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현장] 실체 드러난 노숙자 인신매매
입력 2013.11.28 (15:08)
수정 2013.12.0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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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21세기 서울 한복판에서 인신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몇 십년 전 이야기인 줄 알았던 인신매매 범죄가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힘 없는 노숙자들을 사고 판다고 하는데, KBS 취재결과 인신매매단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이 문제를 취재한 이승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인신매매라고 하니, 무서운 생각부터 드는데요, 우선 어떤 경위로 이 부분을 취재하게 됐는지가 궁금하네요?
<답변>
사실 처음부터 인신매매를 취재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노숙자 감금 문제였는데요, 지난 5월 쯤 한 노숙자 인권단체를 통해, 노숙자 감금 명의 도용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 개월간 추적취재를 하다, 인신매매 실상까지 파헤치게 된겁니다.
<질문> 감금만 해도 무서운 범죄 아닌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제가 만난 한 여성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노숙 생활에서 벗어난 이 여성은 지난 2010년, 서울 경동 시장 부근의 한 여인숙에 1달여 간 감금당했습니다.
우선 피해 여성의 증언을 들어보시죠.
<녹취> 김0(노숙인/ 감금 피해자) : "(식사는 제대로 하셨어요?) 그냥 김밥으로만... (김밥만?) 네 김밥만 계속 사다주고 그런 식이었죠. (하루에 몇끼나 드셨어요?) 한 끼요. 한 번..."
<인터뷰> 김00 : "(계실 때는 하루종일 나가지 못하고 방에 계신 건가요?) 네 방에만, 한 달 동안 계속 방에서만 자고, 그 다음에 뭐를 떼러 갈 때는 같이 나가고 그런 식이었어요."
화장실 갈때까지 사람이 따라 붙었다는 이 여성이 유일하게 외출이 가능할 때가 각종 서류를 뗄 떼만 이었습니다.
<질문> 서류를 뗐다, 감금의 주된 목적이 그거인건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감금돼 있던 동안 인감증명서 등의 서류를 뗐는데요, 이 서류를 이용해, 감금하는 동안 명의를 도용한, 이른바 '바지 사장'을 만들었던 겁니다.
지금 보시는 것이 강남의 한 상가 건물인데요, 이 지하에 감금됐던 김 씨 이름으로 고급 주점이 개설됐었다는 사실이 확인이 됐습니다.
딱 3개월간 김씨가 사장으로 이름이 올라갔는데, 그 기간동안 나온 세금만 8천 8백만 원 입니다.
이 돈을 고스란히 김 씨에게 떠 넘기고 일당은 사라져 버린 것이죠.
<질문> 이 일당이랑 인신매매단이랑 어떤 관계가 있는 건가요?
<답변>
네, 바로 그 부분인데요, 처음에는 감금 관련 취재로 시작을 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김 씨를 감금하고, 명의를 도용한 일당의 소재 등을 추적하던 중에, 이들이 김 씨를 인신매매단으로부터 사들였다는 증거들이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지금 보고 계신 곳이 서울의 한 다방입니다.
김 씨는 서울역에서 숙소를 마련해 주겠다는 사람을 따라서 이곳 다방으로 처음 오게 되는데요.
이곳에서 김 사장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감금, 명의도용 피해를 당했던 노숙자들을 두루 만나 취재하다보니, 공통점이 하나 나왔습니다.
바로 이 다방을 거쳐서 어디론가 갔다는 겁니다.
<질문> 뭔가요? 이 다방이 집합소라도 된다는 건가요?
<답변>
인신매매.
그 인신매매단의 본부가 바로 이 다방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취재 과정에서 우연히도 경찰도 같은 인신매매단을 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요.
보시는 화면은 경찰이 지난 7월 인천의 한 오피스텔에서 인신매매단으로부터 사람을 사드린 범죄 조직을 검거하는 장면입니다.
이 곳에서도 한 남자가 구출이 됐는데요, 그 다방을 거쳐 이곳에 팔려온 남자는 그래도 다행히 보름 정도만 감금돼 있다 구출이 됐는데, 몸값이 550만 원이었다는 사실이 확인이 됐습니다.
<질문> 인신매매 참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싶은데, 인신매매 어떤 식으로 이뤄진건가요?
<답변>
다방을 중심으로 한 인신매매 조직은 크게 둘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그 거래 과정을 한번 보실까요?
먼저 서울역 등에서 노숙자를 꾀어오는 모집책.
일자리나 숙소를 마련해 주겠다.
먹을 것을 주겠다고 꾀어, 다방으로 데려옵니다.
다방에 상주하는 사람은 '김 사장'으로 불리던 인신매매 조직의 총책이었습니다.
김 사장은 1인당 50만 원에서 100만 원을 주고 모집책으로부터 노숙자를 삽니다.
그리고 이 노숙인의 신용도를 확인한 뒤 등급에 따라 다른 조직에 팔아넘겼습니다.
인신매매된 노숙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사람만 모두 11명이었습니다.
정해진 몸값도 있었는데요.
신용등급 4등급은 650만원, 5등급 550만원, 6등급은 450만 원에 팔렸습니다.
<질문> 등급까지 있다니 치밀하다고 해야하나, 무섭다고 해야하나? 어떻게 이걸 정하는 건가요?
<답변>
노숙자를 모집책들로부터 사들이면, 제일 먼저 하는 작업이 뭔줄 아십니까?
먼저 이 사람의 신용도를 조사하는 겁니다.
최근에는 각종 사이트에서 자기 인증만 되면 쉽게 신용등급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노숙자를 은행으로 데려가 통장 등을 개설하고, 인터넷으로 신용 등급을 확인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등급에 따라 신용도가 좋을 수록 높은 값을 받고 이 사람을 팔아 넘기는 겁니다.
그럼 왜 신용등급이 높아야 할까.
다음 화면을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노숙자를 사가는 조직은요, 노숙자를 사가면 사실상의 감금 상태에서 대포폰, 대포 통장을 만들어 파는 것은 기본이고, 노숙인 이름으로, 차를 사서 팔아 넘기고, 신용카드를 만들어 현금 서비스를 받고, 또 각종 기관에서 수백만원 씩 대출도 받습니다.
각종 사업체에 이른바 바지 사장으로 세워 세금을 떼먹는가 하면, 심지어 부동산 거래에서도 명의만 걸고 사기를 칩니다.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더 큰 돈을 범죄를 통해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등급에 따라 거래하는 몸값이 달라지는 겁니다.
<질문> 한 마디로 경제 범죄에 이용하는 거군요.
<답변>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사실 인신매매를 해 배에 팔아넘긴다 이런 말이 많았습니다.
한마디로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한 인신매매였죠.
그런데 이것이 21세기가 되면서 사람의 신용을 이용해, 경제 범죄를 목적으로 사람을 사고 파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이런 식으로 인신매매를 당해 경제 범죄에 이용이 되면, 그 대상이 됐던 노숙자에게도 큰 피해를 입힐 것 같은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인신매매 후 감금 단계에서 구출만 되면 그 피해는 계속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경제 범죄에 이용당하다 보니 그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보시는 것은 3개월 동안 감금당했던 한 노숙인 명의가 도용돼 계약된 각종 서류들인데요.
차량만 5대가 구입됐고, 핸드폰만 14대가 개통됐습니다.
700만원의 대출도 받았습니다.
회사 몇 곳도 김 씨 명의로 세워졌습니다.
차 값과 미납 세금 등 김 씨 한 사람을 이용해 범죄조직이 가져간 금액이 억대를 훌쩍 넘어가는 겁니다.
<질문>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요, 사실 이런 식이면 법적으로도 각종 채무 관계를 이 노숙인이 져야하게 되는 거 아닌가요?
<답변>
바로 그 점 입니다.
노숙인들이 인신매매 후 명의를 도용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시점이, 노숙 생활에서 벗어나려 할 때입니다.
사실 노숙 생활을 계속할 때는 서류를 보낼 곳이 없으니까, 본인도 범죄에 이용됐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를 잘 못합니다.
한두달만 데리고 있으면서 서류만 떼고는 다시 거리로 내보내기 때문이죠.
그런 노숙인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려고 거주지를 잡고 주민등록을 되살리는 순간, 독촉장 등이 날아드는 겁니다.
여기에 범죄를 저질렀다며, 경찰 수사를 받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피해자인데도 말이죠.
이럴 때, 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노숙 생활도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노숙인 인신매매는 겨울철이 가장 많습니다.
추위에 떨면서 누가 조금만의 호의만 베풀면 따라 나서기 쉬운 겁니다.
사실 지금까지 경찰 등 수사 당국이 노숙인들이 범죄에 이용당했다는 호소를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인신매매 사실까지 밝혀진 만큼,
더욱 적극적인 수사태도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앵커 멘트>
그렇군요.
이승철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21세기 서울 한복판에서 인신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몇 십년 전 이야기인 줄 알았던 인신매매 범죄가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힘 없는 노숙자들을 사고 판다고 하는데, KBS 취재결과 인신매매단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이 문제를 취재한 이승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인신매매라고 하니, 무서운 생각부터 드는데요, 우선 어떤 경위로 이 부분을 취재하게 됐는지가 궁금하네요?
<답변>
사실 처음부터 인신매매를 취재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노숙자 감금 문제였는데요, 지난 5월 쯤 한 노숙자 인권단체를 통해, 노숙자 감금 명의 도용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 개월간 추적취재를 하다, 인신매매 실상까지 파헤치게 된겁니다.
<질문> 감금만 해도 무서운 범죄 아닌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제가 만난 한 여성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노숙 생활에서 벗어난 이 여성은 지난 2010년, 서울 경동 시장 부근의 한 여인숙에 1달여 간 감금당했습니다.
우선 피해 여성의 증언을 들어보시죠.
<녹취> 김0(노숙인/ 감금 피해자) : "(식사는 제대로 하셨어요?) 그냥 김밥으로만... (김밥만?) 네 김밥만 계속 사다주고 그런 식이었죠. (하루에 몇끼나 드셨어요?) 한 끼요. 한 번..."
<인터뷰> 김00 : "(계실 때는 하루종일 나가지 못하고 방에 계신 건가요?) 네 방에만, 한 달 동안 계속 방에서만 자고, 그 다음에 뭐를 떼러 갈 때는 같이 나가고 그런 식이었어요."
화장실 갈때까지 사람이 따라 붙었다는 이 여성이 유일하게 외출이 가능할 때가 각종 서류를 뗄 떼만 이었습니다.
<질문> 서류를 뗐다, 감금의 주된 목적이 그거인건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감금돼 있던 동안 인감증명서 등의 서류를 뗐는데요, 이 서류를 이용해, 감금하는 동안 명의를 도용한, 이른바 '바지 사장'을 만들었던 겁니다.
지금 보시는 것이 강남의 한 상가 건물인데요, 이 지하에 감금됐던 김 씨 이름으로 고급 주점이 개설됐었다는 사실이 확인이 됐습니다.
딱 3개월간 김씨가 사장으로 이름이 올라갔는데, 그 기간동안 나온 세금만 8천 8백만 원 입니다.
이 돈을 고스란히 김 씨에게 떠 넘기고 일당은 사라져 버린 것이죠.
<질문> 이 일당이랑 인신매매단이랑 어떤 관계가 있는 건가요?
<답변>
네, 바로 그 부분인데요, 처음에는 감금 관련 취재로 시작을 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김 씨를 감금하고, 명의를 도용한 일당의 소재 등을 추적하던 중에, 이들이 김 씨를 인신매매단으로부터 사들였다는 증거들이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지금 보고 계신 곳이 서울의 한 다방입니다.
김 씨는 서울역에서 숙소를 마련해 주겠다는 사람을 따라서 이곳 다방으로 처음 오게 되는데요.
이곳에서 김 사장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감금, 명의도용 피해를 당했던 노숙자들을 두루 만나 취재하다보니, 공통점이 하나 나왔습니다.
바로 이 다방을 거쳐서 어디론가 갔다는 겁니다.
<질문> 뭔가요? 이 다방이 집합소라도 된다는 건가요?
<답변>
인신매매.
그 인신매매단의 본부가 바로 이 다방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취재 과정에서 우연히도 경찰도 같은 인신매매단을 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요.
보시는 화면은 경찰이 지난 7월 인천의 한 오피스텔에서 인신매매단으로부터 사람을 사드린 범죄 조직을 검거하는 장면입니다.
이 곳에서도 한 남자가 구출이 됐는데요, 그 다방을 거쳐 이곳에 팔려온 남자는 그래도 다행히 보름 정도만 감금돼 있다 구출이 됐는데, 몸값이 550만 원이었다는 사실이 확인이 됐습니다.
<질문> 인신매매 참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싶은데, 인신매매 어떤 식으로 이뤄진건가요?
<답변>
다방을 중심으로 한 인신매매 조직은 크게 둘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그 거래 과정을 한번 보실까요?
먼저 서울역 등에서 노숙자를 꾀어오는 모집책.
일자리나 숙소를 마련해 주겠다.
먹을 것을 주겠다고 꾀어, 다방으로 데려옵니다.
다방에 상주하는 사람은 '김 사장'으로 불리던 인신매매 조직의 총책이었습니다.
김 사장은 1인당 50만 원에서 100만 원을 주고 모집책으로부터 노숙자를 삽니다.
그리고 이 노숙인의 신용도를 확인한 뒤 등급에 따라 다른 조직에 팔아넘겼습니다.
인신매매된 노숙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사람만 모두 11명이었습니다.
정해진 몸값도 있었는데요.
신용등급 4등급은 650만원, 5등급 550만원, 6등급은 450만 원에 팔렸습니다.
<질문> 등급까지 있다니 치밀하다고 해야하나, 무섭다고 해야하나? 어떻게 이걸 정하는 건가요?
<답변>
노숙자를 모집책들로부터 사들이면, 제일 먼저 하는 작업이 뭔줄 아십니까?
먼저 이 사람의 신용도를 조사하는 겁니다.
최근에는 각종 사이트에서 자기 인증만 되면 쉽게 신용등급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노숙자를 은행으로 데려가 통장 등을 개설하고, 인터넷으로 신용 등급을 확인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등급에 따라 신용도가 좋을 수록 높은 값을 받고 이 사람을 팔아 넘기는 겁니다.
그럼 왜 신용등급이 높아야 할까.
다음 화면을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노숙자를 사가는 조직은요, 노숙자를 사가면 사실상의 감금 상태에서 대포폰, 대포 통장을 만들어 파는 것은 기본이고, 노숙인 이름으로, 차를 사서 팔아 넘기고, 신용카드를 만들어 현금 서비스를 받고, 또 각종 기관에서 수백만원 씩 대출도 받습니다.
각종 사업체에 이른바 바지 사장으로 세워 세금을 떼먹는가 하면, 심지어 부동산 거래에서도 명의만 걸고 사기를 칩니다.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더 큰 돈을 범죄를 통해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등급에 따라 거래하는 몸값이 달라지는 겁니다.
<질문> 한 마디로 경제 범죄에 이용하는 거군요.
<답변>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사실 인신매매를 해 배에 팔아넘긴다 이런 말이 많았습니다.
한마디로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한 인신매매였죠.
그런데 이것이 21세기가 되면서 사람의 신용을 이용해, 경제 범죄를 목적으로 사람을 사고 파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이런 식으로 인신매매를 당해 경제 범죄에 이용이 되면, 그 대상이 됐던 노숙자에게도 큰 피해를 입힐 것 같은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인신매매 후 감금 단계에서 구출만 되면 그 피해는 계속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경제 범죄에 이용당하다 보니 그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보시는 것은 3개월 동안 감금당했던 한 노숙인 명의가 도용돼 계약된 각종 서류들인데요.
차량만 5대가 구입됐고, 핸드폰만 14대가 개통됐습니다.
700만원의 대출도 받았습니다.
회사 몇 곳도 김 씨 명의로 세워졌습니다.
차 값과 미납 세금 등 김 씨 한 사람을 이용해 범죄조직이 가져간 금액이 억대를 훌쩍 넘어가는 겁니다.
<질문>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요, 사실 이런 식이면 법적으로도 각종 채무 관계를 이 노숙인이 져야하게 되는 거 아닌가요?
<답변>
바로 그 점 입니다.
노숙인들이 인신매매 후 명의를 도용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시점이, 노숙 생활에서 벗어나려 할 때입니다.
사실 노숙 생활을 계속할 때는 서류를 보낼 곳이 없으니까, 본인도 범죄에 이용됐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를 잘 못합니다.
한두달만 데리고 있으면서 서류만 떼고는 다시 거리로 내보내기 때문이죠.
그런 노숙인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려고 거주지를 잡고 주민등록을 되살리는 순간, 독촉장 등이 날아드는 겁니다.
여기에 범죄를 저질렀다며, 경찰 수사를 받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피해자인데도 말이죠.
이럴 때, 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노숙 생활도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노숙인 인신매매는 겨울철이 가장 많습니다.
추위에 떨면서 누가 조금만의 호의만 베풀면 따라 나서기 쉬운 겁니다.
사실 지금까지 경찰 등 수사 당국이 노숙인들이 범죄에 이용당했다는 호소를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인신매매 사실까지 밝혀진 만큼,
더욱 적극적인 수사태도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앵커 멘트>
그렇군요.
이승철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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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현장] 실체 드러난 노숙자 인신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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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3-11-28 15:33:55
- 수정2013-12-02 17:16:44

<앵커 멘트>
21세기 서울 한복판에서 인신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몇 십년 전 이야기인 줄 알았던 인신매매 범죄가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힘 없는 노숙자들을 사고 판다고 하는데, KBS 취재결과 인신매매단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이 문제를 취재한 이승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인신매매라고 하니, 무서운 생각부터 드는데요, 우선 어떤 경위로 이 부분을 취재하게 됐는지가 궁금하네요?
<답변>
사실 처음부터 인신매매를 취재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노숙자 감금 문제였는데요, 지난 5월 쯤 한 노숙자 인권단체를 통해, 노숙자 감금 명의 도용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 개월간 추적취재를 하다, 인신매매 실상까지 파헤치게 된겁니다.
<질문> 감금만 해도 무서운 범죄 아닌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제가 만난 한 여성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노숙 생활에서 벗어난 이 여성은 지난 2010년, 서울 경동 시장 부근의 한 여인숙에 1달여 간 감금당했습니다.
우선 피해 여성의 증언을 들어보시죠.
<녹취> 김0(노숙인/ 감금 피해자) : "(식사는 제대로 하셨어요?) 그냥 김밥으로만... (김밥만?) 네 김밥만 계속 사다주고 그런 식이었죠. (하루에 몇끼나 드셨어요?) 한 끼요. 한 번..."
<인터뷰> 김00 : "(계실 때는 하루종일 나가지 못하고 방에 계신 건가요?) 네 방에만, 한 달 동안 계속 방에서만 자고, 그 다음에 뭐를 떼러 갈 때는 같이 나가고 그런 식이었어요."
화장실 갈때까지 사람이 따라 붙었다는 이 여성이 유일하게 외출이 가능할 때가 각종 서류를 뗄 떼만 이었습니다.
<질문> 서류를 뗐다, 감금의 주된 목적이 그거인건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감금돼 있던 동안 인감증명서 등의 서류를 뗐는데요, 이 서류를 이용해, 감금하는 동안 명의를 도용한, 이른바 '바지 사장'을 만들었던 겁니다.
지금 보시는 것이 강남의 한 상가 건물인데요, 이 지하에 감금됐던 김 씨 이름으로 고급 주점이 개설됐었다는 사실이 확인이 됐습니다.
딱 3개월간 김씨가 사장으로 이름이 올라갔는데, 그 기간동안 나온 세금만 8천 8백만 원 입니다.
이 돈을 고스란히 김 씨에게 떠 넘기고 일당은 사라져 버린 것이죠.
<질문> 이 일당이랑 인신매매단이랑 어떤 관계가 있는 건가요?
<답변>
네, 바로 그 부분인데요, 처음에는 감금 관련 취재로 시작을 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김 씨를 감금하고, 명의를 도용한 일당의 소재 등을 추적하던 중에, 이들이 김 씨를 인신매매단으로부터 사들였다는 증거들이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지금 보고 계신 곳이 서울의 한 다방입니다.
김 씨는 서울역에서 숙소를 마련해 주겠다는 사람을 따라서 이곳 다방으로 처음 오게 되는데요.
이곳에서 김 사장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감금, 명의도용 피해를 당했던 노숙자들을 두루 만나 취재하다보니, 공통점이 하나 나왔습니다.
바로 이 다방을 거쳐서 어디론가 갔다는 겁니다.
<질문> 뭔가요? 이 다방이 집합소라도 된다는 건가요?
<답변>
인신매매.
그 인신매매단의 본부가 바로 이 다방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취재 과정에서 우연히도 경찰도 같은 인신매매단을 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요.
보시는 화면은 경찰이 지난 7월 인천의 한 오피스텔에서 인신매매단으로부터 사람을 사드린 범죄 조직을 검거하는 장면입니다.
이 곳에서도 한 남자가 구출이 됐는데요, 그 다방을 거쳐 이곳에 팔려온 남자는 그래도 다행히 보름 정도만 감금돼 있다 구출이 됐는데, 몸값이 550만 원이었다는 사실이 확인이 됐습니다.
<질문> 인신매매 참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싶은데, 인신매매 어떤 식으로 이뤄진건가요?
<답변>
다방을 중심으로 한 인신매매 조직은 크게 둘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그 거래 과정을 한번 보실까요?
먼저 서울역 등에서 노숙자를 꾀어오는 모집책.
일자리나 숙소를 마련해 주겠다.
먹을 것을 주겠다고 꾀어, 다방으로 데려옵니다.
다방에 상주하는 사람은 '김 사장'으로 불리던 인신매매 조직의 총책이었습니다.
김 사장은 1인당 50만 원에서 100만 원을 주고 모집책으로부터 노숙자를 삽니다.
그리고 이 노숙인의 신용도를 확인한 뒤 등급에 따라 다른 조직에 팔아넘겼습니다.
인신매매된 노숙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사람만 모두 11명이었습니다.
정해진 몸값도 있었는데요.
신용등급 4등급은 650만원, 5등급 550만원, 6등급은 450만 원에 팔렸습니다.
<질문> 등급까지 있다니 치밀하다고 해야하나, 무섭다고 해야하나? 어떻게 이걸 정하는 건가요?
<답변>
노숙자를 모집책들로부터 사들이면, 제일 먼저 하는 작업이 뭔줄 아십니까?
먼저 이 사람의 신용도를 조사하는 겁니다.
최근에는 각종 사이트에서 자기 인증만 되면 쉽게 신용등급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노숙자를 은행으로 데려가 통장 등을 개설하고, 인터넷으로 신용 등급을 확인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등급에 따라 신용도가 좋을 수록 높은 값을 받고 이 사람을 팔아 넘기는 겁니다.
그럼 왜 신용등급이 높아야 할까.
다음 화면을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노숙자를 사가는 조직은요, 노숙자를 사가면 사실상의 감금 상태에서 대포폰, 대포 통장을 만들어 파는 것은 기본이고, 노숙인 이름으로, 차를 사서 팔아 넘기고, 신용카드를 만들어 현금 서비스를 받고, 또 각종 기관에서 수백만원 씩 대출도 받습니다.
각종 사업체에 이른바 바지 사장으로 세워 세금을 떼먹는가 하면, 심지어 부동산 거래에서도 명의만 걸고 사기를 칩니다.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더 큰 돈을 범죄를 통해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등급에 따라 거래하는 몸값이 달라지는 겁니다.
<질문> 한 마디로 경제 범죄에 이용하는 거군요.
<답변>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사실 인신매매를 해 배에 팔아넘긴다 이런 말이 많았습니다.
한마디로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한 인신매매였죠.
그런데 이것이 21세기가 되면서 사람의 신용을 이용해, 경제 범죄를 목적으로 사람을 사고 파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이런 식으로 인신매매를 당해 경제 범죄에 이용이 되면, 그 대상이 됐던 노숙자에게도 큰 피해를 입힐 것 같은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인신매매 후 감금 단계에서 구출만 되면 그 피해는 계속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경제 범죄에 이용당하다 보니 그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보시는 것은 3개월 동안 감금당했던 한 노숙인 명의가 도용돼 계약된 각종 서류들인데요.
차량만 5대가 구입됐고, 핸드폰만 14대가 개통됐습니다.
700만원의 대출도 받았습니다.
회사 몇 곳도 김 씨 명의로 세워졌습니다.
차 값과 미납 세금 등 김 씨 한 사람을 이용해 범죄조직이 가져간 금액이 억대를 훌쩍 넘어가는 겁니다.
<질문>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요, 사실 이런 식이면 법적으로도 각종 채무 관계를 이 노숙인이 져야하게 되는 거 아닌가요?
<답변>
바로 그 점 입니다.
노숙인들이 인신매매 후 명의를 도용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시점이, 노숙 생활에서 벗어나려 할 때입니다.
사실 노숙 생활을 계속할 때는 서류를 보낼 곳이 없으니까, 본인도 범죄에 이용됐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를 잘 못합니다.
한두달만 데리고 있으면서 서류만 떼고는 다시 거리로 내보내기 때문이죠.
그런 노숙인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려고 거주지를 잡고 주민등록을 되살리는 순간, 독촉장 등이 날아드는 겁니다.
여기에 범죄를 저질렀다며, 경찰 수사를 받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피해자인데도 말이죠.
이럴 때, 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노숙 생활도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노숙인 인신매매는 겨울철이 가장 많습니다.
추위에 떨면서 누가 조금만의 호의만 베풀면 따라 나서기 쉬운 겁니다.
사실 지금까지 경찰 등 수사 당국이 노숙인들이 범죄에 이용당했다는 호소를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인신매매 사실까지 밝혀진 만큼,
더욱 적극적인 수사태도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앵커 멘트>
그렇군요.
이승철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21세기 서울 한복판에서 인신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몇 십년 전 이야기인 줄 알았던 인신매매 범죄가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힘 없는 노숙자들을 사고 판다고 하는데, KBS 취재결과 인신매매단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이 문제를 취재한 이승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인신매매라고 하니, 무서운 생각부터 드는데요, 우선 어떤 경위로 이 부분을 취재하게 됐는지가 궁금하네요?
<답변>
사실 처음부터 인신매매를 취재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노숙자 감금 문제였는데요, 지난 5월 쯤 한 노숙자 인권단체를 통해, 노숙자 감금 명의 도용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 개월간 추적취재를 하다, 인신매매 실상까지 파헤치게 된겁니다.
<질문> 감금만 해도 무서운 범죄 아닌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제가 만난 한 여성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노숙 생활에서 벗어난 이 여성은 지난 2010년, 서울 경동 시장 부근의 한 여인숙에 1달여 간 감금당했습니다.
우선 피해 여성의 증언을 들어보시죠.
<녹취> 김0(노숙인/ 감금 피해자) : "(식사는 제대로 하셨어요?) 그냥 김밥으로만... (김밥만?) 네 김밥만 계속 사다주고 그런 식이었죠. (하루에 몇끼나 드셨어요?) 한 끼요. 한 번..."
<인터뷰> 김00 : "(계실 때는 하루종일 나가지 못하고 방에 계신 건가요?) 네 방에만, 한 달 동안 계속 방에서만 자고, 그 다음에 뭐를 떼러 갈 때는 같이 나가고 그런 식이었어요."
화장실 갈때까지 사람이 따라 붙었다는 이 여성이 유일하게 외출이 가능할 때가 각종 서류를 뗄 떼만 이었습니다.
<질문> 서류를 뗐다, 감금의 주된 목적이 그거인건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감금돼 있던 동안 인감증명서 등의 서류를 뗐는데요, 이 서류를 이용해, 감금하는 동안 명의를 도용한, 이른바 '바지 사장'을 만들었던 겁니다.
지금 보시는 것이 강남의 한 상가 건물인데요, 이 지하에 감금됐던 김 씨 이름으로 고급 주점이 개설됐었다는 사실이 확인이 됐습니다.
딱 3개월간 김씨가 사장으로 이름이 올라갔는데, 그 기간동안 나온 세금만 8천 8백만 원 입니다.
이 돈을 고스란히 김 씨에게 떠 넘기고 일당은 사라져 버린 것이죠.
<질문> 이 일당이랑 인신매매단이랑 어떤 관계가 있는 건가요?
<답변>
네, 바로 그 부분인데요, 처음에는 감금 관련 취재로 시작을 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김 씨를 감금하고, 명의를 도용한 일당의 소재 등을 추적하던 중에, 이들이 김 씨를 인신매매단으로부터 사들였다는 증거들이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지금 보고 계신 곳이 서울의 한 다방입니다.
김 씨는 서울역에서 숙소를 마련해 주겠다는 사람을 따라서 이곳 다방으로 처음 오게 되는데요.
이곳에서 김 사장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감금, 명의도용 피해를 당했던 노숙자들을 두루 만나 취재하다보니, 공통점이 하나 나왔습니다.
바로 이 다방을 거쳐서 어디론가 갔다는 겁니다.
<질문> 뭔가요? 이 다방이 집합소라도 된다는 건가요?
<답변>
인신매매.
그 인신매매단의 본부가 바로 이 다방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취재 과정에서 우연히도 경찰도 같은 인신매매단을 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요.
보시는 화면은 경찰이 지난 7월 인천의 한 오피스텔에서 인신매매단으로부터 사람을 사드린 범죄 조직을 검거하는 장면입니다.
이 곳에서도 한 남자가 구출이 됐는데요, 그 다방을 거쳐 이곳에 팔려온 남자는 그래도 다행히 보름 정도만 감금돼 있다 구출이 됐는데, 몸값이 550만 원이었다는 사실이 확인이 됐습니다.
<질문> 인신매매 참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싶은데, 인신매매 어떤 식으로 이뤄진건가요?
<답변>
다방을 중심으로 한 인신매매 조직은 크게 둘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그 거래 과정을 한번 보실까요?
먼저 서울역 등에서 노숙자를 꾀어오는 모집책.
일자리나 숙소를 마련해 주겠다.
먹을 것을 주겠다고 꾀어, 다방으로 데려옵니다.
다방에 상주하는 사람은 '김 사장'으로 불리던 인신매매 조직의 총책이었습니다.
김 사장은 1인당 50만 원에서 100만 원을 주고 모집책으로부터 노숙자를 삽니다.
그리고 이 노숙인의 신용도를 확인한 뒤 등급에 따라 다른 조직에 팔아넘겼습니다.
인신매매된 노숙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사람만 모두 11명이었습니다.
정해진 몸값도 있었는데요.
신용등급 4등급은 650만원, 5등급 550만원, 6등급은 450만 원에 팔렸습니다.
<질문> 등급까지 있다니 치밀하다고 해야하나, 무섭다고 해야하나? 어떻게 이걸 정하는 건가요?
<답변>
노숙자를 모집책들로부터 사들이면, 제일 먼저 하는 작업이 뭔줄 아십니까?
먼저 이 사람의 신용도를 조사하는 겁니다.
최근에는 각종 사이트에서 자기 인증만 되면 쉽게 신용등급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노숙자를 은행으로 데려가 통장 등을 개설하고, 인터넷으로 신용 등급을 확인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등급에 따라 신용도가 좋을 수록 높은 값을 받고 이 사람을 팔아 넘기는 겁니다.
그럼 왜 신용등급이 높아야 할까.
다음 화면을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노숙자를 사가는 조직은요, 노숙자를 사가면 사실상의 감금 상태에서 대포폰, 대포 통장을 만들어 파는 것은 기본이고, 노숙인 이름으로, 차를 사서 팔아 넘기고, 신용카드를 만들어 현금 서비스를 받고, 또 각종 기관에서 수백만원 씩 대출도 받습니다.
각종 사업체에 이른바 바지 사장으로 세워 세금을 떼먹는가 하면, 심지어 부동산 거래에서도 명의만 걸고 사기를 칩니다.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더 큰 돈을 범죄를 통해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등급에 따라 거래하는 몸값이 달라지는 겁니다.
<질문> 한 마디로 경제 범죄에 이용하는 거군요.
<답변>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사실 인신매매를 해 배에 팔아넘긴다 이런 말이 많았습니다.
한마디로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한 인신매매였죠.
그런데 이것이 21세기가 되면서 사람의 신용을 이용해, 경제 범죄를 목적으로 사람을 사고 파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이런 식으로 인신매매를 당해 경제 범죄에 이용이 되면, 그 대상이 됐던 노숙자에게도 큰 피해를 입힐 것 같은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인신매매 후 감금 단계에서 구출만 되면 그 피해는 계속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경제 범죄에 이용당하다 보니 그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보시는 것은 3개월 동안 감금당했던 한 노숙인 명의가 도용돼 계약된 각종 서류들인데요.
차량만 5대가 구입됐고, 핸드폰만 14대가 개통됐습니다.
700만원의 대출도 받았습니다.
회사 몇 곳도 김 씨 명의로 세워졌습니다.
차 값과 미납 세금 등 김 씨 한 사람을 이용해 범죄조직이 가져간 금액이 억대를 훌쩍 넘어가는 겁니다.
<질문>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요, 사실 이런 식이면 법적으로도 각종 채무 관계를 이 노숙인이 져야하게 되는 거 아닌가요?
<답변>
바로 그 점 입니다.
노숙인들이 인신매매 후 명의를 도용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시점이, 노숙 생활에서 벗어나려 할 때입니다.
사실 노숙 생활을 계속할 때는 서류를 보낼 곳이 없으니까, 본인도 범죄에 이용됐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를 잘 못합니다.
한두달만 데리고 있으면서 서류만 떼고는 다시 거리로 내보내기 때문이죠.
그런 노숙인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려고 거주지를 잡고 주민등록을 되살리는 순간, 독촉장 등이 날아드는 겁니다.
여기에 범죄를 저질렀다며, 경찰 수사를 받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피해자인데도 말이죠.
이럴 때, 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노숙 생활도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노숙인 인신매매는 겨울철이 가장 많습니다.
추위에 떨면서 누가 조금만의 호의만 베풀면 따라 나서기 쉬운 겁니다.
사실 지금까지 경찰 등 수사 당국이 노숙인들이 범죄에 이용당했다는 호소를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인신매매 사실까지 밝혀진 만큼,
더욱 적극적인 수사태도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앵커 멘트>
그렇군요.
이승철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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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기자 neo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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