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한국의 긴급구호 활동,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입력 2013.11.29 (21:31) 수정 2013.11.2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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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이달 중순 KBS는 대한적십자사와 공동으로 태풍 '하이옌'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필리핀을 돕기 위해 특별성금을 모금했는데요.

지금까지 55억여 원의 성금이 모여 긴급구호 자금으로 20억원이 전달됐고, 나머지는 장기적으로 재건복구 등에 지원될 예정입니다.

온 국민의 정성이 재난현장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태풍 하이옌으로 해안 마을 150여 채가 통째로 날아갔습니다.

대학교 지붕도 무너지고, 차량도 처참히 깔렸습니다.

곳곳에 난민촌이 마련됐지만, 상황은 열악합니다.

<인터뷰> 쏘냐(태풍 '하이옌' 이재민) : "25명이 텐트 하나에 살고 있습니다. 텐트를 보내준 한국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또, 재난지역에서 물이 오염되면 전염병이 순식간에 퍼지기 때문에 이렇게 정화제를 넣은 물만 식수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생수 한두 병 보단 현지에서 깨끗한 물을 직접 만들어 주는 겁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 한국의 긴급의료팀이 투입됐고 즉각 환자들로 북적입니다.

태풍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정신심리 상담까지 해줍니다.

임산부의 분만을 돕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김윤영(대한적십자사 긴급의료지원단 내과 전문의) : "이 지역에 의료가 열악하기 때문에 의사를 접하지 못한 환자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태풍피해 때문에 의사를 더 접할 수 없기때문에"

이같은 의료 지원활동은 KBS와 대한적십자사에 모인 국민성금으로 가능했습니다.

성금의 일부는 국제 적십자 연맹에 현금으로 전달돼 현지에서 긴급 구호물자 지원에 쓰였습니다.

<인터뷰> 버티(국제적십자사 필리핀 긴급구호 대표단장) : "이런 재난 상황에서 한국인의 전적인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여전히 심각한 피해지역이 많아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 부탁드립니다."

하이엔 이재민은 3백 6십여만 명, 대부분 아직 집을 떠나 있는 상황입니다.

<기자 멘트>

한국이 해외 재난에 긴급 구호 인력을 처음 파견한 것은 1994년 르완다 난민사태때였습니다.

올해로 꼭 20년이 됐죠.

하지만 우리 해외 긴급구호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줄곧 의료팀과 탐색·구조팀 중심으로 구호팀을 파견해왔는데 파견 시기가 늦습니다.

72시간, 사흘은 인명 구조 마지노선입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생존 가능성이 10%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구조팀은 2010년 아이티 지진때 발생 5일 뒤에 도착했고 결국 시신만 33구 수습하고 돌아왔습니다.

의료팀 구성도 문제입니다.

골절 같은 외상 환자는 재난 즉시 대량 발생했다가 줄고 이후에는 주로 어린이나 여성 등 약자들이 장기적인 피해를 입습니다.

외과의 중심인 우리 구호팀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겠죠.

그나마 활동기간도 짧습니다.

아이티에 간 의료팀은 17개, 많이는 갔는데, 현지에서 환자를 돌본 날짜는 평균 5.8일, 채 일주일이 안 됩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재난 피해자들을 돕고 있을까요?

긴급 구호에 대한 국제 표준을 범기영 기자가 소개해드립니다.

<리포트>

국제 재난구호 매뉴얼 '스피어 핸드북'은 '물 공급과 위생', '식량과 영양 관리', '정착촌과 물자 공급', '보건활동'을 구호 활동의 기준으로 제시합니다.

생존 기반을 확보하고 본격 복구작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전기와 물류, 통신 등도 중요합니다.

<인터뷰> 김소윤(연세대 교수) : "시설이나 에너지나 교육이나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IT나, 이런 부분에서 전문가들이 장기적으로 투입될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 구호팀은 보통 석 달 이상 현지에 머물면서 재건을 돕습니다.

국제구호단체 해비타트는 내년 1월에야 지원팀 본진을 보낼 예정입니다.

당장은 임시 거처를 위해 목재와 공구를 공급하고 온전한 집은 여유를 갖고 제대로 짓겠다는 겁니다.

<인터뷰> 해비타트(협력개발본부장) : "임시천막이나 주거지나 이런 부분에서 살다가 내 집이 지어지고, 영구주택을 지어줌으로써 그들에게, 후손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는..."

국가적으로는 구호 노력이 겹치거나 허비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재난 지원 예산은 1% 미만, OECD 평균 6%에 크게 못 미칩니다.

인도적 지원 규모를 늘리는 것과 함께 필요한 곳에 실제로 도움이 되도록 우리 구호시스템도 손봐야 할 시점입니다.

KBS 뉴스 범기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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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한국의 긴급구호 활동,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 입력 2013-11-29 21:32:37
    • 수정2013-11-29 22: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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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이달 중순 KBS는 대한적십자사와 공동으로 태풍 '하이옌'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필리핀을 돕기 위해 특별성금을 모금했는데요.

지금까지 55억여 원의 성금이 모여 긴급구호 자금으로 20억원이 전달됐고, 나머지는 장기적으로 재건복구 등에 지원될 예정입니다.

온 국민의 정성이 재난현장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태풍 하이옌으로 해안 마을 150여 채가 통째로 날아갔습니다.

대학교 지붕도 무너지고, 차량도 처참히 깔렸습니다.

곳곳에 난민촌이 마련됐지만, 상황은 열악합니다.

<인터뷰> 쏘냐(태풍 '하이옌' 이재민) : "25명이 텐트 하나에 살고 있습니다. 텐트를 보내준 한국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또, 재난지역에서 물이 오염되면 전염병이 순식간에 퍼지기 때문에 이렇게 정화제를 넣은 물만 식수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생수 한두 병 보단 현지에서 깨끗한 물을 직접 만들어 주는 겁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 한국의 긴급의료팀이 투입됐고 즉각 환자들로 북적입니다.

태풍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정신심리 상담까지 해줍니다.

임산부의 분만을 돕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김윤영(대한적십자사 긴급의료지원단 내과 전문의) : "이 지역에 의료가 열악하기 때문에 의사를 접하지 못한 환자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태풍피해 때문에 의사를 더 접할 수 없기때문에"

이같은 의료 지원활동은 KBS와 대한적십자사에 모인 국민성금으로 가능했습니다.

성금의 일부는 국제 적십자 연맹에 현금으로 전달돼 현지에서 긴급 구호물자 지원에 쓰였습니다.

<인터뷰> 버티(국제적십자사 필리핀 긴급구호 대표단장) : "이런 재난 상황에서 한국인의 전적인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여전히 심각한 피해지역이 많아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 부탁드립니다."

하이엔 이재민은 3백 6십여만 명, 대부분 아직 집을 떠나 있는 상황입니다.

<기자 멘트>

한국이 해외 재난에 긴급 구호 인력을 처음 파견한 것은 1994년 르완다 난민사태때였습니다.

올해로 꼭 20년이 됐죠.

하지만 우리 해외 긴급구호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줄곧 의료팀과 탐색·구조팀 중심으로 구호팀을 파견해왔는데 파견 시기가 늦습니다.

72시간, 사흘은 인명 구조 마지노선입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생존 가능성이 10%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구조팀은 2010년 아이티 지진때 발생 5일 뒤에 도착했고 결국 시신만 33구 수습하고 돌아왔습니다.

의료팀 구성도 문제입니다.

골절 같은 외상 환자는 재난 즉시 대량 발생했다가 줄고 이후에는 주로 어린이나 여성 등 약자들이 장기적인 피해를 입습니다.

외과의 중심인 우리 구호팀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겠죠.

그나마 활동기간도 짧습니다.

아이티에 간 의료팀은 17개, 많이는 갔는데, 현지에서 환자를 돌본 날짜는 평균 5.8일, 채 일주일이 안 됩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재난 피해자들을 돕고 있을까요?

긴급 구호에 대한 국제 표준을 범기영 기자가 소개해드립니다.

<리포트>

국제 재난구호 매뉴얼 '스피어 핸드북'은 '물 공급과 위생', '식량과 영양 관리', '정착촌과 물자 공급', '보건활동'을 구호 활동의 기준으로 제시합니다.

생존 기반을 확보하고 본격 복구작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전기와 물류, 통신 등도 중요합니다.

<인터뷰> 김소윤(연세대 교수) : "시설이나 에너지나 교육이나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IT나, 이런 부분에서 전문가들이 장기적으로 투입될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 구호팀은 보통 석 달 이상 현지에 머물면서 재건을 돕습니다.

국제구호단체 해비타트는 내년 1월에야 지원팀 본진을 보낼 예정입니다.

당장은 임시 거처를 위해 목재와 공구를 공급하고 온전한 집은 여유를 갖고 제대로 짓겠다는 겁니다.

<인터뷰> 해비타트(협력개발본부장) : "임시천막이나 주거지나 이런 부분에서 살다가 내 집이 지어지고, 영구주택을 지어줌으로써 그들에게, 후손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는..."

국가적으로는 구호 노력이 겹치거나 허비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재난 지원 예산은 1% 미만, OECD 평균 6%에 크게 못 미칩니다.

인도적 지원 규모를 늘리는 것과 함께 필요한 곳에 실제로 도움이 되도록 우리 구호시스템도 손봐야 할 시점입니다.

KBS 뉴스 범기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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