘는 69%에 달했습니다.

개선돼야 할 부분이 뭐냐 물었더니 의원 자질 향상이 가장 많앟고 전문성 확보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지방의회의 기본적인 자질과 능력에 대해 유권자들의 불신이 심각한 것입니다.

어떤 대책을 내놓아야 할까요?

홍성희 기자가 짚어봅니다.

<리포트>

지난 11일 한 지방의원이 공무원에게 축의금을 건네주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공직선거법상 정치인의 축.부의금 전달행위는 금지돼 있지만, 임시회가 열리고 있던 시의회 주차장에서 대낮에 태연히 돈봉투를 들고 다녔습니다.

<녹취> 박모 의원(강원도 춘천시) : "동네 어머님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 부조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이번 제6대 지방의회에서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자리를 박탈당한 의원은 79명이나 됩니다.

<녹취> 참여자치21 : "당이 충분한 검증을 통해서 자질이 있는 후보들을 내놔야 한다."

전남 한 기초의회 전문위원이 작성한 조례 개정안 검토 보고서.

검토 의견은 고작 대여섯 줄에 불과해 의원들이 참고할 만한 내용이 없는데다 그마저 자치단체 집행부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지방의회는 국회와 달리 사무처 직원에 대한 임명권이 의장이 아닌 단체장에게 있다 보니 직원들이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겁니다.

<녹취> 정찬문(지방자치학회 회장) : "지방의회 사무처의 인사권을 지방의회의 견제를 받아야 할 집행부가 가지고 있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제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의원 개개인의 입법 활동을 보좌할 수 있는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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