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장난삼아, 홧김에…허위 신고 기승

입력 2013.12.09 (08:36) 수정 2013.12.0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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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자신이 사고를 당했거나 거주하는 집에 불이 났는데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요.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112나 119 등에 허위신고를 하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김기흥 기자와 얘기 나눠봅니다.

정부가 허위신고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지만 허위 신고는 여전하다고요?

<기자 멘트>

지난해부터 정부가 허위신고자에 대해 형사처벌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적극 나서자 허위 신고가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습니다.

한해 만 건 이상 접수됐던 112 허위신고가 지난해, 5년 만에 처음으로 8천 건대로 줄었는데요, 그런데 올해 들어 다시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사건 사고가 많은 요즘 같은 연말에 걸려오는 허위 신고 전화에 경찰관과 소방관들은 특히 더욱 괴로울 수 밖에 없는데요, 허위 신고 백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5일 새벽 0시 20분 쯤, 119에 한 남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인터뷰> 이민호(팀장/부산진소방서 가야119안전센터) : “‘3층 건물의 2층에 주택에 불이 났다’ 이렇게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인근 3개의 소방서에서 10대의 소방차가 황급히 현장으로 향했는데요, 응급차 한 대와 경찰차 4대도 그 뒤를 따랐습니다.

<인터뷰> 이민호(팀장/부산진소방서 가야119안전센터) : “야간에 (집 안에) 인명이 있다고 생각하고, 인명구조를 최우선으로 해서 화재 진압을 하려고 작전을 세우고 출동했습니다.”

출동한 지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 그런데 동네는 조용했고 불이 난 집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허위신고였던 겁니다.

새벽 시간 한바탕 소동에 주민들은 잠을 설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음성변조) : “많이 놀랐잖아. 주위에 전부 가스통이잖아요. 막 4층에 뛰어 올라갔다가 내려왔다가 냄새 맡고, 1층 2층 뛰어 다니면서 온 골목을 다 찾았는데 냄새가 안 나. 30분을 내가 헤맸다니까.”

경찰은 발신 번호를 추적해 허위신고자를 검거했는데요.

그렇게 불이 났다고 허위신고를 한 사람은 바로 옆집에 사는 46살 김모 씨였습니다.

<인터뷰> 김철우(경위/부산진경찰서 가야지구대) : “집 전체가 다 불이 꺼져있고,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집 옆에 화장실에 숨어서 ‘아저씨, 나와 보세요’ 하니까 ‘잘못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김 씨는 왜 이런 일을 저지른 걸까?

김 씨의 집에 찾아가 봤지만 김 씨를 만날 수는 없었는데요.

<인터뷰> 김철우(경위/부산진경찰서 가야지구대) : “(옆집) 개가 하도 짖기에 자기는 누가 신고를 해서 경찰관이나 소방관이 와서 그렇게 하면 개가 안 짖겠지 하고 단순하게 생각한 모양입니다.”

김 씨는 무심코 한 일이라지만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과 소방관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데요.

<인터뷰> 김철우(경위/부산진경찰서 가야지구대) : “일단 큰 일이 안 났기 때문에 다행이라 생각하고, 신고의 10분의 3정도는 허탈하게 이런 식으로 가고 되돌아옵니다.”

며칠 전에도 전북 군산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군산경찰서 관계자 : “낮에 전화가 걸려와서 카센터에 폭발물을 설치해놨다 그런 전화였어요.”

한 시간 안에 폭발물 두 개를 터뜨리겠다는 전화에 수십 명의 인력이 투입됐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군산경찰서 관계자 : “저희 형사들 15명 정도 나갔고요, 그다음에 군부대 나왔고요, 인원으로 따지면 한 40명 정도 나왔겠죠.”

경찰은 지금도 허위 전화를 건 남성을 쫓고 있는데요, 이같은 허위 신고는 매년 1만 건 이상 걸려오다가 지난해 8천 건 대로 떨어지며 주춤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9월에 이미 9천 건을 넘어서며 다시 늘어나고 있는데요, 요즘같은 연말엔 더욱 극성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이수미(경위/서울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 : “연말에는 아무래도 주취자들도 많고, 술 약속 등으로 인해서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평소보다 신고가 훨씬 더 늘어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고 내용만으로는 실제인지 허위인지 분간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요.

<인터뷰> 이수미(경위/서울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 : “은행을 털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가보면 은행나무를 털고 있다든가, 바로 어제도 내연녀를 찾아간 남성이 (내연녀가) 본인을 만나주지 않자 그 내연녀의 차량을 뺑소니 가해차량으로 신고해서 경찰관이 출동한 일도 있었고요.”

<기자 멘트>

허위 신고를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그 폐해가 너무 큽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피해자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고 범죄자의 행위를 도와주는 공범이 될 수 있는 만큼 허위 신고는 중대한 범죄행윈위인데요.

지난달엔 5년 동안 무려 7천여 건의 허위 신고를 한 70내 노인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전남 영암에 사는 79세 강모 할머니는 5년 동안 하루 평균 4건의 허위 신고를 하다가 지난달 26일 끝내 구속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경찰 관계자 : “(누군가) 자기 우물에 와서 독약을 풀어 넣었다거나 이웃 주민이 자신의 벼 100가마를 가져갔다고 이런 게 되게 많아요.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 수차례 직원들이 가서 달래도 보고 이야기도 드려보고 사정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래도 안 돼요, 안 돼.”

경찰이 출동한 것만 39건, 강 할머니의 허위신고는 이웃 주민들에게도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음성변조) : “경찰차가 날마다 왔지. 왔다 갔다. 살 수가 없어. 누구든지 만나면 싸움만 하려고 해. 그러니까 무서우니까 함부로 건들지 못해요.”

허위신고의 가장 큰 문제는 치안력의 낭비와 공백을 초래한다는 것.

경찰이 신고 접수 뒤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이 지난해에는 3분 34초였지만 올해는 4분 10초로 지난해에 비해 36초 지연됐습니다.

<인터뷰> 김민성(21살) : “위험한 상황에 있어서 그 때를 위해서 경찰들이 있는 건데 허위신고한 사람들 때문에 그 사람들이 도움도 못 받게 되니까”

<인터뷰> 오치관(60살) : “허위신고하는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계속하기 때문에 다시는 허위신고를 못하게끔 법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허위신고를 한 사람은 경범죄에 따라 최대 60만원의 벌금형, 공무집행방해를 적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 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습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수천 만 원 대의 손해배상을 추가로 청구하며 대응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허위신고가 내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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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장난삼아, 홧김에…허위 신고 기승
    • 입력 2013-12-09 08:37:34
    • 수정2013-12-09 09: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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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자신이 사고를 당했거나 거주하는 집에 불이 났는데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요.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112나 119 등에 허위신고를 하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김기흥 기자와 얘기 나눠봅니다.

정부가 허위신고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지만 허위 신고는 여전하다고요?

<기자 멘트>

지난해부터 정부가 허위신고자에 대해 형사처벌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적극 나서자 허위 신고가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습니다.

한해 만 건 이상 접수됐던 112 허위신고가 지난해, 5년 만에 처음으로 8천 건대로 줄었는데요, 그런데 올해 들어 다시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사건 사고가 많은 요즘 같은 연말에 걸려오는 허위 신고 전화에 경찰관과 소방관들은 특히 더욱 괴로울 수 밖에 없는데요, 허위 신고 백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5일 새벽 0시 20분 쯤, 119에 한 남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인터뷰> 이민호(팀장/부산진소방서 가야119안전센터) : “‘3층 건물의 2층에 주택에 불이 났다’ 이렇게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인근 3개의 소방서에서 10대의 소방차가 황급히 현장으로 향했는데요, 응급차 한 대와 경찰차 4대도 그 뒤를 따랐습니다.

<인터뷰> 이민호(팀장/부산진소방서 가야119안전센터) : “야간에 (집 안에) 인명이 있다고 생각하고, 인명구조를 최우선으로 해서 화재 진압을 하려고 작전을 세우고 출동했습니다.”

출동한 지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 그런데 동네는 조용했고 불이 난 집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허위신고였던 겁니다.

새벽 시간 한바탕 소동에 주민들은 잠을 설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음성변조) : “많이 놀랐잖아. 주위에 전부 가스통이잖아요. 막 4층에 뛰어 올라갔다가 내려왔다가 냄새 맡고, 1층 2층 뛰어 다니면서 온 골목을 다 찾았는데 냄새가 안 나. 30분을 내가 헤맸다니까.”

경찰은 발신 번호를 추적해 허위신고자를 검거했는데요.

그렇게 불이 났다고 허위신고를 한 사람은 바로 옆집에 사는 46살 김모 씨였습니다.

<인터뷰> 김철우(경위/부산진경찰서 가야지구대) : “집 전체가 다 불이 꺼져있고,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집 옆에 화장실에 숨어서 ‘아저씨, 나와 보세요’ 하니까 ‘잘못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김 씨는 왜 이런 일을 저지른 걸까?

김 씨의 집에 찾아가 봤지만 김 씨를 만날 수는 없었는데요.

<인터뷰> 김철우(경위/부산진경찰서 가야지구대) : “(옆집) 개가 하도 짖기에 자기는 누가 신고를 해서 경찰관이나 소방관이 와서 그렇게 하면 개가 안 짖겠지 하고 단순하게 생각한 모양입니다.”

김 씨는 무심코 한 일이라지만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과 소방관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데요.

<인터뷰> 김철우(경위/부산진경찰서 가야지구대) : “일단 큰 일이 안 났기 때문에 다행이라 생각하고, 신고의 10분의 3정도는 허탈하게 이런 식으로 가고 되돌아옵니다.”

며칠 전에도 전북 군산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군산경찰서 관계자 : “낮에 전화가 걸려와서 카센터에 폭발물을 설치해놨다 그런 전화였어요.”

한 시간 안에 폭발물 두 개를 터뜨리겠다는 전화에 수십 명의 인력이 투입됐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군산경찰서 관계자 : “저희 형사들 15명 정도 나갔고요, 그다음에 군부대 나왔고요, 인원으로 따지면 한 40명 정도 나왔겠죠.”

경찰은 지금도 허위 전화를 건 남성을 쫓고 있는데요, 이같은 허위 신고는 매년 1만 건 이상 걸려오다가 지난해 8천 건 대로 떨어지며 주춤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9월에 이미 9천 건을 넘어서며 다시 늘어나고 있는데요, 요즘같은 연말엔 더욱 극성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이수미(경위/서울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 : “연말에는 아무래도 주취자들도 많고, 술 약속 등으로 인해서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평소보다 신고가 훨씬 더 늘어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고 내용만으로는 실제인지 허위인지 분간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요.

<인터뷰> 이수미(경위/서울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 : “은행을 털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가보면 은행나무를 털고 있다든가, 바로 어제도 내연녀를 찾아간 남성이 (내연녀가) 본인을 만나주지 않자 그 내연녀의 차량을 뺑소니 가해차량으로 신고해서 경찰관이 출동한 일도 있었고요.”

<기자 멘트>

허위 신고를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그 폐해가 너무 큽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피해자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고 범죄자의 행위를 도와주는 공범이 될 수 있는 만큼 허위 신고는 중대한 범죄행윈위인데요.

지난달엔 5년 동안 무려 7천여 건의 허위 신고를 한 70내 노인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전남 영암에 사는 79세 강모 할머니는 5년 동안 하루 평균 4건의 허위 신고를 하다가 지난달 26일 끝내 구속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경찰 관계자 : “(누군가) 자기 우물에 와서 독약을 풀어 넣었다거나 이웃 주민이 자신의 벼 100가마를 가져갔다고 이런 게 되게 많아요.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 수차례 직원들이 가서 달래도 보고 이야기도 드려보고 사정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래도 안 돼요, 안 돼.”

경찰이 출동한 것만 39건, 강 할머니의 허위신고는 이웃 주민들에게도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음성변조) : “경찰차가 날마다 왔지. 왔다 갔다. 살 수가 없어. 누구든지 만나면 싸움만 하려고 해. 그러니까 무서우니까 함부로 건들지 못해요.”

허위신고의 가장 큰 문제는 치안력의 낭비와 공백을 초래한다는 것.

경찰이 신고 접수 뒤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이 지난해에는 3분 34초였지만 올해는 4분 10초로 지난해에 비해 36초 지연됐습니다.

<인터뷰> 김민성(21살) : “위험한 상황에 있어서 그 때를 위해서 경찰들이 있는 건데 허위신고한 사람들 때문에 그 사람들이 도움도 못 받게 되니까”

<인터뷰> 오치관(60살) : “허위신고하는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계속하기 때문에 다시는 허위신고를 못하게끔 법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허위신고를 한 사람은 경범죄에 따라 최대 60만원의 벌금형, 공무집행방해를 적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 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습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수천 만 원 대의 손해배상을 추가로 청구하며 대응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허위신고가 내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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